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여성의 SRHR(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과 정보접근권 웨비나(2021. 04. 27)
글 | 이미루(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년 4월 27일에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여성의 SRHR(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과 정보접근권”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2019년 3월 11일 ‘위민 온 웹’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했다. 해당 사이트에서 ‘의약품 구매’가 이뤄진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는 그동안 여성의 재생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방심위의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맥락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당연히 그 필요성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위민 온 웹 사이트의 차단은 차단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문제도 존재했다. 심의 과정에서 차단의 필요성과 적정성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논의 없이 차단이 결정된 점은 물론 차단이 이루어진 후 사이트 운영자에게 차단 사실을 고지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이트라는 이유로 그 과정도 생략되었다.
특히나 위민 온 웹의 경우 ‘낙태죄’폐지 이후 임신 중단과 관련해 적절한 제도 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여성들이 재생산권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 사이트였다. 그렇기에 지난 방심위의 차단 조치는 여성들의 알권리와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침해하는 한 사건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웨비나를 통해 위민 온 웹 차단으로 침해된 여성의 알권리와 현재 한국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성과 재생산권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방심위의 일방적인 사이트 차단 행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아래는 각 발제문과 질의응답의 요약이다.
[발제1]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의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 | 미루(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미루는 그동안 방심위의 심의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짚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방심위의 주요 문제점으로 광범위한 규제 범위, 심의 과정에서의 문제, 차단 방식의 문제, 심의 주체의 문제를 들어 방심위의 그간의 심의와 결정이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지 비판했다.
방심위의 심의 대상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인데, 이 경우 온라인상의 많은 정보가 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심의 과정에 대해서도 이의제기 절차의 미비, 독자적인 심의보다는 공공기관의 부속기능으로서의 심의가 이루어지는 경향에 대해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방심위가 특정 게시물의 불법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는데, 국가보안법의 저촉 여부 및 불법 의약품 해당 여부 등을 방심위가 판단하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방심위원 중 전문성을 가진이는 전무하며, 결국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공공기관의 요청을 기계적으로 승인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비판했다. 차단 방식의 경우 SNI차단의 도입이 인터넷 보안 기술의 허점을 이용한다는 점, 기존의 DNS 차단의 경우 warning.or.kr 페이지로 이동하던 것이, SNI 차단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차단의 결과를 정보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할 수 없다는 점, 특정 url이나 페이지가 아닌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점을 들어 비판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를 독립적 민간기구로 정의하고 있지만 2012년 법원은 ‘방심위가 행정기관이며 그 처분은 행정처분’이라 인정한 바 있음을 들어, 행정기관이 불법여부를 판단함으로써 권력의 필요에 따라 이용자의 표현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이것이 국가검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심위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내용규제 정책의 개선 방안으로 1) 내용규제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2) 심의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고 3) 행정기관인 방심위 권한을 독립적 민간기구 및 사법부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2] 성과 재생산권의 전반적인 현실과 정보접근의 중요성| 류민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류민희는 위민 온 웹 사건을 통해 한 사이트의 차단이 여성의 건강과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리 침해의 맥락을 살펴보고, 성과 재생산 건강 문제 중에서도 정보 접근성과 관련해 국가가 해서는 안되는 소극적 의무와 이행해야 하는 적극적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는 위민 온 웹 사이트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여러 논문이 존재함을 강조했다. 그는 위민 온 웹 사이트 차단에 대해 ‘최소한 전체 차단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됨을 강조했고, 해당 사이트는 제한해서는 안되는 표현 정도가 아니라 국가가 공적으로 제공했어야 하는 표현에 속한다고 말했다. 결국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와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는 커녕 오히려 관련 정보를 제공해왔던 해외 웹 사이트를 방심위가 차단 한 것이라 말했다. 