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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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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10/29)

익명 (미확인) | 화, 2015/11/03- 16:43

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어떤 일을 하루 중 얼만큼 할 것인가. 어디에 살 것인가. 무엇을 살 것인가. 왜 사는 것인가. 에코페미니즘 학교 다섯번째 시간, 10월 29일 도시, 노동, 주거를 키워드로 마르쉐@의 김송희님과 여성환경연대 중견 활동가 금자님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발화1. <시장에서 오고 가는 노동과 소비>

 

현실에서 발을 떼는 순간 꿈은 꿈으로 끝난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인데요.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다가 죽는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발을 떼는 순간 허망하게 꿈은 꿈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실에서 내가 이루려는 꿈을 어떻게 이루며 살 수 있을까? 그러다보면 구체적인 돈, 노동, 소비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마르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드리면, 농부, 요리사, 수공예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농부시장입니다. 3년 정도 되었고, 제가 같이 일한 지는 2년이 되어갑니다. 마르쉐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주체들이 있는데요. 저와 함께 활동하는 ‘마르쉐친구들’이라는 4명의 운영진이 있고, 디자이너, 집기설비팀, 후원해주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도 있고 자원활동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의 생태계를 스스로 돌보는 소비의 방식

시장이 가능하려면 소비가 있어야 하죠. 소비가 일어나야지 시장이 가능한 거잖아요. 소비 없는 시장은 좋은 이벤트로 끝나고 말죠. 중요한 소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도 마찬가지고, 마르쉐가 도시에서 일어나잖아요, 도시사람들에게 소비는 일상을 지탱해주는 기본조건인 것 같아요. 도시라는 게 그렇잖아요. 일차적인 생산물을 뽑아낼 수 없는 곳이죠. 전기, 물, 먹거리 생각해보면 다 다른 지역에서 오고 있잖아요. 사실 우리는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왜냐면 내가 이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지니는지가 일상의 소비로 드러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마르쉐의 소비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파괴적인 소비가 지금 시대에 많잖아요. 소비의 아주 다른 모습으로는 불매운동이 있죠.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요. 또 하나는 나의 생태계를 스스로 돌보는 소비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르쉐도 그 중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보이는 것, 나의 삶과 생산자의 삶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런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인간의 연결고리만이 아니라 만약 농부라면 그 농부가 어떤 농사를 짓는지 얘길 들어보면서 농부가 흙에 대해 갖는 태도도 다 다르거든요. 그런 얘길 들으면서 소비가 어떻게 거쳐거쳐 나에게 연결되는지 연결고리를 볼 수 있거든요. 소비라는 게 도시생활자들에게 일상에서 매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내 삶을 이루는 것이 무엇일까 -> 내 삶을 어떻게 꾸릴까 

내가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에게 오는가를 아는 것은 곧 내 삶을 이루는 게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내 삶을 이루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한 이유는 다음에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게 항상 고민이라서 그런 부분이 제게 크게 다가왔어요. 마르쉐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것들이 내 세계를 이루고, 이게 그냥 개별자들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어디론가 같이 가고 있다는 걸 느끼면 저는 용기를 받게 되거든요. 인간이든 뭐든 자세히 들어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과 돈 사이의 균형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저의 경우 일이 저를 성장하게 하는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열어주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르쉐@에서는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고 느껴요. 하지만 여전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건 거칠게 말하자면 ‘적절한 보수’예요. 이 돈으로 이 정도의 나만의 시간을 찾기가 되게 힘든 거예요. 시간을 많이 써야 돈을 많이 버는 건 당연한데,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길 원하고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길 원하는 걸까. 그걸 생각해야 조정이 되더라고요. 생각대로 조정이 잘 안 되긴 해요, 일을 하다보면. 일을 하면서 그런 고민은 더 깊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꾸준히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살아남아야지 지속가능한 거거든요. 제가 아까 처음에 얘기했던,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고 꿈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 꾸준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위해서는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기준 같은 걸 내세우는 게 아니라 나는 그걸 가지고 있되, 열어놓고 그냥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것.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로컬푸드, 도시농업에 대한 교육보다 사실 우리가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 까맣게 탄 농부가 “이건 이렇게 이렇게 키운 거예요.”하고 그걸 듣고 살 때 우리가 느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시장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시행착오와 실수를 계속 하겠지만 꾸준히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 계속 고민하죠. 돈과 시간을. 사실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제 개인적 시간이 없는 게 고민이거든요. 그럼 그런 균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구조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마르쉐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시 반복되는 얘기긴 하지만, 그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렇게 힘들게 가지만 이렇게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나와 세계가 이렇게 연결되어있다는 걸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저는 용기를 얻습니다.

