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현장기고] 녹조가 시작됐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 위험하다

‘찔끔 방류’로는 4대강 녹조라떼, 막을 수 없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 위험하다, 4대강 보 전면 개방하라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처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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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 방류', 누구의 결정인가?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설치한 회전식 수차가 신나게 돌아가지만, 6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 녹조띠가 선명하게 피었다. 수공은 전기를 연결해 회전식 수차를 열심히 돌렸지만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caption id="attachment_179033" align="aligncenter" width="640"]
6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 녹조가 선명하게 피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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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설치한 회전식 수차가 돌아가지만 녹조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지난 6월 1일 정부 당국이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평균 69센티의 '찔끔 방류'를 했지만, 그것으로는 낙동강의 녹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환경단체의 수문 상시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 상시개방 지시를 어디에서 '찔끔 개방'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는지 그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은 줄기차게 수문 상시개방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4대강의 녹조는 강물의 정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강물의 유속을 만들어주는 것이 녹조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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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체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녹조가 창궐하기 위해서는 수온과 영양염류(인과 질소, 쉽게 말해 오염원) 그리고 강물의 정체가 있어야 한다. 위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을 때 녹조가 창궐하게 되어 있다. 이는 수질학개론에도 나오는 수질 상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1호로 4대강사업을 호명했고, 4대강사업의 가장 심각한 폐해인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4대강 보의 상시개방을 지시한 것이다.
이는 강물의 유속을 만들어주기 위함으로, 유속이 있어야 4대강의 녹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해당 부처의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지시를 너무나 소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는 4대강 보의 '찔끔 방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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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 앞 낙동강 전역이 녹색으로 뒤덮였다. 녹조라떼의 시절이 돌아온 것이다. 더 늦기 전에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이에 대해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수문 개방을 결정하는 부서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에는 아직까지 지난 정부의 고위관료가 그대로 남아있어 이들이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대강사업에 적극 호응했던 소위 전문가들이 또다시 곡학아세하면서 거짓 논리를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수문을 활짝 열지 못하는 것이다"
'항명' 수준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되나?
거의 항명 수준의 저항이 해당 부서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사정이 정말 그러하다면 심각한 문제다. 적폐를 청산하고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아무리 대통령이 올바른 지시를 내린다 해도 아래에서 그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179037" align="aligncenter" width="640"]
대구 ‘달성군 이장협의회’ 명의로 달성군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찔끔 방류도 못하게 하려는 것인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른바 조직적인 저항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 찔끔 방류에도 대구 달성군의 이장협의회란 조직은 "이 가뭄에 달성보 수문을 개방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낙동강보 개방으로 농민가슴 타들어간다" 등의 현수막을 달성군 관내 곳곳에 내걸었다. 또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추경호 의원도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의 수문개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첫째 지난 6월 1일의 찔끔 방류는 해당 지역의 농업용수 사용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의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달성군과 고령군의 그 어떤 양수장에서도 양수 장애 없이 양수가 잘 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도 다르지 않았다. 대구 달성군과 고령지역의 모내기 논에는 물이 철철 넘쳐났다. 현실이 이러한 대도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내걸고,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명백히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신생정부의 적폐 척결 의지를 꺾으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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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뒤엉켜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곤죽이 되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상시개방 해도 취·양수 문제 없어, 오히려 식수 안전 문제 심각
수문 상시개방 시에도 취·양수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이 문제를 오랫동안 천착해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위가 떨어져 농사용 용수공급에 문제가 될 때는 양수장에 가보면 양수기가 여러 대 있다. 그 중에 급한 대로 몇 대만이라도 양수수위를 낮추어 주면 단 시간에 필요한 농업용수 공급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수문 상시개방을 해서 수위가 계속해서 떨어져 하안수위까지 떨어진다 해도 국토부에서 하안수위 개념을 기존 취수시설에서 취수가 가능한 수위라고 정의를 해두었기 때문에 농업용 양수장의 흡입관 일부만 개선하면 취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낙동강에는 4대강사업으로 용처도 없는 6억톤이나 되는 강물을 확보해뒀다. 그 많은 강물을 확보해두고 가뭄 운운하는 것은 억지주장이 아니면 기우일 뿐이다. [caption id="attachment_179039" align="aligncenter" width="800"]
우곡교 일대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낙동강에 용처도 없는 강물 6억톤이나 확보해두었다 ⓒ 오마이뉴스[/caption]
