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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 정세균 국회의장의 역할을 기대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
원자력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사들이 골고루 포함되어야 한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mail protected])
현대 사회에서 전쟁 말고 가장 끔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원전(핵발전소)을 꼽는다.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원전의 각종 안전장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대형 사고는 수천, 수백 년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매우 낮은 확률이라고 장담해 왔다. 반핵 운동단체 진영에서도 수천, 수만 년 이상 문제가 될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우려는 높았지만, 설마 우리가 살아 있는 현 세대 동안에 끔찍한 대형 원전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많았다. 그러나 1956년 상업용 원전이 시작되고 불과 23년 후인 1979년에 미국 스리마일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고, 사람들의 실수에 대한 기술적 대비가 부족했다는 원자력계의 변명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 후 많은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스리마일 사고로부터 17년 후인 1986년에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원전은 미래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위험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2011년에는 ‘지진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가장 완벽한 안전장치들이 설치되었고, 안전이라면 세계 최고’라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였다. 특별한 자연재해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는 작자들도 있지만, 사람이나 과학기술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계속 확인되고 그로 인한 사고는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분명한 진실을 보여주었다. 원자력계 인사들도 제 정신이라면,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라 믿고 싶다. [caption id="attachment_164908" align="aligncenter" width="640"]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송화면 (YTN뉴스)[/caption]
우리나라에 워낙 다수의 원전이 밀집해서 존재하다보니, 전 세계에 엄청난 숫자의 원전이 있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 세계 가동 중인 원전 숫자는 4백 4십 여 개다. 이 정도 숫자의 규모에서 3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으니 확률로는 약 0.7%. 1천분의 7이다. 환경보건에서 1천분의 1이나 1만분의 1의 확률은 물론, 심지어는 십만 분의 1의 확률로 한 명의 사망이나 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도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원전사고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이 그 피해규모와 지속성이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발생할 확률이 1백만 분의 1, 1천만 분의 1이어도 안 된다. 실제로 원자력계에서는 대형 원전사고 확률을 1억 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는 말까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엄청나게 발생확률이 높음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원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거나 일제히 점검에 들어간 것은 당연한 조치다. 원자력산업의 진흥과 규제를 한 부서나 조직이 동시에 하면 위험 가능성을 축소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도 다시 강조가 되었다.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하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과 한국이라고 하는데,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규모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절대적 폐쇄 구조와 일방 독주를 유지하던 원자력계를 견제한다는 취지로 독립적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011년 구성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원자력계에 대한 견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강창순 초대 위원장은 “진흥 쪽에 몸담았기 때문에 규제를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제대로 알아야 규제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관계자들만이 참여하는 위원회로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여전히 원전 안전이 원자력 진흥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대표적 반핵인사였던 김혜정, 김익중 위원이 야당의 추천으로 참여하면서부터 비로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존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수의 안건에서 안전 측면의 검증이 강화되었다.
월성1호기 재가동에 따른 안전성 여부, 고리1호기 폐쇄 등과 관련된 안건들도 심도 있게 논의, 결정되었다. 탈핵진영에서는 원전추진론자들의 결정을 합리화시켜준다는 비판도 있었고, 퇴장이나 농성 등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논의 구조를 통해 현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문제 제기 하고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더 높았다. 반핵 인사까지 참여한 위원회의 결정은 보다 높은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찬핵 진영은 반핵 인사들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참여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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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사진출처: 원자력안전위원회)[/caption]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8명 중 4명은 위원장이 제청, 나머지 4명은 국회가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위원장 자신과 자기가 제청한 위원이 과반수로서, 한 개인이 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보다 우위에 서있는 다소 어이없는 구조다. 원자력 진흥 세력의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위원장이 지금처럼 위원회 구성에 절대권한을 가지려면, 위원장에 대한 임명과 검증에 국회가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전체 위원을 국회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대신 국회 추천 역시, 여야 또는 정당이 나눠 먹기식으로 추천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2013년에는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하기로 합의하였다. 여당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과문한 탓인지 여당에 의해 추천된 위원은 원안위 안건에 대해 반대하거나 문제제기를 했다는 뉴스를 전혀 본 기억이 없다.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의문을 풀고 가야지 어떻게 표결로 처리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하여튼 표결한 결과는 늘 7대2 아니면 7:0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당 추천 위원은 늘 한수원 주장에 찬성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부산, 경상도 지역의 주민들도 원전이 밀집해 있고 노후 원전이 많아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새누리당 추천 원안위원들이 적극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원전 측 입장을 늘 지지하는데도, 새누리당은 왜 가만히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은 시민사회와 탈핵운동 진영의 추천을 받아 2명의 반핵 인사를 추천하였고, 그 결과는 앞에서 설명한대로 원안위의 존재감 부여와 원전안전문제의 공론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야당 추천인사가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당 내부 사정이나 또는 원안위 위원을 무슨 벼슬이라고 생각하고 줄을 댈 인사에 의해 왜곡 선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마침 8월 4일이 다수의 원안위 위원들, 특히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의 임기가 끝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야당추천 권한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하나씩 나눠 갖기로 했다는 등의 소식도 들린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결정이다. 원전안전에 대해 가장 열심히 활동을 하고 목소리를 낸 정당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재주만 피우는 곰이라는 것인가? 정의당도 두 야당이 나눠 먹기식에 대해 가만있으면 곤란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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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총선 정당별의석수 (출처:오마이뉴스)[/caption]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원안위 위원 자리가 전리품으로 나눠먹는 자리인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취임사에서 말했다는 대로, 원전의 안전은 그야말로 나라의 존망이 걸려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다각도로 원전의 안전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고르게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권한도 없고 회의 수당도 보잘 것 없다고 한다. 따라서 원자력계와 탈핵운동진영에서는 아주 관심이 높은 자리이지만,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탐을 낼 자리는 아닌 듯싶다.
