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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간담회] 한국과 독일의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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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간담회] 한국과 독일의 포퓰리즘

익명 (미확인) | 화, 2017/03/21- 14:43

 

정치발전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공동간담회를 개최합니다.

갈수록 활동이 활발해지는 우파 정치세력의 포퓰리즘에 대해 현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번 간담회에는 에버트재단 베를린본부에서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리히터 담당관과 작센-안할트 주의 에르벤 주의원의 방한 일정에 맞춰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 독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민주주의적 관점에서의 포퓰리즘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제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가신청 : http://bit.ly/kor_ger_populism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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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아닌 시스템 변화를! 사진=Mitja Kobal


지난달 12일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협정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아래로 제한하자는 의욕적인 목표에 합의했다. 이 목표의 달성은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의 절박한 요구였다. 오늘날 빙하가 녹거나 태풍과 홍수로 목숨을 잃는 피해는 평균온도가 0.8도 오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1.5도의 상승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수준일 뿐 안전한 생존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섬나라와 아프리카의 여러 공동체가 “1.5도라면 우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1.5 ℃ – we might survive)”라는 슬로건을 주요하게 외쳤던 이유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 신호탄


196개국이 온도상승 목표에 대해 기존에 합의했던 2도에서 더 나아간 1.5도 아래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이제 모든 지역과 분야에서 매우 시급하고 과감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석유와 석탄을 더 이상 꺼내 쓰지 않는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윤리적이고 법적인 규범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번 파리협정이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이유다. 그저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새로운 기후협정의 타결에 주식 시장은 발 빠른 반응을 보였다. BP나 엑손모빌과 같은 석유기업은 물론 가장 더러운 화석연료인 석탄을 주종으로 하는 피바디나 콘솔을 비롯한 기업의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최근 대형 보험회사인 알리안츠 를 포함해 수백 개의 금융기관과 재단이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흐름에 동참했다.


반면 태양광 기업과 풍력 터빈 제조업체는 사상 최대의 투자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  보고서에 따르면 저유가 상황 속에서도 2015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급속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3,100억 달러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파리 기후총회가 진행되는 중 개발도상국은 야심 찬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기후행동의 리더십을 나타냈다. 아프리카 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00기가와트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도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는 동시에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이다.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 뿐 아니라 전기 없이 살아가는 6억 명 이상의 인구에게 깨끗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태양광 발전을 선택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빈곤국가의 태양광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태양광연맹’을 제안하면서 각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 계획에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가 동참 의사를 밝히며 1조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을 약속했다. 인도는 국내 목표로서 2022년까지 태양광을 100기가와트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불안전한 타협의 결과물


신호탄이 울렸으니 이제 본격적인 경주를 시작할 때다. 목표점도 제대로 잡았다. 선수들은 장거리 마라톤을 위한 채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파리협정이 선수들을 목표점에 도달시키기 위한 트레이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과 우려가 많다.


가장 곤혹스러운 대목은 파리협정이 그 자체로는 온실가스를 단 1톤도 줄이지 못 할 것이란 사실이다. 2주 동안의 협상 결과로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지만, 정작 핵심 조항을 보면 전반적으로 느슨하고 모호한 문구의 합의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후 협상은 장기적 목표, 감축 목표의 법적 구속력 부여, 상향 조정과 이행 점검, 재원 지원 방안, 손실과 피해와 같은 주요 쟁점에서 난항을 겪어야 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상승을 1.5도 아래로 제한하자는 진전된 목표를 담았음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선 명확한 목표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 했다. 지구적 장기 목표를 다룬 조항은 총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가능한 조속히” 달성하는 한편 “이번 세기 후반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 능력의 균형을 이룬다”는 수준에 그쳤다. 긴급한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합의문 초안에는 “2050년까지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0~70%) 또는 (70~95%) 감축한다”는 정량적인 목표를 담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채택되지 못했다.


각국의 불충분한 감축 목표를 강화시킬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새로운 기후협정은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하도록 했는데, 이들 목표가 모두 달성되더라도 온도상승은 3도 수준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선진국의 감축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과 대응 역량에 비해 턱없이 뒤떨어진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각국은 목표치를 상향하도록 하는 강력한 장치 대신 목표 이행에 대한 보고 의무만 주어지게 됐다. 2020년 파리협정이 효력에 들어가기 이전인 2018년 각국의 자발적 감축목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이를 근거로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규정하진 않았다. 지구적 이행점검은 2023년부터 시작해 5년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 재원의 조성 방안도 구체적 합의를 이루지 못 했다. 파리협정은 개발도상국에 시급히 요구되는 기후 재원을 2020년 이전과 이후에 얼마나, 어떻게 조달할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2025년 이전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정량적 목표를 정하도록 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1,000억 달러는 5년 전 칸쿤에서 선진국이 2020년까지 조성하기로 한 기후재원의 목표지만, 이 공약의 달성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후재원에 대해서도 선진국에게 부여된 구속력 있는 책임은 보고 의무로만 한정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입은 취약국가의 상황을 인정하고 지원 체계를 만든다는 내용은 막연하게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에 의해 주도된 선진국의 요구에 따라 저개발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보상과 배상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아예 못 박았다.


기후와 미래의 구조원, 행동하는 세계시민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근간을 이루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기본 원칙은 온난화 문제에 역사적 책임을 갖는 선진국에게 구속력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협정에서는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의 이원화된 구분을 없애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과 재정 지원 대책을 각국의 자율성에 맡기자는 주장이 선진국 그룹으로부터 강하게 제기됐다. 파리 협상 회의장에서 선진국 대표들은 “상황은 변했다”면서 중국과 인도와 같이 배출량과 경제 규모가 큰 개발도상국도 선진국과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면서 압박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1인당 배출량이나 1인당 소득 통계를 통해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감축부터 재원에 이르는 주요 쟁점에서 “어느 국가가 의무를 질 것인가”라는 차별화 문제는 사실상 선진국의 요구대로 관철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공화당 다수의 의회에서 비준을 거부 당할 것이란 이유로 파리협정에 대한 법적 구속력 부여에 가장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한국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강제성 여부는 각국이 정하자는 ‘자체 차별화’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여러 선진국이 공평한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강력한 국제적 수단 없이 각국의 ‘선의’에 맡겨달라는 것은 결국 선진국이 자신의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셈이다. 파리협정을 두고 “목표는 1.5도로 정했는데 계획은 3도의 온난화로 가자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이유다.


