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선거개혁① 유권자가 ‘호갱’인가?

지역

선거개혁① 유권자가 ‘호갱’인가?

익명 (미확인) | 목, 2015/09/24- 19:12

우리나라의 유권자는 ‘호갱’인가?

실제로 식당 주인이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영업을 한다면, 그 식당은 아마 손님들의 외면을 받아서 얼마 못 가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고분 고분 그 식당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한 신조어)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호갱이 누구냐고요? 바로 우리 유권자들입니다.

이 만화는 지난 19대 총선에서의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그대로’ 적용해 만든 만화입니다. 실제 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5092401_01

위 도표에서 ‘정당 득표율’은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합친 유효 투표수를 정당별로 분류한 것입니다. 새누리당(짜장면)은 43%를 득표했지만 52%의 의석을, 민주통합당은 37%를 득표했지만 42%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통합 진보당과 자유선진당 등 소수 정당들과 무소속 후보들은 20%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불과 7%밖에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거대 정당은 마땅히 소수 정당과 무소속에게 돌아가야 할 13%의 의석, 39석을 실제 자신들이 받은 표보다 더 많이 챙긴 겁니다.

다시 만화로 돌아가 설명하자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100명 가운데 13명은 냉면을 시켰는데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헌법 제 1조 2항이 무색하게도, 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쳐드셈!”이라고 일갈하는 두 거대 정당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짜장면과 짬뽕을 먹는 우리 유권자들은, 그래서 ‘호갱’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2015092401_02

아렌트 레이파르트는 평생 여러 나라의 민주주의와 선거 제도를 연구해 온 비교 정치학계의 석학입니다. 그가 연구한 36개 민주주의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불비례성’이 높습니다. 불비례성이란 실제 의석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유권자 표의 비중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는, 이른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값어치가 떨어지는 셈입니다.

2. 문제는 ‘사표’.. 그러나 비례 대표 비율은 세계 최저

대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민의 왜곡이 벌어지는 걸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사표’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 배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표의 비중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매 선거마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천만 표 가량이 사표가 되어버립니다.

※ 인터랙티브 “지역별 사표 비율은?” (링크)

일반적으로 소선거구제는 지역의 대표성을 충실히 반영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유권자의 정당 선호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는 비례 대표제를 통해 이를 보완합니다. 이런 방식을 ‘혼합형’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정당투표와 비례 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비례대표의 비율이 너무 적어 효과가 미미합니다.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비율은 전체 의석의 18% 정도인데, 혼합형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며보면 턱없이 낮은 비율입니다. 다른 나라의 비례대표 비율을 보면 독일은 50%, 일본은 37-8%, 멕시코도 30% 이상입니다..

3. 선거 제도 개혁 없이 지역주의 타파 없다

소선거구제, 그리고 비례대표 비율이 너무 적어서 생겨나는 이러한 민의 왜곡은, 지역주의가 자라나고 기생하는 숙주가 됩니다. 왜 그럴까요?

새누리당의 아성으로 여겨지고 있는 대구의 경우 의외로 유권자 가운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6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구와 정당 투표를 합한 대구 지역의 2백 7만 표 가운데 새누리당이 얻은 표는 62%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등만 뽑는 소선거구제 덕분에 새누리당은 대구 지역의 의석 12석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62%의 득표율로 100%의 의석을 차지한 것이죠.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은 38%의 대구 유권자들은 원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대표로 새누리당 의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정치 민주연합의 ‘본진’으로 간주되는 광주도 마찬가지입니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107만 표 가운데 58%를 득표했지만 의석수는 8석 가운데 6석, 75%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특정 지역을 한 정당이 수십 년 동안 독점하다보면, 상당수 유권자들은 “다른 당을 찍어봐야 어차피 안될텐데”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정당에 표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냉면을 시켰는데 짜장면이나 짬뽕이 나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아예 처음부터 냉면을 시키기보다는 짜장면과 짬뽕 중 그나마 덜 싫어하는 것을 시키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선택은 다시 특정 정당의 지역 지배를 강화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은 ‘민의 왜곡과 지역주의의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선거제도를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대구에서도 새정치 민주연합이나 정의당 의원이 나올 수 있고 광주에서도 새누리당이나 정의당 의원이 나옵니다. 이는 실제로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선거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사는 지역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입장을 대변해주는 정당에 마음 놓고 투표할 수 있게 됩니다.

4. 내 표의 가치.. 다른 사람 표의 3분의 1?

현행 선거 제도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선거구마다 유권자 수가 너무 차이 난다는 겁니다.

현행 선거구대로라면, 가장 인구가 많은 인천 서구 강화갑의 경우 8월말 기준으로 35만 6백명이 국회 의원 1명을 뽑게 됩니다. 반면 가장 인구가 적은 광주 동구는 유권자가 10만 100여 명에 불과해 똑같은 1표의 가치가 최대 3.5배까지 나게 됩니다.