 

#발화2.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고민이 많았어요. 발화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을 제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계몽적인 방식이 아닌 같이 이야기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됬는데요. 오늘 저는 제가 살아온 경험을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면서 그 안에서 에코페미니즘의 길이 뭔지 단상을 보려고 해요. “우아하게 가난” 이게 가능한 말일까요? 대출이자로 1원까지 가져가는 자본사회에서 말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장잔고에서 1원까지 뺏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이 없이 활동가 삶을 살면서 메트로폴리탄 서울이란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즘적, 대안적으로 사는게 가능할까요?

단순한 삶 – 시간을 어떻게 쓸까? 귀농만이 답은 아니야

‘심플라이프’하면요, 하루키가 생각나요. 하루키가 재즈카페 했던 건 아세요? 젊은 시절에 하루키도 되게 열심히 놀았어요. 재즈카페 밤에 하면서 소년소녀명작백서 세 권씩 읽고, 동네고양이가 애 낳을 때 고양이 아빠를 잡아주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냈죠. <심플라이프>에 그가 한 명언이 있어요. ‘돈이 없으면 생활이 놀랄 만큼 심플해진다.’ 너무 많이 가진 자가 하는 것 같지만 하루키 부부는 무형문화재처럼 궁핍해서 당시 신문구독도 못했고 당시 냉장고와 청소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냉장고가 없으니까 날마다 장을 보기, 장 보고 돌아오는 길에 헌 책방에서 책읽기, 돈이 없으니까 책 못사죠. 당연히 TV가 없기 때문에 볕을 쬐면서 소년소녀명작전집 읽기. 이런 것들을 하면서 몇 년을 보내요. 그리고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해요. 저는 이랬던 삶이 하루키의 큰 문학적 자산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말 한국에서 되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거든요. 저녁이 있는 삶, 우리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굉장히 심플해요. 노동만 하니까. 다른 게 아니라 노동이 너무 일상을 점령하니까 굉장히 심플해지죠.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는 게 ‘힘들다’ ‘바쁘다’ ‘주말에 못 쉬었다’ 이런 말 많이 듣죠. 심플라이프를 꿈꾸고 단체에 들어온 활동가들 중 5명은 지금 성공적(?)으로 귀농을 했어요. 왜냐면 슬로우라이프라든지, 심플라이프라든지 대안적 삶을 꿈꾸고 단체에 들어왔는데 이 단체의 삶이 그렇지 않은 거예요. 너무 각박하고 힘들도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다들 귀농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달랐어요.

농사를 못 지으면 이런 기술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농촌에 기여할 게 없는 젊은이, 저는 한 마디로 생활기술이 없는 젊은이에요. 그래서 난 귀농 안 되겠다. 귀촌도 안 되겠다. 나는 여기서, 이 자리에서 마음의 유목민 상태를 접어놓고 여기서 심플라이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접한 책이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였어요. 얘네가 짐을 싸요. 여행가는 것처럼 짐을 싸는데, 2주 동안 자신들이 안 썼던 물건을 다 처분하는 거예요. 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 자기 마음으로 짐싸기 연습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심플하지 않으면 자기 삶에서 자기 시간을 들여서 집중할 삶의 주제를 잡지 못하면 인생이 흔들려요. 그리고 대안적인 생활이라든지 에코페미니즘적 생활이 공부로 끝나고 마는 것 같아요. 삶이 되기 위해선 자기 지향성이 확실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돈에 대한 맷집과 ‘행복의 법칙’

저는 여성환경연대에서 8~9년차인데, 작년 초까지 ‘본인 외 개봉금지’라고 쓰인 국가에서 준 서류 받았아어요. 병걸린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회보험 공제에서 온 서류였어요. 월급에서 뭘 많이 떼잖아요. 국민보험도 떼고 연금 떼고 그러는데, 월급 130만원 안 되는 사람인 너희는 많이 떼 가면 안 되는 저소득 노동자이니까 너희한테 얼마를 보조해준다는 거였어요. 국가의 갸륵한 배려인 거죠. 그걸 받았고 요새는 다행이도 직급수당이 있고 호봉이 올라서 그 보험혜택을 못 받는데, 그 정도의 돈을 받고 살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여러 하우스메이트, 언니들과 함께 살면서 저는 돈에 대한 맷집을 키웠어요.