낙동강에는 취·양수 문제보다도 더 근본적인 안전 문제가 있다. 그것은 녹조현상으로 생긴 남조류의 맹독성 물질에 의한 식수 안전 문제다. 현재 녹조 현상은 본격화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녹조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간질환을 유발하는 이 맹독성 물질은 끓여도 없어지지 않고, 물고기나 수생생물을 통해 인간으로 전이된다. 또 녹조가 발생한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까지 전이가 되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안전 문제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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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낙동강 보의 수문을 상시개방하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따라서 녹조 문제는 단순한 심미적인 요소가 아니라, 1300만 영남인 안전 문제와 직결이 된다. 녹조 문제가 시급히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낙동강의 녹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점점 상류로 퍼지고 있었다. 대구의 취수원이 있는 강정고령보에서도 강물이 녹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낙동강 보의 수문이 활짝 열려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모래톱이 돌아온 낙동강. 합천보 개방 후 만난 낙동강 부활의 현장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강물 속에 비친 모래톱. 물도 맑고 모래톱도 깨끗하다. 4개강사업 이전의 낙동강으로 돌아왔다. 낙동강이 부활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세차게 흘러가는 낙동강. 완벽한 낙동강 부활의 현장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맑은 강물이 흐르는 사이로 드문드문 모래톱 하중도가 드러난다. 너무나 자연스런 낙동강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부활한 낙동강을 축하해주는 것인가? 겨울철새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모래톱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놀다간 흔적 위로 녀석의 배설물이 보인다. 강이 살아나자 귀한 생명도 돌아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낙동강을 걸어 도강하다가 기자가 주저앉아 쉰 모래톱 하중도. 강 한가운데 모래섬이 만들어졌다. 살아있는 낙동강이 주는 선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수문개방 전 녹조라떼 낙동강의 모습. MB가 좋아할 것 같다. ⓒ 이희훈[/caption]
수문개방 후 낙동강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할 것 같다. 강바닥이 훤히 드러났고, 모래톱이 보인다. 중간 중간에 죽어 가라앉은 녹조사체들이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닫힌 달성보의 영향을 받는 사문진교 아래 낙동강은 간장빛이다. 규조류가 번성한 낙동강의 모습이다. 겨울 녹조다 짙다. 어느 모습의 낙동강을 선택할 것인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넓은 모래톱과 그 위를 흘러가는 낮은 물줄기의 낙동강. 이것이 살아있는 낙동강의 모습이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강정민 원안위원장 임명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자유한국당 대변인 (사진 뉴스1)[/caption]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이나 제1 야당의 발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망발로,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격을 손상시키는 수준이다. 원안위의 설치 이유와 목적 등 기본도 모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제1조에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전을 지지하거나 원전 운영을 지원하는 위원회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목적의 위원회이기 때문에 원안위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독립성과 투명성을 규정하고 있고, 그것은 원자력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는 국제기구조차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성의 최대 경계 대상은 원전사업자들이다.
따라서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장 또는 그 종업원으로서 근무하였거나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까지도 원안위 위원의 부자격자로 규정하고 있다.(위 법률 제10조)
원전에 대한 비판적인 사람이나 원전 안전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금하는 조항은 물론 찾아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법률이 규정한 원안위원이 되면 안 되는 사람들은 원전 사업과 연관이 있거나 원전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정해진 규정은 고지식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안전의 원칙이다. 설마라든가 대충 넘어가는 식, 더구나 잘 아는 사이에 한 번 넘어가자는 등의 부정이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된다. 원전과 같이 일단 큰 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가 막대한 경우일수록 원칙과 규정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또한 원전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자기들이 아무리 열심히 안전 관리를 해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그보다 난감한 일이 없다. 따라서 사리판단이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원자력계라고 한다면 '끼리끼리 또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모습으로 원안위를 구성하기보다는, 원전에 대한 비판적이고 안전을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편히 훨씬 이익이다. 부정부패나 부실을 감추려고 하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원전 사업자와는 철저하게 독립적인 사람들로 원전 안전을 감시하고 규제하도록 국제기구도 권고하고 있고, 우리나라 관련 법률도 그렇게 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정부에서와 같이 원안위 위원장이나 위원들을 원전 사업자들과 학맥, 인맥, 사업 등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는 사람들로 임명해 왔던 것이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는 어리석은 방식이고, 동시에 법의 취지를 위배하는 것이다. 월성 1호기 재판을 통해 원안위원 중 부자격자들이 위촉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명 연장 절차가 불법으로 판결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친원전 인물들이 위원장으로 임명되던 과거의 관행을 깨고 우리나라 원전 사업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강한 비판 의식이 있는 학자를 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원안위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에 잘 부합하는 훌륭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안위 폐지위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나 이게 나라냐는 비난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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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원안위원장으로 취임한 강정민 위원장 (사진 한국원자력안전재단)[/caption]
오히려 지금은 원안위원장만이 아니라 위원회 전체를 법률에 맞게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현행 법률 의하면 원안위는 원자력ㆍ환경ㆍ보건의료ㆍ과학기술ㆍ공공안전ㆍ법률ㆍ인문사회 등 원자력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인사가 고루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위 법률 제5조) 그러나 지금까지 원안위는 환경, 보건의료, 공공안전, 법률, 인문사회 분야 인사들은 전혀 또는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명되지 않았고, 대부분 원자력계 인사들이나 친원전 인사로 채워져 왔다.
문재인 정권은 원안위 위상 복원을 공약으로 발표했었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 되고 싶다면, 일부 극우 언론의 말도 되지 않는 비난 기사에 추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률대로 또한 공약대로 원안위 구성을 법률에 맞게 재구성하라고 주장해야 마땅하다.
법률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과거 정부의 법률 위반을 바로잡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다. 새로운 원안위원장이 취임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원안위를 원자력계 인물들끼리 독점했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법률에서 규정한 대로 각 분야의 인물들로 골고루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유정란의 성지‘ 산안마을(山安·야마기시즘경향실현지)에 사는 건강한 닭 3만여 마리가 강제로 죽임당할 위기에 처했다. ⓒ 산안마을[/caption]
‘유정란의 성지‘ 산안마을(山安·야마기시즘경향실현지)에 사는 건강한 닭 3만여 마리가 강제로 죽임당할 위기에 처했다. 1월 27일 경기 화성 팔탄에서 발생한 하루 다음 날인 28일, 산안마을에서 불과 800m 떨어진 평택 청북면의 한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 H5N6가 발생한 것이다.