따라서 파리협정 타결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쉴 노릇이 아니다. 정부가 알아서 기후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설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화석연료 업계는 이윤을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온난화를 불러올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탄소 자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 어느 편에선가 ‘값싼 화석연료’ 소비가 계속되는 한 채굴과 수송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신호탄은 울렸다. 우리가 출발선에서 달려나가기를 주저하는 사이에 기후변화는 홍수와 가뭄, 폭염과 해수면 상승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기후총회가 열리는 동안에도 인도 남부지방에서 홍수로 수백 명이 생명을 잃었고 영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수만 명이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며 피해는 계속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도록 우린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파리에서 정치인들이 미약한 파리협정의 타결을 자축하는 가운데 수만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아래로부터의 대안이야말로 희망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공동체와 시민들은 화석연료 개발 을 막아내고 거대 기업에 포섭된 정부의 그릇된 정책수단을 거부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변화를 원하는 움직임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공동 소유의 태양광발전을 늘려가고 있고 화력발전과 핵발전 대신 에너지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한 가지다. ‘얼마나 빨리’ 목표점에 도달하느냐다. 박차를 가할 때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의 이 글은 <함께사는길> 2016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함께 사는 길>

화, 2016/01/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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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업그레이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사내 하청 중심의 생산 시스템 재검토해야

 

박종식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 단위 규모의 적자가 조선업과 전방 산업인 해운업에서 발생하였다. 한때 단일 업종 수출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던 한국 조선업 빅3의 엄청난 적자도 놀랍지만, 앞으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울산과 거제에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더욱 당황스럽다. 그리고는 마치 을씨년스러운 유령 도시가 된 것처럼 현지 르포 기사들이 언론사마다 쏟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 은행의 무능과 고용 보험 이외에 변변찮은 실업 대책 하나 준비하지 못한 무대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 한국 조선업을 미래 전망이 암울한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통폐합 방식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불황에 대비한 설비 축소 방식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사양 사업이라는 무책임한 규정

 

한국 조선 산업에 대한 일련의 논의들을 한국 조선 산업의 현재 경쟁력과 고용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진보와 보수 모두 너무나 무책임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조선 산업 위기 및 한국 조선 산업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조선 산업의 진전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 조선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주장들을 살펴보자. 세계 경제의 침체라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한국 조선 산업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조선 산업의 위기는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며, 세계 조선 산업을 주무르고 있는 한중일 조선 산업 모두의 위기이다. 그리고 '사양산업론'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근거는 "한국 조선 산업은 기술력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선박) 가격경쟁력은 저임금의 중국에 밀린다" 또는 "일본이 한국에 조선업 주도권을 넘겨줬듯이, 한국도 중국에 넘겨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두 진술은 모두 구체적인 실체를 찾을 수 없는 막연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일본 조선 산업에 대한 과대평가

 

먼저 일본 조선 산업의 역량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심각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일본 조선 산업은 1970년대 이후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쳐 1990년대 이후 간신히 연명해오고 있으며, 구조조정 결과 설계 인력과 숙련공 부족으로 한국 대형 조선 업체들과 같은 제품 생산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맞춤형 주문 생산'이라는 조선 산업의 특성을 정면으로 무시한 범용 '표준선' 전략으로 해외 선주사들의 외면을 받았고, 그나마 자국 해운업 수요로 버텨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선박 대형화, 메가블록 공법 등의 혁신을 주도한 빅3와 달리 중소형 선박, 그 중에서도 수요는 가장 많으나 가장 단순한 선종인 벌크선만을 자동차 찍어내듯이 만들어 왔다. 그런 일본 조선 산업은 반복 제작 경험을 통해 확보한 연비 절감 등 일부 친환경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초대형 선박, 고부가가치 선박 경험 자체가 일천한 일본 업체들이 왜 한국 조선 업체들보다 기술력이 낫다고 하는지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일본 조선 산업의 쇠락 과정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설비축소 방식의 구조조정, 숙련공과 엔지니어들이 조선 업종을 떠나게 하는 구조조정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조선 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했다가 2000년대 이후 한국에 추월당한 이후 2003년에 조선업을 '필요 산업'으로 재규정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더 나아가 중국 조선업에도 추월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일본 사례를 통해 조선 산업에서 설비 축소, 숙련공과 엔지니어들에 대한 인력 감축이 일단 진행되고 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과거 일본 조선 산업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미쓰비시, 가와사키, 히타치 중공업 등이 조선업에서는 거의 발을 빼고 나서, 최근 이마바리조선과 같이 과거에 들어보지 못했던 중형급 조선 업체들이 일본 조선 산업의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조선업 불황이 무색하게 지난 1~2년 동안 수백억 엔 설비 투자로 조선업 전성기 회복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력 감축의 여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엔저를 무기로 수주가 늘어나면서 중국에 빼앗겼던 벌크선 시장을 되찾고는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추가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만큼 조선 산업에서 숙련 인력의 확보는 중요하다.

 

아직 낮은 수준의 중국 조선 산업

 