이스털린이라는 사람이 말한 ‘행복의 법칙’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미래에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변곡점, 돈이 많아도 행복해지지 않는 점이 있어요. 얼마정도 될까요? 우리 돈으로 하면 1200만원-1800만원 연봉이면, 자기의 삶의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자원이 있게 되고, 이 이후의 돈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받는 거예요. 사실 삼성을 보면 삼성가가 이건희 씨 집에서 원전사고 터지기 전에 일본의 해산물을 매일 직수입해서 먹었대요. 직접 공수해가지고.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분들한테 저희가 가서 먹는 노량진 횟집이 맛있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저희들이 한 번씩 친구들과 가서 먹는 노량진 횟집은 굉장히 의미가 있겠지만 날마다 좋은 것, 날마다 미치도록 좋은 것을 누리던 사람에게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어요. 날마다 그게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죠.

그렇다고 제가 하루에 1달러 버는 사람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처럼 47억 손배소 걸린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하는 건 기만이에요. 당연히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이 높아지는 삶이 있습니다. 수돗물이 안 나오고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살아야 하고 씻을 수 없고. 인간의 기본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에서는 행복할 수가 없죠. 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건강하고 행복해져요. 이건 명백한 진실이에요. 우리가 그런 수준에 있는지, 자기가 어느 정도 벌어야 행복한지, 그 다음에는 나의 삶과 다른 삶의 질, 관계라든지 다른 걸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 자기 기준을 세워야 해요.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보면, 시간과 돈이 적고 큰것, 우선순위의 높고 낮음으로 자신의 생활을 써 보는 표가 나와요. 우선순위도 낮고 시간과 돈도 별로 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죠. 그런데 우선순위는 낮은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 이런 것들을 어느 수준으로 줄여야 할지 자기가 결정할 줄 알아야죠.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노동 – 자신의 한계를 알고 타인과 관계맺기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아는 것. 자기를 안다는 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게 아니라 자기 한계를 아는 거예요. 어느 정도 숨을 들이켜고 어느 정도 가서 활동을 하다가 어떻게 물 위로 떠오르는가. 이걸 아는 게 자기 한계를 아는 거고, 자기 자신을 아는 거죠.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은 노동을 자기창조적인 이슈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실현의 과정.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저는 자기 한계를 알고 타인에게 배려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기실현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굉장히 그런 것들에 매몰됐어요. 노동은 원래 시지프스적 성격이 있어요. 굉장히 하기 싫은 것, 굉장히 힘든 것. 어쩔 때는 참아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을 어디서 배우겠어요? 연애라든지 함께 살기라든지 그리고 하루에 8시간 이상 해야 하는 노동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에 대해 굉장한 관념들이 있죠. 사실 저는 공부는 노동을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운다고 생각해요. 노동이라는 게 자기 한계를 안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자기 한계를 안다는 건 자기가 어디까지 노동을 해서 어디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 이 부분을 아는 거고요. 자기 적성이라든지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이거는 이번 생에는 몰라요.

나이 들 때까지 항상 자기 자신을 탐험하고 탐구하는 것. 내가 어떤 스타일일까 아는 건 평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마치 10대에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 않다는 것. 자기가 어떤 노동을 즐길 수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럼 뭐 이번 생은 망했고 어차피 힘든 노동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생활이 즐겁지 않아요. 사실 자기가 열정을 투자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 연애상대처럼 첫사랑처럼 어느 정도 설레는 노동. 이런 것 할 때 되게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맞춰야 합니다. 내가 어디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 그렇지만 이 노동의 맥락과 판을 잘 살펴보는 것. 그 다음에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보는 것. 노동을 통해서 자기 한계를 알아서 자기를 배려하게 되고요, 또 노동을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할 수 있죠. 이 노동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디까지 하고 어디서 치고 빠질지를 생각하는 게 삶의 기술이겠죠.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부모론을 넘어 도시 주거에 대한 대안 – 지역공동체, 공동체토지신탁