경기도는 29일 급히 산안마을을 찾았다. 손과 얼굴을 에는 듯 바람이 차가운 날, 방역 당국 관계자를 기다리며 산안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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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환경운동연합[/caption]
“예방적 살처분은 예방책이 아니다”, “건강한 닭 키우는 농가를 보호하라”, “행복하게 닭 기르고 싶다”, “안정된 축산 환경을 보장하라”, “건강한 닭은 왜 죽이냐”, “농가와 협의 없는 살처분은 반대한다.”
주민 반대가 심하자 경기도는 산안마을 닭들을 살처분하지 않기로 하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또 경기도와 화성시는 각종 방역 관련한 장비와 물자를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경기도의 이번 조처를 환영한다. 예방이란 미명하에 무조건적 살처분을 할 수 있었음에도 산안마을의 건강성을 지켜준 경기도와 화성시의 귀 기울임과 AI 확산을 막고자 하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산안마을[/caption]
3만 3천여 마리 닭을 키우는 산안마을 계사는 1만 평방미터가 넘는다(12,420㎡). 낮에는 닭들의 운동장이요 밤에는 숙소가 되도록 설계한 계사의 사육 밀도는 1평방미터당 4.4마리로 동물복지농장 인증 기준인 1평방미터당 9마리를 뛰어넘는다. 계사 바닥은 볏짚·왕겨·풀·톱밥·나무부스러기·흙·작은 돌·굴껍질·숯가루 등이 섞이어 있어 계분이 섞이면 바로 미생물에 의해 건조·발효되어 악취가 없다. 계사 안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닭을 쉽게 볼 수 있다. 병아리 때부터 현미를 주고 배합사료뿐 아니라 풀·사이리지·왕겨·겨류(糠類) 같은 조강(糟糠) 사료로 정성스레 키운다. 산안마을의 닭은 소화기관이 굵고 길게 발달한다고 한다. 이는 소화흡수력의 향상과 내장에서 면역세포의 생성이 왕성하므로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자랑할 게 많으나 지면상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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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안마을[/caption]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산안마을은 축사가 넓어서 더 위험하다”던 경기도 관계자의 말은 ‘방역’ 관련해서는 일리 있는 말이다. 소독할 면적이 그만큼 늘어나고 외부에서의 설치류 등의 접근이 더 용이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산안마을은 한 번도 닭이 AI로 고통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더 건강한 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안마을 주민들은 ‘축사가 넓어서 더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공장식 축사라면 5만 마리를 키울 면적에서 3천 마리만 키우는 산안마을의 축산 환경이 과연 닭들에게 좋은지, 그것이 어떻게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인지 정부에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면 좋겠다.
또 다른 유감은 여전한 예방적 살처분의 시행이다. 경기도의 <AI 방역대책추진 상황보고>(1월 29일 22시)에 따르면, 전국 3개 시도에서 16건이 발생하였다. 방역 당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검출된 농가를 포함해 63농장 1,782,453수를 살처분하였으며 이 중 ‘예방적 살처분’만 48농가 1,200,496수로 집계했다. 발병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방적으로’ 죽인 산란계가 2/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제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 생명을 죽이는 일을 멈춰야 한다. 우리는 가축을 산 채로 매장하여 죽이고서 돈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닭이 건강한 달걀을 낳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AI가 몰려와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닭, 오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해마다 AI로 인한 피해는 줄고 애꿎은 생명들이 죽는 일은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예방적 살처분은 결코 예방책이 아니다. AI에 대한 근본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17개 단체가 함께하는 ‘농장동물살처분방지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는 일에 함께할 것이다.




