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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자루 수컷>

 

 

가을의 끝자락에 다와 갑니다.

서리가 내린 무심천의 풀들은 본연의 색을 들어내고 바닥에 납작 붙어 겨울을 보내는 달맞이꽃에 잎은 점점 더 붉어져 갑니다.

무심천에는 반가운 철새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멀리서 들리는 오리 소리가 정겨워져 갑니다.

무심천 담수어 조사는 11월에 마쳤습니다.

무심천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물고기는 누구일까요? 물속에 가득 반짝이며 집단으로 다니는 피라미가 30%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다음으로 16%를 차지하는 납자루가 2위를 기록했습니다.

피라미는 익숙한 물고기이기에 이번에는 2위를 거둔 납자루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납자루는 이름에서 보이듯 ‘납작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몸은 긴 타원형인데 옆으로 납작해서 쉽게 생선가스처럼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납줄이, 납때기 등으로 불렸으니 전에도 납작한 모양으로 이름을 붙여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흥행 참패로 흑역사를 남기긴 했지만 납자루떼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납자루는 비슷한 형태로 생긴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과 함께 납자루아과로 분류되는데 그 형태가 흡사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심천에서 사는 납자루아과는 납자루, 납지리, 큰납지리, 가시납지리, 떡납줄갱이가 있습니다.

모두 납작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 그래도 납자루가 제일 유속이 빠른 곳에 살 수 있는 몸을 갖고 있습니다.

납자루는 5월쯤 산란기가 되면 상당히 아름다운 물고기로 변합니다.

암컷은 담청색에 담담한 모습인데 수컷은 붉은색이 돌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 짙은 분홍빛색을 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둥이 부분도 붉어지며 딱딱한 돌기 형태가 생겨납니다.

짙은 분홍빛을 띠는 혼인색은 수컷의 건강을 과시하며 유혹하는 형태로 색이 짙고 깨끗해야 병이 없고 건강한 물고기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정우성이나 박보검 같은 외모를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주둥이가 딱딱해지는 것은 다른 물고기도 유사한데 산란 시 다른 수컷들을 쫓기 위한 박치기용으로 갑옷을 입는 것입니다.

암컷은 이 시기에 항문 근처에서 산란관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긴 산란관은 투명의 호스 형태인데 노란색의 작은 알들이 이 산란관을 타고 하나씩 나옵니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산란관이 긴 형태를 띠는 것은 바로 납자루아과들의 특이한 산란 습성 때문입니다.

납자루아과는 모두 살아있는 조개 몸속에 산란을 합니다.

보통 말조개, 작은말조개, 대칭이, 재첩 등에 산란을 합니다.

신기한 것은 각 납자루아과의 물고기가 알을 낳기에 선택한 조개들이 조금씩 다른 종류를 선호합니다.

이것은 다른 종류의 물고기과 경쟁을 피하고 안정된 산란을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생태적인 규칙이 유전을 타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조개라 할지라도 납지리들은 산란시기를 여름으로 늦춰서 서로 겹치는 것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납자루들은 산란 시기가 되면 말조개 근처에 모입니다.

말조개는 물을 들이 마셔서 호흡을 하는데 호흡시에 조개의 입구가 살짝 열리고 물을 들어오는 흡수공과 물이 나오는 출수공이 보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납자루 암컷은 재빨리 산란관을 출수공 넣어 알을 낳습니다.

물을 마시는 흡수공이 쉽게 산란을 할 수 있지만 자칫 조개가 알을 먹이로 인식해 소화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출수공에 산란을 합니다.

출수공은 물이 나오는 곳이기에 신선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며, 알에서 깨어나면 조개의 몸 밖으로 나오기 훨씬 수월합니다.

조개에 산란하는 납자루아과들은 알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알의 숫자가 적은 편입니다.

민물조개도 이 시기에 산란을 하는데 작은 패각의 새끼를 납자루의 몸에 붙여 멀리 이동하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작은 생명들도 생태에 벗어나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꼭 우리 주위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흡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태를 망치게 하는 여러 인위적 교란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 욕심들에 가득 차 힘을 갖은 사람들이 벌리는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이 생겨서 혼란스럽지만, 무심천이 무심(無心)한 것은 많은 생명들이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쯤 욕심 많은 사람들이 무심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