우선순위는 높은데 돈이 제일 많이 드는 것. 서울에서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 집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3년 전에 망원동에 있는 집을 1억9천에 샀어요. 어떻게 샀냐? 그 시절에 월급은 130이 안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샀냐? 이 얘길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제가 제일 처음 엄마한테, 이거 기승전 부모론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건 대안이 아니에요. 부모론을 이용해서 산다는 게 너무 개인적인 대안이잖아요. 집에 한정해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지역생활권이에요. 공동체 생태계, 경제가 이뤄지는 게 한 500세대가 된다고 해요. 500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데, 자기가 거주하는 공간은 매우 작고요, 외부 공간이 되게 커요. 임대만 가능해요. 소유할 수 없어요. 동네 커뮤니티 카페도 있고 워크숍 공간도 있고 이런 식으로 공동연대를 통해 풀 수 있도록 공동공간을 이용해요. 그렇지만 자기 공간은 가격을 낮추는 거죠. 넘어 갈게요. 다른 하나는 CLT, Community Land Trust예요, ‘공동체 토지신탁’입니다. 이게 정말 에코페미니즘 관점에 맞다고 생각해요. 토지를 과연 누가 소유하는가? 토지가 지들이 만들었어? 토지는 정말 선점해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집은 20년이 지나면 낡아요. 집값이 뛰는 건 사실 건물보다 토지자산이 뛰기 때문이에요. 그 토지 주변에 좋은 학군이 생긴다든지 좋은 공원이 생긴다든지 공동체 자산을 사적으로 취득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하고 영국에서 나온 운동이 땅을 사고 팔지 않고요, 공동체가 소유하되 그 위에 있는 집만 사고파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집값이 별로 비싸지 않아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연결성, 총체성을 보는 것이 바로 에코페미니즘

이런 이야기들이 에코페미니즘하고 어떤 상관이 있나 궁금하실 거예요. 저도 그래요. 그런데 시스템을 당장 뭐든 바꾸면 좋겠죠. CLT도 하면 좋겠고, 지역생활권도 하면 좋겠고 국정역사교과서도 안 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시스템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어요. 시스템이 변할 수 없을 때는 한 개인이 시스템이 되는 것. 자기가 변하기 원하는 대상 자체가 되는 것. 이런 노력으로 살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은 그 안에서도 굉장히 핵심적인 가치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주방세제를 잘 안 쓰거든요. 베이킹소다를 쓰는데, 왜냐면 헹굼물을 받아서 텃밭에 줘야 해요. 합성세제가 들어가면 내가 먹는 배추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렇기 때문에 거의 세제를 쓰지 않아요. 그냥 물로만 헹궈요. 그러면서 순환을 생각하죠. 내가 쓰는 합성세제물이 어디로 가겠구나. 저는 에코페미니즘을 담론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연결성, 총체성을 보는 것. 내가 하는 행동이 어디 가서 어떤 행동이 되고 어떻게 어떤 생명과 맞닿아있는지 굉장히 큰 그림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 능력은 아니지만, 그런 감수성이 담론이 아닌 에코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해요.

 

#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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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자급, 농사공동체, 개발주의, 가부장제, 핵발전소, 동물권, 몸, 여성건강, 외모꾸미기, 도시, 노동, 주거, 소비 등을 키워드로 발화의 형식으로 진행된 생생청춘 에코페미니즘학교가 이로써 끝났습니다. 10월 한달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각 주제를 부여잡고 에코페미니즘과 어떻게 연결 될까 고민만 잔뜩 나눈 시간이었는데요. 결국 뭔가 답답한 이 시대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질 것인가를 자꾸 곱씹어보게 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이 명쾌하게 어떤 담론인지는 아직까지 아리까리 하지만, 적어도 나의 삶의 문제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충분히 떠들어 봤던 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을 띄워놓고 쿵짝쿵짝한 10월, 오가던 이야기와 고민의 실타래가 어떻게 또 연결될지 두근 반 설렘 반으로 기다려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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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일도 안 된 딸을 두고… 그는 왜 스스로 몸을 던졌나

지난 6월 17일 새벽 2시경,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 입구에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신문 배달원이 남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작업복의 ‘삼성중공업’ 마크와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신분을 확인했다. 그 남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이창헌 과장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아파트 추락 자살’로 결론 내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고 이창헌 과장은 사고 전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거제 일대를 배회했다. 평소 못 먹는 소주 1병을 마신 뒤,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 15층에 올라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 유언은 남기지 않았다.

