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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게임: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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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게임: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익명 (미확인) | 목, 2016/10/06- 16:10

위험한 게임: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이 개인정보를 판매 촉진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지, 동의를 받지 않고도 분석, 가공, 판매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에는 막대한 이윤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안이다. (이은우 변호사, 정보인권연구소)

강원도에 사는 스무살 대학생 철수가 페이스북에 재잘거리는 한담이, 제주도에 사는 서른살 직장인 영희가 트위터에 올리는 짧은 한탄이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고급 정보’가 될 가능성은 그 자체로는 제로다. 하지만 10만 명의 철수가 100만 명의 영희가 모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빅데이터,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날 컴퓨팅 기술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생산되는 무수히 다양한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드디어 ‘정복’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걸 상징하는 용어는 ‘빅데이터’다. 이제 쓰고, 말하며, 대화하고, 소비하는 물리적인 컴퓨터 서버의 어딘가에 저장된다. 이제 디지털 저장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대신한다. 우리는 그저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흘려보내면 그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디지털 전자신호로 서버 속 공간 아닌 공간을 흘러갔던 정보는, 철수와 영희는 영영 모르는 채로, 이제 산업적인 가치를 가지는 정보로 재가공된다.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정보의 총체적 재구성이다. 모든 흩어진 의미가 ‘찬란한 귀향의 축제’를 맞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더욱더 진화시키고, 이윤을 극대화할 기회이자 재료다.

luckey_sun, "big data", CC BY SA https://flic.kr/p/bx1jvU

luckey_sun, “big data”, CC BY SA

하지만 개인정보 주체들에게는 디스토피아의 서막일 수도 있다. 근대 이후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권리(홀로 있을 권리)를 ‘획득’했다. 그리고 오늘날 문명화한 국가는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의 법률로 규정했다. 자기 정보 통제권(혹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은 그렇게 탄생했고, 그 권리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에 눈뜬 근대적 자아가 획득한 전리품이다. (→ 참고: 거짓말할 수 있는 권리)

단, 이 자기 정보 통제권이 각자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공개된 정보와 비공개된 정보 가릴 것 없이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를 소유하듯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로 해석하면 그것은 곤란하다. 이는 타인들 간에 진실한 정보를 공유하는 생활에 검열권을 가지게 하는 셈이라서 자기 정보 통제권은 균형을 고려한 해석이 불가피하다.

 

위험한 게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기업에 빅데이터가 잠재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라면, 자기 정보 통제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길 수 있는 개인에게는 잠재적 공포다. 그 ‘위험한 게임’이 지금 막 시작됐다. 이름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 국무조정실
  • 행정자치부
  • 방송통신위원회
  • 금융위원회
  • 미래창조과학부
  • 보건복지부

참여 부처의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야말로 통합 가이드라인이다. 그 골자는 이렇다.

‘개인정보라고 하더라도 비식별 조치(익명화)를 거치면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 없이 기업이 이를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가이드라인의 쟁점 

이 글은 가이드라인의 개요와 쟁점을 단계적 ‘Q&A’ 형식으로 독자에게 최대한 쉽게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 이하 ‘가이드라인’으로 표기.
  • 개인정보보호법 → 이하 ‘개보법’으로 표기.
  •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 장한 과장 → 이하 ‘행자부’로 표기.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 이하 ‘오픈넷’으로 표기.
  • 정보인권연구소 이은우 변호사 → 이하 ‘연구소’로 표기.[1]

 

1.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의 중심에 있는 화두는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산업 육성이라는 가치와 개인보호라는 가치를 조화롭게 공존하게 하는 게 가이드라인의 취지라면, 이에 시민단체(오픈넷)와 정부(행자부)의 평가와 시각 차이는 명확하다.

오픈넷은“법률적으로 빅데이터에 대하여 정의된 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최근 빅데이터라는 단어 자체에 천착하여 빅데이터 산업의 진흥만이 주로 논의될 뿐, 빅데이터 환경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고, 가이드라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한다.[2]

정보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Intersection Consulting, CC BY NC

이에 대해 행자부는 빅데이터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의 관계는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데이터 이용함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자평한다.[3]

 

2. ‘비식별 조치’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비식별 조치’(익명화)다.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 방법과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런데 ‘비식별 조치’라는 용어, 익숙한가? 용어 정의부터 잘못됐다는 비판과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연구소는 ‘비식별 조치’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용어 자체가 부적절한 법률용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비식별 조치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개인정보 보호법제와 유사한 유럽연합과 일본의 용어 정의를 참고해보자.

  • 유럽연합“익명화된 데이터”(data rendered anonymous)[4]
  • 일본: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시 “익명가공정보” 규정한다. 익명가공정보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가공하여 얻어지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해당 개인정보를 복원할 수 없도록 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5]

더불어 ‘비식별 조치’ 혹은 ‘비식별화’라는 표현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가이드라인의 ‘비식별 조치가’가 ‘익명화’나 ‘익명정보’ 혹은 ‘익명가공정보’와 같은 의미라면 그냥 ‘익명화’나 ‘익명정보’로 쓰면 될 것을 “문법에도 맞지 않는 신조어”를 사용해 국민에게 혼동을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비식별 조치'는 쉽게 말해 '익명화'라고 할 수 있다.

‘비식별 조치’는 쉽게 말해 ‘익명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행자부는 익명화든 비식별 조치든 “이는 용어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내용이 중요하지 용어 선택은 부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국제적으로 ‘비식별화’를 쓰는 추세”라고 부연한다.[6]

한편, 오픈넷은 연구소 입장에 동의하면서, ‘익명화’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는 입장이다.[7]

 

3. 가이드라인의 ‘비식별 조치’ 평가 기준은 타당한가

여러 문제와 논란은 별론으로, 우선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집중해 보자.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와 이에 대한 적정성의 평가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다. 그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비식별 조치’의 기준은 과연 합리적일까.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의 위 해당 문답을 해석하면 “이는 재식별 가능성이 현저하지 않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면서 “유럽연합에서 익명정보가 ‘더 이상 재식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익명가공정보’란 복구 불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잘못”이며, “재식별 위험이 현저하지만 않다면 개인정보 주체는 그 위험을 감수하라”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해당 문답의 표현 중 “현저히”는 ‘강조 수사’에 불과”하다며, “해당 문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가이드라인의 “전체 체계”가 중요하고, 해당 문구는 “강조 수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행자부는 인터뷰에서 가이드라인의 법적 성질을 묻는 질문에 “유권해석집”이라고 답했다

한편, 오픈넷 “표현의 모호성 때문에 ‘가이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이드라인이 ‘유권해석집’이라면, “구체적인 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어야” 할 텐데, “비식별 조치라는 것은 기존 법에도 없는 새롭게 창조한 개념”이고, 이를 해석한다고 하니 “내용뿐만 아니라 법적인 근거나 성질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4. 비식별 조치에 대한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정한다. 이 적정성 평가 기준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연구소는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고, 행자부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의 “적정성 평가 기준은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면서 “K(익명성), L(다양성), T(근접성)의 세 가지 방법의 익명화 기술을 적용하라는 것”은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방법과 기준은 “재식별 가능성이 농후한 방법으로 지목받아 왔던 기술”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반박한다. “현재로썬 KLT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고, “(오히려) 유럽에서는 K를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K를 의무화했다”면서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해당 기술의 재식별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지만, “개인정보처리자 입장에서 특정 기술을 이용한 비식별 조치만을 취하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 양 오독할 여지가 큰 가이드라인 규정의 모호성이 가장 큰 문제”[8]라고 지적한다.

 

5. 적정성 평가단: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기기? 

