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민적 합의 없는 기금운용체계 개편 당장 중단하라!
[논평] 국민적 합의 없는 기금운용체계 개편 당장 중단하라!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에 보고하고 올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제시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금운용위원의 자격요건을 신설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상근위원 및 소위원회, 사무기구를 설치해 기금위의 실질적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 추진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명백한 개악이다.
먼저 형식적인 측면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결코 옳지 않으며,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인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 것이며,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금이다. 이러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다. 복지부는 지난 10년 넘게 국회에서 수많은 개편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었음에도 합의가 되지 않아 폐기되었고,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 불신을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해서 시행령을 통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꼼수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기금체계 개편 관련 국회 합의가 쉽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기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의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사안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없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방적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기금운용의 불신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복지부의 개편안은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기금위의 실질적인 권한과 독립성을 더욱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복지부의 개편안은 기금위에서 가입자 대표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개편안에서는 전문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기금위원의 자격요건(금융, 경제, 자산운용, 법률, 사회복지 분야 3년 이상 경력의 교수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 변호사, 회계사 등)을 신설함으로써 현행 가입자 단체 대표의 직접 참여를 배제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금운용에서 고위험 자산투자의 비중을 제어하고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으로부터의 외부적 개입을 차단한 것은 가입자 대표의 역할이었으며, 따라서 기금운용에서 가입자 대표성은 훼손할 수 없는 원칙이다. 또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의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조정과 합의는 필수적이며, 대표성이 부족한 전문가는 이를 책임 있게 담보할 수 없다. 기금위의 역할은 직접적인 자산운용이 아니라 기금정책에 관한 큰 방향을 심의, 의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의 주요 연기금에서처럼 전문성은 적절한 지원 체계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완되어야 할 사안이지 대표성을 대체할 수 없다. 더욱이 실무평가위원회의 자격요건이 법으로 규정된 것을 감안하면 기금운용의 최상위기구인 기금위의 자격요건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며, 기금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기금위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위협하고 있다.
복지부 개편안은 기금위원들을 전문가로 대체하고, 그 중 일부를 상근위원으로 두어 신설되는 소위원회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자료접근과 정보격차 문제 등으로 사실상 상근위원 중심으로 기금위의 의사결정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의사결정에서 기금위원간의 의견이 균등히 반영될 수 없고, 비상근위원은 단순한 들러리로 전락될 것이다. 상근위원 역시 위상이 명확하지 않다. 소위원회만 전담할 뿐 사무국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상근위원으로서의 업무량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해외 연기금 사례를 봐도 심의·의결기구인 기금위는 업무가 일상적이지 않아 모두 비상근으로 운영 중에 있다.
셋째, 기금운용에서 복지부의 관치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개편안은 기금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복지부 내에 사무기구를 설치하고, 사무기구의 장은 복지부 소속 공무원 중 복지부 장관이 지명하며, 복지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 사무기구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복지부가 조직을 키워 기금위의 사무기구를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금운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은 복지부의 과도한 지배개입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에 관여한 것이었고, 지난 4월 발표한 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위원회 보고서에서 스스로 부당개입 인정을 했다. 이런데도 복지부가 관련자에 대한 어떠한 조치나 자기반성 없이 오히려 더 조직을 키워 기금운용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반개혁적인 행태다. 사무기구가 설치된다면 기금위에 두고 기금위에서 사무기구의 장 및 주요 부서장에 대한 임면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반복컨대 이번 복지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 추진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명백한 개악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며,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위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주요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할 경우 정권 입맛에 따라 언제든 변경이 가능해져 기금위의 권한과 독립성은 매우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내용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사실상 기금위의 가입자 대표성과 민주성을 훼손하고, 오히려 기금운용에서 차단되어야 할 복지부의 관치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금위의 실질적인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하기는커녕 기금운용에서 국민 불신만 더욱 높일 뿐이다. 지난 2일 국민연금기금실무평가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역시 대부분이 복지부 기금체계 개편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적 합의 없는 기금운용체계 개편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2018년 10월 4일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국민연금 석탄 투자 제안 기준 마련 촉구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caption]
‘탈석탄’ 선언 후 2년이 다 되도록 실질적 이행을 미뤄 온 국민연금이 국내 기후 단체들로부터 ‘연기 대상’을 받았다. 이들 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선언에서 밝힌 대로 기후변화 대응 및 안정적 기금 운용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2021년 5월 28일 기후변화 대응 및 강화되고 있는 국제 환경규제에 맞춰 탈석탄 운영 정책을 선언하고, 위험 관리 측면에서 기금운용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5월 석탄 투자 제한 기준안에 대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를 받고도 현재까지 투자 제한 기준안 의결을 미루고 실효성 있는 석탄산업 투자 제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빅웨이브, 기후솔루션, 플랜1.5등 11개 기후단체는 5월 24일(수)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 및 5개 지역 국민연금 사옥 앞에서 국민연금에 ‘연기 대상’을 수여하고 탈석탄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동시에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권우현 에너지기후팀장은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2년 전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춰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말뿐이었다. 어떤 구체적인 투자 제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선언은 금융 기관으로서는 신뢰도를 깎아 먹는 일이고, 공기관으로서는 시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 28일이면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이 나온 지 2주년이 되지만, 올해 기금운용위에서는 석탄 투자 제한 논의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고, 25일에 있을 제2차 기금위 회의에도 석탄 투자 제한 전략은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진행된 퍼포먼스에서는 국민연금을 상징하는 활동가가 레드 카펫을 걷는 대신, 석탄을 상징하는 검은 바닥에 돈을 뿌리며 등장하며, 국민연금이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석탄에 투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 수상대에 선 ‘국민연금’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석탄 투자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행동을 하지 않아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훈식 의원실(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을 통해
국민연금 석탄 투자 제안 기준 마련 촉구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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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석탄 투자 제안 기준 마련 촉구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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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석탄 투자 제안 기준 마련 촉구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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