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화학사고에 대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화학사고 최전선,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수원환경운동연합 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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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1일 오전 8시 경, 원천리천 삼성중앙교 위쪽에 있는 우수토구를 통해 삼성전자 본사 중수도 처리장에서 폐수가 방류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수원환경운동연합[/caption]
2014년 10월 31일 아침 8시 즈음으로 기억한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그렇게 다급하게 들리진 않았다. 출근길인데 하천에 물고기들이 하얀 배를 보이고 뒤집힌 채 둥둥 떠다닌다는 거였다. 어림짐작에 꽤 많아 보인다고 했지만 도심 하천에서 의례적으로 발생하는, 부영양화나 초기 강우, 무단 방류 사고이겠거니 생각했다. 화학 사고로는 짐작하지 못했다. 사고현장 모습에 놀랐지만, 공동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고 규모 추정치를 듣고는 더욱 놀랐다.
처음에 수원시에서는 물고기 1천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얘기했다. 담당 부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와 물고기, 수질, 화학물질 전문가가 참여한 공동조사(민관공동대책단 운영)를 통해 합의한 규모만 1만여 마리다. 피해 하천에 대한 정량조사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피해 규모 추정에 한계가 있었다. 물고기 전문가는 사고 당시 하천의 유량과 유속, 수심과 하폭, 죽은 물고기 종류와 발견된 범위와 밀도, 사체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만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피해 규모 1만여 마리는 공동조사에 참여한 주체들이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공식기록으로서 합의한 규모다.
“죽은 물고기가 지역사회 알권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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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서 건진 물고기 사체들ⓒ수원환경운동연합[/caption]
사고가 난 수원시 원천리천은, 하천에 바로 접해서 삼성전자 본사와 연구단지가 있다. 사업장 내 중수도 처리시설 확장공사 때문에 소독과정이던 폐수를 인접한 우수관로에 임시 저장하다가, 비가 내리는 아침에 우수토구 자동개폐기가 열려 독성 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돼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현장에서 채취한 물 시료에서 시안(청산가리), 클로로폼(마취재, 소독약)이란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명백한 화학 사고였다.
수원시 담당 부서는 삼성전자가 스스로 밝힌 사고 정황을 고려해서 잔류염소를 포함한 여섯 가지 항목만을 분석했지만, 하천유역네트워크 시민환경단체들은 중금속과 독성물질을 포함해 24가지 항목을 분석 의뢰했다. 시민단체들이 별도로 물 시료를 채취해 크로스 체크를 한 것이다. 그리고, 수원시는 명백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물고기 사체 분석을 약속했지만, 담당자 임의로 증거자료인 물고기 사체를 폐기해버렸다. 이런 몇 가지 차이와 오류가 사고에 대응하는데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민관 공동대책단이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데 계기로도 작용했다.
명백한 사고와 증거에도 불구하고 어떤 오류가 사고로 이어졌는지, 발주사와 감리, 시공회사 관계자들 간 정보전달은 충분했는지, 법적 책임 관계와 환경피해에 대한 복원 등 실질적인 책임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었는지, 비슷한 상황이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것인지, 시민들에게 시원한 답변을 해줄 곳은 없었다. 법률과 자치법규에도 시민들의 이런 궁금증을 풀어 줄 권한은 없었다.
수원의 시민단체 대책위는 사고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원인과 책임 관계를 밝히는 법적 대응을 진행했고, 동시에 비슷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민관이 함께 공동대책단을 구성해 노력했다. 하천오염사고 대응매뉴얼을 만들고, 지자체가 화학사고에 대비하고 지역 알권리를 보장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일을 진행했다. 공동대책단에 참여했던 그룹과 수원시의원들이 추가로 합류해서 일을 진행했다. 수원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를 구축사업의 시작이었다.
화학사고에 대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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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정문 앞,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하는 대책위 단체회원들ⓒ수원환경운동연합[/caption]
화학사고에 대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고가 나지 않게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을 잘 관리한다는 것일까? 사고를 대비해서 진압과 복구계획을 세우는 것일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 노동자와 주민들 대피계획을 세우는 것일까? 계획을 세워놓으면 사고현장에서 지휘체계에 따라 짜임새 있게 움직일까? 어느 기관이, 어느 부서가, 어느 담당자가 사고현장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누가 어떤 판단 근거로 총괄 지휘를 하고,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은, 어디서 정보가 만들어지고 누구에게 전달돼서 숙련되게 할까? 화학사고에 대비한다는 것은 이런 질문들을 만들고 해법들을 찾는 과정을 순환 반복하는 것일까? 화학사고가 전혀 나지 않게 대비할 수 있을까? 그럼 누가 주체로 대비하면 될까? 질문은 이어진다.
