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새벽을 걷는 사람들 

                                                                                                                   신방 83 이정우


새벽은 한없이 고요한듯하나, 실상은 하루 중 가장 분주하다. 새벽에는 천지간이 동요한다. 하늘의 색은 암흑에서 푸름으로 다시 붉음에서 밝음으로 쉼 없이 변화한다. 하늘의 변화에 맞춰 땅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사이에 머무는 바람도 불다가 멈추고, 이쪽에서였다가 순간 저쪽에서 밀려오기도 한다. 요동하는 변화를 맞아 천지간의 생물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 변화무쌍한 새벽에 손을 맞잡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한반도의 변방, 전라도에서도 남쪽 끝의 순천만을 끼고 매주 새벽을 걷는다. 2014년 여름부터 시작된 새벽 걷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름에는 4시 30분, 겨울철엔 5시에 만난다. 적게는 2명이, 많게는 10명 정도가 순천만이나 이를 싸고 있는 여자만을 걷고, 가끔 근처의 낮은 산을 오르기도 한다. 오르내림은 있으나 10km 내외를 2시간 정도에 걷는다.

이들은 전국에서 최초의 협동조합방식의 종이신문인 [순천광장신문]을 내는 순천언론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다. 대학생, 주부, 교사, 목사, 노동자, 의사, 기자 등 직업도 다양하고 걷는 속도도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와 갯벌, 섬과 산, 안개와 나무, 해와 달, 들꽃과 철새를 같이 본다. 그리고 자연과 하나임을, 자연의 지극히 작은 일부임을 같이 느낀다. 명암이 교차하는 새벽을 같이 맞이하면서 느슨한 마음의 끈을 엮는다. 한 길을 함께 걷는 도반이 되어 자신의 일상을 서로에게 건넨다. 새벽을 같이하며 나누는 마음의 나눔은 흔치 않는 삶의 기쁨이다.

‘순천만 새벽을 걷는 사람들’은 미리 행선지를 정하지 않는다. 그냥 새벽에 모여 가고자 하는 곳으로 먼저 말한 사람을 쫓아간다. 가다가도 ‘그곳 아닌 저곳’에 가자 때 쓰면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걷는 곳이 모두 갈 길인데, 못 걸을 길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와라 말라하지 않는다. 오면 반갑지만, 오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에 조합원들에게 공지 한 번 하는 것으로 끝이다. 오는 사람은 반갑게 맞이하고, 오지 못한 사람은 다음에 오겠거니 여긴다. 이런 두 가지의 원칙으로 지금까지 새벽길을 걷고 있다. 토요일 새벽에 그곳에 가면 같이 걸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새벽길을 이어준다.

<순천만 장산마을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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