다음 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는 마찬가지로 과대평가되고 있다. 중국 조선 산업은 국수국조 원칙에 기반을 둔 노후 선박 해체와 신규 선박 발주에 대한 자금 지원, 해외 선주사들에 대한 초저리 선박 금융 혜택 등 국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통해 국제 경쟁력 기준으로는 이미 망했어야 할 조선 업체들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조선 업체들에 물량을 몰아주면서 선박 건조 경험을 축적하게 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 및 일본과 큰 차이가 나고 있다.(일본이 엔저로 조선업 부활 기미가 보이면서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중국 조선업은 한국과 일본 조선 업체들이 '혁신'(일본 조선 산업은 용접공법의 도입, 한국은 메가블록공법, 선박 대형화 주도)을 통해 조선업종 주도권을 장악했으나, 중국은 이와 같은 한일 조선 산업의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 조선 산업이 기능 인력 측면에서 '직영 숙련공 양성->사내하청 활용 확대' 방식으로 성장해 왔는데, 중국 조선 산업은 2000년대 이후 한일 조선 산업의 '사내 하청 활용 확대'만 모방을 하면서 중국 조선 산업은 숙련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농민공 출신의 하청-파견 노동자들이 높은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에서 앞으로도 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고용 측면에서의 성장 전략으로 한동안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조선 산업은 숙련 노동력도 부족할 뿐 아니라 작업관리 수준이 매우 낮아서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선박 제작 기간도 길어서 저임금의 가격 경쟁력도 없을 뿐 아니라 제품 품질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중국 조선 업체들이 제작한 선박들은 한국 일본산 선박들보다 보험 수리 청구 비율 등이 매우 높아 선주사들과 보험 회사들의 불신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조선 산업의 약 90%를 한중일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조선 산업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알게 되면 당분간은 중국과 일본이 한국 조선 산업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지금 조선 산업을 접거나 '빅3'를 '빅2'로 인위적으로 재편하는 일본식 구조조정을 할 이유가 없다. 이미 2009년 이후 20여 중형급 조선 업체들이 시장논리에 의해 대거 몰락하면서 한국 조선 산업 생산 능력은 크게 축소된 상태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더 이상 일본식으로 설비 축소 구조조정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조선 산업은 위기가 분명하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선 산업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중국과 일본 정부는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made in china 2025', 일본 정부는 2011년 '조선업의 활력 재생을 위한 기본 지침'을 통해 조선 산업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이에 중국 일본 조선 업체들은 설비 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는 잘못된 사양산업론에 기반을 둔 구조조정 시도보다는 지금이라도 노동자와 사용자들을 불러 제대로 된 발전 전략을 고민을 통해 한국 조선 산업의 질적인 도약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조선 산업은 지금 '다른' 구조조정, 고용과 인력 차원에서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있다. 설비 구조조정으로 빅3와 6~7개 중형급 조선소로 재편된 한국 조선 산업은 벌크선과 같은 단순 선종 중심의 성장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조선(해양)산업은 고부가 가치 제품 생산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잠시 고용의 관점에서 한국 조선 산업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주요 대형 조선 업체들이 모두 회원사인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1990년 직영(원청) 기능직 인력은 3만5000여 명이었는데, 2014년도에도 여전히 3만5000여 명으로 그대로이다. 반면 사내하청 기능직은 1990년 7천여 명에서 2014년 12만 7000여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즉, 한국 조선 산업은 인력 면에서 봤을 때 사내하청 중심으로 성장해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조선 해양 산업이 향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사내 하청 노동자를 대거 활용한 생산 시스템에 대한 발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내 하청 중심 생산 시스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2000년대에는 성공적이었던 사내 하청 중심의 생산 시스템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신호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탈도 많은 해양플랜트 사업부에서는 제작공정의 90~95% 가량을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맡기다 보니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공기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사보에서 작년에 공기 지연, 불량률 증가 등으로 인한 손실이 6000억 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작년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표이사는 사내 담화문에서 해양플랜트 쪽에서 (하청) 인력 관리에 실패했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조선 업체들이 작업장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내하청을 너무 많이 투입하다 보니 정상적인 작업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그나마 제작 경험이 풍부한 상선은 낫겠지만 제작 경험이 부족한 해양 쪽은 작업장 관리 노하우도 부족한 데다 사내 하청은 더 많이 활용하면서 관리의 실패, 공기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또한 적자로 이어진다. 나아가 외국 선주사들 중에서도 직영과 하청의 기량과 품질의 차이를 인지하고서 문제제기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국 조선 업체들의 '사내 하청 중심의 생산 시스템' 운영을 재검토하여,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직영 기능직 인력들을 기반으로 작업장 및 품질 관리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중국과 일본 조선 산업이 추격하고 있는 현재, 이와 같은 조선 산업 고용 및 제품 업그레이드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한국 조선 산업은 외부 경쟁 때문이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몰락할지 모른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할 이유는 없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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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수, 2016/05/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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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탈북 북한 식당 종업원(이하 탈북 종업원)을 둘러싼 기밀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현재 당사자 13명의 목소리를 배제된 채, 이들이 처한 상황에 관한 수많은 추측과 주장, 반론이 난무하고 있다.

탈북 종업원 13명은 수개월 동안 가족과 연락을 취하지도, 자신의 선택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어, 과연 이들의 기본권이 존중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탈북 종업원들이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직접 선임한 변호사와 면담할 수 있도록 이들을 즉시 합당한 시설에 수용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과 북한 양측 정부에 이들 여성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양측 모두 회신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탈북 종업원 13명은 2016년 4월 초 한국에 들어왔으며, 현재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시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는 물론, 국선변호사와 극소수의 국내 비정부단체를 제외하고 국정원이 허가하지 않은 시설 밖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서한을 통해 13명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정황에 대해 양측의 주장에 큰 차이가 있고, 당사자들의 해명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왜 한국에 온 것인지, 또는 전원이 자발적으로 탈북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양측 정부에 이들의 이동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이동의 자유는 자국을 포함해 어느 국가든 자유롭게 출국하고 귀국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탈북 종업원 13명의 동료 직원이었던 한 사람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2016년 4월 20일 TV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일하는 동안 여권을 직접 관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식당 종업원들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받았을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에 이러한 주장과 그 외 고용 환경과 관련해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국가는 개인의 자유권과 안전권을 존중해야 하고, 자의적 체포 및 구금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권리는 국적과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난민과 비호신청자,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있다. 또한, 자의적 구금 금지는 국제관습법에 명시된 원칙으로,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으며 전쟁 중에도 해당한다.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은 누구나 구금의 정당성 여부 검토를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권에 요청할 수 있다.

구금된 사람은 누구나 외부와 소통할 권리가 있다. 다만, 합법적인 목적에 따르는 경우 타당한 조건과 제한을 둘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정착 지원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소통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이 부당한 자의적 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구제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올해 초 발표한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은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앰네스티는 국경에 상관없이 가족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탈북 종업원 13명 사건에 대해 가족 간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이들과 그 가족들의 기본권과 다름없는 만큼, 연락이 가능하도록 남북 양측이 건설적이고 협조적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영어전문 보기

South Korea: End secrecy surrounding North Korean restaurant workers

The South Korean authorities need to lift the veil of secrecy surrounding the North Korean restaurant workers. There has been much speculation, claims and counter-claims as to the group’s plight, but what is missing from this story are the voices of the 13 workers.

For months they have been denied contact with their families or lawyers of their choosing, raising questions as to whether their basic rights are being respected.

Amnesty International has urged the South Korean authorities to promptly grant the individuals reasonable facilities to communicate with their families and legal counsel of their own choosing. Amnesty International has written to both the governments of South Korea and North Korea seeking information about the 12 women and their manager who were previously working in a North Korean-owned restaurant in Ningbo, China. Unfortunately to date, we have not received a reply from either government.