2012년 삼성중공업 연구소에 입사한 이 과장은 2015년부터는 현장 관리부서에서 일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결혼했고, 올 4월에는 딸을 얻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이 과장은 왜 스스로 몸을 던졌을까.

희망퇴직 분위기 속… 상사에게 ‘저 아웃입니까’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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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 악화로 2015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으로 1500명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직원에게는 급여 삭감이 단행됐다. 이 과장이 숨지고 한 달 뒤,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안을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와 일했던 동료는 직장 상사가 이 과장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업무 압박을 줘서 스스로 희망퇴직자가 되게 하는, 이른바 찍어내기라는 것이다.

사고 났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직장 상사가 죽였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사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이 과장을 불러요. 이 과장을 앞에 앉혀놓고 10분이고 20분 초등학생 혼내듯이 엄청 뭐라고 해요. ‘오늘 퇴근하기 전까지 가져와’, ‘내일 아침까지 가져와 내 책상에’ 이런다고요. 전 직장 동료 /음성대역

고 이 과장의 아내 배 모 씨는 “지난 3월에 남편이 ‘오늘 상사가 나한테 짜증을 많이 내시는 것 같다’고 했다”며 “남편이 강하게 표현 안 하는 편이라, 상사에게 오늘 많이 깨진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핸드폰 메모에도 직장 상사에 대한 긴장감이 드러나 있다. 상사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상사에게 “저 아웃입니까”라며 희망퇴직 대상자인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직장 상사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이 과장이 “희망퇴직설이 있어서 말씀드렸다”고 하자 상사는 “없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삼성중공업 측에 희망퇴직에 따른 찍어내기와 괴롭힘 여부를 물었다.

“괴롭힘을 주거나 하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자체 조사를 하신 건가요?
“팀장이나 부서장 쪽에서 이창헌 과장에게다 그런 내용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삼성중공업 홍보팀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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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은 대학 시절부터 우울증약을 먹어왔다. 그런데 숨지기 두 달 전부터는 집중적인 치료가 진행됐다. 지난 4월, 이 과장의 정신과 면담 기록지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증세와 불면증을 느끼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의 휴대폰에는 ‘사람 죽는 높이’를 검색했던 게 남아 있다. 지금 심적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심하게 우울한 것은 1-2주 전부터 그렇다. (2017.6.14 정신과 면담기록지)

부인 배 씨는 이 과장의 죽음을 산재라고 주장했다. 희망 퇴직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해 그런 선택에 내몰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판단 능력이 떨어진 노동자의 자살은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같은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지난 2015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직장이나 업무상의 이유로 자살한 사람은 559명으로 하루 1.57명꼴에 이른다.

산재 입증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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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산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 측에 산재 입증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이 직접 고 이 과장의 스트레스 강도와 초과 근로 시간, 업무량 등에 관한 자료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입증 자료 확보를 위해 배 씨는 남편의 회사 사무실 출입을 요구해왔다. 이 과장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는지, 직장 상사의 압박은 없었는지 등을 그의 사무실의 컴퓨터나 메모에서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측은 배 씨의 회사 출입을 거부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배 씨는 회사 사무실에서 남편의 유품을 챙겨오겠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유품을 상자에 담아 집으로 보냈다. 숨진 지 두 달이 지나 더는 유품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아한 것은 유품 상자에는 2015년 수첩은 있지만 최근인 2016년, 2017년 수첩은 보이지 않았다.

또 배 씨는 경찰에 남편과 관련된 수사 기록 일체의 공개를 요청했다. 2주 후, 경찰이 공개한 수사 기록은 고작 세 페이지였다. 사고 전날 휴가 신청 서류와 이 과장의 석달치 초과근무 신청 내역이 전부였다. 회사 동료들의 진술서, 출퇴근 기록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배 씨는 경찰에 정보 공개에 대한 이의 신청을 냈다.

국회 개정안 냈으나 폐기…인권위 권고에도 5년째 미이행

노동자의 산재 입증 책임에 대한 분담이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실현은 흐지부지됐다. 지난 2011년 국회에 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입증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올라왔으나 당시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국가와 사용자 측에게도 입증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권고안을 냈으나 5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입법 노력과는 반대로 2015년 헌법재판소는 산재 입증 책임이 노동자측에 있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보험재정 건전성 유지와 노동자의 입증이 용이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당시 안창호 재판관은 질병의 오랜 진행과정, 노동자측의 정보 부족으로 노동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8월, 대법원은 산재 입증 책임에 대해 노동자 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 질환에 걸린 노동자의 산재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거부한 것을 두고 “입증 증명이 곤란해진 사정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간접 사실이 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면서 정보 제공을 거부한 회사의 소극적인 자세에 경고한 셈이다.