가이드라인은 분야별 전문기관을 두고, 이 전문기관이 비식별 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게 한다. 그런데 이 적정성 평가 기관에 ‘한국신용정보원’과 같은 빅데이터 산업과 이해가 직결한 이익단체가 속해 있어 문제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구소는 이들 기관이 “공정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면서 특히 분야별 전문기관 중에는 “특히 사업자들 모임인 한국신용정보원이 포함”돼 있고, 금융보안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은 “성과 위주의 조직”임을 지적한다.

특히, 한국신용정보원은 금융업계 모든 고객의 신용정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기관(세계 최초)으로 여기엔 이들은 빅데이터 활용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다음 ‘이익단체’들이 참여한다. 더불어 이들 협회 소속 기업에서 그동안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왔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 은행연합회
  • 금융투자협회
  • 여신금융협회
  • 생명보험협회
  • 손해보험협회 등

빅데이터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가 적정성 평가를 한다?

빅데이터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가 적정성 평가를 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 측에서 특히 문제 삼은 ‘한국신용정보원’은 “우리가 지정한 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것”이라면서, “분야별로 소관 부처에서 관련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이 문제 관해 오픈넷은 “전문기관 자체가 법률에 근거가 없”고, “정보주체들로부터 개인정보의 처리 권한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사업자 모임 여부와 상관없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6. 입증책임 문제 

가령, A라는 기업이 철수와 영희의 신용카드 구매 정보를 ‘비식별 처리’해서 B라는 기업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비식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입증’ 책임은 누가 질까? 철수와 영희일까? 아니면 A와 B라는 기업일까?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이 “비식별 조치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해당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므로, 해당 정보를 어떤 개인이 “개인정보라고 주장하려면 개인정보 주체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 측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가이드라인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며, “당연히 비식별 조치를 한 측에서 (비식별 조치의 정당성과 적정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입증책임 논란에 대해 오픈넷은 법원에 까지 가는 사안이 생기면,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이 ‘추정한다’고 하니 반증이 없는 한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 측에선 해석한 것이고, 행자부 쪽에선 원칙적으로 법원이 가이드라인에 구속되지 않으니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이드라인에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들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조치된 정보를 섣불리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 시점에서 가이드라인의 위치라고 답했다.

대법원

‘비식별 처리’ 문제로 ‘분쟁’이 생겨 법원에 가는 일이 생기면, 기업과 일반 시민 중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질까?

연구소 측에 행자부 답변 내용을 전하자, 연구소 측에선 “가이드라인이 입증책임과 관련 없다면, 가이드라인(의 해당 문구)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의 논리 체계에 반하는 해석을 주무 공무원이 공식적으로 답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하다”고 논평했다. 더불어 가이드라인에 참여한 행정부처들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떤 개인이 ‘재식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신고했을 때, 경찰이 어떤 기준을 따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경찰 수사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인 수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각건대, 행자부의 답변은 궤변이다. 연구소나 오픈넷의 지적처럼, 가이드라인를 준수한 기업조차 다시 재판에서 ‘입증책임’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가이드라인의 존재 근거가 없고, 기업은 가이드라인을 따를 이유도 없다. 반면에 그렇다고 입증책임을 개인에게 지운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가이드라인의 딜레마인 셈이다.

 

7. ‘결합지원’ 문제 

가이드라인은 각각 비식별 조치를 한 개인에 관한 별개 정보집합물을 전문기관에서 개인별로 결합시켜 주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비식별 조치를 한 통신사 고객정보와 비식별 조치를 한 신용카드사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정보를 전문기관에 보내주면 각 개별로 결합시켜 결합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은 00홈쇼핑의 고객정보와 xx카드사의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의 구매 내역 정보를 결합하여 xx카드사의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 중 00홈쇼핑 고객을 골라 내서 구매내역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홈쇼핑과 카드사가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카드 구매내역을 분석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결합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초등학생이나 유아 등 민감한 정보에도 무방비다. 이런 식이면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은 환자나 산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임신, 출산한 고객 중 월 500만 원 이상 신용카드를 이용한 고객의 구매내역을 분석할 수도 있고,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는 초등학생이나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통신사로부터 초등학생의 이동경로를 분석할 수도 있게 된다. 당사자는 이런 정보 결합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반대할 기회도 갖지 못한다. (연구소 발제문 참조)

연구소는 비식별 조치를 했지만, 개인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비식별 조치를 한 정보가 익명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익명정보로 만들었다면 익명정보가 누구의 정보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하다고 지적한다.

결합지원 이슈에 대해 행자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나름으로 안을 짰는데, 결과적으로 유럽과 유사”하게 됐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제3기관을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픈넷 “법률적 근거가 없는 전문기관에 의한 결합지원 역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앨범 3~4만 장을 파는 현실에서 TIF는

비식별 조치된 정보의 ‘결합지원’ 문제 역시 가이드라인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왜 가이드라인가, 누구를 위한 가이드라인가 

행자부는 가이드라인의 법정 성질을 (개인정보보호법에 관한) “유권해석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법을 개정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었을까? 행자부는 “법 개정은 오히려 업계에서 하는 주장”이라면서, “일본법은 개정안이 통과돼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일본은) 법에서 규정한 안전조치(비식별 조치)를 준수하면,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므로, 우리나라 “업계에서도 법 개정을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드는 것은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가이드라인은 “상당한 재식별 가능성이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이드라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기업의 선의를 믿는다면, 기업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비식별화한 정보를 활용할 것이고, 이는 서비스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이용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식별화하려는 욕망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부정적인 선입견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에 있었던 행위를 회고하고, 성찰함으로써 미래를 전망한다.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뿐만 아니라 기업의 개인정보 ‘매매 사건’(홈플러스 사건), 거기에 더해 이런 개인정보 관련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국가권력(검찰)과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개인정보에 관한 인권 감수성(홈플러스 무죄 선고)을 떠올리면 개인정보의 주체, 그러니 평범한 시민이 기업의 선의, 관리자이자 감시자로서의 국가, 공정한 심판관으로서의 법원을 손쉽게 믿어주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초 매물로 나왔다. 지분 100%의 평가액은 7조 원을 호가한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 그리고 법원에서는 무죄. 홈플러스 사건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다루는 관점과 방식, 국가기관의 관리감독 능력, 그리고 공정한 심판자로서의 법원의 판단, 이 모두가 여전히 신뢰를 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여기서 하나 더 질문해보자. 가이드라인이 아니면 정말 기업이 빅데이터 산업 분야에 제대로 뛰어들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방해 요소일까. 이미 개인정보보호법[9]은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동의 없이 새로운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빅데이터는 바로 통계를 목적으로 삼고 있지 않나.

연구소는 “현재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빅데이터 활용에 장애 요소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공공 부문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분석해 보더라도 공공 부문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익명화하여 처리하거나 동의받는 것을 기초로 하더라도 충분하며, 비식별정보 동의 면제가 있어야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10]

Julien Belli, CC BY https://flic.kr/p/o3eDX5

빅데이터와 개인정보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보 처리 주체와 관리감독 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출처: Julien Belli, CC BY)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이 온갖 논란에 관한 해법은 무엇일까. 명확한 현실 인식은 그 해법을 마련하는 초석이다. 오픈넷의 답변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가이드라인 제정이 지나치게 급한 호흡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진흥이라는 버즈워드(buzz word)에 천착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가이드라인 상 비식별 조치에 의한 “동의” 면제 시도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무력화할 우려가 크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는 “동의” 제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으로 현재 개인정보 보호 법제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비식별조치에 의한 동의 면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핵심을 이루는 “동의”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는 법률 개정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에 따른 비식별 조치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재식별 위험성은 주민등록번호 제도 및 인터넷 상 본인확인을 강요하는 수많은 법률에 의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특히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이동통신사는 식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오히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시대에 동의에 기반한 개인정보보호가 불충분하다. 어떻게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법적 근거 없는 전문기관의 운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 확립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특히 재식별화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만능 열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특히 재식별화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만능열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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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은우, 마케팅 활용 목적 빅데이터 활용과 판매: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의 탐욕과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 2016. 9. 7. 국회의원회관 제9간단회의실) 별도 인터뷰 인용이 아닌 문단에는 문단이 끝나는 위치에 괄호( )로 해당 발제문의 페이지 수를 표시했음.