According to information provided publically by the South Korean authorities, we know the 13 individuals arrived in South Korea in early April 2016, and are currently under investigation in a facility operated by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 of the country.

As far as Amnesty International has been able to confirm, the individuals have not been allowed to contact their families in North Korea, nor others outside the facility beyond those approved by the NIS, such as the government-appointed lawyers and the very few government approved domestic NGOs.

In our letters, we noted that the accounts given by the two governments concerning how the 13 individuals came to depart China and arrive in South Korea are very different, and since the individuals’ own explanations remain unknown, it is very difficult to determine the nature of their travel and whether or not all of them travelled to South Korea voluntarily.

Amnesty International reiterates that all governments must respect the freedom of movement of these individuals which includes the right to freely depart from any country, including their own, and to return to their country.

In a TV interview on 20 April 2016 a co-worker of the 13, who had returned to Pyongyang, said that the workers themselves were not in control of their passports while working at the restaurant in China. If true, this would put these individuals at risk of having their right to liberty of movement restricted. Amnesty International asked the North Korean government for further information about this and about the other conditions of their employment.

Likewise all governments must respect the right to liberty and security of person and protection from arbitrary arrest and detention.

These rights apply to everyone, including refugees, asylum-seekers and migrants, regardless of their nationality and legal status. In addition, the prohibition of arbitrary detention is a rule of customary international law, and is applicable to all states, even during war. Any individuals deprived of their liberty are entitled to have that detention reviewed by an independent and impartial judicial power to determine if it is lawful.

Everyone in detention has the right to communicate with the outside world, subject only to reasonable conditions and restrictions that are proportionate to a legitimate aim. By denying this communication to those in the settlement support proces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may be failing to protect and ensure the rights of these individuals, including the right to be free from unlawful and arbitrary detention and their access to remedies.

In our report, Connection Denied, released earlier this year, on the restrictions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freedom of information in North Korea, we emphasized the right of every person to communicate freely with family members, regardless of national boundaries.

In the case of the 13 restaurant workers, we urged the governments of the two Koreas to work constructively and collaboratively to facilitate communication between family members, as this is nothing short of a basic right of the individuals and their family members.


금, 2016/07/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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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한국정부 북한 관련 뉴스 보도 작태 비판 – 대부분 북한 뉴스 국정원이 생산 후 언론에 흘려 – 외국 언론들의 사실확인 철저히 거부하는 국정원 – 북한 보도 작태 우려하는 전문가 인터뷰 함께 실어 남한의 북한 보도의 작태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실랄하게 비난했다. 지난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서울발 보도를 통해 그동안 한국언론이 북한 뉴스에 대해 취한 행태를 ‘소문, ...
일, 2016/09/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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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카운터펀치>,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역할 제시 – 북한의 핵 협상안 거절한 오바마 정부 – 미 정부 이중적 태도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불신 야기 – 중국에 대한 편견으로 오히려 북한에 힘 실어준 미국 우리가 접한 뉴스에 의하면, 북한의 핵개발은 철저히 북한의 잘못이고 북한의 핵무장으로 위기에 처한 한반도를 구원할 존재는 오로지 미국뿐이며 이런 프레임이 우리 뇌의식을 ...
수, 2016/09/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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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캐나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망 상태 – 중국과 한국,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퇴보 위험 수위 – 한국, 한때 민주주의의 보루였으나 현재 민주주의 사망상태 – 박 대통령 하에서의 인권 탄압 상세 보도 허핑턴포스트 캐나다는 6일 ‘동아시아 민주주의 퇴보, 인권 위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과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퇴보를 예로 들며 동아시아의 인권상황 악화에 더 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
수, 2016/10/1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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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집회 현장에 질서유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2014년 2월 25일. © 박마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집회 현장에 질서유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2014년 2월 25일. © 박마리

국제앰네스티는 11월 5일 새로운 정책보고서 ‘국제인권기준에서 본 한국 내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발표하며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국제인권법 및 헌법상의 의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내법 규정 및 관행은 국제인권기준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신고 집회 주최나 신고 범위 일탈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특정 장소 및 시간대에 대한 일괄적 집회 금지, 당국에 교통소통 등의 사유로 광범위한 제한을 부과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는 점 등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의 다수 규정들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완전히 향유되도록 보장해야 할 한국 정부의 국제인권법기준상 의무에 배치되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권리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특권이 아니다. 하지만 단지 미신고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최자가 처벌되고, 경찰이 집회를 금지∙제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집회의 자유는 사실상 경찰의 허가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라고 밝혔다.

또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정책보고서에서 집시법상 집회 해산 요건이 국제인권법기준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점, 집회 현장에서의 차벽 사용, 대규모 경력 배치, 집회 해산시 물대포가 운용되는 방식 등 경찰의 집회 관리 전반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지 미신고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최자가 처벌되고, 경찰이 집회를 금지∙제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집회의 자유는 사실상 경찰의 허가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

김희진 사무처장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제1차적 임무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도록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압장비로 중무장한 대규모 경력 배치, 광범위한 차벽 사용 등 경찰이 집회 관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더 우려되는 부분은 집회시 불법적 물리력 사용에 대한 책무성 담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 전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가 지난 9월 25일에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경우, 아직까지 과도한 물리력 행사에 대한 책임으로 정식으로 기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더 늦기 전에 불법적 물리력 행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보고서 발표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 실태에 대한 우려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해 한국의 자유권규약 이행상황 전반을 점검한 뒤 채택한 최종견해에서 실질적 허가제로 운용되는 신고제도, 과도한 물리력 행사, 차벽 사용 등에 평화적 집회의 권리가 심각히 제한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으며, 올해 초 한국을 방한한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역시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치안 당국과 입법자들이 이번 정책보고서에 담긴 권고들에 귀를 기울여 한국 내 모든 사람이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도록 법률과 관행상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 2016/11/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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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메르스, 백남기. 지난 4년 동안 한국 사회는 수많은 죽음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늘 ‘창조’란 말을 반복했으나 오히려 ‘헬조선’을 탄생시켰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통합진보당 해산 등등, 박근혜 씨는 역사를 유신 시대로 되돌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현 직무정지)은 최순실 일당과 함께 대한민국을 “이게 나라냐”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습니다. 수백만 시민의 촛불이 이뤄낸 한국판 명예혁명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제 4년 만에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캄캄한 터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권을 다룬 보도 영상을 통해 우리가 지나왔던 암흑의 세월을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금, 2016/12/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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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 5명의 대선후보에게 한국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8대 인권의제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후보자의 의견과 공약 반영여부를 묻는 서한을 6일 발송한다.

