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재벌 총수에게 사법적 특혜를 부여하던

과거로 회귀한 안타까운 결정

오늘(9일) 새벽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삼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었다. 구속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부장판사는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선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이 그간 수사를 통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이 부회장의 책임 유무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이번 판결이 과연 재벌 총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피의자와 동일한 기준을 놓고 판결한 사안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 한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과 같은 경제범죄에서는 증인 및 증언 등 증거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마땅한 구속사유가 존재함에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마치 미리 불구속을 결정해 놓고 기각사유를 끼워 맞춘 것으로 비춰지기 까지 한다. 아울러 ‘불구속 재판 원칙’이 소위 3․5 법칙과 같은 과거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적 특혜의 또 다른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감이 든다.

그간 한국 재벌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 횡령 등의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르고도 사법적 특혜를 받아 왔다. 이로 인해 우리 자본시장과 시장경제의 질서 훼손은 물론, 근간까지 무너져 내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발생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절단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해 이에 마땅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이 부회장도 진정 삼성과 국가를 위한다면 지속적인 오너리스크로 삼성 경영과 국가경제에 불확실성을 심어줄 것이 아니라, 삼성경영에서 물러나 본인 재판에 집중하고, 동시에 전문경영인체제 확립을 통해 오너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삼성을 방패로 유죄를 면하겠다고 한다면, 그 것이 삼성을 망치고, 국가를 망치는 더 나쁜 범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

성명_재벌 총수에게 사법적 특혜를 부여하던 과거로 회귀한 안타까운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