[2] 다만, 빅데이터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 수집, 관리 및 처리 소프트웨어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크기의 정보라고 정의되며, 데이터의 양(volume), 데이터 입출력 속도(velocity), 데이터 종류의 다양성(variety)데이터의 양(volume), 입출력 속도(velocity), 종류의 다양성(variety)이라는 세 개의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가트너 보고서). 이를 빅데이터의 3V라고 하는데, 3V가 커질수록 그 데이터의 산업적 가치는 높아지지만, 이에 비례하여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성이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커진다.

[3] 현 가이드라인이 기존에 행자부, 미래부, 방통위에 존재했던 개별안들이 ‘비식별’ 기술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수준이었다면, 검증절차와 보호조치에 관한 내용을 보완하면서 기존 개별안들을 통합한 것이다.

[4] 개인이 더는 식별될 가능성이 없다면(“no longer possible”) 개인정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5] 그러면서 미국은 ‘개인정보’라는 개념 대신 ‘개인식별가능정보’(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라는 개념이 법령에 정의되어 제한적인 보호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더불어 언급하는데, 미국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제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개인정보호보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범위를 규정한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규정이나, 그에 따른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가이드라인을 법제가 다른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설명한다.

[6] 참고로, 현행 개보법에는 ‘비식별 조치’라는 용어나 표현은 없다. 다만 법(제18조 제2항 제4호)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 동의 없이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이 가능한 예외로 “통계작성이나 학술연구 등의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에서 개인정보를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변환하면 제한적 목적(통계작성이나 학술연구 등)이긴 하나 동의 없는 이용이나 제공이 가능하므로 이를 ‘비식별 조치’ 혹은 ‘익명화’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7] 가이드라인이 창설한 비식별화(비식별 조치) 개념은 재식별화하여 개인정보로 인정될 위험성이 상존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만약 비식별화를 거쳐 동의 없이 이용, 제공한 경우 식별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따라 특정 시점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오픈넷)

[8] 물론 가이드라인에서는 특정 기술조치 여부뿐 아니라 종합적 관점에서 판단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다.

[9] 제18조 제2항 제4호

[10] 유럽연합은 우리 법제보다 빅데이트 활용과 관련하여 프로파일링에 대한 규율을 신설, 보완하고, 동의에 대한 규정, 투명성에 대한 규정 등과 관련하여 개인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개인정보보호법제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기업이 재식별화할 의사가 없더라도 재식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고, 비식별화한 정보가 다른 업체에 매매됐을 때 다른 정보와 결합해서 손쉽게 재식별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를 통해서도 실증됐다. 가령 카드사의 구매 정보를 비식별화해서 이 정보를 이통사(이동정보)에 넘겼다면, 두 가지 정보가 결합되면 누가 어디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알게 된다. 재식별화 의지가 없다라도 자동적으로 재식별화된다. 재식별화하면 훨씬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되는데 기업에서 안 할 이유가 있겠나. 더불어 재식별화 의지가 없더라도 해당 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니 그것도 문제다. (연구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10.0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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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어제(5/24)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입법예고된 테러방지법 시행령(안)과 대테러센터 직제(안)에 대해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과 국가인권위원회마저 많은 우려와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정부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발표일자: 
2016/05/25

나머지 보기

수, 2016/05/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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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데이비드 케이(David Kaye)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를 맞아 <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와 민간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 대표단은 16일(현지시각) 케이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한 상호대화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발표일자: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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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6/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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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인터넷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보고서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발표

 

사단법인 오픈넷은 6월 15일 오후 1시(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법과민주주의센터(CLD, 캐나다), 인권정보를 위한 아랍네트워크(ANHRI, 이집트), 인터넷과사회센터(CIS, 인도), 표현의자유와정보접근권연구센터(CELE, 아르헨티나), 그리고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와 토론토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난 1년간 진행한 인터넷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보고서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Stand Up for Digital Rights: Recommendations for Responsible Tech)”를 공개하고, 동시에 인터넷기업들에 대한 정책권고를 발표했다.

연구보고서는 인터넷접근권, 망중립성, 이용자게시물 관리, 프라이버시 보호, 투명성보고, 국가검열 대응의 6가지 분야로 나뉘어져 있으며, 권고들 중에서 한국 인터넷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권고들은 다음과 같다.

  • 망사업자들은 명백한 법적 명령이 없는 한 특정 이용자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서는 아니된다.
  • 이용자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할 때는 이용자에게 반박할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 정보매개자들은 이용자 정보의 수집 및 처리에 대한 정책과 관행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 정보매개자들은 실명제를 최대한 적용을 하지 않아야 하며 실명제를 이행할 경우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잊혀질 권리는 최대한 적용을 하지 않아야 하며 법에 의해 이행이 강제된다면 검색에서 배제된 게시물의 게시자에게 반박할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 정부의 검열요청을 접한 정보매개자는 법이 금지하지 않는 한 최대한 이용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인도 벵갈루루에서도 공개행사가 열렸으며, 오픈넷은 6월말 한국에서 공개행사를 개최 예정이다. 전체 보고서, 정책권고 및 요약본은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 웹사이트(www.Responsible-Tech.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16/06/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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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민 1/5의 신원을 영장 없이 ‘터는’ 나라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목욕탕에 불이 났다.

목욕탕에서 뛰어나오는 사람들은 온몸이 다 드러나더라도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왜 그럴까. 알몸이 드러나더라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 얼굴 소녀 금지 반대 그만

 

경찰, 영장 없이 매년 국민 1/5 신원 확인 

‘그냥 얼굴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 목욕탕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얼굴만 가린 사람의 손을 경찰이 강제로 치운다면? 이런 일을 어떤 절차도 요건도 갖추지 않고 벌어진다면? 하지만 이렇게 상식에 반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천만 번 이상 일어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알아야 할 때가 있다. 피의자의 통신내역에 떠 있는 전화번호 소유주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은 수사상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때 통신자 신원확인(통신자료제공)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통신자 신원확인이 절차도 없고 요건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년 전체 국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의 신원을 경찰은 아무렇지 않게 확인하고 있다.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패러디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패러디

 

이제 ‘전화번호’은 중요한 프라이버시 대상   

통신자 신원확인 제도는 1983년에 만들어졌다. 이때엔 우리 동네에 전화가 몇 대 없었다. 우리가 서울에 전화하고 싶으면 이웃집에 뛰어가서 전화했고, 누군가 나에게 전화하겠다고 하면 이웃집 전화번호를 그 사람에게 알려줬어야 했다. 이웃집 전화번호는 우리 동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 이웃집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집의 전화번호는 이미 전화번호부 등을 통해 대부분 공개된 정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아무런 절차나 요건없이 통신자 신원확인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전화번호 특히 휴대폰 전화번호는 매우 중요한 프라이버시 보호 대상이다. 휴대폰은 자신의 일부분처럼 소유자를 따라다닌다. 휴대폰 번호는 소유자와의 즉각적인 통화를 가능케 하는 키 데이터(key data)가 되었다. 물론 전화가 오면 안 받을 수도 있지만, 수화음을 듣고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인다.

2014년 7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

2014년 7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

오늘날, 휴대폰 번호는 주민등록번호만큼 아무에게나 가르쳐주지 않는 민감한 정보가 됐다. 오죽하면 지누션이 ‘전화번호’라는 노래를 히트시켰겠는가.

“그대의 이름도 성도 난 필요 없소. 하지만 정말 나 원하는 게 하나 있소. 네 전화번호 (내가 원하는 건) 네 전화번호.”

 

통신자 신원조회, 이제 바꿔야 할 때 

이제는 정말 새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한번 논리적으로 따져보자.

