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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인종학살 규탄 보건의료인 기자회견] “가자지구에 폭탄이 아니라 식량을!” “식량과 의약품 반입을 허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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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인종학살 규탄 보건의료인 기자회견] “가자지구에 폭탄이 아니라 식량을!” “식량과 의약품 반입을 허용하라!”

admin | 화, 2025/07/29- 15:55

 

 

이스라엘의 인종학살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굶어죽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혹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1개월 동안 약 6만명의 가자 주민을 학살해온 이스라엘이다. 이제 인구 210만명인 가자지구에 식량 반입을 막는 ‘봉쇄전쟁’으로 사람들을 굶겨 죽이고 있다.

 

가자는 ‘기아 팬데믹’ 상태다. 7월에만 80명 가까이 아사했다. 영양실조로 사망한 가자 주민은 총 147명으로 이중 88명이 어린이다. 생후 35일 된 갓난 아기, 첫 돌을 맞지 못한 아이 등이 굶어 죽었다. 현재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영양실조로 긴급 치료를 요하는 어린아이들만 최소 9만명 있다고 보고된다. 60만명의 아동과 6만명의 임산부 거의 대다수가 영양실조 위기 상태다. 병원 응급실은 굶주린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자에서 굶주린 아이들은 더는 울지도 못하고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심장이 느려지다가 결국 멈춰버리고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러 가자에 다녀온 캐나다 의사들은 이렇게 증언했다.

가자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아이들은 배가 고파 풀을 뜯어 먹고 소금물을 마시고 있고, 의사들마저도 환자를 치료하다 배고픔에 쓰러지고 있다.

이는 불가항력적 비극이 아니라, 고의적이고 체계적인 집단학살이다. 이스라엘은 또다시 아기 분유 등을 실은 구호 선박을 공해상에서 공격하고 나포했다. 이스라엘은 기아를 무기 삼아 극도로 비인도적인 학살을 의도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식량을 얻으러 구호소로 오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서는 총질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구호식량 배급을 장악하고는, 굶주림 때문에 찾아온 1천명이 넘는 이들을 사살했다. 가자 주민 카셈 아부 카테르는 AFP에 이렇게 증언했다. “탱크들은 우리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발사하고, 이스라엘 저격수들은 마치 숲속에서 동물을 사냥하듯이 총을 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 의료체계는 사실상 붕괴해 있다. 이스라엘은 의료진을 표적살해하고 구급차를 폭격하고 병원을 공격하는 짓을 끊이지 않아 왔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살해한 의료인 수는 지금까지 1,400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최근에도 이스라엘군은 심장전문의 마르완 알술탄을 죽이기 위해 아파트의 특정 동·호수를 정밀타격했다. 숨진 이는 가자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심장전문의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카말 아드완 병원장 아부 사피야 박사는 지난 해 말 끌려간 이래 잔혹한 고문으로 유명한 군사감옥에 구금돼 있고, 기아상태로 고문당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는 대피령이 떨어진 병원에서 환자를 지키고 남았다는 이유로 투옥되었다. 이스라엘군은 그의 눈앞에서 그의 아들을 살해했고 그를 끌고 간 뒤 병원에 불을 질렀다.

지금도 가자의 의료진은 굶주림 속에서 쓰러져가며, 붕괴된 병원에서 의약품과 마취제도 없이, 교대조마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이런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엄도 인도주의도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는 학살에 반대하는 세계의 모든 의료인들과 함께, 가자의 민중들과 현지 의료진들에 대한 온 마음을 다한 연대를 표명한다.

 

우리는 결코 소수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만, 수십만명의 분노한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를 표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서 그리스 항만 노동자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질 폭탄과 군수품을 실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멈춰 세웠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연대는 지금 세계 정의와 윤리에 대한 가늠자가 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과 그 인종학살을 지원하는 미국은 가장 잔혹하고 부도덕한 나라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비록 어린아이들의 피로 물든 무기로 군사적 승리는 거두고 있을지 몰라도, 이미 이스라엘은 도덕적 헤게모니를 잃고 있으며, 그들에 대한 저항은 꺾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며 싸워온 이들의 투쟁과 연대 때문이다.

 

우리는 보건의료인의 이름으로 호소한다.

이 비극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더는 아이들을,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종학살을 멈출 힘은 국제적 연대에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이스라엘은 당장 집단학살을 중단하라!

가자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폭탄이 아니라 식량이다!

가자봉쇄를 멈추고 식량과 의약품·의료장비 반입을 허가하라!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

 

STOP GENOCIDE!

STOP THE FORCED STARVATION!

BREAD NOT BOMBS!

MEDICINE NOT BOMBS!

 

 

2025년 7월 29일

보건의료인 선언자 681명 일동

 

 

 

❐ 보건의료인 선언자 명단

 

간호사 (70명)

강경화, 고보경, 고이수, 구민서, 구유진, 권오숙, 김경애, 김경희, 김난희, 김민정, 김숙영, 김은지, 김장원, 김주희, 김지민, 김하은, 김형경, 김혜란, 김혜정, 김효은, 민가경, 민앵, 민희영, 박민숙, 박소윤, 박양희, 박희옥, 백선희, 서경리, 선우상, 성수진, 손미영, 신수진, 안세영, 안윤주, 양신영, 염묘순, 예효정, 우순희, 원지원, 유숙경, 윤주현, 윤혜진, 이가현, 이민지, 이선후, 이수진, 이안나, 이연주, 이원석, 이은진, 이정현, 이필선, 이향춘, 장춘옥, 전유림, 정상은, 정원구, 최남돌, 최미성, 최유선, 최은영, 최정화, 최현지, 한혜연, 현재호, 현정희, 황동희, 황오숙, 황윤정

 

약사(142명)

강가영, 강경연, 강봉주, 강아라, 강연주, 강재원, 견소영, 고동환, 고안나, 구만근, 권수민, 권숙희, 권연미, 권영재, 김경숙, 김경아, 김다연, 김동균, 김미영, 김민교, 김백록, 김상범, 김상철, 김서자, 김선영, 김수진, 김연우, 김영숙, 김윤진, 김은지, 김인현, 김주성, 김진숙, 김진희, 김창수, 김태희, 김해정, 김현주, 나미경, 남상진, 류미라, 문종훈, 민수정, 박경진, 박기호, 박소연, 박유나, 박윤우, 박정희, 박현진, 박혜경, 방영희, 배정란, 배현호, 백광남, 백용욱, 부안리, 서은솔, 석은미, 성일호, 손가희, 손채윤, 손호현, 송미옥, 송해진, 신나라, 신동숙, 신명희, 신형근, 안경옥, 양가람, 양효정, 엄귀현, 염채언, 오난희, 오신근, 오정아, 유경숙, 유민섭, 유용훈, 유정태, 유진경, 유혜련, 윤선희, 윤수경, 윤영철, 이규화, 이동근, 이미진, 이병도, 이보배, 이상길, 이성미, 이수정, 이슬비, 이영준, 이장희, 이정원, 이정행, 이행미, 이현아, 임민형, 임영상, 임종철, 임현숙, 임희재, 장보현, 장영혜, 장정인, 전경림, 정경화, 정소희, 정현정, 조명제, 조미선, 조숙희, 조유라, 조현모, 주현옥, 주형식, 지묘숙, 최귀년, 최미소, 최미희, 최민규, 최봉규, 최익준, 최진혜, 최진희, 최화녕, 추경화, 한동진, 한송희, 한순영, 허진경, 현수미, 홍계순, 홍순미, 홍정은, 황순천, 황재영, 황해평

 

의사(137명)

강대곤, 고경심, 고은산, 고은섬, 권성실, 김건우, 김결희, 김경아, 김경일, 김규연, 김나연, 김동은, 김명희, 김미경, 김미정, 김민지, 김상덕, 김서영, 김서현, 김선희, 김성록, 김성아, 김영경, 김영수, 김영순, 김용익, 김정득, 김정범, 김정원, 김정은, 김정은, 김종목, 김주연, 김준형, 김지수, 김진국, 김진석, 김진우, 김철주, 김현주, 김희수, 나동규, 나백주, 나현진, 노동현, 노태맹, 류현철, 문정주, 문제호, 문호진, 박경남, 박기수, 박미영, 박송이, 박일성, 박정심, 박정하, 박지선, 박혜경, 백도명, 서태원, 소희성, 송관욱, 송광익, 송영옥, 송지훈, 송현석, 심재식, 안지현, 양동석, 양선희, 양훈진, 오수지, 오현석, 우석균, 유영진, 유태호, 유한목, 유형섭, 윤종률, 이문희, 이상윤, 이서영, 이승홍, 이자영, 이재은, 이재인, 이재현, 이정만, 이정주, 이정화, 이준해, 이진욱, 이행, 이현석A, 이현석B, 임성미, 임재언, 임정균, 임준, 임형석, 장영우, 장창현, 장호종, 전진한, 전희선, 정선화, 정신옥, 정양국, 정여진, 정운용, 정일용, 정태성, 정하영, 정현주, 정현주, 정형준, 조계성, 조규석, 조성식, 조유민, 조혜영, 차예지, 채윤태, 최규진, 최영수, 최용준, 최원호, 최은경, 최정필, 추호식, 하정은, 한동로, 한윤주, 홍상의, 황성은, Dayeon Lee

 

치과의사(111명)

강윤모, 고영훈, 고현정, 공형찬, 구준회, 권재신, 김옥희, 김경란, 김경일, 김광진, 김권수, 김동근, 김명규, 김명섭, 김성훈, 김승희, 김영남, 김영환, 김용주, 김용진, 김의동, 김정선, 김종태, 김진미, 김진범, 김형돈, 김형성, 김혜영 , 김효정, 남현호, 류재인, 문경환, 문세기, 박근표, 박길용, 박상태, 박선희, 박성표, 박영준, 박용완, 박인순, 박종오, 박준철, 박지혜, 박태식, 박한종, 배강원, 배석기, 배지영, 변하연, 서대선, 소영, 신운, 신이철, 심영주, 안준상, 양민철, 양민철, 양성수, 오민제, 오형진, 위유민, 유동범, 유영재, 윤용식, 윤은미, 이강주, 이금호, 이문령, 이상복, 이선영, 이선장, 이성오, 이영, 이영림, 이재용, 이창욱, 이흥수, 이희원, 장기영, 장미정, 장세원, 장인호, 전양호, 정명호, 정석순, 정성국, 정성훈, 정세환, 정은주, 정제봉, 정태환, 정환영, 조관표, 조기종, 조기종, 조남억, 조병준, 조상연, 채민석, 최광식, 최봉주, 최은숙, 최철용, 함성준, 함진숙, 홍석준, 홍수연, 황수정, 황지영, 황혜욱

 

한의사(59명)

권주희, 권태식, 권훈, 길승재, 길호식, 김권희, 김나희, 김성은, 김순신, 김용성, 김원식, 김유나, 김인숙, 김지민, 노경호, 박용, 박은국, 박주석, 박주연, 박징출, 박현우, 박혜진, 배소연, 서남현, 서알안, 석민주, 송수민, 송창동, 신보영, 신성철, 심수민, 심수현, 심희준, 안아영, 안중선, 안철호, 안효수, 오용진, 오춘상, 유창환, 유현준, 이경로, 이경로, 이종우, 이현자, 임병묵, 임재현, 임푸른솔, 장우진, 장재혁, 정명수, 정선영, 차명수, 최문석, 허명석, 허영태, 허우영, 현승은, 홍학기