후보자에게 질의하는 인권의제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 ▲표현의 자유 보장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 ▲이주노동자의 권리보호 ▲비호신청자와 난민보호 ▲북한과의 인권대화 추진 및 남한 내 북한이탈주민의 권리 존중 ▲성소수자(LGBTI) 권리 보호 ▲사형제도 폐지 등 8가지이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주요한 인권분야에서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제앰네스티는 <2016/17 연례인권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는데 실패했고, 사회의 소수자들(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북한이탈주민, 난민 등)의 인권이 침해 당하는 동안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기본적 권리와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기준을 무시하는 리더가 어떻게 인권 성과를 하루아침에 후퇴시키고,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한 “후보자 시절부터 여성혐오,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추진하는 법안들이 인권 침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처럼, 각 당 후보자들의 인권 보장에 대한 의지와 공약을 확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의 인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새로 선출될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각 의제마다 한국정부에 권고한 내용에 대해 정책추진 여부(추진, 일부 추진, 추진 불가 표기)와 그 이유를 묻는 질문지를 보내며, 답변은 서한 발송일로부터 일주일 뒤인 4월 13일까지 취합할 예정이다. 취합된 답변은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amnesty.or.kr) 및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페이스북: @AmnestyKorea 트위터:@AmnestyKorea)을 통해 수일 내로 공개될 예정이다.<끝>

목, 2017/04/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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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른백년의 고정 필진인 S. Costello의 이번 글은 The Korea Times의 5월29일자 칼럼 ‘Will Moon put Korea first?’ 에 실렸습니다)

지난 수 년동안 한국의 지도자들에게 요구됐던 것처럼, 문재인정부도 한국이 중진국가로 활약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중국 역시 ‘중국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때라서, 한국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한국이 이번에도 대외 환경에 굴복한다면, 한국은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한국이 한반도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때는 1998-2003년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2001년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뒤집는 바람에 한국의 역할과 잠재력은 제한됐었다. 비핵화 협상은 사라졌고, 공허한 일방주의가 득세했다.

그래서 실제로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간은 1998-2000년까지 단 3년 뿐이었다. 이 짧은 ‘황금의 3년(golden trial)’ 동안 주변 열강들은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특히 당시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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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문제해결이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부시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문제해결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후진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극단적인 과거 정부에서 버려졌던 계획들을 재개하면서 다시 경제적, 지적으로 역동성을 갖게 됐다.  인물과 아이디어가 다시 활용되면서 묵혀 있던 잠재력이 다시 드러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이 이런 확신을 주고, 새로운 외교안보팀이 큰 진전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먼저 주위의 의견을 경청하고, 어려운 이슈에 대해 교통정리를 하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외교에서는 정중한 것이 때론 순진한 것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시점에 문재인 정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있는 관계자에게 직접,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벌써 일이 그렇게 진행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아직 그런 신호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몇 가지 사실에 근거한 메시지가 나올 필요가 있다. 혹시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간단히 정리해본다.

첫째,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압력은 치명적인 오해에서 비롯됐다. 먼저 남북간 합의를 깨뜨린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그 이후로 줄곧 미국은 합의 파기가 북한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북한은 꾸준히 미국이 정직하고 실용적인 대화에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16년동안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을 인정하게 하려는 압력과 제재는 정당성이 없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관계를 다룰 전문가와 지식이 부족해 과거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최고의 압력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라는 방침은 정책이 아니라 위험한 환상에 불과하다. 차라리 ‘전략적 지리멸렬 3.0’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과거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어떤 변화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게는 그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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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한반도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도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셋째, 이렇게 책임공방을 하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U.N. 시스템을 활용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을 가했지만, 그런 태도는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북학은 진심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통한 관계 개선을 열망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넷째, U.N.과 중국 등은 꾸준히 미국을 설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거듭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과거의 성공한 협상에 버금가는 방식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한, 미 양국의 특사단 방문에 대한 보도를 보면, 한국은 과거 미국과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을 포기하고, 여건이 무르익으면 대화를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이상의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 그런 신호는 없다.

과거 1990년대의 합의는 잘 배분된 책임에 따라 그런대로 잘 작동했다. 미국은 비핵화 대화를 주도했고, 한국은 경제협력을 주도했다. 북한의 안보가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에 한국은 여기에 간섭하지 않았다.

17년 전, 김대중은 김정일에게 이렇게 말했다.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만족시켜라. 납치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만족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어느 누구도 도울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모두 전 정부의 실수로부터 자유롭다. 과거와 같은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제제와 압력은 시간낭비이고, 아무 실익이 없다.

특히 두 정부 중 한 정부는 국익에 근거해 대북압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췄고, 이에 근거해 새로운 주도권을 실행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인물을 갖고 있다. 그 정부는 바로 문재인 정부이다.

월, 2017/05/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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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의아한 점이 하나 있다. 서울에는 훌륭한 고등교육을 받고 하버드와 예일, 스탠포드 등에서 유학한 사람들과 함께 기계공학부터 공공정책, 외교 등에서 뛰어난 지식과 식견을 갖춘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한국은 국제이슈에 관해 자국만의 비전과 시각을 제시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한국 인재들은 북한 및 동아시아 이슈에서 훨씬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프린스턴 대학의 존 이켄베리 등 미국 전문가가 쓴 글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데 온 힘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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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CSIS에서의 발언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외신’이라는 외피를 쓰고, 국내에 들어와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진은 CSIS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세미나 장면.

지금 미국 정부가 어떤 정책도 제시할 능력이 못 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라도 이 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대통령직을 떼돈 버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억만장자 무리와 이들의 충성스런 부하, 국익보다 금융자본을 위해 일하는 전문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서 미국은 정국 마비를 겪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은 일본과 중국, 북한 상황 변화에 대해 유의미한 대응은 고사하고 자국을 위한 장기계획조차 구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베 정권의 권위주의 확대를 미화하고, B급 영화에 나온 김정은의 희화화된 이미지를 내보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추격에 대해 어두운 암시를 던지는 게 현재 미국 정책의 기조다. 여기에는 미국의 제도 쇠락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실 부정이 깔려 있다.