 

(1) 통신내역 확인(통신사실 확인자료) = 법원 영장 필요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수사대상으로 정한 후에 그 사람의 통신 내역(통신사실 확인자료)을 얻으려면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통신비밀보호법). 그만큼 통신 내역은 프라이버시로 보호가 된다.

영장 없는 통신 검열

(2) 통신자 신원확인(통신자료 제공)  = 경찰 맘대로? 

그런데 거꾸로, 수사기관이 익명의 통신 내역은 아는데 그 통신을 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 어떤 절차도 요건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통신사에 신청해서 알아내면 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정인의 통신 내역을 알아내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거꾸로) 어떤 통신 내역의 당사자를 알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 그게 현재의 제도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A와 B가 언제 통화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 절차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절차, 요건도 없이 경찰 맘대로?

어떤 절차, 요건도 없이 경찰 맘대로? (이미지 제공: 진보넷)

 

통신자 신원조회 = 통신 ‘불심검문’ 

익명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 중 하나가 불심검문이다. 불심검문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불심검문 대상자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경찰관직무집행법).

불심검문이 오프라인상의 신원확인이라면 통신자료 제공은 온라인상의 신원확인이다. 그런데 현재의 통신자료 제공(통신자 신원확인)은 어떤가. 아무런 요건이 없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온라인 통신 당사자에 대해 불심검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의 비밀이 통신 내용에 대한 프라이버시라면 익명권은 신원에 대한 프라이버시이며, 두 가지 프라이버시 침해 모두 비슷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무..무섭잖아!

무…무섭잖아!

 

피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위해? 

수사기관은 영장 등 절차를 거쳐 신원확인을 하면 신원이 확인된 사람에게 왜 신원을 확인했는지 알려줘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 신원과 피의사실을 알려줄 수밖에 없어 결국, 피의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영장 없는 통신자 신원확인을 거부하여 이들 서비스 이용자들의 신원확인은 영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어차피 이용자에게 통지되고 있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사업자에게만 영장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우선 신원확인을 받는 사람에게라도 우선 통지해주어야 한다.

그뿐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제3자나 증인에게 피의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일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당장 이메일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피의사실과 피의자 아이디가 기재된 영장이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에게 제시된다. 이메일 서비스제공자는 자신의 고객 중에 누가 무슨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지 알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은 이렇게 묻는다.

‘박경신 교수가 피의자라면, 박 교수가 특정한 범죄로 수사받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냐?’

나는 수사기관에 반문하고 싶다. 도대체 나와 통화한 사람 모두의 신원을 어떤 절차와 요건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문제가 아니냐고 말이다.

전화 스마트폰

 

한국의 무차별 신원확인, 미국의 50배

한국의 통신자료 제공 건수(=통신자 신원확인)는 2013년 957만4천 계정에 달한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발표 자료). 같은 해 미국의 통신자 신원확인은 최대로 추정해 보아도 1백만 계정이 되지 않는다. 인구대비 미국의 약 50배이다.

내가 만약 피싱범이고, 수사에 꼭 필요한 사람만 신원확인을 했다면, 그 과정에서 내 수사사실이 그들에게 알려진다고 해도 나는 전혀 피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내가 피싱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의 통화상대방들에 신원확인이 한정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내가 단순히 누군가와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대방에게 내 수사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수사기관이 진정으로 ‘피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싶다면, 피의자와 통화한 통신자 신원확인을 어떻게 줄일 지 고민해야 한다.

익명으로 통신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통신은 위험한 일이 아니다. 통신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영장 없이 손쉽게 신원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접근방식은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국기기관이 이를 오히려 침해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매년 대한민국 국민의 1/5을 ‘터는’ 통신자 신원확인, 20대 국회에서는 꼭 바꿔보자!

체인지 변화 미래

영장 없는 무차별 통신자 신원확인, 이제는 바꿀 때다.

 

[미국 통신자 신원확인 규모 산출 방법]

(1)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 

행정명령(subpoena)에 의한 신원확인 164,184건. 투명성보고서 설명에 따르면 행정명령 1건은 보통 1 계정의 소유자 신원정보임. 버라이즌의 이동통신사 시장점유율이 대략 30%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이통사들의 통신자 신원확인은 약 50만 건으로 추산됨.

버라이즌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는 유선전화에 대한 신원정보확인건도 모두 포함하고 있음. 버라이즌의 유선전화시장 점유율 역시 30%인 것음 감안하면 유선전화에 대해서는 별도 추계를 하지 않기로 함.(25쪽)

(2)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

그 형태가 다양하나 이용자 신원확인이 가장 필요한 곳은 각각 이메일과 SNS일 것으로 보임.

구글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7,000건의 행정명령이 있었음. 구글이 이메일 시장에서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전체 이메일서비스업자들의 이용자 신원확인은 연간 약 10만 건으로 추산됨.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Remy Bergsma, 「2013 Email client market share infographic posted by Litmus」참조)

페이스북의 2013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24,000건의 이용자 정보 요청이 있었음. 여기에는 여러 다른 정보도 있겠지만, 모두 이용자 신원확인으로 간주하면 24,000건. 페이스북이 SNS시장에서 가진 점유율에 비추어보면 전체 SNS 시장에서의 이용자 신원확인은 최대 약 5만 건으로 추산됨.

(3) 브로드밴드업자들케이블인터넷업자들

이들도 이용자 신원확인을 하고 있음. 유선인터넷 업계 전체에서 50%를 점유하고 있는 컴캐스트의 투명성 보고서를 보면 2013년에 1년에 2만 건 정도의 행정명령이 있었음. 이 행정명령 전체를 이용자 신원정보로 간주할 때 그 최대치를 5만 건으로 잡을 수 있음(컴캐스트의 시장점유율은 링크 1. 링크 2. 를 참조).

(4) 결론

2013년 미국 전체에 대한 이용자 신원확인 계정 수는 60만 건. 여기에 분야별 하위업체들에 대한 이용자 신원확인 건수가 예상보다 많을 가능성을 대비하여 최대 1백만 건으로 추산. 이는 미국 내에서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회사들의 정보제공 요청 건수를 모두 합하여 보여주는 ‘transparency reports’가 제시하는 전체 숫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2013년 약 70만 건).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였습니다. (2016.06.14.)

수, 2016/06/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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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실명제 부활시키는 개정 전자상거래법

영세 게시판 운영자에게도 무거운 이용자 감시의무 지워

 

지난 3월 29일 통과되어 9월 30일부터 시행예정인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전자상거래법)의 제9조의2는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오픈넷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정보매개자에게 애매모호한 책임을 지워 인터넷을 망가뜨리는 법이다. 즉,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아동음란물 필터링 의무(제17조 제1항)처럼, 정보유통을 매개할 뿐인 OSP 내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의 정보유통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워 결과적으로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을 검열하고 감시하게 만드는 제도이다.

전자상거래법 제9조의2를 보면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는 게시판 이용자들 중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해 준법권고를 하고, 이들과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의 피해구제신청을 대행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제공자에게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태료 최대 1천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들은 통신판매를 하는 이용자들의 신원을 확인해서 신원정보를 수집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등에서 요청하면 신원정보를 제공할 의무도 있다.

제19대 국회에서 김용태 의원에 의해 발의된 동 법안의 입법취지를 보면, 카페·블로그 등을 통한 통신판매 증가에 따라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누리고 있는 포털 사이트 등에게 위법한 전자상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고자 함에 있다고 한다. 취지 자체는 그럴듯하나, 그 내용은 통신판매로부터 직접적 이익을 얻는 오픈마켓이나 쇼핑몰 사업자가 아닌 포털 사업자나 게시판 운영자들이 그런 공간을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이용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위법한 상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는 사업자를 위축시켜 해당 산업과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정보공유를 저해할 뿐 아니라,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익명표현의 자유도 침해한다.