환경부 ‘2016년도 화학물질 통계조사’결과, 화학물질 취급 업체 21,911개 사업장에서 16,874종의 화학물질 5억5,859만 톤이 유통되었다. 2014년도와 비교했을 때 제조량은 16.9%, 수입량은 8.8%, 수출량은 15.5%가 각각 증가하였으며, 전체 유통량은 12.4% 증가하였다. 주위를 멀리 둘러볼 필요도 없다. 지금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옷감부터 당장 손에 잡히는 물건들 어느 것 하나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일상이 됐다.
특정 지역 도시 국가산업단지나 석유화학단지에서 대규모로 취급하던 것에서 이젠 거의 모든 도시 일반산업단지 또는 개별입지 사업장까지, 다양한 화학물질을 운반하고 판매하고 취급하는 사업장들이 생활 주변까지 접근해 왔다. 이는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주력산업 육성정책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산업유치 경쟁과 주택·상업지구 조성을 기반으로 한 도시발전의 형태와 궤를 같이한다. 그만큼 저렴하고 편리한 상품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짧게 사용되고 폐기되는 사회·경제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면서 더욱 생명과 인체에 유해하고 잠깐의 노출에도 치명적이고 폭발이나 화재의 가능성이 큰 화학물질들이 늘어나게 된다. 너무도 치명적이어서 시장에서 퇴출·금지되고 대체되는 물질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채 10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인류 문명과 동행했던 질병과 감염병은 질병 관리와 공중보건을 긴 역사를 거쳐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화학물질과 화학사고는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이제야 그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들이 가능할까? 우리 지역에서는 도저히 위험한 물질들을 취급하는 사업장을 곁에 둘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거나 문을 닫게 만든다? 이런 경우에는 당장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보게 될 것이고 의견도 분분할 것이다. 또, 똑같은 입장이면 어느 지역이 이런 위험한 시설을 기꺼이 받아들일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적 이득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로 과밀한 도시에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여유로운 도·농 복합도시로, 감시와 규제 집행이 느슨한 지역으로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이전해 가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서울에서 김포로, 수원에서 화성으로 평택으로. 그런데 우리가 유해화학물질과 아예 결별하면 모를까, 어느 선까지 사업장 문을 닫게 하거나 멀리 이전시킬 수 있을까?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 구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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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환경운동연합[/caption]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화학사고에 대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고의 최전선은 언제나 사업장과 인근 지역이다. 광역도와 광역시에 소속된 기초지자체이다. 아무리 대비해도 화학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의 대전제는 “화학사고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다.” 화학사고 발생빈도를 줄이되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 출발은 민주주의 가장 보편적 원리인 ‘공개성’이다. 누구나 원한다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알권리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 위험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수량 기준 이상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대상이 되는 ‘국가 화학물질 통계조사’뿐만 아니라 그 미만의 사업장(미관리)에 대한 정보도 지자체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국가통계조사에서 누락된 사업장도 있을 수 있다. 큰 사고보다는 정보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잦고 영세하고 작은 규모 사업장 사고가 작지만 위험하다.
이렇게 촘촘하게 파악된 지역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지역 사업장에,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 어느 규모로 취급되고 있는데, 그 인근에는 어떤 도시계획시설들(주택·상가, 학교, 의료, 복지 시설 등)이 입지 해 있어서, 사고위험 정도를 가늠해서 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지역부터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사업장을 파악하고, 각 계획서를 지역 여건에 맞게 ‘지역비상대응계획수립’으로 지역화하는 것이다. 소방에 대한 사고물질 정보전달과 방제물품 동원와 주민대피명령과 대피소, 대피방법 등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그 역할과 책임에 따라 법률과 지방조례에 명시하고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담당자를 두고 예산을 배정하고 실질적인 위험관리와 사고대응계획을 세우고 교육 훈련하고 보완해가는 과정, 이 모든 과정을 화학사고거버넌스를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이다.
