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화평법의 후퇴를 규탄한다.

4년 전에는 국민건강 지키는 파수꾼, 지금은 킬러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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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사2022.08.04 한화진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caption]
법률이 하나 있다. 이름도 길고 생소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공식명칭보다 화평법이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별칭은 더 유명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때 이 법률을 ‘암덩어리’ 내지 ‘단두대에 올릴 규제혁명의 대상’으로 불렀다. 때로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했고, 요즘에는 ‘킬러규제’로 부른다. 이러한 평가는 집권한 대통령의 인식에 좌우되었다.
28일 화평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화평법을 킬러규제로 지칭하며 압박해온,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주장이 관철된 결과이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유럽,일본 등 세계적 기준(1t)에 맞게 제도를 고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GDP를 감안하면 유럽은 약 7배, 미국은 15배에 달한다. 또한 미국의 기준은 10t이다. 소비할 수 있는 인구를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기준이 필요하지, 맹목적인 기준일치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한화진 장관의 안이한 인식을 엄중하게 규탄한다. 등록기준에 대한 이중잣대도 문제다.
외국 기준에만 맞추면 된다는 한화진 장관의 이중잣대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있다. 등록기준을 1t으로 통일한다고 해도 국가별로 요구하는 자료의 수준이 다르다. 유럽과 우리의 요구자료는 여전히 상이하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신규화학물질에 관한 화학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은 동일해도 자료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지난 2019년 8월에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화평법은 제조·수입량에 따라 최소 15개∼최대 47개의 시험자료 요구, EU는 최소 22개∼최대 60개로 더 많은 시험자료의 제출 요구. 또한 국내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수용하여 현재 유해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표시되는 기존물질에 대한 등록서류 제출 일부 면제(최대 47개→15개) 제도도 도입한 바 있음.기존물질은 업체의 등록부담을 고려하여 유통량·유해성에 따라 최대 10년 이상으로 등록유예기간이 이미 부여되어 있으며, 연간 1∼10톤 제조·수입되는 물질은 2030년까지 등록하면 됨.특히, R&D용 물질은 현재도 등록이 면제되고 있으며, EU보다 면제규정도 완화되어 적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화평법 때문에 기술개발이 어려워 소재부품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임 ※ R&D 등록면제도 EU는 제품·공정 중심 연구개발에 한해 5년 한시적으로 면제되나, 화평법은 기한, 장소 등 제한 없이 면제됨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화학산업 또한 제조·생산이 국제화 되어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수익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2019년의 환경부는 화평법을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칭했다.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경제지의 주장을 비판했다. 애석하게도 2023년에는 오히려 후자에 동조하고 있다. 한화진 장관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말한다면, 의무도 함께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화평법을 둘러싼 산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과거부터 집요했다. 그 시기는 2013년 법률이 만들어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이은 참사에 떠밀려 박근혜정부는 화평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신규화학물질 1t이라는 기준은 국회논의 과정에서 ‘전부등록’으로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후 시행령을 둘러싼 논의가 모법의 무력화에 맞춰지며 표류하게 된다. 그러다가 2016년 가습기살균체 참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타고 화평법은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신규물질을 등록토록 한 기준은 법률제정 5년만에 완화되었고, 이번에 다시 1t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화평법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다. 기존 화학물질은 제조·수입하는 취급량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등록절차가 진행된다. 반면에 신규화학물질은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다. 100kg이상 취급하는 기업은 등록을 해야하고, 그 이하 소량으로 취급하는 물질에 대해서는 신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대략 5만 건으로, 매년 2,000여건의 신규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이 중 중소기업의 취급량이 절반에 달한다.
물론 현행제도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의 부족함을 골간을 허무는 근거로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재의 화평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은 직접 유해성자료를 만들거나, 외국기관(GLP)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한다. 이 때문에 자료에 기반한 페이퍼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에 따른 내재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등록제도는 일단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다는 점에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부는 등록제에 바탕을 둔 현행제도로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정보확보가 어려우니, 신고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럽도 유해성정보신고제도(CLP)를 통해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REACH)를 보완하지 대체관계로 삼지 않는다. 화평법은 공식명칭에 ‘등’을 추가해 등록뿐 아니라 신고에 관한 내용도 일부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에 빗대면 리치를 완화해서 CLP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EU는 REACH*(2007)라는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 이외에 별도로 소량 물질의 유해성을 관리할 수 있는 CLP(2009∼)**, 즉 ’화학물질 및 혼합물의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이 있어 모든 화학물질·혼합물 관리 중*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EU 내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물질 등록, 2018.5월까지 2만 1,551종 등록완료) ** Classification, Labelling and Packaging of substances and mixtures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환경부는 등록시 요구하는 시험자료는 원문확보가 필요하지만, 신고제도는 시험결과 값만 활용할 수 있어 저작권 문제없이 유해성 분류결과를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화학물질에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추가확인 공개자료를 검토한다는 내용도 이미 등록제도 아래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이다.게다가 신규화학물질은 그 특성상 자료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생산하지 않으면 확보가 어려운데 제출의무가 없으면 생산유인이 떨어진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업은 확정적인 이익을, 화학안전은 장밋빛 가능성만
마지막으로 법률이 부과하는 의무 측면에서 ‘해야한다’와 ‘할 수 있다’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환경부가 내실화의 근거로 강조하는 조치는 모두 –할 수 있다로 마침표를 찍는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의무만 면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문제를 환경부의 ‘재량’에만 맡기는 것도 석연치 않다. 혹여나 문제가 발생한 살생물질만 중점 관리하고, 나머지는 느슨하게 챙기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도 남는다.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2021년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출범할 당시부터 함께 참여해왔지만, 이번 개정안이 담고있는 한계와 과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평법의 이러한 부침은 안전에 관한 우리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잠시 강화되었다가, 지속적 약화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라도 있는 것일까. 화평법의 연혁은 그 자체로 한편의 비극이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법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우리에게는 더 좋은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확정적인 이익을 보장하며, 안전에 관한 장밋빛 약속과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사회로 떠넘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공수표이자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토론회 썸네일]한강, 복원과 개발의 기로에 서다](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7/06/토론회-썸네일한강-복원과-개발의-기로에-서다.jpg)

























