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헌법 무죄

지역

헌법 무죄

익명 (미확인) | 월, 2016/10/10- 12:54

(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10. 4)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정치인·지식인 사이에서 헌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의 개헌 찬성률도 높다. 개헌에 관한 한 여당과 야당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헌법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런가?

먼저 우리는 개헌에 합의할 수 없다. 의견은 제각각이고, 어떤 의견이든 무시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개헌론자 사이에서도 정부형태만 고칠지, 전면 개정할지 통일된 견해가 없다. 전면 개정하면 너무 많은 쟁점 때문에 갈등하다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형태만 바꾸면 기본권 확대와 같이 중요한 문제를 반영할 수 있는 30년 만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C0A8CA3D00000136AA6786AD00132DA2_P2
87년 체제의 극복이라는 문제를 곧바로 개헌의 문제로 등치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을 막으려면 정당체제를 손봐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경제, 사회 정책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헌법이 잘못돼서 민주화 이후 30년이 궤도 이탈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민주화의 성과를 발전시키려는 우리의 의지와 역량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형태만 바꾸기로 의견이 일치해도 마찬가지다. 이견은 여전하다.

새누리당의 이정현·유승민은 4년 중임제를 주장한다. 김무성은 이원집정부제, 남경필·원희룡은 분권형 대통령제, 정병국은 내각제를 지지한다. 야당의 문재인은 4년 중임제, 박지원은 분권형 대통령제, 김부겸은 이원집정부제, 김종인·천정배는 내각제를 선호하고, 안철수·박원순은 특별한 의견이 없다.

이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정부형태에 합의해도 문제는 남는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제안했다. 당시 정가는 개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4년 중임제는 선호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국회의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중임제, 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3개의 대안을, 국회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복수안을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 때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분권형 대통령제 단일안을 마련했다.

요즘 추세는 중임제보다 분권형 대통령제다. 노무현 정부 때 중임제로 개헌했다면, 다시 개정하자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별로 조명받지 못했던 내각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선호도는 세월 따라 변하고,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의 목적도 분명하지 않다. 권력분산 역시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동원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분산이 정국 교착, 국정 마비를 초래한다. 권력집중, 필요할 때가 있다. 분산과 집중은 선악 혹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적 국정을 위해 어떻게 조화시키고 균형을 이루느냐의 문제다.

권력 집중과 분산은 정부형태가 아니라 정당체제의 종속변수다.

본래 권력집중형은 대통령제가 아니라, 국회의 다수파가 정부를 장악하는 내각제다. 내각제가 권력분산형으로 보이는 이유는 내각제 채택 국가들이 대체로 다당제 효과가 있는 비례대표제를 도입, 여러 정당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력분산을 원하면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말까지 선거구를 조정하라고 판결했을 때가 기회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오히려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양당제를 강화했다.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편만 해도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개혁에는 소홀한 정치인들이 새 헌법 이야기만 하고 있다.

새 헌법을 만들면 좋은 세상이 올까? 그게 궁금하면 세계 최고의 바이마르 헌법을 따랐다는 제헌 헌법의 노동자 이익 균점권이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1987년 경제민주화에 복지 조항까지 명시했지만 30년간 어떠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현 대통령제가 미국식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만 살렸다는데도 왜 불만인지 돌아봐야 한다.

흔히 87년 체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극복 대상으로 헌법을 지목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87년 헌법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낡은 사회·경제 체제, 왜곡된 정치구조를 깨려는 의지와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신성한 언어가 넘치는 헌법에 전부 물을 수는 없다. 우리 삶이 나아졌다면 그것 역시 헌법 속 우아한 문장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열정과 현실을 개선하고자 했던 피나는 노력 때문이다. 삶은 헌법보다 크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고 싶으면 헌법이 아니라 사회·경제 정책을 바꾸고, 그게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검찰을 바로잡고 싶으면 검찰개혁을, 재벌체제를 고치려면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