외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지식인들

한국의 대통령은 전세계 어느 정부보다 확실한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독립적 정책 구상 및 동아시아 미래 제안을 위한 전문성과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 방향을 찾으려 한다면, 오히려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경제와 거버넌스, 안보 및 외교에서 미국보다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은 서구, 그 중에서도 미국에 그렇게 의존하는 걸까?

중국과의 관계개선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중국 정치 및 경제를 심오하게 이해하며 고등교육까지 받은 인재가 훨씬 더 많다. 고립주의를 신봉하며 철저하게 반-지성적인 트럼프 정부가 워싱턴에 자리를 잡고 앉은 만큼,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쪽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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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집단의 대미종속은 대다수가 미국 유학파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미국 유학을 했다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미국의 지식을 국내로 수입하는 오파상에 그칠 뿐,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제에 대해 전혀 독립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 대학의 소장파 교수들을 보면, 오로지 SSCI 저널에 논문을 기고해야만 평가 받는 가혹한 시스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잘못된 가정 속에 수립된 미국의 외교정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깨달은 것 같다.

스스로도 핵확산방지조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만 강조하는 미국의 모순은 미국 학자들의 논문에서 결코 언급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한국 교수들은 이들의 논문을 인용해야 한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고 행동하면서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미국의 말도 안 되는 주장도 받아들여야 한다.   

미사일과 항공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를 비롯한 지구적 위협에 대해 논의하도록 새로운 장을 열어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안보 정책을 만들어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실질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주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이론을 구축할 능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서글픈 수동성이 한국의 정책 입안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식민지 문화의 사고 습관

물론 별다른 능력 없이도 높은 자리로 올라온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 소수가 미디어와 정책을 장악한 상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체계가 쇠퇴하고 지적 탐구 대신 물질적 소비를 우선시하는 전지구가 겪게 된 현상이다.

그래도 이 문제는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다. 

필리핀을 살펴보자. 한국보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훨씬 낮은데도 미국을 상대로 솔직하게 자기 주장을 한다.

수빅만 해군기지를 폐쇄했고,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에는 미국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도 했다. 미성숙한 행동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끝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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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필연적으로 둘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필리핀과 미국의 관계가 파탄나는 건 아니다. 모두 국익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발언을 하는 것이다.

한국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오랜 식민지배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겉으로는 ‘문화통치’를 내세우며 유화정책을 펼쳤던 일본은 이면에서 무서운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부드러운 가죽장갑 안에 쇠주먹을 감춘 일본 식민당국의 지시에 따라 한국의 지식인과 공무원은 우선순위와 생각을 조정해야 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의 문화와 지시를 과도하게 존중하는 자세가 한국인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미국 지식계급의 심각한 쇠락과 정치문화의 대대적 후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미국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확실히 이런 선입견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나 독일,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심지어 영국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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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나라, 그런 ‘천조국’은 더 이상 없다. 그런데도 한국인들, 특히 한국의 지식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환상 속에서 미국을 추종하고 있다. 이 그림은 이 글의 필자인 페스트라이쉬 교수와 김기도가 함께 디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뛰어난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의 지식계급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미국의 터무니 없는 요구를 따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를 식민시대 사고방식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강대국을 섬기는) ‘사대의 예’ 관행이 있다. 이는 과거 한국과 중국의 관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는 사신을 중국에 보내 중국 황제에게 공물을 바쳤다. 유교의 예에 의거해 중국의 천자만이 천제를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조선의 왕은 자국 영토에서조차 천제를 지낼 수 없었다.

분단국가의 사고 습관

또 다른 문화적 원인이 있다. 두 개의 정치∙이데올로기 체제로 나뉘어진 분단 국가라는 현실이다.

서울 도심을 별 생각 없이 걸을 때에는 북한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북한에 관한 언론 보도는 많지 않고, 대화 중 북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국의 문화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말로 꺼내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북한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스러움’을 만들어 내며 다수의 한국인을 지배하고 있다.

어디에서든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의 문화구조를 미묘하게 뒤틀고 한국인의 사고를 은밀하게 왜곡시킨다. 한국이 부자연스러운 분단국가로 남고 북한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는 한, 이런 왜곡 또한 지속될 것이다.  

북한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부인해도 분단의 비극이 한국에게 엄청난 정신적∙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분단이 한국이란 국가의 핵심을 구성하기 때문에 한국민은 한국의 교육과 경제력, 오랜 문화적 전통을 하나로 모아 온전히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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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은 한국인의 사유를 제약하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이다. 한국의 좌우가 사회경제적 입장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태도로 결정난다는 점을 보더라도, 한국인의 사유에서 분단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다.

60~70대 한국인들은 한국의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최고 업적이자 자부심으로 꼽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조선은 현실과 동떨어지고 독재적인 양반 계급의 지배를 받으며 추상적 유교 철학에만 집착했다. 이들은 근대화에 실패했고, 결국 나라는 구제불능의 수준으로 뒤처졌다.

다행히 이후 비전과 의지를 갖춘 유능한 지도자들이 나와서 서구 기술과 노하우를 한국에 도입했다. 이들은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1960~70년대 한국의 현대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내러티브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가진 뛰어남을 완전히 무시할 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을 쓸데없이 슈퍼맨급 영웅으로 미화시킨다.

중요한 건 이런 주장이 식민시대 정당화를 위해 사용했던 논리와 동일한 흐름을 가진다는 점이다. 주체와 연도 등 세부 내용만 약간 고친 정도다.

1930~40년대 한국의 ‘현대화를 돕기 위해’ 일본이 개입한 것처럼, 1960~70년대 한국의 ‘현대화를 돕기 위해’ 박정희 등이 나섰다고 말하고 있다. 잘못된 역사관을 고치지 않고 국가 발전을 위해 기울였던 17~18세기의 수많은 노력을 한국 역사에서 삭제한 채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내보이는 것이다.        

문화 전통을 완성하지 못하고 공백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서구문화를 비이성적 수준으로 미화하고 개발과 외교, 안보뿐 아니라 도시계획과 설계에서까지 자체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게 힘들어졌다.

그 결과,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을 졸업한 고학력 지식인들은 한국에 대해 자신보다 잘 알지 못하고 유능하지도 않은 미국 정책입안가의 잘못된 가정을 기반으로 신문기사를 쓰고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제안한다. 