지역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고, 만족할 만한 지역비상대응계획이 세워지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지자체장과 담당부서, 관련 전문 지식인들, ‘사고현장 최전선’에 있는 소방과 사업장, 경찰과 주변 시설관리 주체, 지역주민들의 협업체계를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 과정의 직접당사자, 관심과 참여그룹, 감시와 관찰자로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제의 특성상 화학물질과 화학사고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여러 사례를 경험한 연구활동가들의 참여는 필수요소다. 가능하면 지역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면 더욱 좋다. 거버넌스 참여자들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식을 제공하거나 정보를 해석하고 시스템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구미불산누출사고 이후 한국형 화학사고대응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큰 희생을 치르고 안전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다.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도 이제 한 걸음 더 나가게 됐다.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과 화학사고(화학물질 안전관리) 지방조례제정, 화학사고거버넌스, 화학물질안전관리 기본계획작성, 지역 알권리 확대, 지역비상대응계획수립, 배출저감계획의무화 사업장 감시 등 지자체 책임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는, 지자체 공무원과 소방, 전문가, 시민사회단체와 주민 등 당사자들에게 사고위험과 유해성에 관한 물질정보와 사고대응에 대한 입체적 정보(비상대응계획과 교육훈련)가 정확하게 제공될 때 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라는 복합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위험을 알리는 것은 사회구성의 핵심원리다.
※ 출처 : 함께사는길 2020년 7월호 '화학사고 최전선 화학사고지역대비체계 구축사업'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어업을 마치고 새벽에 돌아온 어민들이 바쁘게 어구를 정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머리와 몸통 그리고 다리를 가진 오징어를 자세히 보면 ‘레인코트를 입은 영국 신사 같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오징어의 포획 체장은 외투장으로 다리를 제외한 머리에서 몸통 끝까지의 길이로 정해진다. 12cm인 외투장은 합법적인 포획물이지만 아직 더 자라나야 할 바다의 꿈나무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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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판장에서 어민들이 선별작업을 하고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요즘 인터넷에서는 총알오징어가 인기다. 통째로 내장까지 삶아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선전한다. 심지어 “‘어린오징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라며 광고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오징어가 잡히는 어업면허는 채낚기어업과 정치망 어업이다. 이중 총알오징어가 나오는 것은 한 자리에 그물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잡는 정치망에의해 잡히는 비중이 높다. 채낚기의 경우 바늘 크기로 어린오징어가 포획되기 어렵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위판장에 총알 오징어 현황을 확인했다. 이른 새벽부터 활기차지는 위판장에는 많은 어민과 상인들이 품질 좋은 어획물을 구매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다. 크레인을 장착한 정치망 어선들이 들어올 때마다 위판장이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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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망으로 포획 된 오징어 ⓒ환경운동연합[/caption]
포획된 오징어들이 뜰채로 자신을 잡는 어민을 향해 사정없이 먹물을 뿜었고 상인들은 다라에 담긴 오징어를 바삐 날랐다. 작년 조황과는 다르게 많은 오징어가 잡혔다. 손바닥만 한 오징어들이 시장에서 바로 마리당 천 원에 팔렸다. 12cm 체장과 유통되는 총알오징어 보다 크기가 컸다. 외투장의 길이가 16cm 전후로 사람으로 치자면 청소년 오징어 정도로 느껴졌다.
작년 오징어 대란을 생각하면 오징어의 복귀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오징어를 계속 잡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답변하기 힘들다. 비록 법적으로 지정된 크기보다 크지만, 아직 작은 오징어가 지금처럼 많은 잡힌다면 내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새벽 6시부터 동해어업관리단 특별사법경찰들과 신고된 어선을 잠복하며 기다렸다. 좁은 차 안에서 1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중간중간 위판장과 시장을 돌며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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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장미달 대게를 단속중인 특별사법경찰 ⓒ환경운동연합[/caption]
12시간 만에 돌아온 선박은 분주하게 어획물을 날랐다. 암컷 대게(빵게)와 체장미달 대게를 취급한다고 신고된 곳이다. 배에서 위판장으로 그리고 식당과 시장으로 옮겨지는 현장을 특별사법경찰들이 들이닥쳐 체장을 확인했다. 그 사이 배에서 검은 봉지를 들고 식당으로 뛰어들어가는 관계자를 확인했다. 특사경들이 따라 들어갔지만, 너무 빠르게 처리해 검은 봉지를 찾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선박에서 버리고 있는 현장을 특별사법경찰이 확인하고 제재해 현장을 잡을 수 있었다. 대게는 두흉갑장으로 머리부터 끝까지 세로의 길이를 체장으로 한다. 배 안에서 9cm 미만의 대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꼬시, 젓갈 문화 그리고 어린 동물을 잡아먹는 문화가 매우 보편화됐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타국에 의해 점령되어 수탈되고 전쟁과 기아로 배 굶주리며 생긴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다. 우리가 지금도 전과같이 굶주리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2006년 지금처럼 물고기를 잡는다면 2048년이 되어서는 우리 식탁에서 물고기를 볼 수 없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남획과 혼획 등의 불법어업을 근절하기도 해야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 어린 물고기를 즐기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변화할 필요성도 매우 크지 않을까?