이와 동시에 사이트 제공자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은 물론 한국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와 정보접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 위민 온 웹 사건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자기결정권, 건강권, 교육권, 반차별의 권리 등 복합적인 인권과 관련이 있음을 이야기 하며 해당 권리를 온전히 향유하기 위해선 정보의 접근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은 물론 사회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있어야만 진정한 개인의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22호를 들며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요소로 이용가능성, 접근 가능성, 물리적 접근성, 구매 가능성, 정보의 접근성이 주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포괄적 성교육 등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서 정보 접근권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언급했다. 이번 방심위의 차단은 정보 접근권을 행정기구가 방해한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낙태죄’라는 재생산적 결정을 범죄화하는 것은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침해의 일부분으로 이 상황이 제거되었다는 것만으로 권리의 실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방심위 등 다양한 행정주체들을 통해 여전히 다양한 권리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야기 했다. 정보접근권의 문제를 단순히 보면 안되며 국가가 소극적 침해를 삼가는 정도가 아니라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핵심 의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현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발제3] ‘낙태죄’폐지 후의 제도 공백과 위민 온 웹 사이트 차단의 문제점 | 윤정원(성적권리와 재생산권리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기획운영위원)
윤정원은 위민 온 웹 사건을 개괄하고, 낙태죄 폐지 이후의 제도 공백 상황에서 해당 사이트가 어떤 역할을 해 오고 있는지, 이 사이트의 차단한 이후 저해 된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성에 대한 내용을 개괄하는 발제를 진행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않았고, 행정처에서 여러 유권해석을 내 놓은 상황이며 여러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 했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 되거나, 아직 논의 중인 안이 대부분이다.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며, 이와 관련하여 어떤 정보가 담겨야 하는가는 WHO 가이드라인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특히 임신 중단과 관련하여 가짜뉴스, 부정적인 정보 등에 대한 통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언론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낙태 후 증후군’ 등을 그대로 내보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러 해외 사례를 들며 어떤 방식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적합한 방법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도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여기에 항상 임신 중지에 대한 정보는 빠져있었음을 이야기 했다.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한 유산유도약물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약물의 도입과 함께 의료인의 역할이 변화하고 여성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게 되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공백 상황이 길어지면서 약물 암시장이 더 커지고 있으며 전문인이 아닌 사람에게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상황에 노출됨으로써 여성들을 더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하게 됨을 이야기 했다. 결국 여성들이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약물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도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규제, 접근성,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더 많은 보건의료인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임신 중지를 둘러싼 보건 의료체계, 공식적인 정보 체계, 의료기관에서의 공적 정보의 제공, 상담소의 활용 등의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임신 중지에 대한 탈낙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위민 온 웹 사이트를 통해 약물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들이 있었으며, 의료 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약물이 도입된 이후에도 해당 사이트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질의 응답]
첫 번째 토론자인 박경신(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은 여러 방심위의 심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느낀 바를 공유했다. 위민 온 웹 차단의 경우 불법 약물 의약품 판매와 이를 교사 방조한다는 논리로 차단한 것이다. 그는 방심위의 논리가 매우 견고한 듯 하나, 결국 방심위의 심의 자체가 매우 불분명한 심의를 하고 있음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특히 개인의 장소가 어디냐(한국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특정 정보에 접근 할 수 있는가가 결정되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결국 정보 수용자에 대한 규제이자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테러, 혐오표현, 아동 성 학대물의 배포, 인종차별 등의 경우에는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고 구체적임을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이주영(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관점에서 정보 접근권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낙태죄’폐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성과 재생산 권리를 여성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와 정보와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보는 충분히 제공받을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 지침을 국제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자기 결정권이라는 자유권의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도 정보접근권이 핵심적이고 더 나아가 건강권의 관점에서 봤을때 어떻게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에 접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성과 재생산에 대한 정보의 접근에 대해 국가가 부당하게 규제해서는 안되고, 적극적으로는 국가가 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모두 고려해야 함을 이야기 했다. 