현재 법률에 의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는 원자력·환경·보건의료·과학기술·공공안전·법률 ·인문사회 등 원자력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사들이 골고루 포함되어야 한다. 위원장과 국회, 여야 또는 제1, 제2 야당이 각각 나눠 먹기식으로 추천하다보면 분야가 겹치는 경우도 생기고, 적합하지 않은 인사의 로비나 청탁에 의해 선정될 수도 있다.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자기가 추천할 원안위원들도 국회와 밀접하게 상의하고 여론의 검증을 받아 가장 적합한 인물들을 추천해야 한다. 하물며 국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여야를 가리지 말고 각 정당이 복수로 다수의 후보를 추천하되, 함께 검증하고 합의해서 위원을 선정 추천해야 한다. 여야 정당 대표들이 함께 논의해야 하고,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국회의장이다. 많은 국민들이 야당이지만 총선에서 제1당이었던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을 지지한 것도 이와 같은 종류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 조정을 기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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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세균의원이 제20대 전반기 국회의장 투표에서 총 투표수 287표 중 274표를 얻어 국회의장으로 당선됐다.(사진출처:연합뉴스)[/caption]
정세균의장은 원자력안전위원장과도 전체 위원회 구성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만, 국회가 추천할 4명의 위원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원내 정당들의 대표들을 소집해서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원전이 위치한 지역사회와 탈핵운동진영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청취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원전 안전에 대해 입과 귀를 막고 있을 때 유일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집단으로서의 정당성, 그리고 원전 안전에 대해 가장 전문성과 논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위촉과 관련해서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문가가 "반원전 성향의 인사가 많으면 심의나 의결 기간이 지연될 개연성이 크다"라고 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9명 중 2명인 것도 많아서 더 줄여야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긴 수십 년 동안 비판 없이 자기들끼리 하다가 “이게 뭔 고생이야” 했을 듯싶다.
그러다보니 원자력계가 반핵인사들이 원안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특히 원전 추진 주체인 산자부의 장관을 역임한 바가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통해 로비를 할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권과 국회의장이라는 갈림길에서 여소야대의 국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회의장의 길을 선택한 바 있다. 그런 선택에 걸맞게 이런 시중에 떠도는 저급한 의혹을 일소하는 의미에서라도, 국회의장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국회의 조정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미 정당도 탈당한 처지라 정당 차원에서 누구를 추천할 위치에 있지 않다. 정당이 서로 의논해서 결정한 4명을 모두 국회차원에서 추천하는 역할을 해야 맞는 것이다. 그중 몇 명을 자기가 추천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부당한 개입이고 청탁이 된다.
김영란법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이 공직자들에 대해 요구하는 도덕성은 매우 높다. 만에 하나라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것은 개인적인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전체 야권에 대해서 정권교체가 되기도 전에도 이렇게 국가 존망이 걸린 사안을 논의하는 위원회 위원 선정도 개인적 취향으로 한다면, 정권을 잡고 난 이후에는 어느 정도로 심각할 것인가라는 식의 의문과 비판에 대해 대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산자부 장관 출신이라는 전력 때문에 특히 원전과 관련해서는 많은 유권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에서 날카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회의 최고 수장으로서 정당의 훌륭한 조정역할을 하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청탁의 처리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 이 글은 장재연의 환경이야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장재연의 환경이야기 바로가기

ⓒ세계일보[/caption]
서울의 집값은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집은 이미 충분하다. 신주택보급률 기준 서울은 100.5%(2017년 5월 추정)를 넘었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에 이미 100.5%를 돌파했다. 이제는 주택의 양적 확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맞춤형 수요관리가 주택도시정책에 핵심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국지적 아파트값 상승은 생활 인프라가 충분한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수요에 기인한다. 도심에 직장이 있고 좋은 교육, 교통, 의료, 문화, 소비 인프라가 밀접해 있으니 당연한 욕구다. 물론 특정 지역 아파트를 자산증식 수단으로 악용한 다주택 민간임대주택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집값안정 운운하며 그린벨트를 훼손한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정말 집값안정이 목표라면 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적어도 OECD 평균인 11.5% 수준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공급하는 방법이 맞다. 영구 공공임대주택은 8년 후 일반분양이 가능한 ‘무늬만 임대주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기간 전세나 월세 형태는 물론 그 대상도 1인 가구,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서민 등 다양한 주택수요를 반영한 주거복지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의 소유도 불가한 만큼 자산증식 수단으로 작용하거나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염려도 없어 주택시장 가격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영구 공공임대주택은 낮은 층수의 노후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일정 정도만 높여도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도심의 양호한 생활 인프라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햇빛도 들지 않고 통풍도 안되는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허물어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과거의 주택정책을 답습한다면 폭염과 미세먼지 등 도시과밀화로 인한 환경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GTX,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수도권 구간)의 개발 압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수도권 인근의 강원권, 충청권의 인구를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수도권 과밀 문제와 도시연담화를 막고 도시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해 박정희 정권 때 도입된 제도가 그린벨트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한 국민임대주택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린벨트는 모든 정권의 개발 유휴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구의 절대적인 감소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지방의 인구유출로 채워지고 있고 지방은 텅 비어가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택도시정책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9.20 / 평양사진공동취재단[/caption]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에서 손을 맞잡았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하고 ‘남과 북의 적대관계 해소’, ‘교류 협력 증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화해와 단합을 위한 협력과 교류’,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이라는 6개의 구체적인 성과를 “평양공동선언”에 담았다.