첫째, “준법권고”나 “신청대행 장치 마련”은 마치 아청법, 전기통신사업법, 저작권법에 명시된 ”기술적 조치”처럼 무엇을 해야 제재를 피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준법권고”라 함은 단지 ”법을 잘 지켜달라”고 하면 되는 것인지 법적 검토를 거쳐 권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신청대행”이라 함은 소비자들을 법적으로 대리를 하라는 것인지 신청만 전달하면 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그 밖에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은 너무 광범위하고 막연하다. 결국 사업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세부사항은 공정위의 재량에 달려있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예측불가능성과 비용은 인터넷에 장터를 열려는 정보매개자들을 위축시키거나, 정보매개자들이 법률위반을 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게시판을 감시·검열하게 만들 것이다.

둘째, 이러한 의무를 단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거대 포털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한 것은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게시판 이용자간의 거래로부터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 영세한 웹사이트들은 이러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게시판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카메라 동호인들이 모여 만든 웹사이트에서 중고 카메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웹사이트 운영자는 바로 준법권고를 하고 분쟁대행절차를 마련해놓아야 하는데, 이러한 거래로부터 아무런 직접적 이익도 얻지 못하는 운영자는 거래를 아예 못하게 하거나 나아가 게시판을 막아버리는 쪽을 택해야 하고, 최후에는 웹사이트를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동 법은 전자게시판 서비스 산업을 위축시키고, 이용자들이 게시판을 이용해 판매정보를 공유할 자유를 제약할 위험이 매우 크다.

셋째, 서비스 제공자에게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의 신원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분쟁이 생길 경우 신원정보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한 것은 2012년 위헌으로 결정난 인터넷실명제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 왜냐하면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프로슈머’의 시대에 어떤 이용자가 통신판매업자 내지 통신판매중개업자인지 알기 어려워 모든 이용자를 상대로 신원확인 조치를 취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신판매업자란 “통신판매를 업으로 하는 자 또는 그와의 약정에 따라 통신판매업무를 수행하는 자”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통신판매중개업자도 범위가 넓기는 마찬가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수집한 신원정보를 소비자피해분쟁조정기구나 공정위 등이 사법기관의 검토나 영장 없이 제공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통신자료 제공과 같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프로슈머’의 시대를 불러왔다. 개인이 소비자이기도 하고 판매자이기도 한 사회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돈을 벌고, 포털 카페를 통해 공동구매를 하거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등 정보기술을 통해 종래 없었던 소득창출수단이 계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슈머들이 정보를 주고 받는 수단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에게 이런 저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결국 해당 산업을 저해하고 모든 이용자의 권익과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특정 플랫폼을 불법적으로 이용한 자를 찾아내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 사업자의 역할이 아니다. 공정위에게 전자상거래법 제9조의2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

 

2016년 6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금, 2016/06/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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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6월 24일 한신대학교 학생 소OO와 김OO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경찰의 위법한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하였다. 두 학생은 6월 4일 경기수원서부경찰서 앞에서 연행된 후 경찰에게 휴대전화를 빼았겼다. 당시 이들은 며칠전 장애이동권 투쟁 과정에서 연행된 성OO·김△△ 씨 석방을 촉구하는 긴급 촛불기도회에 참여하였다가 연행되었다. 피해자들이 석방된 후에도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다는 이유로 전화기를 돌려주지 않았다.

 <공동논평>

발표일자: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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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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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국문본 공개 및 APrIGF 워크샵 주최

 

오픈넷은 지난 6월 15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발표된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보고서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Stand Up for Digital Rights: Recommendations for Responsible Tech)”의 요약문을 한국어로 번역, responsible-tech.org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권고는 인터넷 접근권, 망중립성, 콘텐츠 관리, 프라이버시, 투명성, 국가검열의 여섯 분야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의 권리를 위해 취해야 할 조치 및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권고는 이번에 공개된 한국어 버전뿐만 아니라 영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버전으로도 제공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들에게 유의미한 잊혀질 권리, 임시조치제도, 정부의 검열삭제요청, 제로레이팅 등에 관한 구체적인 권고들이 담겨 있다.

또한 오픈넷은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APrIGF 2016 본 행사에서 행사 둘째 날인 28일, 인터넷 기업의 책임을 대주제로 위 보고서 내용을 포괄하여 아시아지역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 워크샵을 주최한다. 이 워크샵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과 학계, 시민사회의 전문가들이 모여 아·태지역에서 정보매개자인 인터넷 기업들이 법적·정책적으로 당면한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논하고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등 다양한 규범들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본다. 또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 1주년을 맞아 정보매개자들이 콘텐츠 삭제차단 시 이용자들에게 통지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통지양식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마닐라 원칙은 정보매개자들이 이용자가 업로드한 콘텐츠를 차단 및 삭제할 때 따라야 하는 국제규범을 50여 개 NGO가 수차례 회의를 통해 확립한 것이며 오픈넷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였다.

 

* 참고 자료: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_한국어 버전(PDF)

* 관련 논평:

오픈넷, 인터넷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보고서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발표

세계 각국의 정보인권단체들,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 선언

 

 

목, 2016/07/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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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인증 강박의 추억 떠올리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 ‘NH농협’, ‘아시아나 항공’ 등 개인정보유출기업 다수가 ISMS 인증 받아 실효성도 의문

 

2015년 12월 개정되어 올해 6월 2일부터 시행중인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은 ISMS 인증 의무 대상을 의료기관, 학교 등 비영리기관으로 확대하고 과태료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ISMS 인증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폐지된 공인인증서 강제 사례처럼 정부가 인증한다는 “공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이른바 관치 보안의 폐해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의 폐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가 주도하여 인증 자체에 직접 관여하는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2001년 도입되어 2013년 의무화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인증 제도는 기업(조직)이 각종 위협으로부터 주요 정보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립ㆍ관리ㆍ운영하는 종합적인 체계의 적합성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은 정보통신망서비스 제공사업자(ISP),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IDC), 그리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 주로ICT 기업 중에서 일정 규모(전년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3개월간 일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이상의 기업이 의무 대상이었는데, 작년 12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세입이 1,500억 이상인 의료법상 상급종합병원 및 고등교육법상 재학생수 1만명 이상인 학교로 ISMS 인증 의무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또한 의무 대상자 중 미인증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도 현행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되었다.

관치 보안의 문제는 이미 오픈넷이 오랫동안 비판해 온 공인인증서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즉, 정부가 “공인”한다는 정부 주도 인증 문제의 핵심은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기술이나 인증 제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이고, 이는 실제 인증되는 내용이나 실질과 무관하게 국가가 인증한다는 취지의 “공인”이라는 어휘 자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정부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ISMS 인증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실제로 2014년 국정감사에서 ISMS 인증을 받은 254개의 기업 중 정보유출 사고가 무려 30개 기업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드러난 바 있고, 여기에는 사회적 파장이 큰 NH농협이나 KT 등 개인정보나 개인신용정보가 다수 집적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불과 며칠 전에는 ISMS 인증을 받은 아시아나 항공의 웹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시스템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날로 발전하는 정보통신 환경에서 정보보호체계 내지 보안시스템의 구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지만, ISMS 인증처럼 정부가 최종 인증 권한 자체를 보유하고 운용하는 제도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 급변하는 보안 시장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정부와 보수적인 규제가 따라가거나 앞서가기를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사가 이용자에게 공인인증서 등의 사용을 강제한 경우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 면책을 용이하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와 같이 ISMS 인증을 받았음에도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경우, 반대로 정부의 “공인”된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면책을 받게 된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또한 공인인증서 커넥션 처럼 ISMS인증이 ”공인” 인증 체제를 유지하는 이상 담당 부처와 심사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카르텔이 형성되어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할 우려도 지우기 어렵다.

