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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문득 옛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그러려니 지나쳤는데, 한참이 지나서
뜬금없이 되살아날 때가. 작년 말 내 머릿속엔 난데없이 칼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땅콩회항으로 한창 세간의 관심을 끌던 칼기가
아니라, 1987 1129, 이라크를 출발해 한국으로 오다가, 북한
공작원이 설치한 폭탄으로 버마 앞바다 어디에서 추락하며 115명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던 그 칼858기 말이다. 그리고 다음은 곧 죽어도 이
해할 수 없는 사진 한
장이다
.


박철언회고록01-050810-291.jpg


이 사진은 사진 속
왼쪽에서 4번째 남자, 박철언이 회고록에 당당히수록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박철언은 이 사진을 안기부(지금 국정원) 특보실에서, 1988 2 5
촬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객기
폭파 테러범을 어예쁜 사복차림으로 가운데 세우고, 사건이 불과 37
지난 시점에서, 당시 수사당국의 책임자이자 당시 전두환 정권의 실세였던 박철언
(당시 5공에서 대통령 비서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고, 김영삼이 3당야합으로 껴들지만 않았어도 노태우 후계자로 꼽히던 인물)과 강재섭(군인 출신 검사로 5공 실세였고, 이후
승승장구해서 2006년부터 2년간 박근혜 후임으로 한나라당
대표까지 한 한나라당 5선 의원)
, 북한 폭파테러범의 좌청룡 우백호인 냥 뿌듯하게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런 설명이 없다면, 이 사진은 그저 어느 직장 동료들이, 무척 기쁜 날 함께 남긴 기념사진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특히 박철언 얼굴에 가득한 저 웃음은 너무나도 노골적이다. 책상만 탁 쳐도 사람이 하고
죽는다고 스스로 자랑하던 안기부 아닌가? 빨갱이라면 치를 떨어, 왠지
붉어 보인다 싶은 사람은 무조건 잡아다가 고문하고, 죽이고, 감옥에
쳐넣던 반공투사들이 도대체 어떤 정신 상태면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더구나 범인이라고
잡혀온 저 여자는 사진에서처럼 안기부에서 편안히 조사(?)받다가, 검찰로
넘어가서는 불구속조사받았다. 115명을 죽인 폭파테러범을 불구속 기소라니! 이 핵폭탄보다 무시무시한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한 박철언이란 강심장이 쓴 회고록 제목이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이다. 한편에선 이 분도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데,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렇다고 행여나 책 사볼 생각은 말자. 돈이 썩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정 시간이 남아 도서관에서
빌려본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게다가 칼858기 폭파테러범
용의자(당시에는 재판이나 제대로 된 조사 이전인 사건 초기부터 범인으로 이미 확정한 상황이었다)13대 대통령 선거 전날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다음날 선거에서 노태우가 당선되었다는 기막힌 타이밍도 매우 찜찜하다.  

 

어쨌건, 이건 알겠다.

위 기념사진 속 4명의 남자
모두, 폭파테러범이라는 저 여자를 절대로 싫어하지 않았다는 걸.

이 죽음이 예정된
비행기에는 대부분 중동에서 일하다 돌아오는 노동자들이 타고 있었고
, 테러범인 김현희가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하고 내렸다는 중간 경유지 아부다비 공항에서 함께 내린 사람들의 진짜 명단은 아직도 대한항공이 밝히지 않고 있다
. 이에 대해 일본 주간신조
서울로 오기로 된 한국 외무부
공무원 11명이 아부다비에서 내렸다
고 사건 19일 뒤에 보도하기도 했으며, 이에 관한 한국 내 증언도 있다. 거기다 정부가 보낸 수색대는 아래와 같이 놀았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림이다
.  


그리고 또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눈 뜬 이들은 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지금 한국땅이 워낙 눈먼자들의 도시라…)

 

* 사건 당일 해군함에 해경 고무보트가 휩쓸릴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

*
사건 당일 해군 제3함대 링스헬기 10 1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해경으로부터 역시 서방 2마일, 3키로 밖에서
체공하라는 대기 명령을 받았다.

*
해군 한문식함과 함정들은 이미 배가 70~80도 기울어져 있었고, 해경 등이 물에 뛰어든 승객을 대부분 구조한 상태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탐색만 했다. (10 42분 해경이 일반송신선으로
해군 한문식함에게 해군함은 200야드(183m) 밖에서 해상탐색, 지원만 하라고 지시했고, 해군은 따랐음.
사건 당일 해군은 또한 구조함 3, 청해진함, 평택함, 다도해함을
보냈으나, 해경에 의해 침몰지점에서 떨어져 배치받았다)

* 사건 당일 공군 항공구조대원은 이미 구조요원이 많아(?) 구조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물자공수의
임무를 맡았다.

* 사건 초기 육군 31사단 연안경비정 4척이 진도항에서 사고지점으로 가던 중 귀환 명령받고 돌아갔다.