 

보건의료연구자및 활동가(36명)

김기성, 김기태, 김대영, 김동아, 김별샘, 김병수, 김선주, 김성이, 김재헌, 문현아, 박건, 배동산, 배성준, 백은지, 변혜진, 사오리, 서종환, 성고은, 신새미, 신유나, 윤경옥, 윤형신, 이가연, 이예진, 이효정, 이효직, 장나영, 전수경, 정준호, 정진미, 정현영, 조건희, 조인규, 편명신, 한보성, 홍민경

 

보건의료노동자 (31명)

강미경, 고경애, 공경민, 김남형, 김미진, 김서윤, 김순미, 김유종, 김은순, 김지은, 김현숙, 김현우, 남자현, 박경득, 박양원, 백영범, 성기민, 안소정, 양채빈, 오세윤, 윤석순, 윤정은, 이경숙, 이수민, 이지현, 정난희, 정재미, 조영실, 조하은, 최권종, 한주연

 

보건의료학생(95명)

강은비, 강채영, 고은후, 구예원, 구재희, 권지형, 권하영, 권효진, 김나연, 김다인, 김다정, 김미승, 김연진, 김은세, 김지유, 김채경, 김효빈, 남예림, 노예린, 노혜승, 박규민, 박기량, 박민경, 박서정, 박우주, 박윤서, 박장민, 박정원, 박지성, 변혜영, 서기연, 서지혁, 서진석, 손세영, 손수민, 손예은, 손정민, 송지은, 신에스더, 신재욱, 심현아, 안진형, 안혜빈, 양시승, 양지수, 엄서영, 염희원, 오주희, 원민영, 원민영, 유상화, 유지연, 윤숙영, 윤혜림, 이다연, 이서연, 이서영, 이설아, 이예성, 이유빈, 이정민, 이정현, 이지원, 이지현, 이진영, 이채민, 이현규, 이혜인, 이희수, 이희은, 장민수, 장여정, 장은서, 장인, 정서윤, 정세은, 정세민, 정시은, 정유진, 정인채, 정혜윤, 최다해, 최성은, 최윤, 최은혜, 최준서, 최지원, 한예림, 허서진, 홍다혜, 홍서영, 홍이수, 황아현, 황유의, 황준아

 

 

◎ 여는발언

: 이상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존경하는 언론인 여러분, 보건의료계 동료 여러분,

우리는 오늘, 보건의료인의 이름으로,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수호하는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의료인이 살해당하고, 병원이 폭격당하며, 굶주린 이들이 식량 배급소로 유인되어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참혹한 광경을 영상으로 목격하면서도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가자는 더 이상 그저 ‘열악한 상황’이 아닙니다. 감옥이고, 수용소이자, 집단학살 현장입니다. 그것은 단지 봉쇄된 지역이 아니라, 조직적 파괴와 학살이 벌어지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이 비극이 단지 특정 지도자의 광기 때문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압니다. 이는 식민주의, 인종주의, 종교적 선민주의에 기반한 체계적 폭력의 귀결이며, 국제법을 무시한 광기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이스라엘 사회의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말살’을 향한 집단적 광기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부모를 향해 총을 겨누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까?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을 미끼로 삼아 포격을 가하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합니까?

의료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위입니다. 병원은 무장해제된 공간이어야 하며, 환자와 의료인은 어떤 전쟁에서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가자에서는 의사가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전쟁범죄이며, 국제인도법에 반하는 반인륜적 행위입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편에 설 것입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인의 이름으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공동행동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합니다. 많은 취재와 관심 바랍니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의료진의 호소

: 칼릴 알다크란 박사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의사이자 대변인,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

 

가자지구, 특히 의료 시스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입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가자지구의 보건 부문을 체계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의료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자에서 계속되는 비극 속에서 의료진들은 24시간 내내 일하며 완전히 지쳐 있습니다. 이 붕괴는 병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부상자와 순교자들의 수,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굶주린 민간인들과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그들 역시 점령군의 공격 대상이며 절박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병원들은 극도로 열악한 조건 속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점령군이 의료 시설 대부분을 파괴하고 가동 중지시킨 이후, 현재 운영 중인 공공 중심 병원은 원래 15개 중 단 3곳에 불과합니다. 가자 전역에는 공공 및 민간 병원이 총 38개 있었으나, 이 중 22개가 완전히 가동 중지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병원들은 전혀 충분하지 않으며, 매일 쏟아지는 부상자들을 수용할 수도, 심각한 영양실조로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들을 감당할 수도 없습니다. 이 위기는 명백히, 이스라엘 점령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의 수단으로서 ‘굶주림’을 무기로 사용하는 의도적 정책의 결과입니다.

 

이 상황은 이미 재앙적인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곳곳의 연대자들, 특히 의료 종사자들과 보건의료 단체들에게 계속해서 간절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에 압력을 가해 의약품, 의료 장비, 훈련된 의료진, 야전 병원이 가자지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가자의 의료 시스템에 남은 마지막 숨결을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가자의 상황은 재앙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매일 수십 명의 사망자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공습, 탱크 포격, 자동소총 사격으로 직접 사망하고 있으며, 또 일부는 굶주림이라는 전쟁범죄로 인해 간접적으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모든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가자지구에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이스라엘 점령군에 강력히 압력을 가해주시길 바랍니다.

 

팔레스타인과 가자에 대한 봉쇄를 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연대하고 지지해주시는 한국 국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한국 국민을 언제나 원칙 있고 정의로운, 역사에서 바른 편에 서 있는 민족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팔레스타인 및 가자 주민들에 대한 연대는 정의에 대한 진심 어린 신념과, 우리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불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반영합니다.

 

여러분의 인도주의적 입장과 가자의 상황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의료 장비, 식량, 분유 등의 필수품이 가자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집단적 힘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리라 믿고 있습니다—특히 지금처럼 굶주림이라는 전쟁범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말입니다.

여러분의 연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한국 보건의료인 발언

⓵ 박일성 (소아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팔레스타인 어린이 기아 살해를 규탄하는 소아과 의사의 발언

 

저는 매일 진료실에서 아이들의 눈을 마주하고, 그들의 숨결을 지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입니다.

 

소아과학 교과서는 분명히 말합니다.

“음식 섭취가 중단되면, 어린이는 성인보다 훨씬 빠르게 저혈당, 케톤증, 대사산증으로 악화되어 훨씬 더 빨리 죽어간다.”

이 말은 책 속 문장이 아니라, 지금 가자 지구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아과 의사 윤리를 몇번 읽어도 저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는 의료윤리는, 때로 해악을 침묵으로 용인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말 없이 외면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해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아는 질병이 아닙니다.

기아는 예방 가능한 ‘정치적 결과’이며,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 끔찍한 선택은 지금, 수천 명의 어린이에게 사망 선고가 되고 있습니다.

 

소아과로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저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합니다:

1.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를 즉각 해제하고, 식량·의약품·연료의 무조건적 전달을 보장하라.

2. 국제 구호단체의 안전한 접근을 허용하고, 의료진과 인도적 활동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

3. 기아와 의료 봉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범죄이다. 그 책임자를 국제법에 따라 처벌하라.

4. UN, WHO, UNICEF는 특별 대응팀을 구성하여, 5세 미만 아동 생존을 위한 집중 개입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

 

아이들은 정치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침묵은 방조입니다.

소아과 의사로서, 저는 이 침묵을 거부합니다.

 

 

⓶ 김혜정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사무국장)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벌어지고 있는 소식은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읽는 것도 그 자체로 힘듭니다. 이스라엘이 벌이는 잔혹함에 숨을 쉴 수 없고 눈을 감으면 눈물이 납니다. 예쁜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총과 탱크로 학살하고 이제 굶겨서 죽일 수 있습니까?

 

저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사무국장 김혜정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25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고 살리는 일입니다. 생명에 대한 이런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학살은 믿을 수도 없고, 심지어 의료인이 죽임 당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습니다.

 

가자지구의 간호사들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간호사든 의사든 의료인들은 1,400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폭격과 탱크를 동원한 공격으로 병원은 무너졌고 병원의 연료와 의약품 공급은 차단되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

 

이제 많은 경우 의료진들은 무너진 병원에서 굶주려 쓰러져가면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굶주림’을 무기로 하는 이스라엘의 야만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의약품, 식량, 연료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타러온 주민들에게 총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충격입니다. 구호품 배급은 살인을 위한 미끼입니까? 가자지구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죽든 식량을 구하러 가서 총살을 당하든 죽임을 당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이스라엘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인종학살입니다. 이 야만과 잔인함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멈추게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멈추더라도 그 동안 식량봉쇄로 발생한 영양실조로 많은 이들이 죽을 것입니다. 한시라도 지체돼선 안 됩니다. 가자지구에 식량과 의약품을 지금 공급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우리가 결코 잊지 않았다’고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외칩시다. 우리가 가자지구 아이들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 줍시다.

 

 

⓷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이스라엘은 지난 3월 2일 이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모든 물품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등 의료제품을 포함한 모든 지원을 막아섰습니다. 그렇게 5개월 가까이 이스라엘은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상황은 재앙이었습니다.

 

재앙은 식량에 의한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5월 가자지구 북부 병원이 결국 폐쇄된 이후, 다른 지역 병원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로인해 가자지구의 의료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약품마저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으면서, 응급치료는 물론이고 만성질환과 같은 지병이 있는 사람들의 의약품 처방도 멈춰진 상태입니다. 당뇨, 심혈관질환, 신장질환처럼 약만 있으면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질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2차 피해까지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감염치료에 필요한 항생제, 깨끗한 물이 부족해 발생하는 설사병, 피부감염증을 대응하기 위한 의약품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자지구의 의료서비스 현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지난 엊그제 발표한 가장 최신 의료서비스 현황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야전병원을 제외한 가자지구 전체 병원의 97%가 손상되었고, 30%가 유지보수가 되지 않고 있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의료제품 부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혈압 치료는 91%, 당뇨병은 64%, 천식치료는 71%, 암 치료는 75%가 적절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고, 결핵과 같은 감염병 질환을 대처할 의료시설은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가자지구 식량난에 대한 국제적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봉쇄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의 인권적 권리에 아주 작은 부분이 해소된 수준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봉쇄된 검문소 일부를 열어주는게 아니라 모든 육상 검문소를 개방하고, 가자지구 전역에 길을 열어야 합니다. 중립적 인도주의 단체의 자금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들이 가자지구에 자신의 터전을 가꾸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영구적 평화를 반드시 보장해야 합니다.

 

한국에 사는 시민들은 여러차례 이 땅의 무너지 민주적 질서를 자발적으로 세웠던 시민들입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세우고자 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의 많은 보건의료인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또다시 학살에 가까운 폭력과 강압을 벌이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입니다. 다 함께 구호를 외칩시다!

 

팔레스타인에 총탄이 아니라 평화와 식량을!