한강의 흐름을 막고 선 작은 댐, 신곡수중보. ⓒ박평수[/caption]
얼마 전에는 상괭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상괭이는 한강에서 볼 수 있었다는 토종 돌고래의 이름입니다. 일반 돌고래와는 달리 등 지느러미가 없고, 입이 웃는 상이라 얼굴에서 감정이 느껴져요. 가까운 바다에 주로 살지만, 썰물 때 바닷물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면 그 물살을 따라 상괭이도 강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그런데 재작년에 한강에서 상괭이가 죽은 채로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88년에 댐이 생기고 나서는 한강에서 상괭이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죽은 채로 모습을 드러낸 거예요. 이유 중 하나로 썰물 때 물에 잠긴 댐을 넘어서 강으로 왔다가 밀물이 되어 다시 드러난 댐을 넘지 못해 한강에서 표류하다 죽은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알고 더 이야기해줄 수 있는 상괭이 프로젝트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엇지’라는 이름으로 환경 운동을 하시는 활동가예요.
신곡보 바깥의 습지에서 ‘점박이물범’ 발견 기사. 인터넷 뉴스 캡쳐 ⓒ쿠키뉴스[/caption]
1961년의 한강. 보가 설치되기 전 한강에는 좋은 모래밭이 많고 물이 깨끗해 시민들이 강수욕을 즐겼다. ⓒ조선일보[/caption]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caption]

한강 하류 전류리 포구 입구ⓒ김준성[/caption]
한강 하류의 신곡보를 기점으로 위에는 고양시 어촌이 아래에는 김포시 어촌이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김포시 어민 한 분을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백성득 님은 김포시 어촌에서 계장을 지냈던 어부입니다. 한강에서 고기 잡는 걸 보고 자라 여태까지 어업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 시간만 이제 50년이 되었습니다. 50년을 강에서 보낸 사람에게 제 첫 질문이 얼마나 우습게 느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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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전류리에서 잡힌 바다물고기 숭어ⓒ김준성[/caption]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직접 판매하는 어민들ⓒ김준성[/caption]
한강 어업의 어려움을 묻는 말에 백성득 님은 부족한 수량을 꼽습니다. 서해가 몰고 온 펄을 씻을 강물이 흘러야 하는데, 신곡보가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파되기 전의 밤섬ⓒ 영등포구 포토소셜역사관[/caption]
밤섬은 본래 사람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조선업으로 유명한 곳이었죠. 한강을 오가는 목조선을 만들고 수리하는 뛰어난 기술자들이 있었습니다. 한강에 떠다녔던 배의 95%는 거진 밤섬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합니다. 밤섬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밤섬에서 태어나 폭파되기 전까지 사셨던 유덕문 밤섬보존회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얼어 붙은 한강을 걸어서 건너는 사람들ⓒ 영등포구 포토소셜역사관[/caption]
밤섬 실향민들이 이주했던 와우산 자락ⓒ 영등포구 포토소셜역사관[/caption]
한편, 폭파되어 수면 아래로 잠겼던 밤섬은 1980년대 중반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회복했습니다. 지금은 원래 밤섬보다 더 커졌습니다. 강이 옮기는 모래와 펄이 밤섬에 쌓이고 떠내려온 씨앗들이 스스로 싹을 틔워 초목을 이뤘습니다. 되살아난 밤섬은 새들의 쉼터가 되었고 99년에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2012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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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으로 되살아난 밤섬 ⓒ 뉴스토마토[/caption]
밤섬보존회 회장님과 밤섬부군당 사당ⓒ김준성[/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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