회사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키를 쥐고 있지만 그 키를 안 풀어주는거 잖아요, 사실. 그로 인해서 가장 기본적인 걸 확인하고 싶어도 확인할 수 없고 회사가 자료를 제출할 의무도 없는 거고. 유족들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안도 없어요. 지금 입증 책임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조차 흐지부지해왔던 것이고 좀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죠. 권동희 노무사

#2. 건강했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이유는?

금호고속 광주지사 소속 버스 기사였던 남편. 아내는 남편이 술과 담배도 멀리한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내는 하루는 새벽에 운전을 마치고 온 남편이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 씨가)새벽 3시에 들어오면서 ‘나 너무 힘들어 나 죽으려나 봐’라고 해요. 또 ‘봐봐 (목이)안 돌아가, 안 돌아가’, 그래서 내가 ‘그러면 얼른 씻고 자야지’ 그랬죠. 힘들어서 그런 줄만 알았죠. 금호고속 버스기사 최 씨 아내

그날 저녁, 남편 최 씨는 광주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최 씨는 큰 수술을 받았으나 쓰러진 지 한 달도 안 돼 숨을 거뒀다. 사인은 모야모야병에 이은 뇌출혈과 뇌경색.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과로사 버스기사의 운행일지…쓰러지기 전날, 약 1000KM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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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운행일지에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최 씨가 쓰러지기 전날인 지난해 9월 28일의 운행을 보면, 오전 9시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된 운행은 다음 날 새벽 2시 40분 광주에서 끝이 났다. 총 거리는 989km, 운행시간만 총 열네시간이다. 최 씨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인 630km보다 1.5배나 길었다. 9월 13일은 1002km, 9월 9일은 1095km, 9월 4일은 913km 등 운행일지 곳곳에서 900, 1000km 운행 거리가 눈에 띄었다.

또 수면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쓰러지기 일주일 전인 9월 22일 운행을 보면 최 씨는 다음날 새벽 1시에 경남 창원에 도착한 뒤, 아침 7시 40분에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전날 13시간을 운행한 뒤 6시간가량을 쉬고 다시 11시간을 운행한 것이다.

이 같은 운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속버스 기사는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특례조항에 적용받기 때문. 이 조항에 따라 운수업, 영화제작업, 방송업 등 26개 업종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만 있다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여야는 지난 7월 광역버스 사고 이후 노선 버스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삭제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또 현재 국회에는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의 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유럽연합은 9시간, 미국은 10시간으로 버스 기사의 하루 최대 운행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최 씨가 숨지고 나서야 버스기사의 휴식시간 보장은 법으로 명문화됐다. 지난 2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버스의 경우 1일 운행 종료 후 연속 휴식시간 8시간을 보장하고, 1회 운행 후 15분 이상 휴게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잇따른 졸음운전 사고에도…과로사의 현장 조사는 생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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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최 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이로써 최 씨의 사용자 측인 금호고속은 1명 이상이 업무로 사망한 중대재해 사업장이 됐다. 금호고속은 관할노동청의 현장조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관할 노동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 때문. 규정에는 추락, 골절 등 안전 사고 같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이 아닌 재해는 현장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안전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노동청이 조사를 안 해도 되는 것이다.

문제는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개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버스 승객과 도로 위 운전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고속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20대 여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 7월에는 광역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50대 부부가 숨졌다.

노동청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통해서 근무시간 변경이라든지 업무 형태 전환이라든지 이런 것을 지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게 회사에서는 강제로 할 수 없거든요. 본인들은 조그만 인력을 가지고 근로자를 많은 시간 일을 시켜서 수익창출을 하려는 구조로 되어 있고 그게 기업의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배연직 노무사/최 씨 사건 대리인


취재: 강민수
촬영: 최형석 김기철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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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일도 안 된 딸을 두고… 그는 왜 스스로 몸을 던졌나

지난 6월 17일 새벽 2시경,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 입구에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신문 배달원이 남자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작업복의 ‘삼성중공업’ 마크와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신분을 확인했다. 그 남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이창헌 과장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아파트 추락 자살’로 결론 내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고 이창헌 과장은 사고 전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거제 일대를 배회했다. 평소 못 먹는 소주 1병을 마신 뒤,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 15층에 올라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 유언은 남기지 않았다.