팔레스타인에 폭탄이 아니라 깨끗한 물과 필수의약품을!

 

 

◎ 재한 팔레스타인인 발언

- 나리만 (재한 팔레스타인 유학생)

 

오늘 저는 여러분 앞에 동정을 구하러 선 것이 아니라,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 섰습니다.

일시적인 비극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은 폭탄으로만 죽는 것이 아닙니다.

가자지구에서는 굶어 죽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들이 굶주리는 것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가자를 향한 아사 정책은 체계적이고, 의도적이며, 공공연합니다.

 

국제기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북부 어린이 10명 중 9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습니다.

가족 전체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며,

어머니들은 나뭇잎을 모아 끓이고,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음식이 곧 올 것이라는 착각을 주기 위해 물을 끓입니다.

 

기아로 인한 아동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약도, 분유도, 심지어 깨끗한 물도 없이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전쟁의 부산물이 아닙니다.

이는 명백히 의도된 결정들의 결과입니다.

 

* 식량 반입 금지

* 구호 트럭 폭격

* 병원 포위

* 수도와 전기 시스템 파괴

* 구호팀 접근 차단

* 230만 명의 기본 생존 조건 박탈

 

우리는 지금 계획적이고 의도된 느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자 어린이들의 피부색이 세상이 선호하는 ‘하얀색’이 아닐지 몰라도,

그들의 피는 붉고,

그들이 살아갈 권리는 거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억하세요:

전쟁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쟁은 인간보다 돈과 지배를 더 중시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과 음식, 약, 삶을 앗아가고도 그 위에 군림하려 합니다.

 

이 지옥 속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싸우는 이들, 바로 의사들입니다.

가자의 의사들은 단순히 비상 상황 속에서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가능한 환경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전기 없이, 장비 없이, 약 없이 말입니다.

 

병원 복도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수술을 하고, 단순한 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 상처도 결국 절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몇 명의 의사가,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다 살해되었는지?

몇 명의 구조대원이, 부상자를 구하려다 공격당했는지?

몇 개의 병원이 “지하 터널”이라는 명분으로 파괴되었는지?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파괴한 병원들(알쉬파 병원, 예루살렘 병원, 카말 아드완 병원 등)에 지하 터널이나 전투원이 있었다는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희망’ 그 자체라는 것을.

 

병원은 자비의 최후 보루이며, 의사들은 신의 손입니다.

그들이 공격당한다는 것은, 모든 가치가 무너졌고, 세상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더 이상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저항하고 있습니다.

의사들, 간호사들, 구조대원들은 보수도, 안전도 없이, 오직 인간적인 이유로만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명을 구하고, 죽음과 삶 사이에서 버티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 외칩니다:

 

이제 그만 침묵하세요.

그만 변명하세요.

그만 외면하세요.

 

우리는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을 요구합니다:

 

병원에 대한 폭격 중단, 식량과 의약품 즉각 반입 허용, 의사와 구조대원에 대한 공격 중단

 

전 세계에 호소합니다:

기아를 전쟁의 무기로 만들지 마십시오.

침묵을 학살의 도구로 만들지 마십시오.

생명을 구하려는 이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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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의료와사회 2호)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2일 여야 영수회담격인 5자회동에서 “국회에 계류중인 서비스법·관광법·의료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야말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법안”이라고 말했다. 10월 27일에도 국회에서의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중요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수년째 처리되지 못하고”있다면서 “69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산업법)의 처리를 첫 번째로 강조했다. 도대체 서비스산업법이 무엇이길래 박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인데도 국회는 몇 년째 통과를 안시키고 있는 것일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역사

 

애초 정부는 처음에 2011년 11월 서비스산업법을 제정했다. 지난 국회 즉 18대 국회였다. 그러나 이 제정안은 1) 교육과 의료 등 공공사회정책의 영역을 ‘서비스산업’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사회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할 분야를 산업으로 취급하여 공공성을 침해할 법이며 2) 교육부나 복지부 등의 주무부처를 제쳐놓고 기획재정부가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직접 관련부처의 관련 사안이나 법령을 개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점, 3) 따라서 가뜩이나 강력한 부처인 기재부가 공공적 사회정책까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때문에 결국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고 폐기되었다. 막판 국회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던 정부의 의도는 좌절되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박근혜정부와 기재부가 아니었다. 2012년 정부는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는 서비스산업법 제정안(이하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 법안에서도 기존에 지적되었던 내용은 실질적으로 변화된 바는 사실상 거의 없다.

 

사회공공성을 산업발전의 장애로 여기는 ‘기재부 독재법’

 

첫째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도 교육과 의료 등 공공적 사회정책의 영역 모두를 실질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2011년 안에서는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이하“서비스산업”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되어있어 교육 및 의료 등 공공적 사회정책에 해당하는 사안을 서비스산업으로 포괄하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반면 2012년 안에서는 교육과 의료, 정보통신 등의 명문이 빠진 대신「제2조(정의)…“서비스산업”이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오히려 아무런 명문도 없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함으로써 교육이나 의료뿐만 아니라 제조업 이외의 모든 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포괄하도록 그 범위를 더욱 넓혔다. 철도, 운수, 가스, 전기 등 사회적 공공서비스 모두를 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부의 ‘시행령’ 위임이라는 행정독재의 전횡도 여전해서 국회보고서에서 조차 ‘포괄위임’금지를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의 법안이다.

의료분야만 보더라도 영리병원 허용문제, 원격의료문제, 전문자격사선진화문제, 건강관리서비스 기업 허용문제, 영리법인약국문제, 교육 분야의 외국인 학교문제, 영리학교 문제, 방송 분야의 종편관련 방송광고문제, 문화·관광분야의 케이블카 설치 문제 등이 이 서비스산업과 직접 관련되어있다.

둘째 기재부의 권한도 그대로이다.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서비스산업기본계획이 정해진다는 점(제 5조 1항), 이 기본계획에 따라 각 부처의 실행계획이 결정되어야 하고(제 6조 1~3항) 각 부처의 기본계획은 정부의 기본계획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제 3조 2항)에서 볼 때 여전히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서비스산업으로 규정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2012년 안에서도 해당부처의 장이 시행계획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선진화위원회는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세부내용은 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포괄적으로 위임되어있을 뿐 달라진 바가 없다.

즉, 앞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 적용범위가 대통령령 뒤로 숨은 것처럼, 여기서도 기재부와 다른 부서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각 부처가 시행계획을 기재부장관에게 제출하고 선진화위원회가 각 부처에 개선의견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선의견은 단지 의견이 아니라 각 행정부처의 장이 모여 결정한 위원회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있는 ‘의견’이 아니게 된다. 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각부처 장관이 모인 또 다른 국무회의 급이다. 그리고 이 준 국무회의는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이다.

물론 선진화위원회의 구성도 지극히 편파적이다. 우선 선진화위원회가 민관합동위원회라고는 하지만 이때의 민간위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위원이 하나도 없고 각 부처의 장관이 추천하여 기재부장관이 위촉하는 것이다.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에서 각 부처의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하고 각 부처가 정하는 시행계획에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무소불위의 위원회가 행정부처들 간의 추천과 위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어떤 공적 사회정책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간단히 말해 건정심이나 방통위를 생각해보라.

더욱이 그 민간위원은 기재부장관이 최종적으로 위촉을 하게 되어있고 위원회의 장 2인 중 기재부장관이 1인이다. 나머지 1인은 기재부장관의 위촉을 받은 민간위원 중 호선을 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기재부의 권한이 다른 모든 부처에 비해 최우선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2012년 서비스산업법은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인 교육과 의료, 문화관광, 방송통신, 나아가 철도, 운송, 가스, 전기 등 공공서비스 전체를 ‘서비스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으로 축소시키는 법이다. 즉 사회정책이 가져야 할 공공적 이익, 사회정의와 평등이라는 기본적 성격을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려는 법이다. 지금도 관계부처 장관회의나 규제개혁장관회의, 또한 예산 집행 등을 통해 기재부 독재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아예 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포함 혹은 제외가 문제인가?

 

올해 3월 17일 박근혜대통령, 문재인 김무성 여야 대표 3자회담을 통한 합의문에는 서비스산업법에 대해 “서비스산업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한다”고 되어있다. 기재위에서 공청회를 거쳐 상임위 의결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서비스산업법은 이번 10월 5자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표가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혀 다시 한번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우리쪽에 안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안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의료법 중 의료인 관련 법조항과 의료기관 관련 법조항 몇 개, 또 건강보험법에서 건강보험 관련 조항 몇 개 등을 법 내지 시행령에서 제외하는 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적으로 보건·의료의 법조문에서의 제외 명시를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대로 의료기관, 의료인, 건강보험 등 몇 개의 법 조항이 서비스산업법에서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보건·의료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의료의 경우 의료기관의 비영리기관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무관하게 추진될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더욱 상관이 없다. 약국법인화의 문제는 아예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의 타협안 대로 가게 되면 보건·의료제외는 말로만 제외가 될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보건·의료’ 제외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보건·의료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외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는다. 예를 들어 민영의료보험과 제약산업 부문은 보건·의료에 포괄시킬 수 있을까? 가능성이 적다.

또한 만일 포괄적으로 보건의료를 제외할 수 있다 쳐보자. 서비스산업법이 일단 통과되면 복지서비스까지 서비스산업법에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과연 보건의료가 예외가 되는 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또한 다른 공공서비스들이 모두 영리화되고 민영화되는 마당에 보건의료만 홀로 외로운 섬처럼 남을 수 있을까?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건강은 과연 의료서비스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국민건강과 건강불평등의 사회적 결정요인 중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은 다섯 손가락안에도 못드는 경우가 많다. 고용, 소득, 교육, 주택, 공공요금 등 모든 공공서비스가 영리화되고 민영화되어 서민들의 삶이 곤궁해지면 건강은 지켜질 수가 없다. 바로 우리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경제위기와 서비스산업법 등 소위 경제활성화법안

 

박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서비스산업법과 함께 원격의료를 허용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 국내 비영리병원들의 해외영리병원투자, 보험사와의 직계약, 광고규제완화 등등의 규제완화와 이를 통한 국내규제완화를 규정한 국제의료법 등을 통과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법안으로 꼽았다. 관광진흥법을 제외하면 모두 의료에 관한 법률이다. 이런 법안들이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재벌들이 의료분야에 진출하고 안전성도 효과도 개인질병정보보호도 되지 않는 원격의료를 통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1인1개소 법조항을 무력화시켜 네트워크 병의원을 합법화시키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영리법인약국체인이 들어서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한마디로 경제위기로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든 재벌들의 돈벌이 통로를 의료에서 찾겠다는 발상이다.

서비스산업법이 바로 그렇다. 세금도 전혀 혹은 거의 못 물리는 재벌들의 사내보유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위기시기에 자본이 투자할 곳이 없는 것이다. 이 경제위기 시기에 재벌들은 그나마 서민들이 의존하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영리화하여 자신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만들고자 한다. 재벌들의 경제는 활성화가 되겠지만 서민들의 경제는 결딴이 난다. 정부·여당의 경제활성화 법안은 의료인들에게도 재앙이지만 우리 사회의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완전한 민생파탄법안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은 건강보험을 강화해서 의료비를 낮추어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걷은 건강보험료가 17조원이나 흑자다. 의료비 때문에 병원문턱이 높아 17조원이 곳간에 쌓여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돈을 의료비를 낮추는데 쓰는 것이 아니라 재벌에게 풀어놓으려고 한다.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산업화 정책, 보다 정확히는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가 그렇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폐기가 정답이다.

