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은 새끼가 셋 딸린 엄마 멧돼지이다. 자식이 딸린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곳은 자식들과 편히 쉴 보금자리이다. 그런데 인간의 개발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멧돼지 일가족은 집이 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당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하루아침에 새끼들과 오순도순 살던 집을 잃은 엄마 멧돼지는 당황하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새 집을 찾아 나선다. 힘들면 트럭에 몰래 타 잠깐 쉬기도 하고, 트럭에 실려 가는 식용돼지들을 보며 그들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하기도 한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지만 절대로 무리하지는 않는다.
엄마 멧돼지의 목표는 명확하다.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반드시 새끼들과 함께 있을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마침내 발견한 아파트에 사람들을 아내고 당당히 새끼들과 자리를 잡는다. 사람들 때문에 집을 잃은 멧돼지로서는 통쾌한 복수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담긴 초대장을 보낸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그림책 전반에 해학이 깔려 있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느낌이 묵직하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멧돼지 입장에서 생각하며 환경보존과 개발에 대해,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주는 좋은 그림책이다. 무거운 주제를 작가가 잘 풀어냈다. 이 그림책을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게 곧 나를 위한 길임을 깨닫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상수
행복한 아침독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