2012년 삼성중공업 연구소에 입사한 이 과장은 2015년부터는 현장 관리부서에서 일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결혼했고, 올 4월에는 딸을 얻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이 과장은 왜 스스로 몸을 던졌을까.

희망퇴직 분위기 속… 상사에게 ‘저 아웃입니까’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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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 악화로 2015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으로 1500명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직원에게는 급여 삭감이 단행됐다. 이 과장이 숨지고 한 달 뒤,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안을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와 일했던 동료는 직장 상사가 이 과장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업무 압박을 줘서 스스로 희망퇴직자가 되게 하는, 이른바 찍어내기라는 것이다.

사고 났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직장 상사가 죽였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사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이 과장을 불러요. 이 과장을 앞에 앉혀놓고 10분이고 20분 초등학생 혼내듯이 엄청 뭐라고 해요. ‘오늘 퇴근하기 전까지 가져와’, ‘내일 아침까지 가져와 내 책상에’ 이런다고요. 전 직장 동료 /음성대역

고 이 과장의 아내 배 모 씨는 “지난 3월에 남편이 ‘오늘 상사가 나한테 짜증을 많이 내시는 것 같다’고 했다”며 “남편이 강하게 표현 안 하는 편이라, 상사에게 오늘 많이 깨진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핸드폰 메모에도 직장 상사에 대한 긴장감이 드러나 있다. 상사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상사에게 “저 아웃입니까”라며 희망퇴직 대상자인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직장 상사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이 과장이 “희망퇴직설이 있어서 말씀드렸다”고 하자 상사는 “없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삼성중공업 측에 희망퇴직에 따른 찍어내기와 괴롭힘 여부를 물었다.

“괴롭힘을 주거나 하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자체 조사를 하신 건가요?
“팀장이나 부서장 쪽에서 이창헌 과장에게다 그런 내용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삼성중공업 홍보팀 관계자

 이 과장은 대학 시절부터 우울증약을 먹어왔다. 그런데 숨지기 두 달 전부터는 집중적인 치료가 진행됐다. 지난 4월, 이 과장의 정신과 면담 기록지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증세와 불면증을 느끼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의 휴대폰에는 ‘사람 죽는 높이’를 검색했던 게 남아 있다. 지금 심적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심하게 우울한 것은 1-2주 전부터 그렇다. (2017.6.14 정신과 면담기록지)

부인 배 씨는 이 과장의 죽음을 산재라고 주장했다. 희망 퇴직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해 그런 선택에 내몰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판단 능력이 떨어진 노동자의 자살은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같은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지난 2015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직장이나 업무상의 이유로 자살한 사람은 559명으로 하루 1.57명꼴에 이른다.

산재 입증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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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산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 측에 산재 입증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이 직접 고 이 과장의 스트레스 강도와 초과 근로 시간, 업무량 등에 관한 자료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입증 자료 확보를 위해 배 씨는 남편의 회사 사무실 출입을 요구해왔다. 이 과장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는지, 직장 상사의 압박은 없었는지 등을 그의 사무실의 컴퓨터나 메모에서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측은 배 씨의 회사 출입을 거부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배 씨는 회사 사무실에서 남편의 유품을 챙겨오겠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유품을 상자에 담아 집으로 보냈다. 숨진 지 두 달이 지나 더는 유품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아한 것은 유품 상자에는 2015년 수첩은 있지만 최근인 2016년, 2017년 수첩은 보이지 않았다.

또 배 씨는 경찰에 남편과 관련된 수사 기록 일체의 공개를 요청했다. 2주 후, 경찰이 공개한 수사 기록은 고작 세 페이지였다. 사고 전날 휴가 신청 서류와 이 과장의 석달치 초과근무 신청 내역이 전부였다. 회사 동료들의 진술서, 출퇴근 기록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배 씨는 경찰에 정보 공개에 대한 이의 신청을 냈다.