제국 운영 경험이 없는 ‘좁은 세계관’

마지막으로, 19세기 식민주의의 진정한 본성을 파악하고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찰해야 한다.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한국의 야망은 19세기 국가 건설에 사용됐던 제국주의적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업 경제력과 자연자원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킨다는 원리는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열강들의 치열한 경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제국주의적 역학관계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증가 추세에 있는 갈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현대 한국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

한국이 뛰어넘고 싶어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은 20세기 복잡한 제국주의 체제를 완성한 바로 그 국가들이다. 미국의 경우 1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제국주의 야욕을 자제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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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제국을 운영했던 경험은 그들에게 세계적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시각을 갖도록 했다. 제국주의의 일방적 피해자였던 한국에게는 그런 제국 경영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세계 속에서 자신을 보는 세계시민적 관점이 부재하다.

식민지를 보유해야 하는 제국주의는 지난 150년간 프랑스나 일본 등의 정치 및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익에 영향을 주는 식민 영토가 해외의 먼 곳까지 퍼져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국 문화의 가치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복잡한 관료제를 구축했다.

이들 열강은 자국의 예술과 문화, 철학, 거버넌스, 역사가 가지는 우월성을 찬양하는 문헌으로 학문적 토대를 구축했다. 식민지 시민을 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한국은 이런 식민화의 피해국이었다. 해외에 자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노하우를 구축할 시간도 없었다.

한국의 위대함에 대해 다른 문화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신화를 만들어 내지도 못했다. 물론, 다른 국가와 달리 자국의 문화를 번드르르하게 소개하지 않는 소박함이 한국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제국주의적 전통이 없기 때문에 한국은 불리한 입장에 있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은 지난 140년간 끊임없는 편집과 보완을 통해 외국인을 위한 자국어 교재를 개발했고, 해외에서 자국의 ‘팬’을 키워내기 위해 장기적 계획도 수립했다. 문화를 통한 정치에 통달한 셈이다.

한국은 1990년대 와서야 문화를 본격적으로 해외에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내실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는 한국인들

앞선 세 가지 요소는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자국 문화와 지정학적 입지에 기반한 고유의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일본과 미국 정계에서 자신의 이익만 지키려는 소수 군벌과 억만장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을 배제하고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은 이 중대한 문제를 진중하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한국이 안보 및 외교에서 고유의 역사∙문화 인식을 바탕으로 자국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어는 단 한 마디도 모르면서 자칭 ‘한국 전문가’라 주장하는 워싱턴의 학자 및 정치인이 강요하는 내러티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비극적 상황만 빼고 보면, 정말 한 편의 코미디가 아닌가.

화, 2017/06/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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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도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국제앰네스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관련한 어떠한 형태의 조사도 착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에 대하여 국제앰네스티가 파악하고 있기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혹은 다른 인권을 침해 받았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앰네스티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다른 수많은 인권문제와 함께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볼 것입니다. 현재 국제앰네스티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사안은 표현의 자유와 경찰력 사용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성소수자 차별금지 / 사형제도 폐지입니다.

끝.

금, 2017/07/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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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평화적 집회권 보장방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경찰이 집회 대응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을 ‘관리, 대응’에서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은 기념비적인 진전이다. 이 같은 전환은 국제앰네스티의 오랜 요구이기도 했으며, 경찰은 이러한 조처들이 실제 전면적으로 이행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집회 해산 요건이 강화된 부분, 또 특히 살수차 및 차벽 사용에 대한 통제가 엄격해진 것은 경찰의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물리력 행사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시위의 대상이 보이고 들리는 곳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이 촉진될 것이다.”

“이번 집회시위 보장 권고가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특정 시간 및 장소에서의 옥외집회시위에 대한 일괄 금지 규정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에 채택된 방안이 법률에 의해 확고히 보장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및 일반적인 물리력 사용에 대한 규정이 국제인권법기준에 합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및 기타 관련법도 폭넓게 개정되어야 한다.”

배경정보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6월 16일에 경찰 개혁에 대한 권고안 마련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발족했다. 위원회는 3개 분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분과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인권보호분과는 집회관리에 있어 경찰력 행사에 대한 통제 강화 등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다.

국제앰네스티는 2016년 11월 「국제인권기준에서 본 한국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 한국에서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 제하의 정책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경찰청이 수용하기로 한 개혁안은 국제앰네스티의 권고와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끝.

목, 2017/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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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글은 지난 6월 북미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 있었던 취소와 번복의 소동에 대하여, 미국에 오래 거주한 재미교포(Edward Lee)가 폐북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글이지만,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현재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조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만 의존하고  있는 듯한 한국정부의 미국에 대한 외교역량에 대해 날선 비판과 더불어, 미국내 아군인 공화당과 백악관에서 조차 고립을 면치 못하는 트럼프를 넘어서서, 미국 정치시스템과 문화 그리고 미국시민들의 정서까지 파고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인에게만 의존하여 발생하였던 존 홉킨스대학을 둘러싼 사태와 이후에 보여준 한국정부의 대응 과정은 우리를 부끄럽고 불안하게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부터 차분하게 우리 스스로 기본을 닦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글속에서 언급하듯이 때로는 미국을 무시한 듯한 걸음으로, 유대인과 중국 민족이 먼저 보여준 선례를 참조하며 배달민족의 고유하고 당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동해 가야 합니다. 남북이 먼저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문대통령의 성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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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북미회담 취소와 번복은 우리는 엄청난 것을 배우고 체득했다. 좀 아프게 체득한 만큼 잊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족의 도약을 위해 좋은 경험으로 받아 들인다면 이는 분명 남는 장사다. 하룻새 마음을 바꾸어 회담재개 가능성을 비친 변덕을 보더라도 노인들의 특징은 감정기복이 매우 심하고 지나치게 의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쉬 휘둘리기도 한다. 그런 사람 가까이 전쟁광 볼턴이 있다는 게 비극이다. 노인들이 변덕이 심하고 보수화 되어간다는 것은 일단 신체의 변화에서부터 온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감이 생겨나고 의심이 도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물학적으로 보수나 수꼴이 되어가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자칭 보수연합이라고 하는 ‘꼴통’들이 바로 그 예다. 게다가 트럼프는 전문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당내 기반이 아주 취약하다. 주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의심이 많고 변덕을 부리게 마련이다.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트럼프에 올인하지 말고 미국 정치시스템을 공략해야 한다. 미국 정치의 특성상 트럼프 임기 끝나면 또 약속을 깰 가능성 농후하다. 욕하고 화 낼게 아니라 차근차근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당하지 않을 것 아닌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것은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전이된다. 외교는 인맥(정보)에서 갈린다. 그런 인맥의 부재가 이번 회담취소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막지 못한 것이다. 그냥 앉아서 당한 것 아닌가? 아무리 외교적 결례를 들어 트럼프를 욕한들 상황은 다르지 않다. 힘없는 아이가 큰 애에게 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힘없는 자에게나 법이 필요하지 힘있는 자들은 법 위에 군림해 버린다. 우리의 한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나쁘지만은 않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돼 다행이다.