염소에게 돈을 먹이는 바죠족의 풍습 ⓒ 홍선기 촬영[/caption]

미세먼지 대책으로 황사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환경부[/caption]
천동설의 우주모형[/caption]
'서울시 미세먼지 발암물질과 돌연변이원성' 학위논문 언론보도 기사 (사진 1988년 한겨레 신문 캡처)[/caption]
비공개 대기오염 측정자료를 입수해 서울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밝힌 글 (1986년 과학동아 캡처)[/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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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측정 자료 공개 촉구 운동 (사진 1989년 한겨레 신문 캡처)[/caption]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를 촉구하는 칼럼 (사진 2005년 서울신문 캡처)[/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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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환경기준 다음 단계로의 강화를 촉구하는 칼럼 (사진 2016년 서울신문 기사 캡처)[/caption]







ⓒ연합뉴스[/caption]
지난 2016년 8월 4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양양군청 공동퇴거불응 2심 선고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공동대표들과 지역주민 등 15명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월 7일,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 1단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 박그림, 김안나(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장석근 등 3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원주환경운동연합 김경준 사무국장을 비롯한 허은숙, 한인석, 황인철, 지성희, 최정화, 윤상훈, 정인철 등 8명에게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허민숙, 김경석, 김동일, 이필선 등 4명에게는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2016년 8월 4일 당시 설악권 주민들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경제성 조작을 한 공무원 처벌’과 케이블카사업 철회’ 촉구 집회를 양양군청 앞에서 열고 기자회견, 거리행진, 양양군수와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양양군은 군수가 부재중이라며 면담을 거절하고 민원인들과 주민들을 불법침입자로 몰아 형사고소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은 성명을 통해 “행정기관으로서 다양한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상호간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은커녕 민원인을 겁박하고 고소·고발을 악용하는 양양군청에 중형을 선고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양양군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며 춘천법원 속초지원의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또 “사법부는 징역과 벌금형으로 민주시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지 말고 토건만능주의에 빠져 소중한 자연유산을 파괴하며, 지역주민을 호도하는 양양군에게 그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면서 “부디 환경적폐의 유산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사법정의의 실현에만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은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과 벌금형으로 민주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짓밟은 속초지원의 이번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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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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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사곡만지키기대책위(이하 ‘대책위’)는 8일 강남 삼성 본사 앞에서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이하 해양플랜트산단)’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거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측에 ▲입주의향서·출자금 철회, ▲해양플랜트산단 투자포기 문서화 등을 요구했다. 또 국가산업단지 인허가 부처인 국가교통부에서 해당 사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국토부에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중 하나라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사업성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노조와 언론에 투자의사 철회 의사를 밝혔던 것처럼, 이를 즉시 문서화하여 투자 철회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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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해양플랜트산단 개발 예정지에 수달·독수리·황조롱이 등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동식물 2급 삵·기수갈고둥, 해양보호대상식물 잘피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 또한 거세다.
원종태 사곡만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3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전 직원 순환휴직과 10% 임금삭감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어, 4460~8920억에 달하는 거제 해양산단 투자여력이 없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출자금 1000만원을 회수하고 허울뿐인 입주의향서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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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28개 시민·환경단체 및 경남지역 정당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해양플랜트산단 매립철회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히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거제시와 경남도가 함께 추진중인 사곡만 해양플랜트산단 개발사업은 총 1조 8천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사등면 사곡리 일대 500만㎡(약 151만평)에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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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화성환경운동연합[/caption]
경기도와 화성시가 2월 8일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약칭: 미군공여구역법)에 의거한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화성시 우정읍사무소에서 열었다. 행사는 경기도·화성시 관계자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날 주제였던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이하 발전종합계획)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에 반환한 공여구역과 반환공여구역이 소재한 읍·면·동 및 반환공여구역이 소재한 읍·면·동에 연접한 읍·면·동 지역의 발전 및 주민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과 각종 지원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다. 경기도 내 반환공여구역 중 23,795,000㎡로 가장 면적이 넓은 ‘화성 쿠니에어레인저’(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를 가진 화성시도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제시했다.
화성시는 두 가지 신규 발전계획을 제출했다. 하나는 ‘매향 국제테마형 주택단지 조성 사업’이다. 또 하나는 현대산업개발(HDC)의 민간투자로 추진되는 ‘화성 우정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다. 아산국가산업단지 우정지구(기아자동차화성공장 등) 남측 갯벌 4,942,200㎡(약 150만 평)을 매립하여 약 1조 원으로 산단 부지와 전용 공업항을 만든 뒤 각종 첨단업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기대 효과로 “우정읍 지역 내 고용 증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와 “남양호 준설을 통한 저수 용량 확보, 수질 개선(농업용수 수질 기준 Ⅳ등급 회복) 및 침수 피해 예방”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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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가 발전종합계획 신규 사업으로 제출한 ‘화성 우정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 (출처: 화성시)[/caption]
남양만(매향리갯벌) 화옹방조제 앞 도요물떼새 무리(붉은어깨도요 우점). 이 갯벌은 우정일반산단 갯벌 매립 대상지에 바로 붙어 있다. Ⓒ서정화(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caption]
갯벌 매립 추진의 배경에는 남양호 준설 논의가 있다. 수년 전부터 농민들은 남양호 수질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농업용수로 쓰기 어려울 정도로 수질이 악화된 것이다. 1973년 남양방조제로 하굿둑이 막히면서 하천이 바다와 만나지 못하고 45년간 오염원 유입이 누적되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이다. 수질 개선의 해법으로 준설 얘기가 나왔다. 하천 준설도 쉽지 않지만, 준설하면서 나오는 오염 퇴적 준설토는 폐기물로서 처리하기 어렵다. 갯벌을 매립하는 데 준설토를 씀으로써 폐기물 처리 비용도 아끼고 매립토 구입 비용도 아끼겠다는 게 화성시와 사업자의 계획이다.
