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기다리다

꽃을 기다리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2

황경택 글, 그림 / 가지 / 2017년 3월

“결국 우리가 꽃을 보고, 기다리고, 사랑한다는 것은
식물의 온 생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봄이든 여름이든 혹은 가을이든,
꽃을 관찰하고 그릴 때는 그 옆에 아직 피지 않은 꽃송이에도 눈길을 주고,
잎사귀 모습도 살피고, 나무라면 겨울눈도 들여다보자.
그렇게 꽃의 가까운 과거부터 추적하면서 호기심을 발동하다 보면,
아마도 다음 해에는 한겨울부터 스케치북을 들고 집 밖을 서성이면서
꽃이 피기를 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연과 닮았다. 생명이니 당연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연과 다르다. 다른 생명이니 이 또한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는 살피지 않으며 사람의 기준으로 모든 생명을 바라보고 다루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 아닌 생명은 평소에는 사람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잊고 지낸 추억처럼 가끔씩 찾아오는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전에는 입고 먹고 사는 과정에서 자연을 관찰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별다른 목적 없이, 그러니까 자연을 바라보는 일은 한가로운 일처럼 여겨진다. 물론 새로 생긴 목적도 있다. 사람과 다른 생명을 감각하고 이해하며, 같은 생명으로서 공감하고 공존하는 지향이 그것이다.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은 이런 목적에 맞춤한 책이다. 자연관찰이 그림과 글로 이어지면 금상첨화겠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계절과 함께하며 생명의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는 일은 그 자체로 충만하다. “어떤 사물이 어느 날 내게 낯설게 다가오면서 눈에 띄고, 그것을 그리게 된다. 낯설게 다가온 바로 그 순간이 사물을 처음으로 만난 때다. 전에는 그저 존재했을 뿐 나와 만났다고 할 수 없다.”니, 꾸준히 곁에서 살펴보면 눈에서 손으로, 손에서 그림과 글로, 마지막에는 생명과 생명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물론 그저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니, 저자가 전하는 자연관찰 잘하는 방법을 기억해야겠다. 천천히 걸어라,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멈춰라, 멈춰서 오래 보라 그리고 여러 날을 보라.

그렇다고 자연관찰, 그러니까 생명을 만나러 굳이 낯선 곳으로 떠날 필요는 없겠다. “오늘 보고 다음날에도 보고 그 다음 주에도” 보려면, 그렇게 일 년을 꾸준히 관찰하며 생명의 모습을 잘 보고 담아내려면, “낯선 곳에 가기보다는, 익숙한 곳에 가서 자주 보고 그리기를 추천”한다. 아파트 화단에도, 가로등 밑에도, 보도블록 사이에도 생명이 있다. 다른 생명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생명이.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1> 황경택 글, 그림 / 도서출판 가지 / 2015년 9월

-<새를 기다리는 사람 : 화가의 탐조일기> 김재환 글,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