화, 2015/12/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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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절망이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과 전망을 말해야 할 때

 

기획특집

보건의료, 혹은 건강문제와 정치_ 우석균
영국 NHS의 민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쟁점_ 이원영
미국 선거 정치와 낙태를 둘러싼 담론 지형_ 문현아
아베정부와 의료영리화정책 그리고 일본 선거_ 이상윤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 에너지전환과 정치의 만남_ 조보영
2000년 이후 국내 진보정당의 보건의료 공약_ 정형준

 

쟁점

‘전공의 특별법’ 통과, 한국 의료체계를 변화시킬 지렛대가 될 것인가_ 이승홍
경제위기와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한국_ 이정구

 

시론

청년을 ‘위안부’ 피의자로 만들지 마라!_ 송기호

 

번역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의 정치 그룹들이 내세운 건강 관련 공약들 EPHA (번역 : 이상윤)
NHS의 민영화과정_ 제니 고슬링(Jeni Gosling) (번역:김지민, 문현아, 채민석)

 

연구보고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후속 연구결과와 향후 과제_ 백도명

 

영화로 보는 의료

의혹을 파는 사람들(Merchants of Doubt, 2014)_ 채민석

 

야옹선생의 자연주의 육아

감기를 부탁해: 열경련! 당황금지

 

역사와 의료

응답하라 1975! ‘서울의대 간첩단 사건_’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3_ 노태맹

 

서평

건강과 건강권_박한종

 

국제

일본에서의 「주민 중심의 지역 포괄 케어」의 실천 사례연구_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영국의 설탕세 도입에 관한 논란_ 류재인

 

보건의료운동

임금피크제가 공생이면, 암세포도 생명인가_우지영
국내 첫 영리병원 승인 이후 투쟁의 의미와 과제_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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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무서운 민심이다. 비관적인 것은 오히려 이른바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박근혜 정권 심판이 너무도 뚜렷이 드러난 선거결과다.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 여도 야도 심판을 받았다면, 그 심판으로 약진을 해야 할 것은 진보정당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득표에서 가장 앞선 진보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인식되지 못했다.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벌인 진보정당들은 지역이나 노동자들 속에서 자신의 근거를 가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은 참으로 놀랍게도 정권을 심판했고 보수야당과 또 진보정당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결국 문제는 민중들의 ‘보수화’가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 즉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신발 끈을 묶어야 할 때, 라는 생각을 하는 선거 다음날이다.

- 편집자의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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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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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전쟁과 역병, 환경 재난에 맞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기획특집]

‘몬산토’의 발암물질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사용 금지를 위한 투쟁은 현재 진행형 / 이상윤

한국 화학물질의 유통 현황 및 관리의 문제점 / 김신범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 윤정원

미나마타병의 역사와 현재 / 이타이 야에코(板井 八重子)(번역 이수정)

 

[시론]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돌아보며 / 백도명

 

[쟁점]

담뱃갑 경고그림, 규제개혁위원회, 그리고 보건의료운동 / 조홍준

 

[번역]

경구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 정책적 결정인가 정치적 고려인가? / 박정은

 

[영화로 보는 의료]

기업, 독성물질, 건강: 우리의 ‘실화’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 / 채민석

 

[야옹선생의 자연주의 육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역사와 의료]

한국 물대포의 역사 /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5 / 노태맹

 

[서평]

숨기고 감추고 조작하고! / 리병도

 

[국제]

「3.11」과 민이렌 /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코리아에이드: 한국형 원조라는 이름의 역행 / 장효범

 

[팩트시트]

의료비 100조 시대, 건강보험 흑자의 의미는? / 이은경

 

[보건의료운동]

누구를 위하여 존(zone)은 울리나? –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등장한 배경과 그 내용 / 최규진

의료법인 인수 합병의 문제점 / 정형준

사회보험재정 투자활성화 방침의 문제점과 대안 -건강보험 중심으로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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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9/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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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건강궁금해소 ①]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평소 건강 지키는 일이나 의료분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지만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 6/2~8/30일까지 팟캐스트 참팟, 건강팟 코너를 통해 ‘건강’을 주제로 하여 방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알쏭달쏭 궁금하지만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기자 말
기사 관련 사진
▲  민간의료보험
ⓒ 참여연대 관련사진보기

Q1. 실손보험이 뭔가요?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에 가입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진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일부 본인부담금이 있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있다. 예를 들어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면 1만4000원~1만5000원 정도의 비용이 청구되는데 그중 30%, 4500원 정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보험이 되지 않는 수액주사 같은 경우 비용이 몇 만 원 정도인데, 이것은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건강보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기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간보험회사들은 병원에 지불한 돈을 대부분 보장한다고 광고하며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Q2. 실손보험은 정말 내가 지불한 돈을 다 보장해 주나요?
실손보험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내가 받은 진료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의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들은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진료를 받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실손보험은 민간보험이다. 민간보험은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이 주기적으로 갱신되면서 보험료가 14~20% 정도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식으로 보험료가 오르면 40대에 1만3000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20년이 지나면 12만 원, 40년이 지나면 60만 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Q&A, 금융감독원, 2012.8.30)

Q3. 본인부담금을 환급받는 등 이익을 보지 않나요?
보통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실손보험 가입해서 비보험 치료도 받고, 본인부담금을 환급받으니 이익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실손보험이 처음 시장에서 판매된 것이 2007년이다. 민간보험에서 이 상품을 출시할 때, 건강보험 제도에서 커버되지 않는 일부 영역에 대해 판매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점차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병원과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액치료, 도수치료 등의 수요가 늘어났고, 무릎이나 어깨 검사를 하는데 MRI를 적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실손보험료를 더 오르게 하는 꼴이 되었다.

법정 본인 부담금을 실손보험에서 보상해서 1차 의료기관(동네병원) 이용을 활성화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유지한다는 초기의 목적과는 다르게 2,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에서는 고가 검사를, 1차 의료기관에서는 수액 치료 등의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실손보험을 통해 일시적으로 병원에서 공짜 치료를 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의료 전달 체계 와해, 불필요한 검사 및 처치 확대 등을 불러올 수 있다.

Q4. 환급형 보험이라고 만기가 되면 돌려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손해는 아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한다. 만기환급형 보험은 예를 들어 20년을 만기로 해서 그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내면, 이자는 쳐주지 않지만 원금은 다 돌려주는 상품이다. 어차피 원금을 돌려받으니, 손해는 아니지 않을까 궁금할 것이다. 일반실손보험은 약 4~5만 원의 보험료를 내는데 만기형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10만 원이 넘어간다. 문제는 3~4년 정도 가입한 사람들이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를 본다는 데 있다. 만기환급은 미끼일 뿐이다. 만기형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올라가도 해약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따라서 환급형 보험이라도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빨리 해약하는 것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만기환급시 받는 금액은 정기 적금의 이율보다도 낮다. 그나마 실손보험은 단독형이 낫고, 나머지 금액은 적금을 드는 게 낫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층이 많은데, 실제로 젊은 층은 병원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계산해본다면 내가 실손보험의 혜택을 받은 것에 비해 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경우도 실손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적금을 드는 것이 더 좋다.

*이 내용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16.09.27 19:51l최종 업데이트 16.09.27 19:51l
글: 참여연대(pspd1994)
편집: 김예지(jeor2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 2016/10/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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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건강궁금해소 ③] 로봇수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16.10.17 20:59l최종 업데이트 16.10.18 11:27l

이 기사 한눈에

  • 로봇수술의 효과가 실제적으로 입증된 건 전립선암 수술 정도다.
  • 로봇수술은 비급여라 무척 비싸다. 동시에 병원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 영리적인 목적으로 로봇수술을 환자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건강’을 주제로 팟캐스트 ‘참팟’을 진행했습니다. 알쏭달쏭 궁금하지만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던 의료분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 기자 말

사회자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문가 :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로봇수술, 오류 없고 투자할만한 좋은 수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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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수술
ⓒ pixabay 관련사진보기

Q1. 말로만 들었던 로봇수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미래 공상과학 드라마나 SF 애니메이션에 보면 로봇이 수술해주잖아요. 그래서 그런 장면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로봇수술은 로봇이 하는 수술이 아닙니다. 사람이 수술을 하는데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도구가 로봇인 거죠.

예를 들면 예전에는 수술을 하게 되면 배를 갈라서 내부를 다 열어놓고 시행했다면 수십년 전부터는 복강경 수술이라는 게 시행됐죠. 배에 몇 군데만 구멍을 뚫어서 복강경이라는 도구를 집어넣고 수술을 하는 게 보편화돼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이런 구멍에 로봇팔 같은 장치가 들어가서 밖에서 사람이 이 로봇장치를 조작해 수술을 하는 걸 말합니다.”

Q2. 로봇수술이라고 하면 더 정밀하게 할 수 있고 오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봇수술의 효용성이 높은가요? 

“로봇수술의 장점으로는 기존 수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상처 부위가 넓지 않고 후유증이 적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전립선암 수술 정도입니다.

미국의 경우 수술 비용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일반 수술보다 로봇수술이 30% 정도 비쌉니다. 한국은 10~20배 정도 비싼데요. 수술비용을 놓고 봤을 때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로봇수술은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3. 로봇수술이 비싼 이유는 무엇입니까?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 받고 싶은 금액을 환자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항목에 가격을 임의로 정해 요구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비급여의 범람을 막기 위해 그나마 효용성 평가를 2007년부터 하고 있는데, 이것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안타깝게도 로봇수술은 2003년에 도입돼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런 평가에서 제외됐고, 그래서 지금 의료현장에서 마구 시행될 수 있습니다.”

Q4. 병원에서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2014년 시립병원인 보라매 병원조차 로봇수술을 할 때마다 집도하는 의사에서 30만 원에서 50만 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병원 수익성 목적에서 로봇수술을 더 장려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로봇수술이 고가의 장비다 보니 장비 리스 비용이 많이 들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병원 같은 경우 연구 목적으로 로봇수술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로봇수술이 많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 로봇수술의 경험을 통해 논문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이죠. 그리고 이런 과정 때문에, 거꾸로 로봇수술의 숙련도가 여타 수술보다 높은 집도의가 양산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Q5. 제일 중요한 것은 로봇수술의 결과가 훨씬 좋냐는 것입니다. 

“효용성 및 안전성에 충분한 신뢰가 갈 수 있는 시술이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아직 해외나 국내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제외하고는 로봇수술이 더 낫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의료제도의 문제입니다.”