핵없는 한반도를 위해 노력해 온 환경운동연합은 남과 북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북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5.1 경기장’에서 북한 주민들 앞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재차 강조했다.
환경연합이 특히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의 약속이 담겼다는 점이다. 남북은 평화공동체일뿐만 아니라 환경생명공동체이다.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도 자연생태계보호와 복원을 위한 남북협력은 필수적이다. 지난 2002년 북측 국토환경보호성과 함께 ‘남북 환경협력사업 추진안’을 합의한 바 있는 환경운동연합은 이를 환영하며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남북환경협력에 적극 협력하고 동참할 것이다.
19일 남북 군 수뇌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서명했다.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제3국 불법조업선박을 차단. 단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어족자원 보호의 의지를 밝힌 점은 반가운 일이다. 더 나아가 공동의 해양보호구역 설정하여 해양생태계 보전과 관리노력으로 확대되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반면 군사분야 합의문 4조 ④항에서 ‘한강 하구는 골재채취, 관광. 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 병행 추진이 가능한 수역’이라며 골재채취 등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강 하구 골재재취(준설)은 남북이 합의한 생태관광 및 수자원 보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한강 하구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이며,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구역으로 생물다양성이 높고, 물고기 서식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하천 생태계의 보고이다. 한강 하구의 강바닥 퇴적토를 골재의 관점으로만 접근하여, 준설하는 것은 인근 습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남북이 함께 한강 하구를 생태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경제협력을 앞세워 무리한 개발중심 협력사업 추진을 지양할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 이제는 남북이 하나되어 토건 중심의 개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그릴 때다. 핵 없이 평화롭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태·평화체제를 소망한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님께 한가위 인사 올립니다.
지난여름은 폭염에, 가뭄에, 이어진 폭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바람 선선해진 들녘이 어느덧 황금빛 입니다.
마침 남북관계가 전에 없이 좋아져 그 소식이 명절선물인 듯 반갑습니다.

흑산도에 무조건 공항을 건설하겠다고요?[/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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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돌아
9월 19일 국립공원위원회 파행으로
환경부 박천규 차관과 국토교통부
우리는 묻고자 합니다.
폐기해야 마땅한 사업을
주민 갈등을 부추기며
정부는 정치적 압력과 폭력을 멈추고
흑산 공항은 국립공원제도가 도입된 이래
일방적인 국책사업 밀어붙이기
2013년과 2018년 기후변화건강포럼 자료집 표지 ⓒ장재연[/caption]
실제로 올해 여름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엄청났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부고가 유난히 많았다거나, 기업체의 상조금 지급이 예년에 비해 몇 배로 늘었다거나, 화장장에서 처리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등 경험담이 쏟아졌다.
정부의 공식 통계 역시 마찬가지다. 온열 질환 감시체계에 의해 확인된 온열 환자와 사망자가 예년에 비해 몇 배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8월 사망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해, 예년에 비해 7000여 명이나 늘었다.
외국 사례를 보면 극심한 폭염이 발생한 경우에도 적극적인 폭염 대책을 실시하면 피해가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기도 한다.
폭염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았고 아무 대책이 시행되지 않았던 1994년과 달리 올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광범위하게 실행했다.
정부는 여름철이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폭염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지자체 역시 무더위 쉼터, 독거노인 돌보기, 그늘막 설치 등 크고 작은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올여름에 관련 공무원들은 수십 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애썼다는 후문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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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7월 31일 오후 2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연합뉴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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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2일 서울 성동구청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노컷뉴스[/caption]
그런데도 정부 통계는 올해 피해자가 1994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추후 좀 더 정밀한 연구 분석이 있어야 하겠지만, 정부와 우리 사회의 폭염 대처 역량이 매우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폭염이 워낙 극심했기 때문에 극소수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막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많은 대책이 사실 ‘페이퍼 대책’에 그치거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워서 실제로 피해 방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원인이 무엇이든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한 역량이나 투입한 물적·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8월 10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한 폭염 대책 점검회의. ⓒ연합뉴스[/caption]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고 성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열심히 하자거나 보여주기식 대책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응급실 표본조사를 통한 온열 질환 감시체계라도 구축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표본조사라는 한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온열 환자는 전체 건강 피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매일 사망자 숫자를 신속하게 집계하는 사망자 감시체계는 폭염뿐 아니라 다른 질병이나 비상적인 상황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로서 마땅히 파악해야 할 기본적인 보건 통계다.
국민 건강관리 차원에서 집계되어야 할 사망자 통계가 일제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상속재산 관리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통계의 질적 관리라는 이유로 무려 1년 이상 지나야 활용이 가능해 국가 보건행정의 선진화나 학술적 평가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올해처럼 심각한, 그리고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흔히 알려진 온열 질환에 따른 인명 피해나 기저 질환의 악화뿐 아니라 다양한 2차 건강 피해도 발생한다.
