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포천 하류 해안에서 기수갈고둥 대량 번식 확인

“2015년도 30여 개체에서 300여 개체 증가한 것으로 확인”

“옹포천 자연 복원 사업 이후 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

“제주도당국의 하천과 해안에 대한 관리 정책 바꿔야”

지난 7월 16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옹포천 하류 해안을 조사한 결과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보호 2급’으로 지정한 기수갈고둥이 대량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옹포천 하류 폭 15미터, 길이 50미터 구간에서 기수갈고둥 성체 300개체와 산란된 수많은 알들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의 의뢰로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이하 제주대학교) 발간한 ‘제주도 해안의 멸종위기동물 현황 조사 및 관리 대책 방안 보고서‘의 평균 30여 마리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제주대학교는 지난 2015년 1년 동안 계절별로 옹포천 하류 해안을 계절별로 네 번 조사하여 개체수 평균을 낸 결과, 계절별 분포는 겨울철 27개체에서부터 여름철 35개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수갈고둥과 산란된 알

그런데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제주대학교가 2015년 전도 해안에 걸쳐 기수갈고둥 분포를 조사한 결과 옹포천 하류 해안을 포함하여 외도동 도근천, 외도동 외도천 하류, 외도동 연대 해안, 하귀 1리 해안, 화순 창고천 하류, 서귀동 연외천(천지연) 하류, 화북동 화북천 하류, 강정 솔목천 하류 총 9곳에서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개체수가 가장 많은 곳은 화북천 하류로서 330개체가 발견되었고 가장 적은 곳은 연대 마이못 8개체였다. 그런데 이번 옹포천 하류 조사에서 300개체가 발견됨으로써 향후 정밀조사를 할 경우 화북천 하류보다 많은 개체수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제주도 최대 기수갈고둥 분포지가 될 수도 있다.


▲기수갈고둥 대량번식이 확인된 옹포 하류 해안

이처럼 기수갈고둥이 극도로 적게 발견되고 있는 이유는 매우 까다로운 서식 조건 때문이다. 담수가 바다와 만나는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이 있는 지역)이어야 하고 파도가 세지 않은 내만형 해안이어야 하며 해역수질기준 Ⅱ~Ⅲ등급 수준으로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분포구간이 넓지 않고 매우 짧은 수계에만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흐르는 하천이 매우 적은 제주도의 경우 보기 드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하천정비, 해안 개발 등 각종 개발과 수질오염 때문에 기수갈고둥이 더욱 희귀해질 수밖에 없다.

기수갈고둥은 유속이 빠르고 잔자갈이 깔려있는 하천의 기수지역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로 국내에서는 전라남도 보성, 고성, 경상남도 마산, 거제 등 남해안 지역과 제주도에서만 일부 발견되고 있다. 기수갈고둥은 일본, 대만 및 중국에서만 보고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종으로 형태나 생태에 관한 연구는 아직까지도 매우 적은 편이다.


▲도내에서 발견된 기수갈고둥 서식지 (출처 : 2016,제주도 해안의 멸종위기동물 현황 조사 및 관리 대책 방안 보고서,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이처럼 숫자가 많이 늘어난 이유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지난 2015년 마무리된 하천복원사업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한 ‘고향의 강’ 선도 사업에 제주시 한림 옹포천이 선정되면서 2011년~2015년까지 생태하천 복원, 수변 공간 조성 사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현장에 가보면 흰뺨검둥오리,황로,백로,갈매기,왜가리 등 수많은 새들이 이곳을 기점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조사결과, 기수갈고둥만이 아니라 제주도에는 드물게 도래하는 희귀한 구렛나루제비갈매기를 발견하였고 꼬마물떼새가 번식하는 둥지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이번 기수갈고둥 대량 번식 발견을 통해 앞으로 제주도의 하천 보전과 해안보전 정책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건천인 제주하천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외지역의 강 하천정비 공법을 그대로 제주하천에 적용하는 하천정비로 인해 도내의 수많은 하천들의 원형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또한 해안도로 개발, 대형 관광시설 개발, 무분별한 양식장 허가 등으로 인해 해안의 원형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옹포천 하류도 그러한 전철을 밟았었으나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다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기수갈고둥은 까다로운 서식조건과 매우 짧은 수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여 작은 환경 변화에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보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제주도당국은 옹포천 하류 해안에 대한 제주도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법적 보호 장치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기수갈고둥이 분포하는 제주도내 9곳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제주도의 전반적인 하천 관리 및 해안 관리를 토목건설 위주의 관점이 아닌 생태․환경 중심의 관점으로 옮기고 보전관리와 복원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중점사업으로 연안 보전운동을 펼치고 있고 연안습지 조사팀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연안습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2019.7.18.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김민선․문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