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지부 사무실 개소식, "불합리에 굴복하지 않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 지부에 사무실이 생겼다. 12일 오후 7시 대전일보 지하에 마련된 지부 사무실 앞에서 개최된 개소식에는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지방 언론노조 신통노협 의장, 민병욱 경남도민일보 지부장,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많은 내외빈들이 찾아 사무실 개소를 축하했다.

 

   

회사 건물 외벽에는 '사무실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었지만 회사는 빛 하나 들지 않는 지하 1층 주차장 옆 작은 공간을 노조 사무실로 제공했다. 원래 개소식은 사옥 내 식당에서 진행 되기로 했으나 당일 아침 회사가 장소 사용을 거부하면서 장소가 노조 사무실로 변경됐다. 회사가 집기류도 제공하지 않아 텅 빈 노조 사무실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장길문 대전일보 지부장은 인사말에서 이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

장길문 지부장은 "회사는 이렇게 비좁고 창문도 하나 없는 공간을 노조 사무실로 제공 해 놓고서 집기류 마저도 제공을 못하겠다고 통보 하고 있다"며 "회사가 직원들의 아프고 힘든 부분을 감싸야 함에도 본분을 망각한 채 탄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길문 지부장은 "하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회사 발전에 이바지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불합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대전일보는 지난해 지부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장길문 지부장에 대기발령을 내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회사는 장길문 지부장을 또 다시 다른 국으로 발령내고, 노조에 가입한 신입 조합원 3명도 다른 국, 자회사로 전출시켜 '노조 흔들기'용 표적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전일보 사옥에 지령 2만호를 축하 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 대한민국에 이만한 지령을 가진 매체가 많지 않다. 대단한 일"이라며 "하지만 그런 언론사가 어떻게 자사 노조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더 노조가 필요하다. 추운 눈보라를 견디는 인동초처럼 굴하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대전일보 사옥 곳곳에는 창간 65주년과 지령 2만호를 축하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김지방 신통노협의장은 "신문 지면은 사장이 채우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채우는 것 아니냐"며 "텅 빈 사무실을 조합원들이 자주 채워나가면 노조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전했다.

안재석 대전방송 지부장은 "지금 사무실에는 축하 화분이 들어갈 공간도 없지만 곧 이 화분들이 잘 살 수 있는 볕 좋은 자리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작년에 싸움을 시작할 때 부터 많은 탄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사람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이 싸움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