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습지에 27홀의 골프장이 들어섭니다. 서울의 민간 골프장으로는 첫 번째입니다. 김포공항습지는 김포공항 담장 너머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김포공항의 소음 등으로 인한 완충지로 조성한 곳이 시간이 갈수록 멋진 습지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정부는 이곳을 골프장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김포공항습지에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란 걸 뒤늦게 알고, 서울 강서구와 부천의 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골프장 반대운동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절차가 진행되어, 역부족이었습니다.
절차의 거의 마지막 단계인 「김포공항 대중골프장 및 주민체육시설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 “습지 및 법정보호종이 지속적으로 보전될 수 있도록 전문가, 이해집단 등과 공동협의체 구성 등 관리대책 수립 및 모니터링 시행방안 강구”라는 문구가 기록됩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12월 5일 ‘김포공항 습지 및 법정보호종 보전을 위한 협의체’를 발족하고,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수시로 열어 습지 보전과 법정보호종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협의체지 참으로 지난한 과정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4월 5일 골프장 공사가 한창인 김포공항습지를 찾았습니다. 거의 대부분 붉은 흙을 드러낸 모습은 환경운동가로선 당혹스런 풍경입니다. 일부 습지가 보전된다고 하지만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한 평의 습지를 더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합니다. 지금까지 습지보전운동을 펼쳐온 동안 서울환경운동연합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회원님들과 시민들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골프장 예정지에 한 그루씩 나무를 심었습니다. 벗겨진 습지는 조만간 잔디로 덮일 예정입니다. 누군가는 깨끗하게 펼쳐진 잔디위에서 공을 치며 인공으로 조성된 자연을 즐길 것입니다. 김포공항 담장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습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우리는 그 자리에 더 멋진 자연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하고 증언할 것입니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생명들과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