불법어업 의심선박 ⓒ환경운동연합[/caption]
잠복중인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과 ⓒ환경운동연합[/caption]
어선이 돌아가는 어촌계 멀리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정윤혁 계장은 단속할 때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 “산불 감시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남은 게 우리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우리가 지나는 길에 있던 산불 감시소는 휴일 이른 아침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다. 산불 감시소를 지나 어촌 어귀에 차를 대고 선박을 기다렸다. 굽이진 도로에 차를 세워야 하기에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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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된 선박을 검사중인 동해어업관리단 특별수사경찰관 ⓒ환경운동연합[/caption]
어선이 정박할 즈음 차량을 출발했다. 정박한 어선 선미의 타이어가 부두에 닿자마자 급하게 후진했다. 모두의 입에서 “아~”하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도착한 어촌계 부두가 마을 주민들이 어업지도과 수사계원들의 눈치를 보며 분주하게 전화를 했다. 물증은 없지만, 모두가 한순간에 휴대전화를 드는 모습에 정황상 어떤 내용이 오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짐작됐다.
어민 모두를 불법어업 용의자로 매도할 수는 없다. 분명 인식을 같이하고 함께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을 지키고자 하는 의식 있는 어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동네 주민이어서 혹은 친한 사람이어서 말하지 못하고 있는 어민들이 우리와 함께 캠페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바다 내부의 적이 어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린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환경운동연합은 1월의 마지막 동해어업관리단의 육상지도단속에 동행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민, 지도 단속하는 단속 공무원 그리고 잡히는 물고기까지 사연이 없는 이는 없었다.
처음으로 둘러본 어시장에서 설 대목을 앞둔 어민과 상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비자 역시 명절에 더 좋은 물고기를 구매하려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누볐다. 경남지역 1월의 대표 금어어종인 대구가 여러 곳에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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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에 널린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금어기 유통되는 살아있는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살아있는 대구의 크기는 매우 컸다. 큰 대구가 좁은 빨간 고무통 힘없게 꼬리로 물장구를 키거나 배를 뒤집고 숨 가쁘게 아가미를 펼치고 오므렸다. 힘이 빠진 알이 찬 대구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뒤집어 있었다. 경남지역 대구 금어기에 대구를 포획할 수 있는 어업방식은 호망 어업이다. 대구 알을 채취해 인공수정한 뒤 어린 대구를 방류하는 사업이 목적이었지만 목적과 다른 사업으로 변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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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으로 인해 급하게 처리된 대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살아있는 대구의 유통이 금지되다 보니 살아있는 대구를 잡아 망치로 가격해 죽인 뒤 유통하는 항변도 들렸다. 실소가 나오는 법의 취약성이었다. 단속에 동행하면서 확인된 대구 판매점에서는 단속팀을 보고 살아있는 대구를 죽여 손질하고 있었다. 대구는 건강하게 산란하기 위해 열심히 먹고 알을 품었지만 의도치 않게 맛있는 생선이 됐다. 산란을 위한 영양분 축적이 산란을 막게 되는 모순된 상황을 대구가 인지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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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작업 된 보리새우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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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획물을 선별하는 간이 보리새우 작업장 ⓒ환경운동연합[/caption]
보리새우 세목망 ⓒ환경운동연합[/caption]
새우 조망은 16mm의 그물코를 사용하는 세목망 어업방식이다. 법령으로 혼획률을 20%로 정해놨다. 육상지도단속 중에 발견한 새우 조망 선별작업 통에는 20%는 아니지만 혼획된 작은 물고기가 담겨있었다. 성어가 되면 비싼 값에 팔리는 어린 꽃게도 확인됐다. 보리 새우어업은 금어 어종은 아니지만 세목망으로 혼획이 유발되고 망구 막대도 개조가 되고 있어 걱정되는 어종이다.
어종마다 다 잡히는 사연이 있다. 물고기는 귀여운 포유류처럼 지켜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밥상에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일상적이다. 다만 종을 잇기 위해 재생산의 목적으로 알이나 새끼를 밴 동물에 대해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물고기 역시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어린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면 우리 바다의 생물 종들의 개체 수가 더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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