Q6.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권유하면 무시하기 힘듭니다. 거절하기 쉽지 않고요. 만약 권유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로봇수술을 많이 하게 된 이유로는 로봇수술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 병원들이 수술 예약 시간을 정할 때, 여타 수술보다 로봇수술을 우선한 것도 큰 이유입니다. 여타 수술방법을 원하는 사람들은 예약이 밀려있게 되고 로봇수술을 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빠른 시일 안에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거죠. 때문에 부모님을 환자로 모시고 온 가족들은 빠른 시일에 치료를 받으려 다른 수술보다는 로봇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지만 시민사회단체나 시민들이 이런 부분들의 개선을 더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의료인들의 각성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1년에 한 번씩 로봇수술에 대한 문헌고찰 및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제라도 소급적용해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수술의 로봇수술 적용은 막아야 합니다.

참고로 2015년까지도 로봇수술이 기존의 개복수술보다 훨씬 효과가 좋고 안전성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몇몇 교수님들이 로봇수술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이미 내고 있습니다.

결론은 영리적인 목적으로 로봇수술을 환자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겁니다. 로봇수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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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10/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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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심병원에서 체육대회 장기 자랑에 병원간호사들을 동원하여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한 일이 보도됐다. 이 병원은 장기자랑 준비를 하는 시간 및 추가 근무에 대해서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신입간호사들에게 밤낮없이 춤연습을 시켰으며, 짧은 치마, 민소매 등의 복장을 강요했다는 진술도 잇달았다. 여기에 차출된 간호사들은 무려 행사 2주전부터는 춤연습만 했다고 한다.

사실 평범한 시민들이 보기에 아픈 사람을 돌보고 치료하는 병원에서 감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즉 이번 사태로 밝혀진 내용은 정도가 심하지만 성심병원만의 독특한 병원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한국의 여러 병원에서 송년회에서 장기자랑을 시키고, 시간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각종 폭언과 ‘태움’문화에서 간호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런 비정상적인 문화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개선되기는커녕 병원내에서 암묵적으로 유지되는 현실에 정상적인 사람들은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병원 내 극단적 권위주의와 간호사에 대한 부당한 강요 등은 세습된 ‘문화’만은 아니다. 그 근본에는 한국의료체계가 성장,축적한 본원적 방식이 놓여 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본관 모습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본관 모습ⓒ민중의소리

한국의 병원

한국의 병원은 기관수로 95% 가량이 민간병원이다. 즉 대부분이 개인이나 민간비영리법인이 운영한다. 이는 OECD 국가 대부분 민간병원이 20-30% 선인 것과 비교해서 너무 높은 수치이며, 의료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의 70%선과 비교해도 높다. 사실 한국의 민간병원 비율은 OECD 국가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원래 한국이 애초부터 민간병원 천국인 것은 아니었다. 해방 당시를 보면 당시는 민간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병원이 몇 개 없었고, 대부분이 공공병원이었다. 일본제국주의는 한일합방이후로 일본군 주둔지에 병원을 지었다. 이것이 지금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의 효시다. 또한 1930년대 만주사변이후로는 한반도를 후방 병참기지화 하면서 공공병원을 좀더 확충했다.

문제는 해방 이후로 공공의료기관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국립대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병원은 일제가 만든 유산들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왜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았을까? 우선 해방이후 미국식 종합병원, 전문의제도등이 이식되면서 의료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지향점이 분명해졌다. 또한 한국전쟁이후 폐허속에서 의료공급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다.

1960년대 말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필수의료의 요구가 늘어갈때도 박정희 정권은 의료공급만은 철저히 민간에 의존했다. 건강보험이 도입되는 과정에서도 의료수요는 모조리 민간병원이 독식했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에 작은 의원에서 시작한 개인의사들이 유명해지고 병상이 커지면서 병원을 짓게되고 이를 확대축적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갑질사태가 밝혀진 성심병원도 1960년대말 의료수요를 기반으로 확대해서 대학교까지 만든 민간병원자본(인제대 백병원, 순천향병원, 김안과 건양대병원, 을지병원, 차병원, 길병원 등)의 표본 중 하나다.

이들 민간병원들은 병상을 확충하면 할수록 돈을 벌었기 때문에, 계속 병원을 늘려가거나 병상을 늘리는 방식의 축적을 계속했다. 성심병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강성심, 강남성심, 강동성심, 춘천성심, 평촌성심, 동탄성심 등 계속 병원을 늘린 대표적 사례다. 이런 축적은 빠른 병상확충을 우선하면서 병원설립자가족의 막강한 권력과 기형적인 권위주의,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한 병원 확대를 특징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모형이 이후 국공립병원은 물론 재벌들이 만든 병원에도 이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공공병원이 의료체계의 모델이 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빠른 증식형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의 모델이 되었다. 이 과정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례라고 볼 수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높은 노동강도와 위계질서

이들 민간병원은 병원수익성과 팽창을 기반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승진등을 미끼로 강력한 위계질서를 양산했다. 살아남아 위로 진급한 의료인들에게는 높은 권한이 부여되고, 일부는 병원관리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우선 애초부터 한국은 의사,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은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사 한명이 수십명의 환자를 돌보는 체계에서 발전해왔다. 정상적인 병상관리에서 수십명의 환자를 한명의 간호사가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간병은 가족에게 맡겨졌다. 또한 간호조무사와 잡무를 담당하는 하위파트너가 확충되어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일부업무(간병 및 이송 등의 업무)가 가족과 하위파트너로 빠졌다고 해도, 의사인력도 적었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의료업무가 늘어갔다. 간호사들은 간호기록, 활력징후측정, 투약 같은 기본적인 환자 돌보기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는 의사들이 주로 하는 근육주사, 혈관주사, 정맥 주사 수액공급에 튜브교체 등의 업무까지 해야했다. 여기에 간병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문병객을 제한하지 않는 민간병원의 영리추구 때문에 환자보호자 응대까지 해왔다.

이런 높은 노동강도는 수간호사-주임간호사-평간호사-간호조무사-보조인력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속에서 유지되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일을 놓치거나 실수를 하면 서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특히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시간은 서로의 책임소재문제가 겹쳐져 간호사들의 태움문화가 만들어졌고,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사실 외국은 한국처럼 많은 환자를 한 간호사들이 절대 돌보지 않는다. 병상의 특징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4명 안팎의 환자를 한 간호사가 돌본다. 한국은 간호인력에서 여유가 있는 병원조차도 15명에서 20명정도의 환자를 일반적으로 한 간호사가 돌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환자치료수준이 올라간 것은 모두 병원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노동강도를 기반으로 민간병원은 팽창하고 경영진들은 돈을 벌었지만, 계속된 경쟁과 축적압력으로 병원노동자들은 더욱 쥐어짜져왔다. 인력확충이나 노동자들의 처우가 일부라도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이후 노동조합등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런 위계질서는 노동조합설립과 가입에 대한 불이익, 특히 병상내 진급누락 등의 불이익을 발생시켜 간호사들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조차 가로막힌 상태다.

 

제46회 국제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계단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인력법 제정, 50만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
제46회 국제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계단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인력법 제정, 50만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공공성이 관건

이런 병원내 위계문화와 오너일가의 갑질, 부당노동, 살인적 노동강도 해결은 우선 적절한 인력 충원과 노동강도 조정이 해결책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병상관리가 정착하는데 과연 민간병원들이 인력충원을 통해서 이를 제대로 구현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병원의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2000년대 이후로 이제는 주요도시에서는 병상과잉으로 민간병원들 사이의 경쟁도 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력을 늘려도 병동관리가 아니라 QI, 교육, 잡무 등으로 말짱 도로묵이 되기 일쑤다.

결국 적절한 인력확충과 병상관리는 적정모델 설립이 필요하다. 개인이 설립한 혹은 이사회를 오너일가가 좌지우지 하는 병원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정책적으로 이런 모델병상을 개발하여 긍정적인 모델을 양산하는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당장 병상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적정인력과 적정노동강도의 병상을 시범운영하고 여기에 자원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병상대비 한국의 간호사수는 절대수치에서도 매우 낮다.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독일(13.1명)이나 일본(11명)에 반도 안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문화는 그 조차 활동간호사의 수마저 줄어버렸다. 간호사면허 보유자중 약 13만명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간호사를 더 배출하는 것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들 간호사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 역시 적절한 노동강도와 일하는 보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사회적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민간의료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이번성심병원 경우를 보듯이 순진한 생각이다. 인력을 늘리면 병상경쟁을 위해 시간외 병원홍보등에 간호사등을 배치하는 병원들까지 새롭게 생겨나는 상황에서 적정진료는 모델이 필요하고 공적인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역할을 외국에서는 대부분 공공병원이 하고 있다. 이미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한국의료체계라고 공공병원을 포기해선 안된다. 현재 한국의 공공병원이 가진 위계적 병원문화와 높은 간호사 노동강도 역시 개선의 대상이다.

결국 어디선가 적정진료모델을 시범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간호대학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결코 인력문제가 해결 될 수 없다. 공공병원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간호사들이 인간적인 노동을 통해 환자치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민간병원을 매입하여 적절한 노동강도의 병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위계질서속에서 개개인의 윤리회복이나 병원경영진의 개과천선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관념이 아니라 체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17.12.18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원문출처: 문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1233658.html)

화, 2018/01/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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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죽음의 공장이 된 병원을 멈추자

“하루에 세네 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입사 6개월 차인 故 박선욱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의 일부다. 고인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태움’으로 고통 받았다. 부족한 교육을 받고 중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 유족들은 활달하고 자신감 넘치던 고인이 병원에서 일하며 점차 우울해 했다고 비통해 했다. 그런데도 서울아산병원은 고인이 ‘원래 예민하고 우울한 성격’이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분노를 샀다.

그러자 매일 같이 ‘태움’과 과로노동에 시달려 왔던 간호사들이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추모제에 모인 수백 명의 간호사들은 “우리를 활활 태운 연료로 병원이 운영되고 간호사들은 재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움직임은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 결성으로 이어졌다.

노동자와 환자를 쥐어짜는 돈벌이 병원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 환자가 1만 명이 넘고 지난해엔 매출액 1조 원 이상, 순이익 789억 원을 기록한 거대 병원이지만, 간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간호사들은 16시간씩 일한다고도 알려진다.

한국의 병상 수 대비 간호사 인력은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태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선배 간호사들이 도저히 신규 간호사를 교육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간호사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진짜 가해자는 이 구조를 만들고 이익을 얻어온 병원과 이를 방조해온 정부다. OECD 국가 대부분은 공공병원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민간병원이 90% 이상이다 보니 인력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병원은 인건비가 40~50%에 이르기 때문에 (제조업은 약 5%) 특히 그래왔다.

일하다가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육체적 과로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야간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밥 먹을 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생기는 위장장애, 방광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병상 확대와 과잉진료를 부른 의료영리화 또한 살인적 노동 강도의 주원인이다. ‘의료 군비경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간이 소유한 병원들의 규모 경쟁은 심각하다. 괴물처럼 커져버린 서울아산병원은 2,700병상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고, 한국의 병상 수는 OECD 평균의 2.5배나 돼 버렸다. 늘어난 병상들은 불필요한 과다 진료와 처치, 수술로 손쉽게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료비가 가장 빠르게 오르고, 1인당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도 가장 많은 나라다. CT와 MRI도 많고, 다빈치 로봇수술 같은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값비싼 의료기기도 많다. 건물과 설비에는 과다 투자하고 노동력에 투자하지 않는 자본주의적 이윤창출 구조 속에서, 환자들은 비용을 강탈당하며 건강을 잃고 병원 노동자들은 과잉진료에 동원되어 초과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간호대 정원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간호사 배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평균 5.4년 만에 병원을 떠나고, 병원은 그 자리를 저임금 신규 간호사들로 돌려 써 왔다.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을 늘리는 것은 병원 자본가들이 요구해온 정책일 뿐이다.

