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시즌2 고등과정
제4회 졸업식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올해 고등과정에서는 일곱 명의 죽돌이 졸업을 합니다.
3년 과정을 마친 까르 (조채윤), 벗아 (이성경), 핑두 (이지윤)와
가을학기에 입학해 5학기를 마치고 한 학기 이르게 졸업을 하는
고다 (고다운), 미르 (이한백), 서키 (홍석희), 하록 (장영훈)이
2015년도 졸업생들입니다.
2012년에 입학한 이들은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후쿠시마 사고 1주기를 준비하며,
송전탑 문제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던 때 밀양 할머니들을 만나며,
지금 이 시대가 크리킨디 이야기 속
불이 난 숲과 닮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불을 낸 그 누군가를 그리고
불이 난 세상을 원망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밀양의 할머니들은 천지를 사랑한다고 하셨습니다.
밀양뿐 아니라 수많은 고난의 자리에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졸업생들은 그 사랑 가득한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런 밀양 할머니들을 3년 동안, 2년 반 동안 만나왔기에
이제는 조금씩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마음으로 졸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고정희 연시<지울 수 없는 얼굴>
그래서 졸업식 제목을
고정희 시인의 <지울 수 없는 얼굴>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사랑하기” 이전에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분들이 계셨음을
먼저 기억하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졸업식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졸업식의 제목이 자신들 바깥의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서로 참 많이도 다르지만 함께 도와가며 졸업을 맞이하는
일곱 명, 서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음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사랑한다” 고백하는 것이 어색해 소심하게도
당신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 세상과 당신들이 있었기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았고 마음을 넓혀 갈 수 있었습니다.
일곱 명의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그 소중한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으니
부디 졸업식에 자리해주셔서 이들에게
따뜻한 축하와 격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담임 떠비, 유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