과연 이것이 옳은가. 갯벌 매립만이 준설토 처리의 유일한 방법인가. 한편 갯벌을 매립하려면 상당한 양의 흙, 모래, 돌 등의 골재가 필요하다. 준설토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딘가의 산과 들판, 갯벌을 깎아 와야 하고, 해외에서 모래를 사와야 할 거라는 진단도 있다. 이렇게 갯벌 매립은 제2, 제3의 환경 파괴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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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호에서 낚시하는 모습. 갯벌 매립 추진의 배경에는 남양호 준설 논의가 있다.[/caption]
더 나아가 준설만이 남양호 수질 개선의 유일한 해법인가. 남양호 준설과 갯벌 매립은 환경영향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계획이다. 근본 해법을 생각지 않고 당장의 성과만을 생각하는 대증적 행정이다. 썩은 준설토를 갯벌에 붓는 순간 생태계와 인근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방조제를 열어 해수 유통으로 수질을 낫게 할 수는 없는지, 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빗물을 이용한다든가 또 다른 기술적 대안은 없는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향남 1,2지구 택지개발, 유역 산업단지 등의 대규모 토목공사에 따른 토사 유입과 남양호 인근 축사에서의 비점오염원 유입을 차단할 노력은 게을리하고 당장의 눈앞의 결과만 내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남양호 준설 문제가 심각한 둘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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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열린 남양호 준설 결의대회. 지역농민들 앞에서 채인석 시장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화성시)[/caption]
셋째,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문제이다.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와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위한 협의 절차만 수 년, 갯벌 매립 공사만 5~20년 걸릴 것이다(해수부 관계자는 20년, 사업 관계자는 5년을 예상했다). 그 뒤 업종 유치와 공장 건축은 별도로 진행한다. 날로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산업 여건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먼 훗날 완공될 자동차공장과 항만을 위해 현존하는 갯벌과 수많은 생명을 죽이겠다는 게 적정할까. 다른 너른 땅에 지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마지막 이유다. 갯벌 매립에 의한 산단 조성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아니다. 민간 기업이 개발 이익을 독식하고 그 일부를 지역에 베푸는 선심성 계획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민간 기업이 시혜하는 ‘지역발전기금’은 수혜자와 비수혜자로 공동체를 갈라놓을 것이며 심지어 수혜자와 피해받는 이로 나누게 될 것이다. 진정한 지역경제 발전은, 오히려 죽음에서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매향리갯벌(남양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시급히 지정해 관광객 유치, 지역민 삶의 질 향상, 어민의 어업권 보장 및 친환경수산물 인증, 수익금의 지역민 배당(혹은 직불금 지급)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방안에서 올 것이다. 남양만습지보호지역은 매향리 평화생태공원과 연계되어 상승효과를 낼 것이다.

미세먼지 오염 변화 설문조사 응답 결과[/caption]
정치인과 언론 심지어는 일부 환경전문 기자나 학자들까지 공공연하게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가 역대 최악,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들을 겁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 상태가 무리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오래 살았다면 하루만 지나도 와이셔츠가 새까맣게 되거나 손과 얼굴이 심하게 더렵혀지던 생활상의 경험을 한 경우도 상당수 있을법한데, 그런 답변은 3%라는 극소수에 그쳤다.
과거에는 공기가 깨끗한 지역에서 살다가, 지금은 공기가 나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더 예민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객관적 사실과 상관없이 과거보다 지금이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오염도 변화와 상관없이 과거에 비해 미세먼지 오염이 나빠졌다는 여론이 높다는 것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정부가 미세먼지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해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면 과학적인 사실을 대치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천동설을 믿는다고 해서 태양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 부산, 대구의 미세먼지 (PM10, 호흡성먼지) 연변화[/caption]
인천과 광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가, 2012년 이후로는 오르내리고 있지만 10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된 수준이다. 울산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고, 대전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2012년 이후 다소 악화되는 추세지만 그래도 10년 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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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도시의 미세먼지(PM10, 호흡성먼지) 연변화[/caption]
정부 통계의 신뢰성 자체를 전면 부정하려는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미세먼지가 건강에 해롭다는 많은 역학 연구 결과들이 바로 이 통계 자료를 사용해서 입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런 막무가내 주장을 펼치지는 못할 것이다.
평균값은 낮아졌지만 중국 때문에 오염도가 매우 높아지는 특수한 날이 많아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염도가 높은 날의 수치 역시 과거가 지금보다 훨씬 많다.
인터넷에 모두 공개되어 있는 미세먼지 측정값이나 그에 관한 연구 자료나 통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미세먼지 오염도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지금이 최악이 아니며 장기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아직도 도달해야 할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최악의 대기오염 상태에서 빠져나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집집마다 사용하던 연탄(석탄)이 거의 사라지고, 석유 등 연료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고, 자동차와 산업체 연소시설에는 저감장치가 부착되고, 천연가스 사용 비율이 증가하고, 경유 가격 조정을 통한 경유 승합차 수요가 억제되는 등 대기오염 관리 정책의 효과 덕분이다.
미세먼지 오염 상승 위험 도시들[/caption]
과거에는 서울은 오염된 도시, 제주는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2010년경 서울시 보도자료에 의하면 대기질 개선 목표가 2014년까지 제주도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2012년까지는 개선되면서 차이가 계속 줄어들다가 그 후로는 오히려 악화돼서 목표 달성이 어려울 듯 했다.