전력·수도·교통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간접 피해, 산불이나 화학물질 사고 증가로 인한 피해, 식품안전이나 보건의료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폭염 대책이 앞으로 더 폭넓게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앞으로 폭염 발생 빈도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폭염 자체가 문제만은 아니다. 기상재해에 따른 피해나 동식물 생태계 변화로 인한 감염병 또는 알레르기 질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측을 초월한 폭우와 태풍 피해도 얼마나 커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반복되어온 경고대로 기후재난은 이제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기후재난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세상이 바싹 다가온 듯하다. 올해의 기록적인 폭염을 기후변화와 적응 대책 전반의 진지한 성찰 기회로 삼아 하루빨리 정부, 사회의 적응 역량 강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 글은 시사인 2018년 9월 21일 제 575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6월 28일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 내년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현재보다 최대 2배 이상 강화한다고 밝혔다. ⓒ MTN머니투데이방송화면 갈무리[/caption]
특히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기준을 최대 2배 강화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강화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받는 영흥화력에 비해서는 대략 2~4배 느슨해 아쉽다. 현재 영흥화력은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을 근거로 다른 발전소에 비해 배출기준이 최대 거의 5배까지 엄격하다(배출량이 많은 질소산화물의 경우 배출기준이 70ppm인데 영흥화력은 15ppm). 이는 다른 발전소들도 영흥화력 수준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소재한다고 하여 영흥화력만 배출기준이 유독 엄격한 것은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속성을 무시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성숙에 걸맞지 않는 차별적 불합리한 정책이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배출기준을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현재 수도권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충청, 동남, 광양만권까지 확대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입법하여 실효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들은 경제성만 고려할 게 아니라 환경적, 건강적 측면에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윤리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배출량 감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편 충남도는 환경정책기본법 12조를 근거로 작년 6월30일 선제적으로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충청남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나 조례의 배출기준은 이번 환경부 배출기준과 비슷하지만 적용 시기는 2021년으로 오히려 2년 늦어 환경부 정책에도 뒤처지는 의미 없는 조례가 되었다.
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충남은 지난해 기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1위였다. 사업장별 배출량에서 전국 2위인 현대제철, 3위 태안화력, 5위 보령화력, 7위인 당진화력 등이 밀집해 있다. 따라서 조례 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허용기준을 3~4년 내에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하고, 제철업과 석유정제업도 강화하도록 조례를 조속히 개정하기를 촉구한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보령화력과 서천화력의 미세먼지 최대영향지점은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 부근이다.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대부분의 시·도에서도 지역의 배출 특성을 감안하여 주민의 환경권을 지키는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이 글은 10.1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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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부터 10일까지 총 9일간 진행되는 환경운동연합 무동력 항해 캠페인의 1일 차가 지났다. 우리 환경운동연합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불법어업을 금지하고 해양쓰레기를 근절하기 위해 무동력 항해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해양생태계를 살릴 해양보호구역 확대의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오늘 그 1일 차 일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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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함께한 오늘 일정은 통영시청 제2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해양캠페인의 첫 시작을 알렸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서 해양환경이 파괴되어가는 다양한 상황을 알려줬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신종호 운영위원은 “어업 면허를 받으려면 5년마다 한 번씩 침적폐기물을 청소하고 행정기관이 확인해야 재갱신이 가능한 어업권이 있지만, 행정기관에 정보공개 청구하고 자료를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호 운영위원은 세목망으로 남획되는 어린 물고기와 생사료로 갈려버리는 물고기로 인해 앞으로 올라오지 못할 생선에 관해 얘기했다. 지욱철 의장은 해양쓰레기의 심각성과 어업강도가 높아진 어업구조에 대해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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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수중탐사를 진행하는 환경운동연합과 무동력 항해 요트 ⓒ환경운동연합[/caption]
오후는 무동력 항해팀과 합류하여 해상퍼포먼스를 펼치고 수중조사를 시작했다. 항공촬영 장비를 이용해 하늘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은 수중조사와 함께 시작된 폐어구 제거 활동을 시작으로 끝이 났다. 얽히고 뭉친 폐어구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소형 크레인으로 폐어구들을 끌어 올리는 도중에 밧줄이 끊어져 주변에 있던 활동가가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버려진 그물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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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으로만 비춰진 바다 그 안에서 건진 폐어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해외에서는 방치된 어구를 Ghost Fishing이라고 부른다. 버려진 어구들에 의해 목적 없이 잡힌 물고기가 방치되어 죽는 형태다. 세계에서도 문제가 되는 해양생태계 파괴의 현장을 우리나라 통영 앞바다에서도 마주했다.
해양의 면적이 육지의 약 네 배인데 관심도는 적도 해양은 점점 파괴되어가고 있다. 인류에게 해양은 끊임없는 자원이자 대형 폐기물 집하장으로만 인식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1일 돼서야 우리가 93년, 06년 가입한 육상폐기물의 해양배출 금지 등 해양환경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 런던협약, 런던의정서를 시행했다. 오늘 올라온 어구는 불과 몇 년 안 된 어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해양활동을 마치고 중앙사무처 최예지 활동가의 지구인생을 인터뷰했다. 통연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님과 지구인생 인터뷰를 마침과 함께 활동에 관심 가져주시는 기자분들의 요청을 마무리한 후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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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쉽지않았던 오늘 하루, 현장의 심각성을 되새겨 본다. 공중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는 겉과 다르게 방치된 어구와 쓰레기로 뒤덮여있다. 우리 해양에 대해 아무도 관심 두지 않으면 미래엔 아무도 얹을 수 없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지만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 모두 답은 알고 있다.
양식장 부표로 가득한 바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무동력 항해 2일 차, 통영에서 사량도로 이동했다.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바다에서 몸으로 느끼며 항해했다. 바람을 타고 5~6NM(약 10km/h)의 속도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통과했다. 푸른 바다와 섬들의 조화는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었다.