모두의 생명을 위한 투쟁

시민사회단체들과 간호사들이 모인 공동대책위는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병원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산업재해 인정,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호사들을 혹사하고 산업재해를 방조한 서울아산병원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또 간호인력 충원 등을 위한 ‘박선욱 법’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간호사 뿐 아니라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1명 많아질 때마다 환자사망률이 8%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가 많을수록 환자의 합병증이 줄고, 재원일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병원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도저히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과 치료의 경계를 물으며 불안과 압박 속에 일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영리화된 의료체계에서 환자 치유의 공간이어야 할 병원은 점점 죽음의 공장에 가까워진다.

서울아산병원에 반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는 신입 간호사 채용 면접에 참여한 예비간호사들에게 고인의 사건을 언급하며 신입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인지 물었다고 알려졌다. 죽지 않고 버틸 수 있겠냐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여태껏 사과 한 번 없이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병원을 향한 문제제기는 계속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도록 강제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충원을 전제로 하지 않은 조치들은 결국 무용지물이기 쉽다.

간호사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나섰고 우리 모두의 삶과 안전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여기에 손잡고 연대하자.

2018년 8월 21일

전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 변혁정치 제70호

금, 2018/10/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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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① 의료기기의 규제 완화 (上)

‘이슈어(Essure)’는 바이엘(Bayer)사가 개발한 영구 피임기기다. 4cm 정도의 코일을 나팔관에 삽입해 염증과 흉터를 만들어 막는 것이 원리다. 미국의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슈어 시술을 추천받았다. 간단한 시술이라 45분 만에 병원을 나올 수 있고, 수술 흉터가 남지 않고, 성공률은 99%라고 했다.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이슈어를 삽입한 여성들은 만성 통증, 과다 출혈, 고열, 두통, 심지어 자가면역질환을 겪게 됐다. 많은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시술을 받고 임신한 사람도 많았다. (기존의 수술보다 피임 실패율이 7배나 높았다.) 이렇게 임신한 아기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삽입된 철제 코일이 양막낭(amniotic sac)을 찢어 조산아가 발생했고 아기들이 죽었다.

바이엘(Bayer)사의 이슈어 피임기기 광고 ⓒ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화면 캡처
 의료기기 규제가 붕괴된 미국다큐멘터리 <칼날 위에 서다: 첨단 의학의 덫>은 이슈어와 같은 비극을 만든 미국의 의료기기 허가 제도를 파헤친다. 사람들은 흔히 미국의 FDA라고 하면 깐깐한 허가 절차를 갖추고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규제완화 법을 만들었고, 기업의 관계자를 규제 기관인 FDA 임원으로 앉혔다. 또 의료기기 연구에 자금을 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했다. 그 결과 이슈어는 짧은 기간에 엉성한 임상시험을 수행해 제출했음에도 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비단 이슈어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코발트가 포함된 인공관절로 고관절 치환 수술을 받은 환자가 경련, 발작, 정신장애 등의 증상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한 의사가 이들의 혈중 코발트 농도가 정상인의 100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고관절을 다른 재료로 교체하고 나서야 증상은 사라졌다. 인공관절에 사용된 코발트가 중금속 중독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재료는 미국에서 여전히 1000만 명 넘는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코발트 인공관절은 이른바 ’510(k) 방식’으로 FDA를 통과했다. 새 의료기기가 시중에 이미 나온 기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면 무조건 허가받는, 기업 로비로 만들어진 제도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98%의 의료기기가 510(k) 방식으로 통과된다. 기존에 나온 의료기기에 문제가 발생해 리콜되어도, 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허가된 기기들은 쉽게 퇴출되지 않았다.

 

 ▲ 다빈치 수술로봇의 피해자 ⓒ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화면 캡처
다빈치 수술로봇도 510(k) 제도를 이용해 FDA 허가를 받은 경우다. 미국에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 중 수술 후 내장탈출(evisceration)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사례들이 속출했다. 여성들은 ‘물 소리가 나더니 창자가 무릎 쪽으로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갔더니 대장이 90cm나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수술 부위가 터지는 이런 합병증 발생은 로봇으로 수술할 경우 3~9배나 더 많다. 엄격한 결과 검증 없이 ‘신기술’을 도입한 결과다.

검증 안 된 ‘혁신’ 의료기기?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정부도 최근 의료기기 규제완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 신기술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혁신성장’ 과제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무력화하려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절차다. 2007년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6년까지 총 1800건의 의료행위가 평가됐는데, 연구결과가 부족하거나 안전성·유효성 미달로 퇴출된 것이 700건(약 40%)에 이른다. 만약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면 국민들은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수많은 의료기기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 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 계획 ⓒ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2018. 10. 24)
정부는 앞으로 정보통신·생명공학·로봇기술을 활용한 ‘혁신 의료기기’의 경우엔 연구 결과가 부족해도 혁신성 같은 ‘잠재가치’를 반영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의료에서 ‘혁신’이란 무엇일까? 정부가 말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선점과 이윤창출을 위한 경제성이다. 하지만 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첫째가 환자의 ‘안전’이고 둘째가 ‘효과’다. 그리고 이것은 충분한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ROSA SPINE(로사) 척추 로봇수술은 신의료기술평가의 역할을 보여준 분명한 예다. 로사는 미국에서 510(k)로 도입돼 한국에 건너왔다. 하지만 2016년에 한국의 신의료기술평가 위원회는 로사를 퇴출시켰다. 기존 척추수술과 비교해 방사선 노출량이 많고 수술 소요시간이 길다는 이유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인 2017년 로사 제조사는 로봇 팔이 오작동을 일으켜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긴급 리콜을 결정했다. 또 같은 기술을 이용한 로사 뇌수술의 경우엔 오작동이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로사는 미국에서 허가됐다는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으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제대로 걸러냈던 것이다. 만약 신의료기술평가가 없었다면 환자들은 비싼 가격에 긴 수술 시간 때문에 합병증 위험이 높은 치료를 받게 됐을 것이다.

 

반대로 다빈치 수술로봇의 경우에는 한국에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 도입되어 평가를 피할 수 있었던 사례다. 이 기기가 들어온 이후 병원들은 의사에게 인센티브까지 주면서 사용을 독려했고, 아시아 전체에 48대가 보급돼 있을 때 한국에 20대가 있을 만큼 경쟁적으로 도입되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 다빈치 로봇수술이 비용부담은 크지만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환자 건강상의 위해도 끼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미 도입된 로봇수술은 규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평가를 면제받은 의료기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혁신, 혁신, 혁신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이란, 새로운 무언가가 나왔을 때 그것의 장단점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이 혁신이에요. 검증이 안 된 거라면 그건 혁신이나 개발이 아니라 그냥 모르는 거에요.” (‘첨단 의학의 덫’, 데버라 코헨 박사, 영국 의학 학술지 부편집장)

* (下)로 이어집니다.

화, 2018/11/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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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병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③ 제주 영리병원이 철회돼야 하는 이유

‘호구’는 원래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바둑에서 상대편 바둑 석 점이 이미 포위하고 있는 형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속에 바둑돌을 놓으면 영락없이 먹히고 말기 때문에 그곳이 꼭 잡아먹히고 마는 범의 아가리 같다고 하여 호구(虎口)라 이름 붙은 것이다.”불허 시 천억 원 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며 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외국인에 한정하겠다는 방침에 녹지그룹이 반발하면서 결국 제주도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영리기업에게 병원을 맡기겠다는 발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범의 아가리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영리병원을 불허하라는 도민들의 공론조사 결과를 헌신짝처럼 팽개치더니 꼼짝없이 외국기업에 호구 잡힌 꼴이다.문제는 부족한 정치인 한 명의 악수(惡手)가 전국에 미칠 치명적 결과다. 영리기업에게 내국인 진료금지는 ‘경영권 침해’일 뿐이다. 녹지그룹에게 있어 환자란 ‘고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금 그 냉혹한 맨 얼굴을 확인하고 있는 이런 자본의 생리가 의료에 침투하면 생명과 건강은 수단으로 전락한다. 돈벌이 기업의 입장에서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은 영락없는 호구일 뿐이기 때문이다.제주에서의 영리병원 허가로 물꼬가 트이면 이내 전국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각종 돈벌이 기업들이 하나 둘 숟가락을 얹으며 의료체계 전체를 기어코 시장의 논리가 횡행하는 곳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영리병원은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8곳 경제자유구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생겨나면 건강보험체계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다. 지금 국회에는 마치 제주 영리병원을 기다렸다는 듯 영리병원에 날개를 달아줄 각종 의료 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어 곧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들은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 정책이 낳을 미래를 보여준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을 보자.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 같이 입증이 충분치 않고 효과가 불분명한 의약품을 임상시험도 다 끝나기 전에 환자한테 시술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박근혜가 사랑했던 줄기세포 붐을 다시 일으키자는 것일까? 환자에게 위험천만한 규제완화를 통해서 말이다. 녹지병원에 앞서 제주도에 들어오려던 ‘싼얼병원’은 중국에서 줄기세포시술을 하던 병원으로, 제주도에서 불법 시술을 할 우려 때문에 불허됐다. 녹지병원 역시 실질적 운영주체로 지목되는 BK성형외과가 줄기세포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줄기세포 규제완화와 영리병원은 한 몸 같은 관계다.

‘의료기기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어떤가? 새로운 의료기기가 환자에게 사용되기 전에 필요한 안전·효과 검증을 하나마나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체가 평가기준을 스스로 설정해 허가 신청을 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시험 보는 학생에게 문제를 만들어 제출하게 하는 꼴이다.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의료기기를 허가해서 환자한테 몸소 써보고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사후에 발견하면 된다는 취지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규제가 어렵고 엉터리 의료기기가 판치기 쉽다.

심히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의료민영화 정책들이 일부 몰지각한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 청부입법일 만큼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 전체가 의료를 통한 경제 활성화의 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발상과 정책기조가 결국 영리병원이라는 괴물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의료는 값비싼 상품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 의료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막무가내 식 규제완화론에는 공허한 경제성장의 논리, 투자와 이윤의 논리만 무성할 뿐이다. 계속해서 정부가 의료를 ‘산업’이라 부르며 우리의 생명을 기업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려 한다면, 결국 녹지병원은 자리를 잡고 뒤를 이어 제2, 제3의 영리병원이 등장할 것이다.물론 원희룡 지사에게 가장 큰 허물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중앙정부로서 역할과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영리병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행동에 나서야 하고,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운 의료상업화 정책 기조를 중단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추진돼온 의료민영화 정책이 영리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다시 국민들이 나설 때다.
화, 2019/01/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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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결코 제주로 그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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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원

 

단순히 병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의 근간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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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거론되던 제주 녹지병원 개원이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보건의료 부문은 정권을 막론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 1순위로 올라 있으며,

의료 영리화를 추구하는 세력에게 영리병원은 숙원사업 중 하나다.