그런데 그 후 제주시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서울시보다도 훨씬 가파르게 악화되면서, 2014년에는 진짜로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도가 제주시보다 좋아졌다. 서울시 미세먼지가 개선돼서 목표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제주시 미세먼지가 악화돼서 역전이 된 것이다. 서울시 목표가 달성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의 변화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염이 심했던 대도시는 어느 정도 개선됐으나, 청정지역은 사라지고 오히려 지방이 미세먼지 오염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수도권 대기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국 대기질 특별조치’를위해 중앙정부가 노력하고 세금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대다수 지역은 역대 최악인 것 사실 아니고, 청정지역은 역대 최악의 수준이 된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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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기질 개선 목표는 제주도 공기 수준이었다(2011년 서울시 보도자료 중에서)[/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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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준 역전이 일어나려고 하는 서울과 제주[/caption]
예일대 보고서를 근거로 우리나라 대기질이 최악이라고 보도하는 언론 기사[/caption]
예일대 EPI 보고서의 대기질 국가 순위[/caption]
우리나라가 174위라는 미세먼지(PM 2.5 ) 순위는 일본 134위, 스위스 143위, 네덜란드 149위, 독일 157위 등으로, 환경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약간 높기는 하나 역시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오염도가 높은 나이지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은 공동 1위였다. 이 지표에서 무려 122개국이 100점 만점으로 공동 1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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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EPI 보고서의 PM 2.5 국가 순위[/caption]
질소산화물은 우리나라, 네덜란드, 벨기에가 공동 꼴찌라는데 독일은 그 바로 위인 177위, 영국 174위, 일본 172위, 덴마크 170위, 프랑스 169위, 스위스 161위다. 환경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이 훨씬 순위가 높은 것은 미세먼지 경우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기질이 세계 최악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도 유럽의 환경 선진국이나 일본까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보다도 순위가 뒤처진다는 이 황당한 평가에 대해서 차마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높기 때문에 그들을 쫓아가야 하는데, 이 지표에 의하면 그 선진국들도 모두 세계 최하위권이다. 물론 그 나라에서 소위 환경 전문가들이 예일대와 컬럼비아 대학의 발표 자료를 근거로 자국이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 오염국가라고 큰일 났다고 염려하거나 자국의 환경 수준을 비하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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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미세먼지 세계 최악 도시로 평가한 나이지리아의 Onitsha시, 예일대는 나이지리아를 공동 1위로 평가했다.(사진 Guardian)[/caption]
세계 각 도시의 미세먼지 오염도, 세계보건기구(WHO)[/caption]
미세먼지 오염이 진짜 세계 최악인 도시들은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일부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에 이르는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몽골과 중국에 있는 도시들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미세먼지 오염이 세계 최악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는 오히려 오염이 낮은 축에 속할 정도로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한 국가들이다.
다음 그림은 미세먼지(PM 2.5 ) 오염도가 높은 국가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으로, 자기 나라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세먼지 오염을 더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 최악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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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PM 2.5 ) 오염도 국가 순위(WHO, 2016)[/caption]

힌두 신상에 카낭사리를 봉납하는 여성 ⓒ홍선기[/caption]
발리 덴파사르에 도착하면, 응우라라이국제공항 출구에서부터 “드디어 내가 발리에 왔구나”를 직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냄새, 즉 향기이다. 엄청나게 많은 향을 태우는 냄새가 공항 내부에까지 도달하여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미묘한 발리의 정서를 전달해준다. 이 향기는 발리를 떠나는 날까지 이어진다. 향내 다음으로는 음악이 공항에서부터 귓속에 들어온다.
물론 가루다항공(Garuda Air)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출발과 도착을 전후하여 기내에서 흘러나오는 인도네시아 음악들에 심취한다. 기내 음악은 순다지역 음악인 Bubuy Bulan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민속음악이 흘러나오지만, 막상 발리에 도착하면 발리의 전통민속음악인 Gamelan의 다양한 금속 타악기(Gong)와 대나무로 만든 타악기들의 음악 소리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한국에 징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발리에는 Gong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세 번째로는 여러 힌두신의 조각과 그 신을 위해 봉헌하는 아름답고 다양한 형태의 봉납(offering)이다. 대체로 공항에 도착, 출구에 이르기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 발리힌두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느끼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발리섬에서 지내본 사람이라면, 주요 관광지역인 우붓(Ubud), 구타(Kuta)나 덴파사르(Denpasar)를 포함하여 섬 전체가 발리고유의 힌두교(Balinese Hindus) 세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리에 인접하는 롬복이나 다른 소순다열도 섬들과는 전혀 다른 문화세계가 존재한다. 발리의 하루는 의례(ceremony)로 시작하여 의례로 끝나는 일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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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intya, 인도네시아 발리힌두의 최고의 신 ⓒ홍선기[/caption]
해가 뜨면 봉납을 시작, 세 번의 공양을 마치면 하루가 끝이 난다. 장소와 방식, 크기와 모양을 달라도 그 봉납이 가지는 색과 내용에 따라서 신이 달라진다고 한다. 봉납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낭사리(Canang Sari)이다. 힌두교 사원, 집 근처에 있는 신상, 심지어는 가게 앞에까지 카낭사리를 봉납한다.
아침이면, 정결하게 의관을 갖춘 여성들이 수십 개의 카낭사리를 쟁반에 넣고, 이곳저곳의 신상과 사원에서 향을 피우고, 카낭사리를 놓고 절을 한다. 카낭사리는 기본적으로 발리힌두의 최고의 신인 아신티아(Acintya)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릴 때 봉납하는 제물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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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낭사리 ⓒ홍선기[/caption]
Canang Sari의 어원은 ‘아름답다’는 의미의 'ca'와 ‘목적’을 의미하는 ‘nang'에서 왔다고 한다. 'Sari'는 ’본질‘이라는 발리어 의미라고 하니 이 단어들을 조합하면, 뭔가 순결하고 완벽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카낭사리의 형태는 주로 야자나무 잎으로 만들고, 그 안에 베틀후추(Piper betle), 라임, 그리고 꼭두서니과 식물인 갬비어(Uncaria gambir), 담배잎, 빈랑자로 불리우는 베텔야자 열매(Betel nut, Areca catechu) 등으로 구성한다.