해양보호구역인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도 양식용 부표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항해 중에 양식용 부표에서 떨어져 나온 스티로폼을 쉴 새 없이 발견했다. 남해 가까운 바다에서는 양식이 성행 중이다.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부표와 어구들의 사용 후처리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항해 중 수는 적지만 양식용 부표 외에도 정치망, 통발 부표가 자주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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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환경운동연합[/caption]
부표가 없는 구역에서 사량도 바다를 바라보니 매체에 나오는 외국의 휴양지보다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이어진 사량도 해안 조사에서 방치된 부표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쓰레기장이 형성된 해골 바위를 발견했다. 부표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파손되어 떨어져 나가 유실된 미세 스티로폼 자국이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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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해골바위 ⓒ환경운동연합[/caption]
사량도 해안 탐사를 마치고 사량도에 있는 지리산에 올라 바다와 어우러진 섬을 감상했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무동력 항해 캠페인을 제안한 최양일 변호사는 쉼 없이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주웠다.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사량도 지리산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남기고 간 흔적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항해 3일 차인 내일은 사천 광포만의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요구하기 위해 사량도에서 사천으로 항해를 떠난다. 다가오는 태풍 콩레이가 우리 항해 루트를 통과할 것이다. 사천에서 일부가 내려 광포만으로 향하고 선박은 바로 통영으로 피항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비록 태풍 콩레이가 진로를 잠시 막아도 우리가 항해를 계속하듯이 우리가 지켜야 할 바다를 보호하는 메시지를 계속 알릴 것이다.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환경운동연합[/caption]
태풍으로 인해 일정 변경이 많아졌다. 물건항에서 진행되는 요트캠페인과 환경운동연합 부스 홍보가 취소됐다. 사량도에서 무동력 요트로 삼천포로 가려던 일정도 태풍으로 요트는 바로 통영으로 피항 가고 최양일 변호사, Lawrence Smith, 백종국 기자 그리고 나는 페리를 이용해 삼천포항으로 넘어와야 했다.
페리를 기다리는 중 거대한 스티로폼 부표 더미를 봤고 사진을 찍는 나에게 어민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조사하러 나오셨어요?”라고 말을 거는 그에게 해양생태계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어민은 불법어업, 해양생태계 파괴, 해양쓰레기에 대해 우리와 같은 인식을 하고 있었다.
어민은 자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획으로 인한 생태파괴 문제를 지적했다. 자망은 테니스 코트에 있는 네트처럼 네모난 그물을 물고기의 이동통로에 놓고 지나가는 물고기를 잡는 어업방식이다. 어민은 통발어업 경우 잡지 말아야 할 물고기를 놓아줄 수 있지만 자망의 경우는 물고기를 걸러내지 않고 다시 놓아준다 해도 물고기가 상처를 입었기에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물을 치고 큰 소리로 물고기를 놀라게 해 쉬고 있는 물고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잡히는 속칭 “뻥치기”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어업들은 위판장에 가져오는 물고기양을 보면 어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잡는 것인지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민 역시 불법어업에 대해 알고 있지만, 워낙 치밀하고 밤에 어업을 진행하기에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물고기가 줄어드는 생태계 문제로 주제를 넘겼다. 지금 어민들이 어획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예측하는 답변일 것이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어 물고기는 많이 잡히는지 질문했다. “물고기 잘 안 잡혀요. 안 잡히니 이것저것 다 잡아 양을 채우는 거예요”라는 솔직한 대답을 들었다. 나는 양으로 잡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어지는 것 아시지 않냐고 되물었다.
어민은 우리나라에 어선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내가 “해양수산부에서 폐어선 지원금 받아서 더 좋은 새 어선으로 사고 있잖아요”라고 얘기하고 나니 나도 어민도 그냥 허탈하게 웃게 됐다. 장군 멍군처럼 해양생태계를 되살리는 방법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폐어선 지원급으로 새 어선을 구매하는 어민들이 있다는 것은 해양수산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어선을 줄이는 일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많은 어업면허의 수 역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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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된 부표를 교환하기 위해 준비한 스티로폼 부표 ⓒ환경운동연합[/caption]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정책은 해양쓰레기 문제에도 나타났다. 나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직설적으로 뒤에 가득 쌓여있는 양식장 부표를 어민에게 언급했다. “스티로폼 부표처럼 깨지는 것 말고 플라스틱으로 된 부표가 있지 않나요? 요즘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요”라고 물으니 놀라운 답변을 듣게 됐다. 쌓여있는 스티로폼 부표는 정부가 지원하는 개량형 부표에 문제가 생겨 교체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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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지 몇 달 되지않은 친환경부표 ⓒ환경운동연합[/caption]
정부가 양식장 어민들에게 권장하는 부표는 두께가 약 5mm의 딱딱한 부표로 내부는 비어 물 위에 뜨게 돼 있다. 어민은 딱딱한 재질로 인해 지나가는 어선 등 외부 충격으로 쉽게 깨지는 문제점을 설명했다. 양식장은 부표와 부표가 줄로 연결되어 있기에 물에 가라앉는 하나의 부표로 인해 연쇄적으로 다른 부표를 물속으로 끌어들여 양식장을 망친다는 설명이다. 어민은 자신의 어선에 부서진 부표들이 있으니 나에게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해양쓰레기 상황도 알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도 아는 어민은 스티로폼 부표보다 4배나 비싼 개량형 부표를 썼는데 양식장을 망쳐 억울하다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표면에 약간의 패류가 붙어있지만, 바다로 넣은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새 부표였다. 해양수산부가 고밀도 부표의 파손문제로 2016년에 보급을 중지했고 친환경부표는 2015년부터 보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31억, 2017년 40억, 2018년 35억의 친환경부표 예산을 받았다. 정부는 목표는 앞으로 2,300만 개의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부표로 교체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구매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파손되고 다른 부표들을 끌고 들어가 수압으로 함께 파손하는 부표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어민들도 불법어업이 심각하고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표를 바꾸는 노력을 한다. 의식 있는 어민들이 존재함에도 정부가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함께하는 어민은 지치고 바다는 망가지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삼천포로 향하는 페리에 올라타면서 어민이 준 파손된 부표를 잊고 와 아쉬움이 크다. 새것과 같은 부표가 머릿속에 빙빙 맴돈다.