지금 논의 되어야 하는 것은 ‘낙태죄’폐지 이후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성과 재생산 건강과 관련해서 안전하게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김새롬(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임신 중단과 관련하여 정보인권의 측면에서 논의 될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과 관련하여 보건의료 체계 내에서의 이해관계,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부당하게 정보접근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약사와 의사들의 정보 독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특정 전문가들이 지식을 독점하고 다른 사람들은 해당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중단과 관련한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 의료기록에 대한 완전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임신 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지금까지의 불신과 프라이버시 침해의 기억들이 여성들을 오히려 위험한 결정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 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어업을 마치고 새벽에 돌아온 어민들이 바쁘게 어구를 정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머리와 몸통 그리고 다리를 가진 오징어를 자세히 보면 ‘레인코트를 입은 영국 신사 같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오징어의 포획 체장은 외투장으로 다리를 제외한 머리에서 몸통 끝까지의 길이로 정해진다. 12cm인 외투장은 합법적인 포획물이지만 아직 더 자라나야 할 바다의 꿈나무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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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판장에서 어민들이 선별작업을 하고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요즘 인터넷에서는 총알오징어가 인기다. 통째로 내장까지 삶아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선전한다. 심지어 “‘어린오징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라며 광고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오징어가 잡히는 어업면허는 채낚기어업과 정치망 어업이다. 이중 총알오징어가 나오는 것은 한 자리에 그물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잡는 정치망에의해 잡히는 비중이 높다. 채낚기의 경우 바늘 크기로 어린오징어가 포획되기 어렵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위판장에 총알 오징어 현황을 확인했다. 이른 새벽부터 활기차지는 위판장에는 많은 어민과 상인들이 품질 좋은 어획물을 구매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다. 크레인을 장착한 정치망 어선들이 들어올 때마다 위판장이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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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망으로 포획 된 오징어 ⓒ환경운동연합[/caption]
포획된 오징어들이 뜰채로 자신을 잡는 어민을 향해 사정없이 먹물을 뿜었고 상인들은 다라에 담긴 오징어를 바삐 날랐다. 작년 조황과는 다르게 많은 오징어가 잡혔다. 손바닥만 한 오징어들이 시장에서 바로 마리당 천 원에 팔렸다. 12cm 체장과 유통되는 총알오징어 보다 크기가 컸다. 외투장의 길이가 16cm 전후로 사람으로 치자면 청소년 오징어 정도로 느껴졌다.
작년 오징어 대란을 생각하면 오징어의 복귀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오징어를 계속 잡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답변하기 힘들다. 비록 법적으로 지정된 크기보다 크지만, 아직 작은 오징어가 지금처럼 많은 잡힌다면 내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새벽 6시부터 동해어업관리단 특별사법경찰들과 신고된 어선을 잠복하며 기다렸다. 좁은 차 안에서 1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중간중간 위판장과 시장을 돌며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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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장미달 대게를 단속중인 특별사법경찰 ⓒ환경운동연합[/caption]
12시간 만에 돌아온 선박은 분주하게 어획물을 날랐다. 암컷 대게(빵게)와 체장미달 대게를 취급한다고 신고된 곳이다. 배에서 위판장으로 그리고 식당과 시장으로 옮겨지는 현장을 특별사법경찰들이 들이닥쳐 체장을 확인했다. 그 사이 배에서 검은 봉지를 들고 식당으로 뛰어들어가는 관계자를 확인했다. 특사경들이 따라 들어갔지만, 너무 빠르게 처리해 검은 봉지를 찾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선박에서 버리고 있는 현장을 특별사법경찰이 확인하고 제재해 현장을 잡을 수 있었다. 대게는 두흉갑장으로 머리부터 끝까지 세로의 길이를 체장으로 한다. 배 안에서 9cm 미만의 대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꼬시, 젓갈 문화 그리고 어린 동물을 잡아먹는 문화가 매우 보편화됐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타국에 의해 점령되어 수탈되고 전쟁과 기아로 배 굶주리며 생긴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다. 우리가 지금도 전과같이 굶주리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2006년 지금처럼 물고기를 잡는다면 2048년이 되어서는 우리 식탁에서 물고기를 볼 수 없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남획과 혼획 등의 불법어업을 근절하기도 해야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 어린 물고기를 즐기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변화할 필요성도 매우 크지 않을까?