이들 재료들은 각각 힌두교의 대표적 세 신(Trimurti)을 상징하는데, 시큼한 라임은 시바(Shiva), 베텔야자 열매는 비슈누(Vishnu), 그리고 갬비어는 브라마(Brahma)이다. 이렇게 장식된 카낭사리를 놓은 것도 힌두신의 위치에 따라서 방향이 결정된다. 동쪽으로 가리키는 흰색꽃은 이스와라(Iswara)신, 남쪽을 가리키는 붉은색 꽃은 브라마(Brahma), 서쪽을 가리키는 노랑색꽃은 마하데바(Mahadeva), 그리고 북쪽을 가리키는 푸른색 혹은 녹색의 꽃은 비슈누(Vishnu)를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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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카낭사리를 가지고 신전으로 향하는 여성 ⓒ홍선기[/caption]
과거에는 힌두신전의 신상에게 바쳤던 봉납이 발리가 관광지화 되고, 카낭사리 의례 자체가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활용되면서 이제는 모든 가게의 사업번창을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가게의 크기 따라서 많은 곳은 9군데까지 카낭사리를 놓는다고 하는데, 주민들 말로는 신은 어디는 존재하기 때문에, 많이 놓을수록 좋다고 한다.
발리의 여성들은 쉬는 시간마다 이 카낭사리를 만들고 있고, 카낭사리 재료만을 판매하는 가게도 늘었다. 십자가나 신상, 성화 등 우상숭배를 절대 금지시하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섬과는 다르게, 인류가 만든 종교 중 가장 오래된 종교의 하나인 인도의 힌두교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만 특이하게 변형되어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생태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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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힌두신전의 카낭사리 봉납 ⓒ홍선기[/caption]
하루 종일 신에게 감사하고 기도하는 일과가 곧 발리의 생활이다. 발리의 경제는 그야말로 신에 대한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교는 축제로 연결되고, 그걸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에 의해 경제가 형성된다. 발리 주변의 농장에서는 카낭사리에 넣는 다양한 재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다양한 색깔은 바로 신의 형상인 것이다. 향기, 소리,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을 형상화 하는 섬, 발리. 그 자체가 "신의 축복"이다.
세종곶에서 바라 본 풍경 ⓒ김은희[/caption]
세종 기지에 도착한 첫 주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계속 구름 낀 하늘만 보다가 다행히도 다음 주부터는 날씨가 좋아져 눈이 시리게 푸르고 맑은 하늘을 감상하게 되는 날이 더 많았다. 날씨가 좋아도 바람이 초속 10m가 넘는 날에는 바깥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아침을 먹으면서 식당에 설치된 기상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특히 조디악 보트를 이용해야 할 때에는 바람이 세게 불면 아예 보트를 띄울 수가 없기 때문에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확인하면서 노심초사를 하곤 했다. 맑은 하늘에 바람이 잔잔한 날씨가 너무 계속되어도 주말도 없이 매일매일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 연구자들은 오늘은 제발 바람 좀 세게 불어 달라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번 남극 일기에는 세종기지 주변의 풍경 사진을 소개하려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라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풍경에 세종 기지에서 지낸 5주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눈부시게 청명한 하늘이 어느 날에는 또 짙은 회색 구름으로 가득 낀 어두운 하늘이 되기도 했다. 세종기지 앞 마리안 소만에 있는 빙벽에서는 종종 천둥소리 같은 굉음을 내며 빙벽이 무너지기도 했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세종 기지 앞 바다를 채우는 유빙들이 장관을 이루고 해변으로 유빙들이 쓸려 오기도 했다.
여기는 지금 여름이니 아무래도 겨울보다는 기온이 올라 빙벽이 무너지는 현상이 예사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으나 특히 남극 반도 지역은 남극 대륙에서도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평균 기온이 다른 지역 보다 많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유빙이 너무 많이 내려오는 날에는 지구 온난화 영향 때문에 빙벽이 너무 자주 많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기후 변화가 남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 조사 결과들을 조금 더 살펴보고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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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봉 풍경 ⓒ김은희[/caption]
세종기지 뒤편 가야봉에 오르면 둥지를 틀고 앉은 남방큰풀마갈매기(Southern Giant Petrel)를 볼 수 있다. 둥지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남방큰풀마갈매기의 행동 연구를 위한 관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데 움직임이 포착될 때 마다 사진이 찍힌다고 들었다.
