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 탈핵시민대회 선언문]
선언을 넘어 행동으로 탈핵 시대를 열어갑시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 전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던 후쿠시마 핵사고가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장담했던 부흥과 복원은커녕 여전히 많은 수많은 핵발전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는 파괴되었고 건강피해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재난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제염과 수습작업을 해도 방사능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수습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까지 합니다. 지금 이것이 일본의 현실입니다. 이렇듯 핵발전소의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며, 회복이 불가능한 재난입니다.
올해도 3월이 되니, 언론들은 현재 후쿠시마의 상황이 어떤지 일제히 보도합니다. 평소에는 핵발전을 옹호하던 언론들도 후쿠시마 핵사고 주기가 되면 일본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도하기 바쁩니다. 여기에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쿠시마 핵사고가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입니다. 우리는 일본이 얼마나 회복 불가능한 상태인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다시는 그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탈핵을 선언하거나 핵발전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거짓 포장으로 지은 핵발전소가 결코 안전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수 십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예정되어 있던 한국에서도 탈핵세상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세상과 정의로운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직접행동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2017년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하게 되었고, 문재인대통령이 “원전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의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탈핵사회는 한걸음 가까워졌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한국은 신규핵발전소 4기가 추가로 건설 중이고 완전히 백지화할 수 있었던 신울진 3,4호기마저 산업부가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연장해 줌으로써 공사착공 여부를 차기 정부에서나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곧 수명이 완료될 고리 2호기를 비롯한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핵산업계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정부가 ‘신규핵발전소 건설금지’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를 제도화하지 않아서 탈핵사회 실현은 더 멀어져 버렸습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더니 엉터리 공론화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의 결과를 만들어버린 정부가 미적거리는 동안 핵마피아 세력들의 공격은 거셌습니다. 핵발전소에서 각종 사고와 고장이 발생하고, 납품비리 등 수많은 비리사건이 발생하고,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핵발전소의 안전이 위협받아도 여전히 ‘핵발전소 안전 신화’를 주장합니다. 최근에는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까지 합니다. 작년 여름, 태풍의 영향으로 핵발전소가 긴급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기후위기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기후현상들에 핵발전소가 얼마나 취약한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또한 우라늄 채굴부터 핵폐기물 처분까지 핵발전의 전 과정을 고려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의 관리와 처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방안을 찾지 못한 지금,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위험을 위험으로 덮자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산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핵발전 밀집지역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 탈핵에 동의하는 부산시민들은 ‘핵없는 도시 부산’을 위해 열심히 싸워 왔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정치도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4.7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지금 거대 정당들은 오로지 개발토건사업에만 관심 있고 탈핵을 위한 공약과 핵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공약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핵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가장 많은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부산에 산다는 것은 가장 위험한 도시에 산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핵에서 어떻게 벗어나 전환을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10년, 우리는 후쿠시마의 교훈이 핵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워 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손잡고 나아갈 것입니다. 선언을 넘어 행동으로 탈핵의 시대를 열어 갑시다.
‘탈핵세상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고리 1호기를 비롯한 영구정지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하고 정의로운 해체계획을 수립하라!
- 고리 2호기를 비롯한 노후핵발전소 즉각 폐쇄하라!
- 신규핵발전소 건설 전면 백지화하라!
- 안전위험 심각한 핵발전소 조기 폐쇄하라!
-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와 신규핵발전소 추가건설 금지를 법제화하라!
- 탈핵은 선언으로 불가능하다. 문재인정부는 책임있는 탈핵정책을 이행하라!
2021.3.13. 탈핵시민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