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가까이 준비해왔던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출마를 위한 활동을 이 시점에서 중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년 녹색운동 동료와 한 지역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제가 살아온 가치와 다르며, 제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녹색운동가이며, 시민운동가입니다. 저는 1990년 녹색연합을 만들던 시기부터 2011년 사무처장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저의 뿌리는 녹색운동가, 시민운동가임을 한 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비록 녹색연합 활동을 마무리하고 2012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그 또한 탈핵사회 실현, 4대강 재자연화, 그리고 시민들의 행복과 안전이 가장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치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어야 하며, 지역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믿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짧은 시간이지만 정치활동을 하면서 우선 순위를 두었던 것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조직기획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후보 시민캠프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제가 역점을 두었던 일 또한 시민주도의 시민정치였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은평지역 분들과 함께 은평시민정치네트워크를 만들어 시민주도의 생활정치를 제대로 해 보고자 노력하였으며,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 핵과 방사능의 공포가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정치 진로 또한 정치논리와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기준에서 판단되어야 하며, 그 기준을 벗어난다면 제가 국회의원이 되던, 더 큰 역할을 하던 최승국 다움을 잃어버린 것이며, 초심을 벗어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정치는 제가 청춘을 다 바쳐 활동했던 시민사회의 가치를 정치에 반영하는 시민정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에게 판단을 요구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보기에 따라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저와 녹색운동,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닌 사안입니다.


제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구인 ‘은평 을’에 저와 20여년 녹색연합 동지이자 선배인 김제남 의원께서 정의당 지역위원장 겸 총선 후보로 결정된 것입니다.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운동진영에서 직간접으로 후보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최근 반달동안 심각하게 고민한 결과 최승국과 김제남 두 사람이 같은 지역구에서 내년 총선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은 녹색연합과 시민운동에 부담을 주는 것이며, 중요한 계기마다 분열로 패배한 진보진영의 일부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당이 다르다는 것과 당선 가능성 여부는 차후의 문제입니다.


제가 국회에 들어가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은평의 정치를 근본에서부터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 결단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과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여기서 구구절절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저 최승국은 오늘(5월 20일)부로 은평을 지역에서의 총선 준비를 위한 모든 과정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지지해 주시고 함께 고민을 나누어주신 분들이 많은데 일일이 상의 드리지 못하고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비록 총선 준비는 내려놓지만 은평지역의 발전과 시민주도의 시민정치를 위한 저의 노력은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은평지역이 협동의 도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정치가 시민들을 위해 즐겁게 봉사하는 도시가 되도록 제 힘 닿는데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고,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마음을 내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지난 4년동안 중앙이 아닌, 은평지역 주민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5월 20일 은평에서. 최승국 두손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