영리병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료 영리화라는 거대한 계획과 영리병원 추진은

어떻게 맞물리는지 듣기 위해, <건강과 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원을 만났다.

 

Q. 먼저 국내 의료공급체계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신다면? 가령, 일각에서는 ‘한국의 의료 공급은 이미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민영화”라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A. 의료 공공성의 한 축은 물론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다. 그리고 다른 한 축이 바로 건강보험 보장성이다.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해서, 보장률이 현재 60~63% 정도다. 반면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은 병상 수로 보면 5~6%밖에 안 되고, 기관 수로는 10% 정도다(군 병원, 국립대병원까지 다 합해도). OECD 평균 공공병원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애초에 병․의원을 개인소유로 운영하는데 이게 왜 민영화냐’ 하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보건의료 서비스는 건강보험이나 국고 지원을 기반으로 한다. 그 자체로 공공영역인 것이다. 여기에서 보장성도 높이고 공공병원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가는 것을 “privatization”이라 부른다. 그래서 ‘민영화’, ‘영리화’, ‘상업화’라는 표현 모두 쓴다

 

영리병원, 의료 전반의 영리화로 이어진다

 

Q. 제주 녹지병원은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뻔 했다. 영리병원이 기존 민간병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현재 민간병원의 경우, 법적으로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병원 수익을 해당 병원을 위해 써야 한다. 치료제든 인력 확충이든, 병원 내에 재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리병원은 그런 원칙이 없다. 병원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도 있고,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한국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병·의원, 약국은 건강보험 환자를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병원에서 번 돈은 병원에서만 쓰도록 그나마 규제했다. 그런데 이 근간을 무너뜨리는 게 영리병원이다.

영리병원 도입 역사는 IMF 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정부는 외국자본 투자 유치 명목으로 “경제자유구역법”을 만지작거렸다. 거기에 병원과 학교를 영리화하겠다는 방안까지 포함했다. 처음에 정부는 ‘외국인 대상 시설’이라며 반대를 무마하려 했다.

그렇게 경제자유구역법을 만든 후, 2000년대 중반에 제주특별자치도법을 만들어 제주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했다. 경제자유구역은 점점 늘어났고, 현재 제주까지 9군데 정도다. 결국 전국 각지에 다 영리병원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주의 경우 이런 흐름에 대한 엄청난 투쟁이 벌어졌다. 그래서 그때 제주에서는 조례를 만들 수 있었다. 도 조례를 통해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규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Q. 영리병원이 존재하는 해외 사례들을 볼 때, 어떤 문제들이 드러났는가?

A. 미국의 경우, 전 국민 공공 의료보험이 없다. 하위소득이나 어린이, 65세 이상만 일부 커버한다. 한국 인구인 5천만 명 정도가 아무 보험이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아니라서, 병원이 공공 보험 환자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유전자 검사나 건강식품이 엄청 많다. 의사 접근도가 떨어지니까. 검사 키트는 슈퍼마켓에서도 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니, 이렇게 민간업체 검사를 의뢰하거나 그냥 건강기능식품을 사 먹는다. 비의료적이고 상업적인 데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구조다. 그런데 이걸 요즘 한국 정부가 가져와서 경제성장 동력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주장한다. 영리병원은 이렇게 보건의료 부문 전반의 규제 완화와 영리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Q. 국내에도 이미 ‘프랜차이즈 병원’이 많다고 하는데.

A. “네트워크형 병원”이라고도 부른다. 치과나 미용성형 병원들이 많다. 이들은 규제가 없는 중국에 분점을 내 영리병원을 만들고, 이걸 자본화해서 마치 외국 투자 자본인 것처럼 가장해 다시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확장한다. 현행법상 국내 의료인은 영리병원 개설이 불가능하니, 이런 방식으로 중국을 통해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영리병원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심하니까 이명박 정부 때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결국 국내 자본과 국내 의료인들이 영리병원 만드는 데 투자를 개방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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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브랜드 병의원 협회’ 회원사들. 국내 네트워크 병원은 이미 상당 부분 우리 주변에 뿌리내리고 있다. 본래 ‘네트워크 병원 협의회’였지만, 이름을 바꿨다. [출처: 변혜진 / 대한 브랜드 병의원 협회 홈페이지]

 

Q. 영리병원이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연결될까?

A. 한국 공공의료기관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그나마 유일한 버팀목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다. 그런데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건강보험 환자를 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돈 많은 사람들은 굳이 건강보험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민간의료보험 가입하고 영리병원에서 고급 의료서비스 받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상위 20%가 건강보험 안 내겠다고 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대폭 줄어든다.

지금도 의사협회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위헌이라고 계속 소송을 내고 있다. 영리병원처럼 민간 보험회사와 직접 계약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건강의 사회적 책임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게 문제”

 

Q. 문재인 정부는 일단 영리병원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A. 제주에서 이번에 영리병원을 막을 수 있었던 건 도민들이 2000년대 격렬하게 투쟁하면서 조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는 영리병원을 규제하는 그런 조례조차 없다. 보건복지부가 승인하면 그걸로 끝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프리존법처럼, 보건의료 상업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영리병원은 없다’고 했는데, 거꾸로 묻고 싶다. 현행법인 경제자유구역법으로 외국자본 50%만 대면 설립할 수 있는데, 어떻게 영리병원을 막겠다는 건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하든 해서 영리병원 허용을 삭제해야 한다.

 

Q. 정권을 막론하고 이른바 ‘미래 먹거리 산업’에 보건의료가 빠지지 않는다. 왜 정부와 자본은 집착이라 보일 정도로 보건의료 부문에 매달리는 것일까.

A. 의료 부문은 정보가 일방적이고 전문가들이 아니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수요를 멋대로 창출해낼 수 있다. 심지어 그게 불필요한 것이라도. 불필요한 의료행위는 비용만 드는 게 아니라, 건강을 해친다. 유전자 검사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의학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 확정된 게 없고, 검사 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다. 잘못된 검사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잘못된 건강관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를 현혹하고 각종 검사, 키트, 건강식품을 늘어놓으며 시장을 만든다.

요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 사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노동의 문제와 직결한다. 한국은 OECD 중 가장 노동시간이 길다. 미래도 불안하다. 불안정 노동이 만연하니까. 노인이 되면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사회보장이 없으니, 건강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건강을 사회가 책임지지 않고 개인이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그걸 “웰빙”이라고 부르면서 조장한다. 정부와 자본은 그런 불안을 이용해 상업화하고. 이러다보니 소득에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공적으로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건강 불평등이 심해지는데, 건강을 잃으면 고용에서 또 차별당하니, 경제적 처지가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무시하고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것. 이게 가장 큰 문제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원문보기 : http://rp.jinbo.net/change/59016

목, 2019/04/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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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빌론(Babylon)사가 운영하는 원격의료 플랫폼(GP at Hand)에 반대해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를 지키자고 호소하는 영국 활동가들 (사진: gponline.com)

 

캐나다는 최근 영리기업에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캐나다는 1966년 이래 ‘누구나 경제적 장벽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온 나라다. 원격의료 도입 이후 풍경은 바뀌었다. 의료는 기업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유료서비스가 됐다. 과잉진료도 늘었다. 하루 321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며 연간 170만달러(약 17억원)를 청구한 의사도 있었다. 플랫폼 기업이 환자 정보를 미국 기업에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환자 정보 판매가 이들의 주 수익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의료를 도입한 배경에는 정부 재정 축소로 의료접근성이 낮아진 데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캐나다에서 원격의료는 응급실 대기 문제와 지역 의사 부족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의료 회사들이 고수익을 약속하며 필수의료 의사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엔 ‘바빌론(Babylon)’이라는 유명 원격의료 플랫폼이 있다. 이들은 건강한 젊은 환자를 선별해 등록시킨다. 노인, 임산부, 치매환자 같은 기저질환자는 ‘부적합’ 대상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2022년 바빌론 신규환자의 87%가 20~39세였다. 이런 식으로 환자 1인당 지불받는 국가재정을 바빌론이 ‘단물 빨기’하는 탓에,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운 환자들만 넘겨받은 지역 공공병원들은 재정난을 겪는다. 영국은 원래 국가가 원격의료 상담시스템을 무료로 운영했다. 365일 24시간 누구나 ‘국가보건서비스(NHS) 다이렉트’에 전화를 걸면 의사·간호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필요하면 병원 이송차량을 제공하거나 가까운 병의원·약국에 연결해주고, 가벼운 증상은 관리법을 알려줬다. 2010년 정부가 이 제도를 민간에 외주화한 후 숙련 의료진이 줄고 상담의 질은 떨어졌다. 많은 사람이 하염없이 대기하다가 전화를 끊는다.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의료기관에 접근하기도 크게 어려워졌다. 바빌론은 이런 공백을 틈타 돈벌이를 한다.

의료비가 너무 비싼 미국에선 저렴하게 바로 의사를 만나게 해준다는 원격의료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6년 ‘미국의학저널(JAMA)’에 따르면, 이들 중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병력청취와 신체검진을 한 경우는 69.6%, 정확한 진단을 한 사례는 76.5%, 정확한 치료방법을 제시한 경우도 54.3%에 불과했다. ‘패스트푸드 의료’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세레브럴(Cerebral)이라는 정신과 플랫폼은 의료진에게 진료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환자 수를 늘리라고 강요했고, 지키지 않는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며 쫓아냈다. 이 회사는 310만여명의 정신상담 내용과 병력을 페이스북, 구글, 틱톡에 넘기기도 했다. 어헤드(Ahead)라는 플랫폼은 의료진에게 불필요한 약물 처방을 강요했다. 약물 조제가 그들이 투자한 온라인 약국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원격의료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의료시스템을 민영화하는 일관된 패턴이 발견된다고 보고했다. ‘원격의료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이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이다.

의료에서 ‘배달의민족’이 가능한가 숨겨진 진짜 문제는 ‘대면이냐, 비대면이냐’가 아니라 기업의 의료시장 진출이다. 비대면이라도 영국 ‘NHS 다이렉트’처럼 필요한 서비스를 공공적으로 제공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원격의료는 그러나 의료민영화와 궤를 같이한다. 코로나19로 한시 허용된 이 나라의 원격의료 플랫폼들을 보자.

‘닥터나우’는 “여드름약 앱으로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며 특정 의약품을 SNS에 광고해 약물 쇼핑을 부추겼다. 이를 통해 의원 한 곳이 전국 여드름 치료제의 97%를 처방, 건강보험에 3억원을 부당청구했다. 게다가 불법 진료, 불법 조제 등 지난 3년간 연이어 터진 문제는 “부작용은 없다”던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플랫폼은 처음에는 무료와 편의를 내세운다. 카카오도 사용자가 유입돼 독과점을 형성할 때까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무료서비스를 제공했다. 배달 플랫폼들도 초기엔 출혈 경쟁을 감내하며 쿠폰 뿌리기로 이용자 모으기에 집중했다. 한국의 원격의료 플랫폼들도 아직까지는 ‘순한 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시 허용돼 법적 근거가 없고, 이용자도 적기 때문이다. 앞으로 플랫폼이 의료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법으로도 허용되면 마침내 발톱을 드러낼 것이다.