광포만 습지보호지역 지정하라 ⓒ환경운동연합[/caption]
우리 일행은 삼천포항으로 이동한 후 렌터카를 이용해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김희주 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함께 광포만으로 이동했다. 기자회견 장소에 도착하니 기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천환경운동연합에서는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을 지닌 광포만에 대진산업단지를 세우겠다는 개발세력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 환경운동연합은 무동력 항해 캠페인을 벌이면서 불법어업금지, 해양쓰레기 근절 그리고 해양보호구역 확대에 참여해 달라고 시민,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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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잔디를 드러낸 광포만 ⓒ환경운동연합[/caption]
외지에서 사천에 도착한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최양일 변호사와 항해팀 일원은 광포만의 살아있는 생태현장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넓게 펼쳐진 갯벌에 무수히 많은 게와 망둑어들이 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갯벌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 한편에 산업단지가 들어온다면 광포만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해양보호구역 10% 이상을 지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아직 1.63%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84번 '깨끗한 바다, 풍요로운 어장'이 되기 위해서는 해양보호구역의 확장이 필요하다. 단순 보호구역 지정이 아닌 엄격하게 관리되는 공간이어야 84번 국정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현실은 오히려 개발세력에 큰 호기로 작용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난 잠시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에서 광포만에 오면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싶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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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만에서 해양조사의 마지막으로 수거한 쓰레기, 해양보호구역 10% 지정 촉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광포만 개발사업의 어이없는 현실에 최양일 변호사와 Lawrence Smith, 백종국 기자는 말이 나오지 않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현장조사가 끝나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복귀하는 길에도 광포만에는 진공청소기, 소주병, 농약병, 개 사료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나, 둘 줍기 시작한 쓰레기가 돌아오다 보니 한 포대, 두 포대로 늘어났다. 아마도 누군가 우리 손이 모자랄까 봐 걱정되어 세심하게 포대 두 장을 버려두고 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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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만 조사에 함께한 Lawrence Smith, 최양일, 백종국, 김희주, 이정훈, 신재은, 이용기 ⓒ환경운동연합[/caption]
오후 4시가 다 되서야 우린 늦은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만나고 처음 만난 인연으로 시간 가는지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태풍 콩레이로 피항 간 무동력 선박과 함께하기 위해 최양일 변호사와 Lawrence Smith 그리고 나는 통영으로 돌아가야 했다. 몇 일간 일정을 같이 한 백종국 기자 그리고 오늘 내려온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는 서울로 출발했다. 서천환경운동연합의 김희주 국장 역시 광포만 생물조사 일정을 위해 이동하며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통영으로 돌아오면서 온 세상이 산업단지로 뒤덮인 세상을 상상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비싼 비용을 내고 입장하는 환경 단지가 생길지도 모른다. 나의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혹여나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섬뜩함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큰 크기의 스티로폼 부유물 ⓒ환경운동연합[/caption]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은 부피가 큰 스티로폼 부표였다. 바다에서는 음료수병, 쓰레받기, 과자봉지, 떨어진 밧줄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쓰레기들이 수면에 떠 있었다. 그 무엇보다 항해 중 가장 큰 걱정으로 다가온 것은 미세하게 부서진 쓰레기들이다. 바다 위 파도는 우리 생각보다 큰 위력으로 수면 위 물체를 가격한다. 수면 위 쓰레기는 파도의 힘으로 잘게 더 잘게 부서진다. 부서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되고 바다 수면을 떠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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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스티로폼 밑으로 헤엄치는 물고기 ⓒ환경운동연합[/caption]
올해 환경영화제에 나왔던 “플라스틱오션”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바다에서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에 독성물질이 달라붙게 된다. 플랑크톤 크기로 부서지면 물고기가 플랑크톤과 미세플라스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잡아먹는다. 독성은 물고기 체내에 쌓이고 물고기는 먹이사슬 최고 포식자인 사람에게 간다.
바다는 독성 미세플라스틱 제작 공장이 됐다. 파도는 무한하게 에너지를 공급해 재료를 잘게 부순다. 사람은 결국 우리가 먹게 될 물고기와 조개류를 위해 무한하게 쓰레기를 공급한다. 2015년 기준 59.9kg의 수산물을 섭취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보며 나도 모르게 뱃속을 쓸어내렸다. 항해 캠페인 동안에 많이 먹은 듯하다.
태풍이 온 뒤에 수면 쓰레기가 눈에 더 잘 띌 것이다. 그렇다고 이 쓰레기가 평소에 바다에 없었다고도 말할 수는 없다. 어디엔가 모여 뭉쳐있다가 태풍으로 흩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는 시간이 지나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체내에 독성물질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미래세대에 남겨주는 것이 아름다운 천혜 자연이 아닌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이 될지 너무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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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에서 바라 본 한려해상국립공원 ⓒ환경운동연합[/caption]
쓰레기만 너무 많이 찍은 오늘 선박의 기계적 결함으로 육로 방문하게 된 남해의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올린다. 최양일 변호사와 로렌스 스미스는 인류가 화성을 정복할 생각하지 말고 그 노력으로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고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더 지구에 살지 못하면 정말 화성으로 떠날 것인가?
ⓒKBS 자료화면[/caption]
도쿄전력은 홈페이지에 매일 각 원자로당 72톤씩 216톤의 냉각수를 원자로에 주입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쏟아 부은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고농도 방사성오염수가 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지하수에 섞여 바다로 흘러나가기 전에 펌프로 퍼내서 부지 내 저장탱크에 쌓아왔다. 하지만 저장탱크에 담기는 오염수는 일부이고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되는 오염수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매일같이 방사성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다. 도쿄전력은 얼음 동토벽을 만들어 지하수와 오염수가 섞이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방사성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핵종을 제거한 이후의 처리수를 저장탱크에 보관해온 것처럼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주민공청회에서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137과 스트론튬90,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오염수 94만 톤 중 89만 톤에 대한 분석결과 무려 75만 톤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그 중에서 스트론튬 90은 리터당 60만 베크렐(Bq/l), 기준치의 2만 배를 초과했다. 스트론튬90은 몸에 들어오면 뼈에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진 핵종으로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한다.