불법어업 의심선박 ⓒ환경운동연합[/caption]
잠복중인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과 ⓒ환경운동연합[/caption]
어선이 돌아가는 어촌계 멀리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정윤혁 계장은 단속할 때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 “산불 감시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남은 게 우리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우리가 지나는 길에 있던 산불 감시소는 휴일 이른 아침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다. 산불 감시소를 지나 어촌 어귀에 차를 대고 선박을 기다렸다. 굽이진 도로에 차를 세워야 하기에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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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된 선박을 검사중인 동해어업관리단 특별수사경찰관 ⓒ환경운동연합[/caption]
어선이 정박할 즈음 차량을 출발했다. 정박한 어선 선미의 타이어가 부두에 닿자마자 급하게 후진했다. 모두의 입에서 “아~”하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도착한 어촌계 부두가 마을 주민들이 어업지도과 수사계원들의 눈치를 보며 분주하게 전화를 했다. 물증은 없지만, 모두가 한순간에 휴대전화를 드는 모습에 정황상 어떤 내용이 오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짐작됐다.
어민 모두를 불법어업 용의자로 매도할 수는 없다. 분명 인식을 같이하고 함께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을 지키고자 하는 의식 있는 어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동네 주민이어서 혹은 친한 사람이어서 말하지 못하고 있는 어민들이 우리와 함께 캠페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바다 내부의 적이 어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린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환경운동연합은 1월의 마지막 동해어업관리단의 육상지도단속에 동행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민, 지도 단속하는 단속 공무원 그리고 잡히는 물고기까지 사연이 없는 이는 없었다.
처음으로 둘러본 어시장에서 설 대목을 앞둔 어민과 상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비자 역시 명절에 더 좋은 물고기를 구매하려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누볐다. 경남지역 1월의 대표 금어어종인 대구가 여러 곳에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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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에 널린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금어기 유통되는 살아있는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살아있는 대구의 크기는 매우 컸다. 큰 대구가 좁은 빨간 고무통 힘없게 꼬리로 물장구를 키거나 배를 뒤집고 숨 가쁘게 아가미를 펼치고 오므렸다. 힘이 빠진 알이 찬 대구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뒤집어 있었다. 경남지역 대구 금어기에 대구를 포획할 수 있는 어업방식은 호망 어업이다. 대구 알을 채취해 인공수정한 뒤 어린 대구를 방류하는 사업이 목적이었지만 목적과 다른 사업으로 변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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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으로 인해 급하게 처리된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살아있는 대구의 유통이 금지되다 보니 살아있는 대구를 잡아 망치로 가격해 죽인 뒤 유통하는 항변도 들렸다. 실소가 나오는 법의 취약성이었다. 단속에 동행하면서 확인된 대구 판매점에서는 단속팀을 보고 살아있는 대구를 죽여 손질하고 있었다. 대구는 건강하게 산란하기 위해 열심히 먹고 알을 품었지만 의도치 않게 맛있는 생선이 됐다. 산란을 위한 영양분 축적이 산란을 막게 되는 모순된 상황을 대구가 인지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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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작업 된 보리새우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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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획물을 선별하는 간이 보리새우 작업장 ⓒ환경운동연합[/caption]
보리새우 세목망 ⓒ환경운동연합[/caption]
새우 조망은 16mm의 그물코를 사용하는 세목망 어업방식이다. 법령으로 혼획률을 20%로 정해놨다. 육상지도단속 중에 발견한 새우 조망 선별작업 통에는 20%는 아니지만 혼획된 작은 물고기가 담겨있었다. 성어가 되면 비싼 값에 팔리는 어린 꽃게도 확인됐다. 보리 새우어업은 금어 어종은 아니지만 세목망으로 혼획이 유발되고 망구 막대도 개조가 되고 있어 걱정되는 어종이다.
어종마다 다 잡히는 사연이 있다. 물고기는 귀여운 포유류처럼 지켜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밥상에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일상적이다. 다만 종을 잇기 위해 재생산의 목적으로 알이나 새끼를 밴 동물에 대해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물고기 역시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어린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면 우리 바다의 생물 종들의 개체 수가 더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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