국회 개정안 냈으나 폐기…인권위 권고에도 5년째 미이행

노동자의 산재 입증 책임에 대한 분담이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실현은 흐지부지됐다. 지난 2011년 국회에 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입증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올라왔으나 당시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국가와 사용자 측에게도 입증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권고안을 냈으나 5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입법 노력과는 반대로 2015년 헌법재판소는 산재 입증 책임이 노동자측에 있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보험재정 건전성 유지와 노동자의 입증이 용이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당시 안창호 재판관은 질병의 오랜 진행과정, 노동자측의 정보 부족으로 노동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8월, 대법원은 산재 입증 책임에 대해 노동자 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 질환에 걸린 노동자의 산재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거부한 것을 두고 “입증 증명이 곤란해진 사정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간접 사실이 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면서 정보 제공을 거부한 회사의 소극적인 자세에 경고한 셈이다.

회사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키를 쥐고 있지만 그 키를 안 풀어주는거 잖아요, 사실. 그로 인해서 가장 기본적인 걸 확인하고 싶어도 확인할 수 없고 회사가 자료를 제출할 의무도 없는 거고. 유족들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안도 없어요. 지금 입증 책임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조차 흐지부지해왔던 것이고 좀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겠죠. 권동희 노무사

#2. 건강했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이유는?

금호고속 광주지사 소속 버스 기사였던 남편. 아내는 남편이 술과 담배도 멀리한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내는 하루는 새벽에 운전을 마치고 온 남편이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 씨가)새벽 3시에 들어오면서 ‘나 너무 힘들어 나 죽으려나 봐’라고 해요. 또 ‘봐봐 (목이)안 돌아가, 안 돌아가’, 그래서 내가 ‘그러면 얼른 씻고 자야지’ 그랬죠. 힘들어서 그런 줄만 알았죠. 금호고속 버스기사 최 씨 아내

그날 저녁, 남편 최 씨는 광주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최 씨는 큰 수술을 받았으나 쓰러진 지 한 달도 안 돼 숨을 거뒀다. 사인은 모야모야병에 이은 뇌출혈과 뇌경색.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과로사 버스기사의 운행일지…쓰러지기 전날, 약 1000KM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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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운행일지에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최 씨가 쓰러지기 전날인 지난해 9월 28일의 운행을 보면, 오전 9시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된 운행은 다음 날 새벽 2시 40분 광주에서 끝이 났다. 총 거리는 989km, 운행시간만 총 열네시간이다. 최 씨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인 630km보다 1.5배나 길었다. 9월 13일은 1002km, 9월 9일은 1095km, 9월 4일은 913km 등 운행일지 곳곳에서 900, 1000km 운행 거리가 눈에 띄었다.

또 수면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쓰러지기 일주일 전인 9월 22일 운행을 보면 최 씨는 다음날 새벽 1시에 경남 창원에 도착한 뒤, 아침 7시 40분에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전날 13시간을 운행한 뒤 6시간가량을 쉬고 다시 11시간을 운행한 것이다.

이 같은 운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속버스 기사는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특례조항에 적용받기 때문. 이 조항에 따라 운수업, 영화제작업, 방송업 등 26개 업종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만 있다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여야는 지난 7월 광역버스 사고 이후 노선 버스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삭제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또 현재 국회에는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의 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유럽연합은 9시간, 미국은 10시간으로 버스 기사의 하루 최대 운행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최 씨가 숨지고 나서야 버스기사의 휴식시간 보장은 법으로 명문화됐다. 지난 2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버스의 경우 1일 운행 종료 후 연속 휴식시간 8시간을 보장하고, 1회 운행 후 15분 이상 휴게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잇따른 졸음운전 사고에도…과로사의 현장 조사는 생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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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최 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했다. 이로써 최 씨의 사용자 측인 금호고속은 1명 이상이 업무로 사망한 중대재해 사업장이 됐다. 금호고속은 관할노동청의 현장조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관할 노동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 때문. 규정에는 추락, 골절 등 안전 사고 같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이 아닌 재해는 현장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안전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노동청이 조사를 안 해도 되는 것이다.

문제는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개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버스 승객과 도로 위 운전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고속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20대 여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 7월에는 광역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50대 부부가 숨졌다.

노동청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통해서 근무시간 변경이라든지 업무 형태 전환이라든지 이런 것을 지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게 회사에서는 강제로 할 수 없거든요. 본인들은 조그만 인력을 가지고 근로자를 많은 시간 일을 시켜서 수익창출을 하려는 구조로 되어 있고 그게 기업의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배연직 노무사/최 씨 사건 대리인


취재: 강민수
촬영: 최형석 김기철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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