가장 인구가 적은 광주 동구와 비교하면 내 한 표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아래 걸려있는 링크를 누르신 뒤 사는 곳을 입력하면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인터랙티브 “내 표의 가치는?” (링크)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상황은 “지나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라며 현행 선거구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비율을 2대1 이내로 줄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국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선거구를 다시 정하고 선거 제도도 개편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입니다.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두 거대 정당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득권, 부당 이득을 내려놓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헌재가 주문한 선거구 개편에만 집중하고, 선거제도 개편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할 겁니다.

이번에는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를 양분해 온 두 거대 정당의 이해 관계를 벗어나 “냉면을 시킨 사람에게는 냉면을 주는” 선거 제도, 그리고 영남이든 호남이든 지역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이해관계를 대변해주는 정당을 마음 놓고 지지할 수 있는 선거 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 유권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서울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 진 전 의원이 경쟁하게 된 서울 종로구를 포함해, 전지명 당협위원장과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이 맞붙는 광진갑 등 총 8곳이 선정됐고, 부산에서는 각각 나성린, 김희정 의원의 지역구인...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토, 2016/03/05- 08:48
23
0

서울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 진 전 의원이 경쟁하게 된 서울 종로구를 포함해, 전지명 당협위원장과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이 맞붙는 광진갑 등 총 8곳이 선정됐고, 부산에서는 각각 나성린, 김희정 의원의 지역구인...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토, 2016/03/05- 08:42
30
0

무소속 김대한 DHMG GmbH 대표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마포갑에선 현역 의원인 노웅래 더민주 의원이 3선... 무소속으로는 종로구에 출마한 박세준 힐리바이오 대표의 아들 박병은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뉴스1 ⓒ News1...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금, 2016/02/19- 07:41
6
0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도담도담 도서관’에서 열린 지역주민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강신우 기자)... 출마하면서 그야말로 격전지가 됐다. 이밖에 녹색당 하승수·무소속 박세준·김대한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수, 2016/02/03- 16:48
22
0

아내) 김대한(59.아들) 김휘영(김수덕)(남.74)/경북 영주군 안정면 내줄동/학생/김선동(99.아버지) 우또분(96.... 79)/서울 종로구 내자동/교원/리상옥(73.아내) 김기수(51.딸) 리경애(여.76)/서울 종로 필운동 171번지/부양...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토, 2001/02/10- 11:11
35
0

농업), 김대한(남.59.아들)▲김휘영(김수덕)(남.74.경북 영주군 안정면 내줄동.〃.평양시 낙랑구역 충성1동.... 서울 종로구 무교동.변호사), 홍승호(남.76.형.경기도 수원시 고등동.고려대학 학생), 홍승희(여.72.누이.서울...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금, 2001/02/09- 15:32
21
0

김 예비후보는 서울 종로구에 등록했으나 새누리당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 정인봉 전 의원만을 경선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김 예비후보가 당사를 방문한 것입니다. 그는 사무처...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일, 2016/03/06- 17:58
80
0

김 예비후보는 서울 종로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새누리당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 정인봉 전 의원으로 경선후보를 결정, 후보에서 제외되자 이날 당사를 항의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 예비후보가...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일, 2016/03/06- 11:25
79
0

김 후보는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였으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정인봉 전 의원으로 경선이 압축되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박순봉 기자 [email protected]> |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일, 2016/03/06- 10:50
63
0
15대, 16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 17대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가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구 병에 출마해 당선돼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월, 2016/03/07- 11:26
55
0

재선의 김을동 최고위원에 도전장 던진 김희정 예비후보 “지역상권 경쟁력 강화, 전통시장 활성화 통해... 서울 송파구 병에 출마해 당선돼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올랐다. 반면 김희정 예비후보는 지난 8월 지역구를...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월, 2016/03/07- 11:26
246
0
누리꾼들을 열광시킨 홍종학 의원과 뉴스프로 팀과의 만남 그리고 홍종학의원의 필리버스터 동영상을 정리한 스토리파이입니다.
화, 2016/03/08- 00:44
448
0

경찰이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막걸리 예비후보를 현주건조물침입 혐의로 체포했기... 오세훈 전 시장과 박진 전 의원은 서로 꼭 뭔가 앙금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정인봉 전 의원은 자신의 당협위원장...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월, 2016/03/07- 22:29
161
0
2014 지방선거 지지율로 분석 與野 4%P내 박빙 新접전지로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서울 ‘동남권’이 새로운 접전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동갑·을은 물론 여권의 강세지역으로 알려진 송파구 갑·을·병 지역구가...
화, 2016/03/08- 14:03
83
0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경선, 본선 가릴 것 없이 치열하다. ●박진 “속속들이 아는 토박이 강조” 지난 7일 오후 2시쯤 정장 차림의 정 의원과 붉은색 점퍼 차림의 박진 후보가 종로구 조계사 극락전 앞마당에서...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수, 2016/03/09- 03:26
4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