* 사건 초기 119구조대도 출동하려 했으나 투입되지 못했다. 

* 해작사에서 요청해 미 해군 등에서 헬기 2대를 출동시켰으나 역시 구조작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 선박의 조난사고가 났을 때 군의 지원을 신속하게 하도록 탐색구조본부를 설치하게 되어 있다. ‘합참예규에 명시된 탐색구조부대는 항작사 헬기 4, 공작사 헬기 4, 수송기 4, 해작사 헬기 2, 고속정 14, 중대형함 3, SSU 2개팀, 특전사 6개여단, 여단경찰대 등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듯이 가동가능한 이 어마어마한 장비와 인력은 사건 당일 침몰지점에서 떨어져 대기만 했다. (
4 23일 해군이 새정치에 보낸 보고서에 보면 사고 당일 SSU 2
조가 투입되어 가이드라인 설치에는 성공했으나, 해경에서 민간업체 언딘 우선잠수를 위한다며 통제해 이후
활동 못 함)

* [2014.5.20/ 국회 본회의장/ 세월호 참사관련 긴급현안 질의: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해군과 해경의 갈등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이 대한민국의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최첨단의 장비와 인력을 자랑해왔습니다. 해군은 2012 12월에
북한 은하3호 로켓이 바다에 떨여졌을 때, 88m까지 들어가서
비행체 조각을 찾아옵니다. 청해진함은 157m까지 들어가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구조에는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에 우리에게도 구조함이 필요하다 해서1,600억 원을 들여서 통영함을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일 해군참모총장은 오전 10시와 11, 2차례에
걸쳐 공문으로 통영함 출동 대기명령을 내리고, 해군참모총장 + 방위사업청장
+ 대우조선해양, 3자 각서까지 쓰고, 진도군 좌초선박 세월호를 위해 대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함정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한국 최고의 함정 전문가인 해군참모총장의 명령이 3시간만에 번복되었습니다, 누가 그럴 수 있습니까? 그 장비의 문제도 감사를 받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해군에서는 배가 뜰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통영함은 진도바다에 뜨지 못했습니다

* 이런 꼴을 보다 못한 이종인
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자비 1 5천을 들여 다이빙벨을
가져갔지만, 해경이 투입을 막아 돌아갔다가, 가족들의 분노에
해경에서 다시 오라고 해놓고서는 온갖 방해를 하고 구조실패를 이종인 씨 측에 뒤집어 씌우다가, 나중에
어느 대학교에서 빌려서 투입하는 둥 생쇼를 한다. 뿐이랴. 해군에는
PTC라는 다이빙벨보다 훨씬 더 진화된 장비도 있다. 그런데
조류가 강해서라는 말같잖은 변명이고, 투입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위의 듣고 싶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 내용은 음모론이 아니다. 국방부가 세월호
국조특위 서면 답변서(6.30)로 제출한 내용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질의에서 나온
내용 등을 간추린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무능하다, 정부 각 기관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불감증이다한탄했다. 그런데 그런 한탄들이 내게는 그닥 와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능함을 연기하는 데는 도가 튼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것처럼
보였으니까. 무능하려면 겁이 나서 벌벌 떨면서 오줌이나 싸고 앉았어야지. 이들에게는 온갖 날고 기는 기술이 다 있다 

모르쇠술(정홍원 총리가 대표주자), 책임회피 분신술(사건 당일 10개나 난립한 대책본부를 보자. 거기에 해군만 없다), 미꾸라지술(세월호
내부 인테리어며, 직원 휴가계획까지 꼼꼼히 따지던 국정원은 관련 없단다), 열통 터뜨리기술(새누리당을 비롯한 많은 위인들이 망언망동으로 인간계
상식을 무너뜨리며 민심을 혼란시켰다), 뻐꾸기술(정권의 기레기
장악으로 사건 초기에는 구조를 지연시켰고, 이후에는 세월호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파렴치한 뻐꾸기짓을
했다), 사실오염술(세월호 관련 정보는 넘쳐나지만 구린내
나는 것 투성이다)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1.jpg


혹시라도 통영함 고장/비리설에 그런가 보다하지
말자. 우리나라 어느 군함이, 어느 장비가 로비 스캔들에
안 걸린 것이 있으며, 100% 고장 하나 없이 쌩쌩 돌아갈까? 출동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겼지만, 국회에서 김광진 의원이 호되게 따져묻자 국방부 측에서 출동은 가능했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배(통영함)가 아무리 좋다 나쁘다 한들, 배는 사람 못 구한다. 배가 암만 후지다 해도, 거기에 탄 해군 정예요원은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강이다. 하다 못해 망치와 로프가 부족해서 애들이 수장되는 것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봤다. 그리고 해경은 그런 통영함보다 더 좋은 배와 장비와 인력이 있어서 해군을 통제했는가? 통영함을 제외한 해군의 한문식함이나 청해진함 등이 사건현장에 출동했지만, 해경이
방해되니까 떨어져 있으라 해서 대기만 했다.