이처럼 정부가 최종 인증 권한을 보유하고 내용 심사를 주도하는 이른바 “공인” 인증의 강제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게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겨 역차별을 초래한다. 미국, 캐나다 등 IT 선진국 중에 국가가 주도하여 보안 인증을 강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려우며, 이들 국가에서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획득한 ISO 27001, PCI-DSS 등의 인증을 이용한다. 물론 현 정보통신망법에서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 즉 ISO 27001을 받은 경우에는 인증 심사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다고 하여 부담을 덜어준 것 같아 보이나, ISMS 인증의 대체를 인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주도하는 ISMS 인증이 ISO 27001 보다 특별히 더 우수하다는 점도 밝혀진 바 없으며, 오히려 인증의 품질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욱이 ISMS 인증은 통상 준비부터 인증까지 약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인증 신청을 위해서도 최소 2개월 이상의 운영 기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ISMS 인증 비용만으로도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해외진출을 꿈꾸는 ICT 기업들은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ISMS 인증 보다는 국제적인 보안 인증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복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주도의 “공인” 인증 강박의 추억은 공인인증서 사례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정부는 인증 권한을 민간 전문가에게 양보하고 사후적 관리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민간 주도의 보안 인증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한다.

 

2016년 7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 관련 논평: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며 금융당국의 기술중립, 사후규제 원칙 구현을 촉구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6/07/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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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황교안 국무총리가 어제(7/21) 초대 대테러인권보호관에 공안검사 출신의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를 위촉했다. 이 교수는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후 1994년부터 2007년까지 검사로 재직하면서 공안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검사 출신을 인권보호관으로 위촉한 것은 인권보다는 공안을 더 중시하겠다는 현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인권보호관이 구색 맞추기에 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인권보다 공안 더 중요시한 대테러인권보호관 위촉

인권침해 현실화되기 전에 국회 법안 폐지에 나서야  


황교안 국무총리가 어제(7/21) 초대 대테러인권보호관에 공안검사 출신의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를 위촉했다. 이 교수는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후 1994년부터 2007년까지 검사로 재직하면서 공안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검사 출신을 인권보호관으로 위촉한 것은 인권보다는 공안을 더 중시하겠다는 현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인권보호관이 구색 맞추기에 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발표일자: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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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7/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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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아·태지역 인터넷거버넌스포럼(APrIGF) 2016 참가

- “책임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세션과 잊혀질 권리에 관한 세션 주최 예정

 

사단법인 오픈넷은 7월 27일부터 7월 29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아·태지역 인터넷거버넌스포럼(APrIGF)에 참가한다.* 오픈넷은 잊혀질 권리, 인터넷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온라인자유연합(Freedom Online Coalition, FOC)** 등에 대한 세션 및 회의를 주최하고 국정원-해킹팀 사태에서 드러난 침입적 감시기술 문제, 인터넷 규제에 대한 국제통상협상, 투명성보고 등에 관한 세션에서 발표한다.

오픈넷은 행사 첫날인 27일(수) 오후 2시 “잊혀질 권리와 익명성” 세션(Merger 8. Right to be forgotten (RTBF), Privacy, anonymity and public access to Information)을 공동 주최하고 박경신 이사가 패널로 참여한다. 둘째날인 28일(목)은 오후 12시에 진보넷이 주최하는 “침입적 기술에 의한 감시” 워크샵(WS.67 Intrusive Surveillance Technology Could be Justified?)에 박경신 이사가 좌장을 맡고, 작년 국정원-해킹팀 사태 당시 오픈넷, 진보넷과 P2P재단코리아(최민오 활동가)가 공동으로 해킹팀의 스파이웨어인 RCS를 탐지하는 “오픈 백신”을 개발·배포한 경험을 공유하며, 파키스탄, 인도, 홍콩, 태국에서 온 패널들과 함께 사이버 사찰 기술, 특히 해킹 기술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오픈넷은 같은 날 4시부터 정보매개자 책임에 관한 “책임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세션(Merger 3. Recommendations for Responsible Tech: Digital Rights and Private Sector Internet Intermediaries)을 주최하는데, 박경신 이사가 사회를 맡고 정보매개자인 구글, 페이스북과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인도, 싱가포르의 학자, 디지털아시아허브 소장 등 학계, 시민사회의 전문가들이 모여 아·태 지역의 인터넷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와 극복 방안에 대해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토론을 한다. 이 세션에서는 정보매개자 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 선언 1주년을 맞아 미국의 전자프론티어재단(EFF)에서 정보매개자가 콘텐츠 삭제·차단시 활용할 수 있는 이용자 통지 양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행사 첫날인 27일에는 “지역별 투명성보고” 워크샵(WS.52 Regional Transparency Report and Online Rights Protection Measures)에 박경신 이사,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손지원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하며, “인터넷규제에 대한 국제통상협정” 세션(Merger 2. The Future of Internet Rulemaking through Trade Agreements)에 김가연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하고, 행사 마지막날인 29일(금)에는 “아시아 지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 세션(Merger 7. Threats to Free Expression and Challenges for Reform in South East Asia)에 박경신 이사와 손지원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한다.

공식 행사 외에도 잊혀질 권리에 관한 전략회의를 주최하고, FOC 비공개 회의, 아·태지역 인터넷 거버넌스학교(APSIG) 실행위원회 회의, APrIGF 멀티스테이크홀더(MSG)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APrIGF 아젠다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Internet Governance Forum, IGF)은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된 정부, 기업, 시민사회, 학계, 기술 커뮤니티, 이용자 등 다자간(multi-stakeholder)의 정책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포럼이며, 200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열린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지역별, 국가별 IGF 또한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데, APrIG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IGF로서 지역내 다양성과 중요성으로 인해 국제적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서 그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2011년부터 인터넷의 자유를 지지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간 기구로서 현재 30개 나라가 회원국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몽고만 가입했고 한국은 아직 가입되어 있지 않다.

 

※ 관련 논평:

오픈넷,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국문본 공개 및 APrIGF 워크샵 주최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6/07/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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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SNS에서의 비공개 대화에 모욕죄, 명예훼손죄 인정은

통신비밀의 자유 침해

 

최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이루어진 대화에 대해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하려는 법적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와 같은 법적 시도들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적용범위를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해 비밀스럽게 상호 소통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며 유관기관들의 자제를 촉구한다.

인터넷은 자신의 주장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게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상대방을 한정하여 그들만이 볼 수 있도록 게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공개된 대화와 은밀한 대화를 모두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인터넷이 인류에게 준 선물 중의 하나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의 비공개 그룹을 이용하는 것은 은밀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그 말이 화자의 의사에 반하여 유출된 경우를 불특정다수가 듣도록 공개적으로 말을 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화자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2년 인터넷실명제 위헌결정(2010헌마47)에서, 온라인 글을 쓰려는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제출하도록 강제한 정보통신망법에 대해서 사생활의 비밀(헌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를 썼다)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판시와 함께 위헌판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결정에서처럼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정보도 나의 사생활의 비밀이지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나의 사생활의 비밀이다. 헌법은 사적 영역에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통신의 비밀로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제18조). 따라서 비공개 대화의 상대방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카카오톡방이나 비공개 그룹 참여자 외의 사람들에게 밝혔다거나 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나”를 불특정 다수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과 동등하게 다루는 것은 “나”의 사생활의 비밀을 훼손하는 것이다.