나는 이번 일로 우리정부의 정보 취약성과 이에 따른 외교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현재 워싱턴에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친한 인사가 없다. 누가 미 정계나 사회에서 한국정부를 위해 교류하고 있는지 아는 바 없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의심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인맥을 매우 중시한다. 믿을 수 없으면 쓰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사회는 신용(Credit)을 중시한다. 지난번 말한 바 있지만 전신애 전 차관보는 부시 가문과 막역한 사이로 등용돼 임기 8년을 함께 했다. 문화는 지식이 아니고 체화된 감정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문화(뉘앙스 포함)는 단기간에 배워서 캐치할 수 없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체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안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유학했거나 상사 근무 몇 년간 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에 나가 미국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분들께는 정말로 죄송하지만 미국은 그런 정도로 알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물론 다방면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너무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의 생활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활반경을 벗어나면 사실 아는 게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로 미국을 판단하고 알아온 게 우리 실정이다. 이것이 미국을 잘못 판단하게 한다.

나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알고 있었던 것과 너무 달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여기서 아이를 낳고 길러 대학을 보내고, 사회에 내보내면서 경험한 것으로 이 나라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알지만 이곳 사람들과 매주 20 여 년 넘게 교류를 해도 그들을 잘 모르겠다. 태생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데도 그렇다.

한인 2세 사회학교수인 친구에 따르면 미국화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세대, 즉 100년 이란다. 이민 3세가 되어야 비로소 미국인이 된다는 말은 다소 충격이었다. 그게 그런게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많은 2세들이 한국을 전혀 모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래를 좋아하고 문화를 즐긴다. 그냥 피가 땡기는 것이다. 미국을 내밀하게 아는 것은 현지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지 않다. 그 기저에는 문화라는 함정이 있다.

지난번 삼성관련 글에서도 말했지만 정보원들이 대를 이어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측면이다. 단기간 훈련으로는 완전한 정보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언컨데 현지 한인 우수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의심이 많은 나라다. 말로는 안된다. 확실한 것을 보여주고 그들과 융화해 내밀한 그들의 뉘앙스를 캐치하려면 문화전반을 이해하고 체화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간 우리사회는 온통 국내정치에 몰입해 해외 인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 외교력에서 취약점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정치에 급급한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으로 여전히 발전이 없는 가장 경제성 없는 집단이다. 외교는 정보를 기반할 때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친한 인맥으로 형성된 신뢰나 호감을 바탕하지 못한 외교는 분명한 한계를 노정한다. 박통 시절의 ‘박동선 게이트’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실패했고 방법이 좋지 않았지만 필요성은 지금도 당위다. 돈으로 매수하는 저열한 방법 말고 건강하고 투명하게 교류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정치단체나 각종 사회단체들과 교류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사회를 경험하고 체감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정보원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와 정치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교(架橋)다. 이런 기반에서 외교가 펼쳐져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투명하고 신뢰를 기반하지 못한 외교는 현란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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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두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는 현지 한인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게 한국학교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모르면 그들은 머리 검은 미국인일 뿐이다. 세계가 하나로 묶이면서 붐이 일었던 게 각 기업들의 해외우수 인력의 배치였다. 그러나 참담한 실패로 끝난 이유는 소통의 부재와 양국의 문화적 차이다. 그래서 나는 공관 인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학교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외교관들의 특성이 모난 짓(?)에 관심이 없고 보신에 급급해 일이 전혀 진척이 없다. 물론 현지 한국학교가 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언어는 역사와 문화가 기반되지 않으면 그저 글자를 익히는 것에 불과하다. 이래선 진정한 소통은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한국학교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고 체계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들은 미래의 동량으로 엄청난 국가 자원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정부가 유태인연합과 중국 ‘화상(華商)’을 벤치 마킹해 설립한 한상(한인상공인연합회)의 활성화다.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특징은 세계화로 인한 해외 인적자원의 네트워킹이라고 할 수 있다. 1천만에 가까운 해외동포의 네트워킹과 인적자원 활용의 극대화 전략이 마땅히 필요하다. 중국의 화교정책은 해외의 약 6,500만 명에 이르는 화교들을 정부 주도하에 1991년부터 세계화상 대회로 네트웍화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무역의 40%가 화교기업간에 이뤄진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인도의 경우도 막강한 10억 인구와 영어를 백그라운드로 해 실리콘 벨리 등 첨단 산업단지 현장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 그들만의 네트웍을 이용해 첨단 IT기술과 솔루션을 전세계시장에 소개하고 그 과실을 본국의 재투자로 연계시킨다.

유태인의 경우는 실로 교과서다. 전세계 유태인은 1,300만 명이며, 미국에 이스라엘 인구 500만명보다 더 많은 600만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소위 유대인 공동체 ‘WZO'(world zionist organization), 즉 쥬이쉬(Jewish)의 거대한 성곽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재계 실력자들의 대다수는 유태인으로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 미국 내 랭킹 50대 재벌의 36%, 언론미디어들이 거의 유태계 기업이다. 이런 유대인공동체와 중국 화상의 초국가적 네트웍은 그들이 세계의 정치, 경제를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상에 정부의 관심과 독려가 필요한 이유다.

이제라도 우리정부가 범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 큰 그림을 구상하고 그에 따른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해 나가길 바란다. 그 기본 작업이 해외 우수인력의 네트웍이다. 이를 위해 국내정치가 안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체들은 부디 민족의 번영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고 상생의 협력관계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대들은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열강의 틈새에서 변방취급을 받고 있는 우리가 이번 북미회담의 일방적 취소와 번복에서도 배우지 못하면 우리의 무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이 더 긴밀하게 공조해 번영을 꾀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북미간의 대화는 우리 쪽에서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다. 미국을 다루는 방법은 남북의 완전한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으로 인한 공동번영이다. 남북이 공조를 단단히 하면 열받는 쪽은 오히려 미국일 게다. 적당한 무관심도 때론 상대를 달구는 방법이다.

화, 2018/09/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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