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좌담 여덟 번째 이야기]
그해 겨울은 나눔으로 따듯했네
‘나눔’의 파장은 온기를 품고 있지요. 11월 21일(월), 조합원들 모여 뜨끈한 국에 밥 먹으며 나눈 이야기 한 자락입니다. 정리 손문정 기획홍보팀
ㅣ함께한 사람들
신광숙 산들마을 l 최지영 별빛마을 l 김정국 매장사업팀
신광숙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장난감도서관 등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 구연을 하고 있어요. 아이 낳고 오랜 기간 집에만 있다 보니 약간 우울해지던 중에 시작한 재능나눔이지요. 함께하는 엄마들과 배우면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사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한살림이에요. 돌쟁이 아기 안고 마을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다들 어찌나 따듯하게 맞아주시는지.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알려주시고, 공감해주셨죠. 그렇게 한살림 조합원들의 따듯한 마음을 받고는 나도 받았으니 다른 곳에 나누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한살림 안에는 이런 나눔들이 잘 자리 잡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지영 지금은 직장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저도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는 나눔에 참여했었는데, 방학되면 아이들 캠프 프로그램 짜느라 골머리를 앓았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내가 이런 걸 하겠나 싶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재밌게 활동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 느낌도 좋았고요. 육아를 하다보면 더러는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잖아요. 내 이름 걸고 하는 나눔활동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죠. 나눔은 일방적인 게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을 통해 저 또한 많은 것을 얻게 되니까요.
김정국 사실 제겐 나눔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해요. 그나마 떠올릴 때가 이맘때쯤인 것 같아요. 연말이 되고 길거리에 모금함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할 때, 그렇게 눈에 보여야 돈을 넣는 정도로 밖에 접근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학생 때는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을 꾸준히 찾아뵙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질 않았죠. 그러다 뒤늦게 부고를 전해 듣고는 많이 반성했었어요. 여유가 되어야만 하는 나눔이 진정한 나눔일까 하는 의문도 드네요.
신광숙 저도 예전에는 나눔은 돈이나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마음이 넉넉한 것인 것 같아요. 나에게 작은 나눔의 기회가 오고, 그걸 시작으로 함께하다보면 나중에는 내 삶속에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것 같아요. 밥을 먹듯이 일상에서 녹여내는 거죠. 저는 이제 약속을 잡을 때도 애초에 동화 구연 일정을 피해서 잡게 되더라고요.
김정국 한살림에 있다 보면 다양한 나눔의 기회를 많이 접하게 되죠. 네팔 지진피해 복구나 정의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부터 생산지 화재 복구를 위한 모금, 토박이씨앗살림기금 모금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쌀나눔 캠페인도 그렇고요. 그런데 아주 가끔, 이런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는 조합원님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조합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좋은 취지 그대로 다가갈지, 실무자와 활동가들 모두 늘 고민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신광숙 참여여부는 조합원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면 되겠지요. 강제적인 것이 아니니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장 매일 보지 않잖아요. 매장 일주일에 한두 번 들르게 되는데 저만해도 소식지를 찾아보니까 정보를 접하지, 그렇지 않은 조합원의 경우에는 참여할 수 있는 정보 자체를 접하기 어려울 거예요. 매장에 있는 수많은 홍보물들을 일일이 보기도 어렵고요. 쉽진 않더라도 매장에서 활동가, 실무자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말 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문자 메시지 같은 것들도 활용해주시고요. 그렇게 입소문내서 좀 더 많은 조합원님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눔도 결국 소통 아닐까요?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지영 지부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나눔장터가 좋은 예인 것 같아요. 덕양매장 앞에 쓰지 않는 물건을 넣는 나눔박스가 늘 마련되어 있으니까 조합원들이 그걸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쓰지 않는 물건이 생겼을 때 집에서 간단히 처리하지 않고 구태여 매장 올 때 물건을 가져오시는 거죠. 나눔의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얼마 전 인상적인 나눔활동을 접했는데, 365명의 손글씨로 1년 365일을 써 달력을 완성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모든 것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노숙인들에게 하루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고, 달력의 수익금으로 그들의 자활을 돕는 것이죠. 노숙인부터 유명배우와 가수, 평범한 이웃들이 참여했는데, 이 프로젝트가 더 와 닿았던 건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 저마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이었어요. 그야말로 소통을 통한 나눔인 셈이지요?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다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제는 노숙인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노숙인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신광숙 나눔은 그렇게 고리를 물며 퍼져나가는 것 같아요.
김정국 얼마 전 괴산에 있는 생산지에 갔었는데 생산자님께서 메추리알을 어마어마하게 나눠주셨어요.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레시피를 검색해 메추리알 장조림을 처음으로 만들어봤는데 맛이 괜찮더라고요. 친구와 나눴는데도 남기에 제가 살고 있는 건물 사람들에게 돌렸어요. 다섯 가구 정도가 있는데 죄다 남자들이에요. 평소 살가울 리 없고 가끔 주차문제로 나누는 단답식 대화가 전부죠. 메추리알 장조림을 들고 문을 두드리니 처음에는 또 차 빼달라고 하는 줄 알았는지 다들 뚱한 표정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일을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민망하게 메추리알 장조림을 나누고 난 후부터 아주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복도에서 마주치면 어색하지만 가볍게 인사도 하게 되고, 차 빼달라는 말도 ‘나가야되니까 차 좀 빼세요’에서 ‘죄송한데 이따 어디를 좀 가야하니 차 좀 빼주시겠어요?’ 이런 식이 되었으니까요. 그저 메추리알이 많아서 나눴을 뿐인데 의도치 않게 제가 사는 건물 전체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네요.
신광숙 괴산 생산자님의 나눔이 고리가 된 셈이네요. 하하.
조합원님과 따듯한 밥 한 끼 먹고 싶은 마음 담은 [밥상좌담]은 매달 열립니다. 공통분모를 가진 조합원님들을 초대해 한살림 물품으로 차린 밥을 함께 나눠 먹지요. 자세한 내용은 한실림고양파주 홈페이지, SNS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문의 기획홍보팀 070-8662-0510 l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