물론 비밀스러운 대화라 할지라도 그 대화가 범죄를 구성한다거나 범죄의 증거가 된다면, 수사기관은 그 대화를 취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 공개할 수 있다. 또한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불법행위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대화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러한 내부 고발, 공익 제보는 장려되어야 한다. 이상호 기자 등이 삼성그룹 로비 대상으로 언급된 정치인 및 검찰 고위관계자 실명을 공개한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거나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다고 대법원이 판시한 것(2006도8839)과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는 예외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고려대 여성혐오 단톡방의 경우도 우리나라에 차별금지법이나 혐오표현규제가 없기 때문에 단톡방 내의 대화가 범죄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이를 제보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규범의 위반일 것이라는 선한 믿음을 가지고 제보를 하였으므로 비슷한 이유로 정당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적인 통신을 공적인 통신인 것처럼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사생활의 비밀 침해이다. 카톡방이나 페이스북에서 비공개로 말을 한 경우 대화참여자들 간에 암묵적인 비밀유지약속만 있다면 그 언사 자체만으로는 공연성이 인정될 수 없으며,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없다. 명예훼손의 보호법익은 언사의 대상이 된 사람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가지고 있는 ”평판”인데, 그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지 않을 의도로 한 말이 그 평판을 훼손할 수는 없다. 또한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명예감정으로 본다면 언사의 대상에게 전달되지 않을 의도로 한 말이 그 명예감을 훼손할 수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소위 전파가능성 이론을 이용해 공연성을 널리 인정해왔으나, 그렇다고 해서 화자가 발설한 말을 듣는 이가 함부로 전파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관계의 대화에까지 전파가능성 이론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상호 은밀성이 약속된 비공개 대화에 쉽게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은밀한 대화를 하려는 사람들의 통신 비밀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지금은 메신저나 SNS 문제이지만, 앞으로 이메일에도 모욕죄,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픈넷은 인터넷을 이용한 비공개 대화에 공연성을 인정하고자 하는 시도에 반대한다.

 

2016년 8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목, 2016/08/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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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 전기통신사업법상 차단수단 설치의무 조항은 청소년과 부모의 기본권 침해

 

사단법인 오픈넷은 8월 30일 화요일, 청소년과 청소년의 부모를 대리하여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차단수단을 강제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일명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작년 4월 16일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7은 이통사가 청소년과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및 음란정보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동 법 시행령 제37조의8는 이통사가 계약 체결 시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고지하고 차단수단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계약 체결 후에는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차단수단이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차단수단이라 함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말하는데, 현재 총 19개의 앱이 유통되고 있다.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은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문제는 이통사가 청소년이나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단수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차단수단의 삭제 또는 비활성화 여부를 확인해서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차단수단을 통해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 접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차단수단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상시 감시해야만 한다.

또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차단 앱 중 다수는 유해정보 차단을 넘어 스마트폰 사용 모니터링, 위치 조회 등 청소년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감시 내지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앱은 보안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해커들의 표적이 되며, 청소년을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의 보안 위험에 노출시킨다. 특히 정부가 개발, 보급한 “스마트보안관”은 무려 26건의 보안 취약점을 갖고 있음이 시티즌랩의 보고서에 의해 밝혀져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은 이통사가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차단수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청소년이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 접근하는지를 상시 감시하게 하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 또한 차단수단에 의해 유해정보뿐만 아니라 합법적이고 교육적인 정보도 차단되어 청소년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차단수단 설치 여부에 대해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의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아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

또한 법률에서는 음란물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제공”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청소년보호법상의 절차에 따라 사전적으로 규정되는 청소년유해매체물과 달리 음란물은 그러한 절차가 없는데도 사업자가 사전적인 조치인 “차단수단”을 제공하라고 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 그리고 해당 시행령은 제공만 하라는 모법과 달리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대한 365일 24시간 상시적인 감시를 요구하고 있어 법률이 위임한 한계를 일탈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분신과도 같은, 개인의 공사생활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기기에 대해 상시적인 감시를 요구하는 것을 입법자가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감시 앱 강제설치법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에 치우쳐” 국가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까지 챙기고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헌재 2014. 4. 24. 2011헌마659 등).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6년 8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첨부. 스마트폰감시법 헌법소원청구서

 

- 관련 논평:

‘딸통법’ 및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 시행 주의보 –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공포 및 시행에 부쳐

한국의 청소년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스마트보안관 서비스는 즉시 중단되어야

스마트보안관이여 잘 가시오! 이제는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의 폐지를 논의할 때!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화, 2016/08/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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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Fy 2016 참가 후기

 

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6년 9월 28일 – 9월 30일
장소: 뉴델리, 인도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박경신 이사는 “디지털 아시아: 새로운 거버넌스 질서 세우기(Digital Asia: Scripting the New Governance Order)” 란 주제로 열린 CyFy 2016에 토론자로 초대 받아 참가했습니다. “사이버보안과 인터넷 거버넌스에 관한 인도 컨퍼런스(The India Conference on Cyber Security and Internet Governance)”의 줄임말인 CyFy 2016은 올해 4번째 열린 것으로, 인도 및 아·태지역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등 45 개국에서 130여 명의 전문가 패널과 6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터넷 거버넌스 컨퍼런스였습니다.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 ‘국제 협력(International Engagement)’, ‘접근권과 포섭(Access & Inclusion)’, ‘역량배양(Capacity Building)’ 총 5개 분야에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박경신 이사는 ‘접근, 프라이버시, 보안의 트릴레마(the Trilemma of Access, Privacy and Security)’, 김가연 변호사는 ‘인터넷의 분열(Internet Fragmentation Session)’ 세션에서 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 9월 30일 금요일

참여세션 1: 접근, 프라이버시, 보안의 트릴레마(the Trilemma of Access, Privacy and 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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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널 소개:

적법한 정보 접근권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대립하는 암호화 논쟁 등 최근 전개되는 논의를 조망하고, 이러한 간극을 조정하기 위해 새로이 도출해야 할 규범이 무엇인지 토론한다.

This panel will take stock of some of the recent developments like the encryption debate that purportedly pits privacy against legitimate access to electronic data. It will identify norms that must be developed anew to reconcile these differences.

- 패널 토론자:

1. Isabel Skierka, Researcher, Digital Society Institute, European School for Management and Technology
2. Seda Gürses, Post-Doctoral Researcher, Center for Information Technology Policy, Princeton University
3. Solange Ghernaouti, Professor, University of Lausanne
4. KS Park, Director, OpenNet Korea
5. Alexander Klimburg, Director, Cyber Policy And Resilience Program, Hague Centre for Security Studies
6. Paula Kift, Ph.D Candidate, New York University (Chair)

- 박경신 이사 발표문

 

참여세션 2: 인터넷의 분열(Internet Fragmentation Session)


 

- 패널 소개:

다양한 통상협정 체제의 인터넷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함의를 검토한다. 특히 TPP(the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아시아 지역 인터넷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토론한다.

The internet fragmentation panel will examine the social, economic and political implications of differential trading regimes. With universal, affordable connectivity yet to be achieved, are we already witnessing parallel internet regimes that cater to emerging economies?

- 패널 토론자:

1. Kelly Kim, General Counsel, Open Net Korea
2. Hoang Tran, Partner, EZLAW
3. Anahita Mathai, Junior Fellow,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4. Hugo Zylberberg, Fellow for Technology & Policy, Columbia University School of International & Public Affairs
5. Burcu Kilic, Policy Director, Public Citizen (Chair)

- 김가연 변호사 발표 요지(업데이트 중)

 

수, 2016/10/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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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10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
요약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회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과 이재정 국회의원(안전행정위원회)은 오는 10월 26일(수), 통신자료 제공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입법공청회를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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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회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과 이재정 국회의원(안전행정위원회)은 오는 10월 26일(수), 통신자료 제공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입법공청회를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

발표일자: 
2016/10/24

나머지 보기

월, 2016/10/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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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방송통신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사단법인 오픈넷은 12월 2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반대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본 법안은 1) 모든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과도한 유통 방지 의무 및 관리책임을 지워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며, 2)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청소년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유해정보 차단수단 설치 강제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픈넷은 이미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본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나, 최종제출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제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본 법안을 심사함에 있어 시민사회의 의견 및 각계 각층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161222_사오픈넷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의견서
첨부1. 시티즌랩 연구진, 한국의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앱에서 중요한 보안 및 프라이버시 문제점 발견
첨부2.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는 아이들-시티즌랩의 스마트보안관
첨부3. 한국법제연구원 외국법제동향

 

『전기통신사업법』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2016. 12.

