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세미나를 세차례 진행했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기 앞서, 관련 자료들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활동 방향을 모색해보는 건데요.
* 함께 읽은 자료는 아래와 같아요.
- <서울시 ‘적정보육서비스’ 모델 개발 및 정착화 방안>(안현미 외)
- [여성정책포럼] 보육정책의 공공성 강화방안
- [보육토론회] 서울시 보육정책, 향후 20년 어떻게 갈 것인가?
- <저출산과 프랑스 영유아교육 보육 협력 사례 연구>(조희연)
- 책 <복지국가 스웨덴> 5장
- 젠더관점에서 본 보육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연구_이진숙 이슬기(2103)
- 영유아무상보육정책 담론에 대한 분석_장수정(2013)
- 돌봄의 사회화와 복지국가의 지연(遲延)_송다영(2014)
- 보육아젠다를 통해 본 공공성의 동학_이진숙(2012)
- 무상보육 정치의 공공성의 전유 (재)가족화 성별화_전윤종(2014) |
올해 초 인천 언린이집 폭행사건(정확하게 표현하면 폭행장면)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어 모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사실 어린이집을 둘러싼 사건 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폭행 당사자들을 처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왜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CCTV같은 사후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논해야 할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들은 함께 머리를 맛대고, 각자가 생각한 대안을 나눠보았습니다.
“국가는 발전주의와 가족주의라는 두 가지 방패를 들고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필요했던 사회적, 시대적 변화를 외면한 채 오랫동안 복지국가 진입을 지연시켰다. 이제 복지국가의 하나의 축이라 할 수 있는 돌봄의 사회화 정책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 국가는 발전주의와 가족주의라는 구시대적 잔재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송다영, 돌봄의 사회화와 복지국가의 지연, 2014, 한국여성학)“ |
“보육문제에는 많은 입장들이 대립되고 상충되고 있어 다양한 요구를 고려해야 할것 같아요. 우선은 보육의 대상인 아이와 주 양육자인 여성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과 어린이집 이용을 활성화(운영시간 확대, 보육서비스 질 확충 등)해야겠죠. 특히 노동환경 개선 부분은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무엇보다 아이와 직접 맞닿는 보육교사의 처우가 시급한 것으로 보여요. 이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는 계속 발생될 것 같아요. 저소득 아동 보호 중심으로 출발했던 보육정책이 이제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보입니다. 무상보육에서 공보육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달래)
“스웨덴 사례를 보면서는 1930년대부터 오랜 기간 일관되게 보편적 복지를 유지해온 그 역사적 배경에 놀랐어요. 스웨덴에서는 출산을 모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통합적 관점으로 보육정책이 설계되어 있지요. 여성의 노동시장과 가족 내 성별분업 및 차별 완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여성을 대상화하는 정책이 되기도, 여성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겨우 2000년대 들어서야, 그것도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보육정책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온갖 허울 좋은 정책들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북유럽 모델이라며 들여온 정책들- 여성들의 출산율은 고사하고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데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거지요.
육아기라는 것은 짧게는 2~3년, 길게 봐야 10년 정도?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 기간입니다.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은 여성이라도 평생 ‘엄마’로 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잠시의 출산·육아기 때문에 어떤 일을 겪나요? 아이를 낳을 것이라 미리 전제해서 다른 대우를 받고, 출산하고 나서는 인생이 송두리째 아이만을 위한 인생으로 재편되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습니다. 이게 과연 괜찮은 일인가요? 육아기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할머니에게든, 누구에게든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사회가 이 시기를 자연스럽게 잘 건너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면,
육아라는 것이 행복하고 편안한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용가리)
“무상보육, cctv, 아동학대… 보육 관련 기사들은 쏟아지지만 해법과 대안의 방향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합니다. 보육 논쟁의 해결 방향이 이상하게 튈 때가 있는데 엄마 대 아이의 구도로 이야기 되거나(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취업맘 대 전업맘의 구도가 그것이죠.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거나 해결의 필요가 뚜렷한 일을 마주할 때 언제나 만만한 대상을 욕하는 것은 손쉬워 보입니다. 보육 관련한 논문들을 보면서 보육이 사회의 책임이고 국가의 역할이라고 인지한지가 채 20여년도 안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한국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여성들이 부담해온 돌봄의 영역을 국가의 역할로 이행하는 과도기와 전환의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여전히 여성의 책임이라는 역할에 대한 해체와 현실적 조건을 구성하는 길은 요원해 보보이지만, 복지가 ‘함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과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의 장을 열고 가족 내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폭넓게 가져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꼬깜)
"이렇게 길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의식은 바로 ‘무상’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프레임이었는데요, 정치적 이유에 의해, 공공화vs시장화가 아닌 무상vs유상의 구도가 되어, 복지가 마치 돈이 있냐, 없냐, 재원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보편적 복지사회로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보육 앞에 ‘무상’ 대신 복지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대안적인 단어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뜻을 모았어요. 한편으로 ‘보육정책을 얘기할때,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가?’ 라는 질문도 나왔어요. 여성인권과 아동인권이 대립 대치 되는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모두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보육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눈사람)
앞으로 민우회의 보육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하면서, 이상 후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