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인간심판

동물들의 인간 심판 – 호모 사피엔스, 동물 법정에 서다
호세 안토니오 하우레기,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김유경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7년 7월

“인간은 이 시간 이후로 동물 가족을 매우 존중하고 대지의 어머니의 모든 아들딸과 자신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살되 존엄성, 공정함, 연대 책임을 갖고 그들을 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위의 책, p.218-

어머니 대지와 못난 자식 인류가 사는 법

어렸을 때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말을 할 줄 알고, 심지어는 사람보다 똑똑하다. 사람들이 모두 잠들면 그때서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의 오늘을 이야기하는 동물의 세계. 어린 내게 그런 세계 속 동물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언제 어디서건 마음이 변하면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공포는 내가 동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하우레기 부자의 ‘동물들의 인간심판’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인류를 법정에 올려놓고 얘기를 시작한다.

법정에 나선 동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류는 동물을 비방하거나 중상하고, 학대하며, 대량 학살을 벌이는 범죄자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더 많은 것들을 얻기 시작했으면서도 얻는 방법은 오히려 포악해진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는 욕심을 채우는 데에 걸림돌로 여겨 철저히 무시한다. 공존이 아닌 정복을 선택한 끔찍한 소유 게임의 주인공일 뿐이다. 이쯤 되면 인류는 사형감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가중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수준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인류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는다. 다양한 종교적 관점이나 자연에 대한 애정은 인류 변화의 씨앗으로 평가받는다. 인류에 대한 적개심보다는 어머니 대지 안에서의 공존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무한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동물들의 입을 빌어 인간들이 지구를 얼마나 망쳐왔는지, 또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꾸짖는 글들은 적지 않다. 1908년에 발표된 ‘금수회의록’이 그랬고, 더 나아가 ‘이솝이야기’의 동물우화들이 그랬다. 그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런 글들이 나온다는 건 인간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뼈아픈 반증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동물들의 인감 심판’은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류가 얽혀 있는 이 시스템을 인간의 철학, 종교, 과학 등 전반적인 요소와 접점을 찾으려 시도한다. 특히 정복이 아닌 공존을 택해야 하는 이유로 남미 원주민들의 생명 사상인 어머니 대지를 언급할 때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때문에 환경서적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충분히 환경스러운 철학서적으로 읽어도 좋겠다.

이진우
서울에너지공사 과장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개에게 인간은 친구일까 : 사랑하고 학대하고 보호하는 개와 인간의 이야기 /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4> / 로브 레이블로 지음, 박성실 옮김 / 책공장 더불어 / 2014년 2월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26> / 이유미 지음, 최소영 그림 / 철수와 영희 / 2017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