 

I. 부가통신사업자 불법정보 유통방지 의무 신설에 대한 반대의견

 

1. 개정이유 및 내용

○ 모든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음란물이 유통되는 사정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 또는 그 유통을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미이행시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함(안 제22조의5, 제92조제1항제1호, 제104조제3항제1호의2 신설).

○ 본 규정 신설 이유에 대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인터넷 방송, 채팅앱 등에서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방치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해당 불법정보에 대한 유통 방지 의무를 부과하여 사업자의 관리책임을 제고’하기 위함이라 밝힌 바 있음.

 

2. 반대의견

가. 서

○ 위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부당하게 과도한 유통 방지 의무 및 관리책임을 부과하여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재고되어야 함.

 

나. 정보매개자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

○ ‘명백히 인식한 경우’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사업자들이 의무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게시물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음. 이로 인하여 본 조는 정보매개자들이 이용자들이 유통하는 정보의 불법성을 사적으로 검열하도록 하는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 조항으로 기능하게 될 것임.

○ 정보의 생산자가 아닌 유통만을 매개하는 자, 즉 정보매개자(intermediary)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움으로써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 환경과 문화를 저해하여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국제적으로 금지되고 있음. 한-EU FTA의 기반이 된 EU 전자상거래지침(Directive 2000/31/EC)은 모든 불법정보(저작권침해정보, 음란정보, 아동포르노물)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음.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도 정보매개자에게 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음.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저작권법 제104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3과 같이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기존의 규제들은 ‘기술적 조치’만을 요구하여 ‘기술적 조치’를 했거나 ‘기술적 조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나 동 조항상 의무는 “명백히 인식한 경우”라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을 사용해 너무 광범위하고 침익적임.

 

<기존 규제와의 비교>

음란물 모니터링_규제비교표

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 통신비밀의 침해

○ ‘음란물’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사업자들은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선정성 정보’ 혹은 ‘성인 정보’마저 모두 일률적으로 삭제, 차단하는 과잉 검열을 하게 될 것임. 이로써 정당한 성인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음.

○ 또한 채팅앱 서비스의 경우 불법정보가 유통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이용자들의 사적 통신을 들여다보게 하므로 이용자의 통신 비밀의 자유 침해 문제도 발생함.

 

라. 부가통신사업자 및 국내 사업자의 평등권 침해

○ ISP, 이동통신사업자 등 망사업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기업,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해당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만 유통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근거없는 차별로써 평등권 위반의 소지가 있고, 국내에서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 이로써 이용자들도 사업자가 게시물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국내 서비스보다 자유롭고 통신비밀이 보장되는 해외 서비스를 선호하여 국내 인터넷 산업의 쇠퇴를 가져올 위험이 있음.

○ 특히 본 조의 규제 대상인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자유로이 ‘실시간’ 으로 정보를 유통시키는 형식의 플랫폼 서비스(인터넷 개인방송, 채팅앱, SNS 등)의 경우 실시간 모니터링 역량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 이에 따라 사업자는 오히려 모니터링을 회피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음.

 

3. 결론

○ 음란방송 등 불법행위를 한 이용자들을 형법을 비롯한 현행법으로 처벌하여 사전적 예방을 할 수 있고,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명령 제도, 청소년 유해정보 표시 및 성인인증을 통한 청소년접근제한 조치 등 기존의 제도를 통해 입법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되고 있음.

○ 또한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더라도 부가통신사업자 역시 일정 요건 하에서 음란물 및 기타 불법정보 유통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고 있음.

○ 본 조를 신설하는 것은 결국 불필요하게 정보매개자에 대하여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고 과도한 관리책임을 지움으로서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상과 같이 반대함.

 

II. 불법유해정보 차단수단 제공의 예외에 대한 반대의견

 

1. 개정이유 및 내용

○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부모의 교육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불법유해정보 차단수단을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예외 규정을 신설(안 제32조의7제1항 단서 신설)

 

2. 반대의견

가. 서

○ 부모의 교육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권을 부여하는 예외 규정의 신설은 바람직함.

○ 그러나 시행령에서 이통사의 차단수단 ‘설치여부 확인’ 및 법정대리인에 대한 ‘통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가 심각함. 또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차단수단인 “스마트보안관” 앱이 심각한 보안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처럼, 현존하는 차단수단의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이 부재함.

 

나.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 시행령에 의하면 이통사는 차단 앱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 법정대리인(주로 부모)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음. 결국 이통사는 차단 앱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상시 감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됨.

○ 또한 대부분의 차단수단은 자녀용과 부모용으로 나뉘어 있으며 부모용을 통해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내역 등을 감시할 수 있게 하고 있음. 이러한 정보는 부모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접근할 가능성이 있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청소년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함.

 

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 법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의 차단수단 제공 흐름도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음.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의 차단수단 제공 흐름도

○ 위 흐름도에 따르면 차단수단 개발사가 차단수단 삭제 여부를 파악해서 문자 등으로 고지를 하게 되어 있음. 이 과정에서 개발사는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집적 및 유통될 위험이 있음.

 

라. 안전한 차단수단의 부재

○ 현재 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차단수단, 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 보안감사를 거쳐 안전함이 확인된 차단 앱이 전무한 상태이며, 특히 방통위가 개발 및 홍보예산을 지원하고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MOIBA)에서 개발해 2012년부터 보급해오고 있었던 “스마트보안관”은 보안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밝혀짐.

○ 2015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산하 시티즌랩 연구소는 스마트보안관에 대한 보안 감사 보고서를 2차에 걸쳐 발표함.

- 2015년 9월 20일 발표된 1차 보고서에 의하면 스마트보안관에 대한 보안 감사를 통해 26건의 보안 취약점들이 발견됨(첨부 1. 참조). 이에 시티즌랩은 즉시 스마트보안관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권고함. 또한 이러한 보안 취약점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요구되는 개인정보보호조치 위반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보안관의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정책에서 주장하는 보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계약상의 의무의 위반임이 밝혀짐.

- 보고서 발표 직후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취약점을 수정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으며 “앞으로도 필요시 보안취약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대응한 바 있음.

- 그러나 11월 1일 공개된 2차 보고서에 의하면 스마트보안관의 취약점은 제대로 수정되지 않았거나 그대로 남아 있어 청소년들을 여전히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첨부 2. 참조).

 

마. 일본 법제와의 비교

○ 본 규정은 일본의 「청소년이 안전하게 안심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제17조와 유사함.

○ 일본에는 그동안 인터넷상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제가 없었고, 동 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수단은 차단 앱의 설치가 아닌 네트워크 필터링 서비스의 제공임. 그런데 우리나라는 강력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제가 존재하고 사업자들은 이미 네트워크 필터링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음.

○ 또한 일본법은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인터넷 리터러시의 습득과 청소년 보호간의 균형 및 민간에 의한 자율적 대응을 기본이념으로 하나, 우리 법은 이러한 고려가 없이 사업자를 통해 일방적으로 국가후견적인 제도를 강제하여 우리나라 기존 청소년보호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

○ 일본에서도 법 도입 당시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기존 필터링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있었음(첨부 3. 참조). 우리나라법은 이에 더해 감시 앱의 설치를 강제함으로써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까지 침해함.

 

3. 결론

○ 청소년들을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나, 국가가 취약한 집단에게 특정의 보호조치를 강제하고자 할 때에는 보호조치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안전한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함.

○ ‘스마트보안관’ 사례와 같이 개인의 통신기기에 대해 감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함께 심각한 보안상의 위험을 발생시킴.

○ 현 제도는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침해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함. 또한 현존하는 차단수단의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음.

○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동 조항은 폐지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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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월, 2016/12/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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