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재구성: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명망있는 두 민주주의 국가가 어떻게 정신 착란자들에게 권력을 빼앗기어, 어이가 없는 정책들을 펼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우 뿌리깊은 이유가 존재한다 – 바로 승자독식의 정치제도 때문이다”  제퍼리D. 삭스,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명예교수, 공공정책 분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이 있는 두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과 미국이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와 보리스 존슨 같은 자들을 국가의 리더로 선출하게 되었을까?

트럼프가 존슨을 ‘영국의 트럼프’라고 부른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것은 비단 비슷한 성격이나 스타일 때문이 아니다. 이는 이들이 권력을 쟁취할 수 있게 한 정치제도의 명백한 결점들을 반영한다.

트럼프와 존슨 모두 아일랜드의 물리학이자 심리학자인 이안 휴즈가 “정신착란” 이라고 이름붙인 질병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는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이며, 인종차별을 유도하고 있으며, 엄청난 탈세사기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캠페인 22개월 동안 관찰에 기반한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고문의 보고서는 트럼프의 정신착란 반복사례를 보여준다.

트럼프는 20명 이상의 여성에 의해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러한 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긴 증거가 있으며, 자신의 변호사에게 선거자금 위반으로 간주되는 입막음용 돈을 불법적으로 지불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가지고 있다.

존슨 또한 비슷한 형태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왔다. 그는 상습적 거짓말쟁이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두 번의 이혼과 총리취임 전날에 집안문제를 일으키는 등 그의 부적절한 사생활이 널리 알려져 있다. 존슨은 거짓말과 평판이 좋지않은 행동 등의 사유로 직장에서 여러 번 해고된 바 있다.

또한 허위로 판명된 주장을 앞세워 2016년 브렉시트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영국 외무장관으로 역임할 당시, 그는 기밀정보를 두 번이나 유출했는데, 하나는 리비아에 대한 프랑스의 정보, 다른 하나는 이란에 대한 영국의 정보였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모든 연령층이 그에 대해 높은 비호감도를 갖고 있으며, 유권자 연령층이 올라감에 따라 지지율 또한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기간은 수 많은 정치적 퍼즐(황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정책은 대체로 지지를 받지 못하며, 대다수 시민들의 여론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그의 가장 중요한 입법승리인 2017년 감세안은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이민법,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사회복지 비용삭감, 오바마 케어의 핵심조항 삭제, 이란핵협정 탈퇴 등에 대한 그의 입장 또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꾸준히 50% 아래를 밑돌고 있으며 현재 그의 지지율은 43% 안팎을 맴도는 반면, 반대율은 53% 정도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인기없는 안건들을 이행시키기 위해 비상권한과 행정명령을 사용한다.

법원이 트럼프의 많은 법령을 뒤집긴 했으나, 사법절차는 더디고 종잡을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은 헌법의 불안정한 제약에서나 상상할 수 있을법한 상황인 1인 통치에 가깝다.

영국 존슨의 상황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2016년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연합(EU)과의 탈퇴 협상을 통해 탈퇴 캠페인의 거짓과 과장이 폭로된 뒤, 여론은 존슨의 안건의 전부였던 브렉시트에서 등을 돌렸다. 여론과 의회의 과반수는 ‘노딜-브렉시트’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존슨은 대안협상에 실패할 경우 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에서 역사가 가장 깊고 명망있는 두 민주주의 국가가 어떻게 정신 착란자들에게 권력을 빼앗기어, 어이가 없는 정책들을 펼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 설명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뿌리깊은 중요한 이유가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와 존슨 둘 다 최근 수 십 년간 소외된 노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무역과 기술, 또는 일부의 관점에서 미국의 시민권, 여성권, 성적권리 운동에 의해 타격을 입은 나이든 백인남성 보수주의자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존슨은 탈산업화로 큰 피해를 본 노년층 유권자들과 세계의 패권을 쥐었던 영국의 전성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향해 호소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와 존슨의 등장은 정치적 제도의 뿌리깊은 실패를 반영한다. 트럼프와 존슨에 반대하는 미국의 민주당과 영국의 노동당은 세계화 정책으로 인해 좌절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후 이들은 보수진영으로 지지를 옮겨갔다. 반면 트럼프와 존슨은 국가의 존재 기반과 충돌하는 정책 즉, 미국의 부자들을 위한 세금감면, 영국의 노딜-브렉시트를 추구한다.

두 국가의 공통적인 정치적 결함은 정치적 대의제의 구조, 특히 ‘단일후보 투표-독식 제도(FPTP, first-past-the-post voting systems)’에 있다.

서유럽의 비례대표제를 통한 정당들의 다양성과는 다르게, 1인 선거구에서 단순 과반수로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미국과 영국 내에서 강제적인 양당체제의 출현을 촉진시켰다.

이후 승자독식 정치로 이어지는 양당제 하에서는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정당이 상대방이 수용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여 상호간의 협상을 통하여 공식화하는 연립정부의 구성이 불가하고 다양한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

미국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트럼프는 공화당이다. 하지만 미국 국민 중 오직 29%만 자신을 공화당이라 생각하며, 27%가 본인을 민주당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38%는 자신을 어느 정당도 대표하지 않는 무소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총 투표수에서 트럼프는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보다 적은 표를 얻었지만, 공화당이 더 많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공화당 의원들의 고의적 행동으로 투표를 어렵게 만들면서 2016년 미국 유권자의 56%만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는 유권자들 중 오직 27%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는 유권자의 3분의 1도 안되는 지지를 받는 정당을 장악하고 있으며, 대부분 강제적인 칙령으로 통치하고 있다.

존슨의 경우 10만 명도 안되는 보수당원들이 그를 총리로 선출함으로써,  31% 뿐인 여론 찬성률(반대율 47%)에도 불구하고 총리로 선출됐다.

정치학자들은 양당제는 결국 ‘중위투표자’를 대변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각 당이 투표의 절반을 획득하기 위하여 정치적 중간지대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자금 조달역량이 최근 수 십 년간 미국정당을 지배해 왔기 때문에 정당과 후보들은 부유한 기부자들의 구미에 맞출 수 있는 보수적 권리에 집중해왔다(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소규모 기부자로부터 거액을 모금함으로써 큰 돈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영국의 두 주요 정당 모두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다수를 전혀 대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정치제도는 한 정당의 누군가가 국민들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선택을 허용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승자독식 정치는 두 명의 위험인물이 대다수 대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한다.

어떠한 정치제도도 여론을 정책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는 없다. 또한 여론은 종종 혼란스럽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위험한 열정에 의해 휘둘릴 때도 있다. 따라서 정치제도의 설계는 영원히 진화를 계속해야 하는 도전적 과제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영 양국의 오래된 승자독식 규칙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존경을 받아온 민주주의 국가들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Jeffrey D. Sachs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명예교수, 공공정책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