문제는 수시로 말을 바꾸는 도쿄전력의 설명만 있을 뿐 부지 내 저장탱크에 얼마나 많은 핵종이 얼마만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일본에서는 정부도 도쿄전력도 규제기관도 모두 한통속이다. 방사성오염수를 통제해야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방사성오염수를 희석해서 해양 유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희석은 물과 섞어서 내보는 것 일뿐 바다로 나오는 오염수 총량은 같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규제기관은 '희석해서 방사성오염수 해양방출'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방출할 때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게 가장 값싸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연에너지자원부 조사에서도 땅속에 깊이 주입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지만 바다에 버리는 게 가장 값싼 옵션이라고 확인되었다. 또한 아베는 이런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난제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원전 부지 내에 오염수가 계속 쌓여 있으면 아베가 주장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한 복구 홍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방사성오염수에는 방사성독성이 수 십 만 년간 지속될 핵종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염수의 완전한 해결방안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금처럼 육상에 보관하면서 도쿄전력 소유의 부지에 저장탱크를 늘려나가는 게 그나마 나은 방법이다. 그리고 방사성오염수의 환경유출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아베총리와 도쿄전력이 해야 할 의무이다.
후쿠시마 앞바다 태평양은 일본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공공자산이다. 일본이 지금까지 주변국에 입힌 피해로도 모자라 7년 이상 쌓아온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하는 것은 국가적 범죄이다. 희석해서 기준치 이내로 방출한다는 주장은 오염수 무단방출을 포장하는 속임수이자 오염의 일반화 전략이다. 아베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전략에 우리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정부의 긴요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일본정부에 오염수 방출 반대 입장의 전달과 함께 엄중한 항의를 해야 한다.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에 의존하지 말고 정부 독자적으로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현황과 오염실태, 오염수 유출시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조사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와 방사능오염식품 수입규제에 대한 WTO 패소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 한다. 우리와 같이 수입규제를 하고 있는 중국·대만·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공동대응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바다생물 중에서 체구가 가장 큰 물고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래라고 답한다면 물론 틀린 답이다. 고래는 포유류이지 물고기(어류)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무엇일까? 정답은 고래상어다. 고래상어는 체구가 큰 경우는 12미터, 무게는 20톤 이상에 달하는데다가, 이름 그대로 생김새가 고래와 매우 흡사하지만 분명 상어다.
배를 타고 가다가 고래상어가 나타나서 맨몸으로 카메라만 들고 물에 뛰어들었는데, 고래상어가 정면으로 헤엄쳐 오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순식간이어서 피할 수도 없어서 일단 셔터부터 눌렀다. 그러고 나서 이제는 거대한 몸통과 정면충돌은 하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스칠 테고, 그러면 어디 한군데라도 상처가 나겠구나 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었다. 고래상어 몸통의 표면은 부드럽지 않고 샌드페이퍼처럼 거칠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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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본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그런데 고래상어의 그 긴 몸통과 지느러미 그리고 꼬리가 차례차례 내 바로 밑으로, 정말 수십 센티미터 이내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면서도 몸하고 전혀 닿지 않았다. 마치 눈이 등에도 달렸나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10m에 달하는 고래상어의 전신을 마치 스캔하듯이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어쩌다 한번 보기도 힘든 고래상어를 그렇게 가까이서 볼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때 찍은 고래상어의 전면 사진이 아래 사진이다. 그 거대한 몸집이 어떻게 이렇게 납작하게 보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을 극도로 왜곡, 과장한 영화 ‘죠스’ 때문에 사람들이 상어를 무서워하지만, 실제로는 약 5백 종의 상어 중에서 극소수 몇 종을 빼고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공격 성향이 있는 상어는 전 세계 바다를 일부러 샅샅이 뒤지고 다녀도 만나기 극히 어렵다. 고래상어 역시 덩치는 엄청나게 크지만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사람에게 추호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주 먹이는 플랑크톤이고, 입을 크게 벌려 물을 빨아들였다가 필터를 통해 내보내면서 여과하는 방식으로 먹이활동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이때 고래상어의 입 주변에 물고기가 있어도 전혀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 흡입력을 기가 막히게 딱 맞게 조절할 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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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의 먹이 활동 ⓒ장재연[/caption]
고래상어는 워낙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고래상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세계 각국에서 다이버들이 몰려든다. 고래상어가 발견되면 근처 배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바다로 뛰어든다. 고래상어는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 물 표면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굳이 깊이 다이빙을 하지 않고 스노클링만 해도 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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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가 나타나자 바다로 뛰어든 스킨다이버들 ⓒ장재연[/caption]
고래상어는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도 크게 다르다. 등은 하얀 점무늬와 함께 강한 힘이 느껴지지만 배는 하얗고 힘이 없어 보인다. 물을 많이 빨아들일 수 있도록 배가 크게 부풀어 오를 수 있게 하기 위해 유연한 조직으로 되어 있어 그런 것 같다. 눈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아주 작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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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의 등과 꼬리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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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서 본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만나기 힘든 고래상어지만, 필리핀 등 일부 특정 지역에서는 어부들이 우연히 찾아온 고래상어에게 먹이를 주니까 다시 오고, 점점 자주 오다가 나중에는 거의 매일 같이 해안가에 나타나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곳도 있다. 한 번에 몇 마리씩 나타나기도 한다. 필리핀 오슬롭은 5-6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곳에 지금은 음식점, 리조트 등 관광시설로 가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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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와 관광객 ⓒ장재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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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서 있는 두 마리 고래상어 ⓒ장재연[/caption]
