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환기술작업장 졸업의 자리에 초대합니다.
하자작업장학교 시즌2 만들기팀에 있었던 저희들, 무브와 쇼와 동녘이 드리는 초대장입니다.
저희는 함께 했던 동기들과 고등과정을 졸업한 뒤에도 학교에 남아서 페스테자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페스테자로서의 음악활동은 처음 정선의 폐광촌의 마을프로젝트에서 시작되어
상주보 아래 무너져내린 4대강 물줄기에서 아름다운 내성천 자락까지 따라가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페스테자라는 이름을 지으며 '인재지변의 시대에 사람들의 슬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런 음악을 하겠다고 했지만,
저희들은 무엇보다 산과 강과 들이 어지럽게 훼손되는 것을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후쿠시마 핵사고는 저희 페스테자를 서울의 도시 한복판으로 나가게 했고요.
그 다음 밀양으로 갔을 때 비로소 세상에는 마주 잡고 싶은 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때 즈음엔 철학자이고 음악가인 마사키 다카시 농부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리 세 사람의 화두였답니다.
아소산 깊은 곳에 사시는 마사키 농부님이 후쿠시마 발전소에 들러 바다를 염려하며 기도를 드렸던 것,
혹한의 동절기면 깊은 산에 들어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돌보며 숲과 산을 지키는 일로 감명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정작 마사키 농부님에게는, 일본과 한국의 길을 따라 용서와 화해의 순례를 하며 평화헌법을 지키는 일과
나무를 돌보는 것과 농사 짓는 일과 함께 모여 노래하는 일이 모두 한 가지라고 하셨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이 말씀들이 모두 그저 아름다운 말들이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며
아끼고 지키며 함께 살아가야할 과거와 미래의 생명의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되새기는 말인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게 청년작업장을 시작하며 함께 마음과 손을 보탤 친구들을 찾는 일을 해왔습니다.
친구들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함께 집을 짓고 텃밭을 시작하고 이웃과 손을 잡으며 마을을 돌보는 '마을의 청년팀'이 되고자 했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저희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어떤 자리에서든 계속 해나갈 것 같습니다.
올해의 청년작업장에는 다섯 친구들이 남아 저희 세 사람이 시작한, 끝나지 않을 일들을
즐겁게 가꿔나갈 것을 기대하며 봄의 어느날이 되면 한 사람씩 차례로 군대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군대의 경험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할지 모르지만
지난 시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큰 두려움 없이 또 새 길을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졸업식이란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저희들의 또 한 번 매듭을 짓는 자리,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저희 마음을 전하고 싶어 졸업콘서트를 마련했습니다.
청년작업장에서 어수룩하나마 자급과 자활의 기술을 익히며 새로운 문명을 상상해본 일,
서울 시내를 행진하며 탈핵과 밀양을 위해 북을 쳤던 일,
그리고 이제 각자 군대에서 보내게 될 시간
이 모든 일들이 나비가 되어가려고 애쓰는 고치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성큼 한 발 또 내딛고자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박수도 쳐주시고 몰랐던 세상과 생명에 대한 지혜를 나눠주신 것
벅찬 기분으로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2015년 2월
무브, 쇼, 동녘, 페스테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