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이준식)가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국교직원노조(이하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해 직권면직(해고) 처분할 것을 교육청에 요구한 시한(20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교조 출신 진보 교육감들도 예외없이 징계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전교조 교사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17일 전교조와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노조 전임자는 35명이다.
지난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전교조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다음날 각 시도 교육청에 △노조전임자에 대한 휴직허가 취소 및 복직명령 △전교조 지원 사무실 퇴거 조치 및 사무실 지원금 회수 △단체교섭 중지 및 기존 체결 단협 효력상실 통보 △단협에 따라 위촉된 각종 위원회 전교조 위원 해촉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인천, 세종, 제주 지역은 노조 전임자가 모두 복귀했으나 나머지 14개 지역은 적게는 1명, 많게는 9명의 노조 전임자가 복귀하지 않았다. 14개 지역 중 보수 교육감이 있는 대구, 대전, 울산, 경북에서는 지난 4월 5명의 교사가 직권 면직됐고, 진보 교육감이 있는 서울에서도 사립 교원이 4월에 직권 면직됐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 현안에 대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동의 목소리를 냈던 진보 교육감들도 이번 전교조 노조 전임자 직권면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공동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강원도 모처에서 모임을 가진 진보 교육감 정책 보좌관들은 19일 경 3차 징계위원회를 열고 24일께 인사위원회를 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감은 교원징계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고 그 의견을 받아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각 교육청 사정에 따라 날짜는 다르지만 늦어도 5월 중에는 진보 교육감들이 있는 교육청들도 직권면직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6명의 교사가 직권면직된 데 이어 29명의 교사가 추가로 직권면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원과 충북, 충남, 경남, 광주의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이어서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전교조 교사를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전교조 미복직 노조전임자 직권면직 관련 진행 상황
교육감 성향 | 미복직 인원 | 현재까지 조치(5.17기준) | 교육청 입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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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진보 | 9 | 사립 교원 1명 직권면직, 5.17 3차 징계위에서 직권면직 의결 | 답변 없음 |
부산 | 진보 | 2 | 5.17 3차 징계위 개최 예정 | 5.17 징계위 개최 외에 정해진 입장 없음 |
대구 | 보수 | 1 | 공립 교원 1명 직권면직 | 직권면직 완료 |
광주 | 진보 | 1 | 5.16 3차 징계위 정족수 미달로 무산. 징계위 연기 | 교육감, 10일 이준식 장관 면담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미뤄달라” 의견 전달 |
대전 | 보수 | 1 | 공립 교원 1명 직권면직 | 직권면직 완료 |
울산 | 보수 | 1 | 공립 교원 1명 직권면직 | 직권면직 완료 |
경기 | 진보 | 4 | 5.16 3차 징계위에서 직권면직 의결, 조만간 인사위 예정 |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보려 했으나 교육장 징계 가능성 있어 조치 취할 수밖에 없음 |
강원 | 진보 | 2 | 3차 징계위, 인사위 날짜 미정, 5월 중 절차 마무리 예정 | 법외노조화는 정권의 정치 탄압, 그러나 현행 법률상 직권면직 피하기 어려움 |
충북 | 진보 | 2 | 5.19 3차 징계위 예정, 인사위 날짜 정해지지 않음 | 직권면직 여부에 대해 협의 중 |
충남 | 진보 | 2 | 5.10 3차 징계위에서 직권면직 의결, 5.24 인사위 예정 | 기본적인 문제 의식 갖고 있으나 전국적 공조를 맞춰 진행하고 있음 |
전북 | 진보 | 3 | 5.19 3차 징계위 개최 예정 | 교육부 의사 존중하면서 교사 신분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함, 최선의 선택 고민중 |
전남 | 진보 | 3 | 5.19 3차 징계위 개최 예정 | 인사위 날짜는 정하지 못함.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움 |
경북 | 보수 | 2 | 공립 교원 1명, 사립 교원 1명 직권면직 | 직권면직 완료 |
경남 | 진보 | 2 | 5.17 오전 3차 징계위 개최 예정이었으나 농성 대치 중 | 교육부 요구대로 징계 절차 처리 중 |
합계 | 35 |
▶ 13명의 진보 교육감 가운데 8명(강원, 충북, 세종, 충남, 경남, 제주, 인천, 광주)은 전교조 지부장 또는 지회장 출신이다.
▶▶ 인천, 세종, 제주는 노조 전임자 모두 복귀해 해당 사항 없음.
진보 교육감 “교육감직 걸면서까지 직권면직 안 하긴 어려워”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입장을 선회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주까지 다각도로 대법원 판결까지 유예를 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어렵게 됐다”며 “교육부가 우리(교육감)를 고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교육 지원청의 교육장이 어려움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5월 2일 황홍규 광주시 부교육감은 교육부 인사 담당자로부터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3개월간 연수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런 연수 통보에 대해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 시국선언 교사 징계, 전교조 법외노조화 후속 조치 등이 미비한 것에 대해 선출직이 아닌 부교육감에게 문책성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시 교육청은 장휘국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장휘국 교육감은 지난 10일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세종정부청사에서 면담을 갖고 전교조 노조 전임자 직권면직 처리에 대해 “대법원 판결까지 미뤄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13일 서울정부청사에 부교육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직권면직 처리를 시한 내에 할 것을 요구했다. 5월 20일까지 교육감들이 직권면직 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는 직무유기 혐의로 교육감들을 고발하고 교육지원청 교육장 징계, 교육청 인사 감사, 직권면직 행정 대집행 등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평소 교육부와 각종 현안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도 교육감직을 걸면서까지 직권면직을 안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육감은 “교사들의 신분이 현행 법률상 국가공무원이어서 교육부가 내세우는 일정한 지침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며 “이것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교사의 신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다만 “교육부가 군사작전을 하듯이 우리가 하라는 대로 따르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교육부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해직자 발생이 예고된 서울의 경우 조희연 교육감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 가운데 이번 직권면직 문제에 대해 어떠한 확인도 해주지 않은 교육청은 서울시 교육청이 유일하다.
전교조는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대법원에 상고하고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4개월째 법원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법외노조라 하더라도 노조의 주체성, 목적성, 자주성, 단체성을 가지고 있는 한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은 보장된다”며 “교육부의 시도교육청에 대한 압박은 지방 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교육감의 기본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