 

도대체 왜 저랬을까?

왜 해경 경비정은
아직 52.9도만 기울어진 세월호에 도착해서 세월호를 버릴 때까지 40
넘게 탈출방송 한 번 하지 않았을까
, 그때 해경이 탈출방송만 했어도10여분 안에 자력으로 대부분의 승객이 탈출할 수 있었다는 조사도 이미 나왔다. 저럴 줄
알았다면, 해경은 아예 가지 말았어야 한다. 차라리 가지나
말았으면, 나머지 아이와 승객들도 해경이 구해줄 거라고 속는 일 없이 민간어선에 타거나, 한 명이라도 더 바다에 뛰어내리지 않았을까? 왜 해군 함선과 링스
헬기와 그곳에 타고 있는 UDT, SSU 해군 정예요원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만 해야 했을까, 왜 도와준다는 미군 헬기를 돌려 보냈을까, 왜 아직 물 위에 떠있는
함수를 고정하려고도 안 했을까? ? !

 


도대체 어떻게 무능해야, 우리나라 육군, 해군, 공군을
한 번에 무력화시키고, 그도 부족해 수중구조라면 이가 갈리게 많이 한다는 119까지 돌려보내고, 밥값은 가끔 해야 하니까 우방인
미군까지 답답해서 담배 피게 만들 수 있는 걸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건지, 도대체 얼마 만큼의 힘이 있어야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건지죽어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건 알겠다.

죽어도 대통령은 아니라는,

그 망할 책임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는 걸.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살려야 할 책임을 가진 정부기관이

저렇게 때려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을 때, 정부는 중대본에서 뭐 했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선원에게만 물어야 하나?

그나마 미치기 싫어서
미필적 고의라는 단서는 붙여둔다.

 

그러니 앞으로도 우리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저 죽음의 리스트에
ㅌㅌ(everyone
else)
가 쓰여질 때까지, 이제는 지쳤으니까, 싸워봤자 안 되니까,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며, 가만히 있을 것인가?

 

세월호 유가족 엄마아빠들은
그래도 우리는 아이 시신이라도 찾았지만, 실종자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이 시신 찾은 것이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바보처럼 울었다.

858기에서 남편과 아버지, 아들을 잃은 가족들은 27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
되지 못했다. 그들은 유해 하나, 유품 하나 찾지 못했으며, 당시 전두환 정권은 어떤 소득도 없이 무리하게 수사를 종결했고, 사건 1달만에 실종자 115명을 일괄 사망처리하는 인권유린을 자인했다. 

 

858기 가족회(http://cafe.daum.net/kal858notice)에서 현재 정부와 대한항공에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김현희를 포함한 사건 주요 관련인물(위 사진 속 5)과 우리
가족회가 한자리에서 대국민토론회를 하게 해달라. 대한항공은 폭파가 일어나기 전 내렸다는 11명 탑승자의 정확한 명단과 신상을 공개하고, 보험사에 청구했다는
내용 또한 공개하라

 

세월호416가족협의회(http://416family.org/)는 현재 정부에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를 온전히(글쓴이 첨언 절단 따위 하면 너희를 절딴내마”) 완전인양해 실종자를 찾고,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라

이를 위해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은 2 14일까지 진도
팽목항을 향해 도보행진을 하고 있으며, 참가하지 못하는 서울시민은 매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모여 인근 거리를 1시간여 함께 걸으며 대국민
홍보를 하는 달빛행진을 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만들어졌다고
하나,

가장 중요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망언망발을 일삼는 여당에게 꼼짝 못하고
쥐어준 형국이다.
세월호는 그냥 운 나쁘게 침몰한 여객선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살려달라는 애원을 외면하고 죽게 버려둔 295명의 사망자와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해 검은 바닷속에 갇혀 있는 9명의
실종자, 그리고 그와 함께 살고 싶은 의지를 빼앗긴 수많은 가족, 친지, 친구가 아직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려달라고 낸 마지막 숙제이자, 다음 죽음의 리스트에 내가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마지막 데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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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기 위해, 김광진 의원실과 칼858기 시민대책위 신성국 신부님, 민진미디어 신상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한 김광진
의원실은 늘 빠른 답변으로 감동을 주었으며, 자료까지 챙겨보내주었다.
신상철 대표와 신성국 신부님은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긴 통화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번
글에 많은 부분을 담지 못해서 죄송하고, 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참고도서로는 [전두환과 헤로데](신성국, 김정대
지음),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쓰였다. 앞의 책은 2013
가을에 다시 집필된 것으로 그림과 사진이 풍부해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뒤의 책은 여타의 어느 자료들보다 매우 정확하게 짚어져 있는 세월호 기록이다.
또한, 유투브에서 주권방송 외 많은 동영상을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