숨기려던 발톱 하나가 최근 슬며시 드러났다. ‘누가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할 것인가’라는 논쟁에 보건복지부가 불을 댕겼다. 박민수 제2차관은 “환자에게 내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의료기관·약국이 내고 그만큼 수가를 지급한다”라고 했다. ‘수가’를 올리면 건강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최근엔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도 올려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플랫폼의 배를 불리려고 건강보험 곳간도, 환자 주머니도 털겠다는 심산이다.

오수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의료에도 ‘배달의민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의사도 음식 점주처럼 1건당 중개수수료, 상단노출을 위해 월 100만~200만원도 낸다는 ‘깃발’ 이용료, 클릭 한 번에 600원씩 떼어가는 ‘우리가게클릭’ 수수료를 내게 되리라는 뜻이다. 의사들은 음식 점주들과 다르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 비급여를 늘리고 불필요한 의료행위들로 수익을 높이려 들 것이다. 플랫폼도 더 많은 중개 수익을 위해 이를 부추길 게 뻔하다. 의료는 더욱 경쟁적 시장이 되고, 모든 위험과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된다. 원격 플랫폼이 의료를 망가뜨리는 방법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이 정말 고통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감기약, 고혈압약을 원격으로 처방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손가락이 잘려도, 교통사고가 나도, 뇌출혈이 생겨도 응급치료를 받을 수 없어서다. 그래서 불안에 떨고 때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다. 인구 2000명이 사는 섬에서 필자가 공중보건의사로 일했던 1년 동안에도 이런 고통과 억울함은 숱하게 있었다. 원격의료가 필요하냐는 한 언론의 물음에 섬 이장님 한 분은 “응급헬기도 제대로 띄워주지 않는 이 섬에서 원격의료는 무슨…”이라며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라고 일갈했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오히려 더 무너진다. 지금도 의사들이 도심으로, 돈 되는 진료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하물며 더 큰 시장판이 된 의료 환경에서야 사정이 어떠하겠는가. 큰 병원에서 사람을 살릴 의사, 지역을 지킬 의사는 더 찾기 어려워진다.

원격의료를 추동하는 요인은 환자 편의나 권리가 아니다. 드러난 중소 업체들도 아니다. 삼성, LG, SKT, KT, 네이버, 카카오 같은 재벌·대기업들이다. 이들은 원격의료 시장을 노리고 천문학적 투자와 인수합병을 해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여 년 전부터 ‘의료민영화’ 보고서를 통해 영리병원과 함께 원격의료 허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원격의료는 기업의 의료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영리병원 도입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우리 정부는 감염병 재난을 빌미로 이제 그 빗장을 열 태세다.

그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수백억달러 규모로 성장 중이라고. 그래서 도태돼선 안 된다고. 그러나 그것은 도대체 누구의 시장이고, 누구의 이익인가. 도심에서도 구급차가 갈 곳을 잃고 ‘뺑뺑이’를 돌다가 사람이 죽는 나라다. 무너지는 공공의료를 살릴 것인가, 의료를 더 경쟁적인 돈벌이 시장으로 만들 것인가. 원격의료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원글보기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23041414…

화, 2023/05/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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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연합뉴스

한일 양국 정상은 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하라!

 

7월 12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마주한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의 우려를 무시한 채 결국 오염수 해양 투기에 찬성 허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해양 투기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를 존중한다면서, 오염수 해양 투기 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존중한다는 IAEA 용역보고서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해야만 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를 찬성 허용하는 입장을 공식화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해양 투기 과정 모니터링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등 문제 발생 시 즉각적 방류 중단과 통보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일본 정부가 IAEA를 통해 오염수 해양 투기의 면죄부를 발급받는 과정 내내 강조해왔던 것으로, 오히려 일본 정부의 해양투기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첨언일 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과정 점검에 한국 전문가를 참여시켜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궁색한 요청마저 기시다 총리는 아예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 회담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양국 국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짓밟는 국가 폭력과 인류를 향한 핵 테러를 자행하는 기시다 총리의 완벽한 공범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오염수 해양 투기 대신 다른 대안을 찾으라고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책무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고, 약 160만 종의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보고인 바다이다. 바다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이고, 인류의 유산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로 인해 오랜 시간에 걸쳐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유이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깨끗한 바다와 안전한 식탁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매주 촛불과 8월 12일 최대 규모 촛불을 들어 반드시 해양 투기 범죄를 막아낼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2023년 7월 13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금, 2023/07/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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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목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부터 12일 사이에만 가자지구 전역에 6천 발의 폭탄을 투하해 주민 1,417명을 살해했다. 인구 절반이 아동인 230만 가자 주민에게 이집트를 면한 국경을 통해 도망가라 한 뒤 국경을 폭격했다. 피난처로 도망가라면서 피난처로 사용되는 UN 학교를 폭격했다. 폭격 현장에 시신과 부상자를 수습하러 들어가는 구급대에 진입 허가를 낸 후 구급차를 폭격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언했듯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지상군으로 포위하고 10월 13일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게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떠나라”며 24시간 내 소개령을 내렸다. 지상전을 예고한 것이다. UN 전문가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세계보건기구는 환자들에게 “사형 선고”에 다름없다고 소개령 철회를 거듭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은 시한만 연장했다.

소개령을 받은 22개 병원의 의료진은 환자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며 불응했다. 의료진은 환자와 함께 살해됐다. 10월 17일 알 아흘리 병원 폭격으로만 피난민과 환자, 의료진 등 500명이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소개령으로 지정한 도로를 통해 남부로 피난 가던 행렬도 폭격했다. 피난민 70명이 살해됐다. 피난처로 제시된 남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동 7명을 포함한 13명의 피난민 일가족이 몰살당했다. 남부에 도착한 주민들은 피난민을 맞아준 이슬람 사원이, UN 학교가, 병원이, 환대해 준 가정집이 폭격돼 다시 북으로 향하고 있다. 어차피 살해당할 거라면 집에서 죽겠다고 말한다.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폭격 때문만이 아니다. 가자 주민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야외 감옥’에 갇힌 채 이스라엘로부터 집단 처벌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 육해공을 봉쇄한 뒤 생필품과 의료물품 등의 반입을 최소한에도 못 미치게 제한했고, 대규모 침공을 반복하며 주기적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긴 봉쇄에 더해 이제는 “완벽히” 가자를 봉쇄한다며 전기, 수도, 연료, 식량 반입을 차단했고 이것이 “인간 동물”인 가자 주민에 걸맞은 대응이라 발표했다. 이보다 노골적일 수 없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의 의도를 선명히 드러냈다. 한 인구 집단을 비인간화해 인간 이하 존재로 격하한 뒤 고의로 절멸시키는 것.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현대사에서 봐 온 가장 끔찍한 일들을 우리는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간 서방 사회는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불법행위를 지원해 왔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인 적은 없었다. 서방의 정부와 언론은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를 검증 없이 퍼뜨리며 팔레스타인 민중을 비인간화하는 작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제법과 보편 인권을 주장해 온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모든 위선을 거침없이 벗어던진 채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전쟁범죄의, 집단학살의 공범이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청하는 첫 번째 UN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가자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길을 트기 위해 잠시 교전을 멈추라는 두 번째 결의안도 미국이 부결시켰다. 미국은 또한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며 항공모함 두 척을 파견하고 매년 해온 무기 지원에 더해 초당적인 합의로 조건 없는 추가 무기 지원을 결의했다.

한국은 어떤가.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을 집단학살하고 있는 바로 지금, 한국 무기전시회(ADEX)에는 이스라엘 전쟁기업 12곳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14년 이스라엘이 50일간 가자 주민 2,251명을 학살한 뒤 무기 거래량을 오히려 늘려 왔다. 한국 정부 역시 이스라엘 전쟁범죄의 공범이다.

이들은 역사를 부정하며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어떤 서사를 따라가도 폭력은 2023년 10월 7일에 시작하지 않는다. 하마스가 창립한 1987년에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1967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골란 고원,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군사점령했다. 애초 1948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인종청소하며 건국했다. 모든 폭력은, 학살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에서 비롯한다.

가자지구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군사점령지인 동예루살렘·서안지구에서 군사 작전 강도를 높이며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존재 자체로 전쟁범죄에 상응하는 불법 정착촌을 끊임없이 건설,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장한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은 점령군의 보호를 받으며 팔레스타인 주민을 살해하고 공격한다.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가들을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두고, 이스라엘 인구의 20%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시민권자를 차별하는 65개 법을 제정하고, 800만 난민이 고향에 돌아올 권리를 철저히 부정한다. 진실을 전하는 기자들을 살해하고, 언론 등록을 취소한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 주변 국가를 주기적으로 폭격해 민간인을 살해한다.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전쟁범죄 목록은 끝이 없다.

이스라엘이 “쓸어버리”고 있는 가자지구를,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협의 하에 인도적으로 지원하겠다 한다. 필요한 건 집단학살 사이 간헐적으로 제공되는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10월 19일 기준 이스라엘은 이미 아동 1,524명을 포함한 가자 주민 3,785명을 학살했고 “완벽한” 봉쇄를 해제할 생각도 없다.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당장 멈추도록 국제 사회가 강제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식민 지배하는 한, 인종주의에 기반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유지하는 한, 언제든 집단학살을 다시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강력히 촉구한다.

- 즉각 휴전과 민간인 보호, 인도적 지원 보장을 촉구한다.

- 이스라엘은 당장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고 봉쇄를 즉각 해제하라.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함한 모든 군사점령지에서 당장 철수하라.

-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인 무기금수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라.

2023. 10. 22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한국시민사회 단체 일동

(성명서 연서명 재집계 중 – 단체 가나다순  / 개인 134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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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최  78개 단체 가나다순 )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  노동건강연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울산지부| 검은참새들 – 한국어 사용자 아나키스트 그룹 | 고려대학교 중앙동아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공동행동 | 국제전략센터 |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 기후위기기독인연대 | 기후위기비상행동 |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 나눔문화 | 난민인권센터 | 노동당 | 노동・정치・사람 | 노동자혁명당(준) | 녹색당 | 녹색연합 | 다른세상을향한연대 | 도서출판 동연 |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 두번째테제 | 민주노총 서울본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 민주주의와 노동 연구소 | 반제국주의학습모임 반격 |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 볼셰비키그룹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사단법인 아디 | 생명안전 시민넷 |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 서울인권영화제 | 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 | 성수삼일교회 | 시시한 연구소 | 아카이브평화기억 | 언론개혁시민연대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 우리누리평화운동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인권운동사랑방 | 인권연구소 창 | 인권운동공간 활 | 인천인권영화제 | 작은형제회 JPIC | 장애여성공감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전주YMCA | 전환 | 정의당대덕구위원회 |  진보네트워크센터 | 참여연대 | 책방토닥토닥 | 책사모 | 천주교 남자 수도회 정평환 위원회 |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 칠무글방 | 캄캄밴드 | 코리아국제평화포럼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 평화바닥 | 평화어머니회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 플랫폼c |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일동(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 | 향린교회

수, 2023/10/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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