헌법 개정은 아니다. 헌법에는 해결책이 쓰여 있지 않다. 불립문자(不立文字). 헌법에 쓰이지 않은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87년 체제는 우리가 스스로 가둔 공간이다. 헌법이 우리를 가둔 적이 없다. 방문은 잠겨 있지 않다. 방 안에 갇혀 있다는 공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왜 문을 열고 나가지 않는가?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서울 송파병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후보. ⓒ News1 박지혜 기자 강남3구 중 유일하게... 총선에선 송파구청장을 4차례나 지낸 김성순 의원이 통합민주당으로 나와 깃발을 꽂았다. 지역적으로는...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목, 2016/03/10- 08:30
216
0
천안시(병) 양승조 전북 김제‧부안 김춘진 ■현역경선4 중구성동구(갑) 장백건‧홍익표 광진구을 김상진‧추미애 경기안양시동안구갑 민병덕‧이석현 충북청주시흥덕구 도종환 ‧정균영 ■원외단수12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
목, 2016/03/10- 11:04
56
0
지역 -서울 영등포갑 박선규 -부산 동래구 이진복 / 북강서을 김도읍 -충남 홍성 예산 홍문표 ⓒ News1... 기동민 /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중구영도구 김비오 / 북구강서구을 정진우 / 사하구갑 최인호 -인천 계양구을 송영길...
목, 2016/03/10- 11:01
116
0
전주시 병 김성주 △경남 김해시갑 민홍철 △노원구을 우원식 △서대문구갑 우상호 △마포구갑 노웅래... 공천이 확정된 원외 지역은 △서울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중구영도구 김비오 △부산북구강서구을...
목, 2016/03/10- 10:56
129
0
성북구을의 경우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지사가 원외인사 가운데 단수공천을 받았다. 인천계약구을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광주 광산구을에서는 이용섭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이밖에도 △송파구갑 박성수...
목, 2016/03/10- 10:53
24
0
원외 인사 가운데 단수추천을 받은 12개 지역은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중구영도구... 원외 인사들 간의 경선이 치러지는 5개 지역으로는 △서울은평구을 강병원 임종석 △서울양천구을 김낙순 이용선...
목, 2016/03/10- 10:47
55
0
의원(서울 마포을·재선)을 포함해 현역 의원 5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은... 원외 인사 가운데 단수추천을 받은 12개 지역은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중구영도구 김비오...
목, 2016/03/10- 10:45
33
0
원외 단수 12명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중구영도구 김비오 부산북구강서구을 정진우... 원외 경선 5명 서울은평구을 강병원 임종석 서울양천구을 김낙순 이용선 경기용인시병 이화영 이우현 경기김포시을...
목, 2016/03/10- 10:37
37
0
이와 함께 기동민(서울성북구을), 박성수(송파구갑), 김비오(부산중구영도구), 정진우(부산복구강서구을), 최인호(부산사하구갑), 송영길(인천계양구을), 김교흥(인천서구갑), 이용섭(광주광산구을), 김병욱...
목, 2016/03/10- 10:36
23
0
원외 인사 가운데 단수추천을 받은 12개 지역은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중구영도구 김비오... 아울러 원외 인사들 간의 경선이 치러지는 5개 지역으로는 △서울은평구을 강병원 임종석 △서울양천구을...
목, 2016/03/10- 10:21
34
0
Δ송파구갑(박성수 예비후보) Δ부산중구영도구(김비오 예비후보) Δ부산북구강서구을(정진우 예비후보)... Δ서울은평구을(강병원 임종석 예비후보) Δ서울양천구을(김낙순 이용선 예비후보) Δ경기용인시병(이화영 이우현...
목, 2016/03/10- 10:10
62
0
2016.3.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서미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외단수 12곳은 Δ성북구을(기동민) Δ송파구갑(박성수) Δ부산중구영도구(김비오) Δ부산북구강서구을(정진우) Δ부산사하구갑...
목, 2016/03/10- 10:06
91
0
병) 양승조(3선) 전북 김제/부안 김춘진(3선) *현역 경선 4곳 중구성동구(갑) 장백건 홍익표 광진구을 김상진 추미애 경기안양시동안구갑 민병덕 이석현 충북청주시흥덕구 도종환 정균영 *원외 단수 12곳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목, 2016/03/10- 10:02
16
0
서울지역 48개 선거구 중 40개구를 싹쓸이할 정도로 압승했을 때도 이 지역에선 이기지 못했다. 송파을에서 송파병으로 처음으로 분구된 2004년 17대 총선에선 이근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8년 18대 총선에선 송파구청장을...
목, 2016/03/10- 08:30
96
0
이외 △성북구을 기동민 △송파구갑 박성수 △부산 중구영도구 김비오 △부산 북구강서구을 정진우 △부산...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3선의 최규성(전북 김제ㆍ부안), 재선의 정청래(서울 마포을), 초선의 윤후덕(경기...
목, 2016/03/10- 14:00
2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