이 연구를 하고 계신 박민철 박사님은 주기적으로 가야봉에 들러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셨는데 처음에 박 박사님을 따라 올라갔을 때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는 중이라 들었다. 남극을 떠나기 며칠 전 지의류 채취를 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에는 새끼가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는 않았다. 둥지에서 어미새가 살짝살짝 몸을 들어 움직이는 틈새로 작고 하얀 새끼의 흔적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눈이 녹은 물로 채워진 인공호수 세종호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물 덩이가 하나 더 있다. 영어명 스쿠아(Skua)로 많이 불리는 도둑 갈매기들의 공중목욕탕이라 들었는데 와서 보니 정말 도둑 갈매기들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도둑 갈매기는 남극 도둑갈매기(South Polar Skua)와 갈색 도둑갈매기(Brown Skua)가 있는데 비전문가인 내 눈으로는 도저히 구별할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으러 온 날에는 어쩐 일인지 목욕을 하고 있는 스쿠아는 없었고 얼음 위에 세 마리가 앉아 있었다. 아마도 목욜을 마치고 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나만의 추측이... 웅덩이에 몸을 담근 도둑 갈매기는 없었지만 우연히 홀로 헤엄치고 있던 젠투 펭귄 한 마리가 보여서 사진기를 꺼내 드는 사이에 벌써 어디론가 사라져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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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곶에서 바라 본 풍경 ⓒ김은희[/caption]
하늘도 바다도 눈부신 쪽빛으로 빛나던 날씨였다. 두 마리의 도둑갈매기가 한가로이 하늘을 날고 햇빛에 자갈들이 반짝이던 해변을 보고 있자니 내가 정말 남극에 와있나 싶었다. 우리를 실어온 비행기가 내렸던 칠레 기지가 있는 건너편의 눈 쌓인 풍경이 다시 한 번 내가 남극에 있음을 확인시켜 줄 뿐 이었다. 오늘은 근처에 놀러온 펭귄들도 모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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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하늘 아래 마리안 소만 빙벽 ⓒ김은희[/caption]
천둥소리 같은 빙벽 무너지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많이 놀랐는데 듣다 보니 익숙해져서 우르릉 소리가 나면 ‘아 또 빙벽이 무너졌구나. 좀 있다 유빙들이 내려오겠네.’ 하게 되었다. 빙벽 너무 가까이로는 안전 문제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들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세종기지가 있는 바톤 반도 건너편을 육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저 빙벽 뒤로 걸어가는 것일 텐데 육로 개척이 되지 않았고 크레바스 위험도 있어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렇게 어두운 하늘이 며칠 계속되면 사실 기분이 좀 가라앉기는 했다.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훨씬 짧다는데 여기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면 뭔가 계속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쳐지는 기분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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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로 쓸려 온 유빙 ⓒ김은희[/caption]
해안으로 쓸려 온 다양한 크기의 유빙들이 간조 때 바닥을 드러낸 조간대 위에 남아 있는 모습. 남극에 있어 편리한? 점 중에 하나라면 시료 때문에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야 할 때이다. 얼음을 만드는 기계가 없어도 필요할 때 이런 유빙들을 깨서 쓸 수 있다니!
간조 때에는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큰 돌을 들어 보면 그 아래 작은 웅덩이에 모여 있는 단각류를 볼 수 있다. 제법 커서 눈으로도 볼 수가 있다. 극지연구소에서 온 신은총 학생을 따라서 단각류를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오늘 사진 같이 유빙이 많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단각류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날 얘들은 어디고 갔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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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 펭귄들 ⓒ김은희[/caption]
유빙이 많은 날 산책하다가 본 펭귄 무리들. 세종기지에는 펭귄들의 둥지가 있지는 않지만 세종기지에서 2-3km 떨어진 해안가에는 펭귄마을이라 불리는 남극특별보호구역(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 ASPA No171)이 있다. 이 펭귄 마을 소개는 사진과 함께 다음에 더 자세하게 할 예정이다. 펭귄 마을 소개에 앞서 다음에는 샘플링을 다니거나 산책을 하면서 우연히 세종기지 근처에서 만났던 펭귄 얘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번식지에 벗어나 세종기지까지 놀러온 젠투, 턱끈, 아델리펭귄들이 궁금해서 펭귄 연구를 하는 이원영 박사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아직 번식기에 이르지 않은 펭귄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는 거라고 들었다. 질풍노도의 십대들 성향은 펭귄 세계에도 존재하나 싶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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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 노을 사진 ⓒ배한나[/caption]
남극의 여름은 일조시간이 정말 길다. 해가 보통 새벽 2-3시에 떠서 밤 11시가 넘어야 진다고 한다. 처음 몇 주 동안에는 일직 자는 바람에 해가 지는 것을 아예 볼 수가 없었다. 밤늦게까지 해수 여과를 해야 하는 날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 날 저녁 일몰이 유난히 아름다웠다고 한다. 아쉽게도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나중에 숙소 룸메이트인 배한나 학생이 단체 채팅방에 올려 준 노을 사진으로 섭섭함을 달래고 있는데 칠레 대학에서 온 교수님도 나에게 정말 아름다운 일몰 사진을 찍었다고 자랑을 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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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곶 노을 사진 ⓒ김동우[/caption]
남극을 나오기 전에 일몰 사진을 꼭 찍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출남극 후에도 단체 채팅방에는 아직도 세종기지에 남아 연구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학생들이 남극을 잊지 말라는 듯 사진을 올려주고 있다. 사진을 보내준 김동우 학생과는 재미있는 인연이 있다.
지난 4월에 해양학회에서 남극해양보호구역 관련 특별세션을 주최하게 되었는데, 외국에서 초청한 발표자들도 있고 해서 세션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자리가 차서 안도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남극에 와서 카메라에 들어가는 메모리 카드를 무심코 확인하는데 해양학회 청중석 사진 중에 동우 학생이 있었다. 그 때 거기에 와주었다니 그리고 또 남극에서 만나다니 정말 감사한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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