과거에는 필리핀이 전 세계에서 고래상어를 가장 많이 남획하는 국가여서 개체 수 급감의 원인 제공 국가였다. 그러나 1988년부터 고래상어의 포획, 거래, 수출입 등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고래상어 관광지에서도 가까이 가거나 손으로 만지는 행위를 못하게 하고 있고, 사진을 찍을 때 조명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들이 모두 좀 어둡다) 고래상어를 잡아 죽이는 것보다, 보호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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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서 혼획된 고래상어ⓒ연합뉴스[/caption]
우리나라 연안도 고래상어가 자주 지나가는 길목인 것 같다. 가끔 동해에서 고래상어가 어망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이렇게 가치가 높고 희귀한 어종이 무참히 개죽음을 당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래상어의 수명은 사람과 비슷한 7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암컷이 임신이 가능하려면 30년 정도 자라야 한다. 따라서 번식이 매우 어려운데 그동안의 남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글은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 먹고 자란 일본산 수산물, 드시겠습니까?[/caption]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오염수 해양 방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전사고 부지에 쌓여있던 방사성오염수 94만 톤을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후쿠시마는 원자로의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같이 216톤의 냉각수를 퍼붓고 있으며 오염된 물은 일부만 저장하고 나머지는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지난 8월, 보관해온 저장탱크에서 세슘137과 스트론튬90,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전체 오염수 94만 톤 중 75만 톤 기준치 초과. 스트론튬90은 기준치의 2만 배 초과. 스트론튬90은 뼈에 잘 흡착되어 골수암, 백혈병을 유발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후 7년. 사실은폐 축소, 외부의 접근 차단, 그곳의 오염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정부는 WTO제소를 통해 후쿠시마 8개 현의 방사능오염 수산물 수입을 우리나라에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금까지 주변국에 입힌 피해로도 모자라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후쿠시마 앞바다 태평양은 일본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공동자산입니다. 우리는 일본정부의 방사성오염수 해양방출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방사능오염수를 먹고 자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강화군 철산리 야산(왼쪽)과 북한의 야산(오른쪽) 사이로 흐르는 물길이 예성강이다. ⓒ한겨레 조홍섭[/caption]
한강 하구에서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서 자유롭게 서해로 흘러간다.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유엔사가 관할하는, 남북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바다였기 때문에 개발 압력에서 벗어난 자연하구로 서해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으로 하천 생태계와 바다 생태계를 연결해준다. 많은 물고기들이 상위 포식자를 피해 산란을 하는 곳이며, 민물장어와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갈 때 거쳐가는 곳이다. 강을 통해 들어오는 하수를 생물에게 유익한 유기물로 바꿔주는 탁월한 기능은 지구상의 어떤 생태계도 가질 수 없는 자연하구 고유의 역할이다.
한강 하구에는 남북한 갯벌 면적의 약 26%를 차지하는 1500㎢의 갯벌이 분포한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1㎢의 갯벌이 제공하는 생태적 가치는 연간 약 63억원으로 농경지의 100배에 이른다. 한강 하구 갯벌은 1년에 약 9조4500억원 가치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강화군 우도와 함박도 갯벌에는 천연기념물 205호인 저어새가 수백마리씩 무리지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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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독도에서 휴식하는 저어새와 재갈매기 ⓒ한겨레 조홍섭[/caption]
지난 9월19일 남북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표하여 한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공동이용의 대상이 되는 한강 하구 범위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김포반도 동북쪽 끝자락에서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길이 70㎞, 면적 280㎢에 이르는 하구역으로 강화도 주민들은 조강이라고 부른다. 조강에는 모래로 이루어진 너른 갯벌이 군데군데 있는데 과거에 주민들이 건너다니곤 했다. 모래갯벌은 바다 한가운데 사막과 같은 경관을 빚어낸다. 특히 교동도 서안습지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갯벌사막과 어우러지는 경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자연유산이다.
필자의 눈에 천혜의 갯벌사막 경관을 보여주는 한강 하구 갯벌은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해양생태계이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새우젓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1년에 600억원이 넘는다. 젓새우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수심이 얕은 모랫바닥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한강 하구에서 많이 잡힌다. 그러나 이 모래갯벌은 골재를 채취하기에도 좋은 대상이다.
2006년 제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한강 하구 골재채취 사업이 합의된 바 있다. 2007년 남북한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추진할 때 골재채취는 한강 하구 공동이용의 중요한 의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골재채취는 공동이용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무분별한 골재채취는 젓새우 산란지와 희귀한 갯벌사막을 파괴한다. 영국은 바다 골재 채취 허가를 심의할 때 모래의 재생 속도, 생태계 피해 정도를 집중적으로 검토해서 채취 위치, 면적, 준설 깊이를 결정한다. 한강 하구는 지난 65년간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아 과학정보가 백지상태다. 과학적인 검토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공동이용은 한강 하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연 600억원의 새우젓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제 한강 하구 공동이용에서 공동보전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이 함께 한강 하구 수산업을 보호하고 자연환경을 생태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매년 인천공항의 외국인 환승객이 700만명을 넘는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교량이 완공되면 많은 외국인 환승객들에게 한강 하구 갯벌을 쉼터로 제공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심신을 달래게 하자. 한강 하구가 해양평화공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게 애쓰자. 그 길의 끝에 우리의 진정한 화해와 치유, 그리고 미래세대의 번영이 있다. (이 글은 10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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