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2[논평]조대현기자회견.hwp

 

 

 

 

[논평]

35년 실패의 길을 답습한 조대현 사장

 

어제 KBS 조대현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상한대로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호소했다. 조 사장이 직접 PT에 나설 만큼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어제 기자회견은 되레 수신료 반대여론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KBS는 왜 수신료 인상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조대현 사장의 기자회견은 KBS35년 실패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수신료 인상은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다. 그런데 KBS는 이 당연한 상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것도 35년째. 어제 조 사장의 기자회견이 6월 국회를 겨냥한 여론전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수신료의 주인인 시청자를 배제한 채 제 입맛대로 인상안을 다 만들어놓고 정부와 국회를 구워삶아 어떻게든 인상안을 통과시켜보려는 너무나 뻔한, 너무나 KBS스러운 수작이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인상이 안 된다는 게 지난 35년 수신료 동결의 역사적 교훈인데, 이번에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매한 자들에게 공영방송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다.

 

수신료는 공영방송과 무료 보편적 방송서비스의 강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이것도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KBS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조대현 사장은 미디어 산업의 상생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절실하다고 얘기했다.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내놓겠다는 말이다. 떡고물 먹을 생각에 신이 났는지 MBCSBS가 일제히 조 사장의 기자회견을 메인뉴스에 내보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시청자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미디어 산업의 상생까지 책임져야 하나? 상생이 필요하면 그건 사업자끼리 하면 될 일이다. 시청자 누구도 한정된 방송시장에 종편을 4개씩이나 도입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공영방송 서비스를 위해 수신료를 올리는 건가? KBS 광고를 빼내 방송사끼리 나눠먹으려고 수신료를 올리는 건가? 수신료를 본래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조대현 사장은 어제 PT 첫 장에서 <겨울연가>를 내세웠다고 한다. 대체 <겨울연가>가 언제 적 드라마인가? 조 사장은 역시나 한류얘기를 내밀었다. 이것도 KBS가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흔해빠진 레퍼토리다. 조대현 사장에게 묻는다. 공영방송의 제1의 책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인가? 수신료 인상의 이유로 한류를 들먹이는 것부터가 틀려먹은 일이다. 지금 시청자들이 KBS에 요구하는 것이 한류란 말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 사장은 KBS 사장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KBS는 신문구독료는 600%, 영화 관람료는 642%, 가구당 통신비는 3275%가 올랐는데 오직 수신료만 동결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에게 조언한다. 다른 요금이 다 올랐으니 수신료도 올려달라고 떼를 쓰기 전에 왜 그렇게 다른 건지 제발 한번만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연히 신문요금, 영화 관람료와 수신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KBS가 수신료 인상에 35년째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신료는 다른 요금과 달리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는 인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와 시민/사회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야만 한다. 국민의 신뢰 회복이야말로 수신료를 올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런데 KBS는 여태껏 어떻게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왔는가. 당장 이번만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는커녕 민주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신료 인상안은 KBS 다수이사 7인이 일방적으로 단독처리한 안이다. 방통위에서도 위원 5명 중 2명이 반대했다. 국회에서도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상정된 상태다. 수신료 하면 날치기가 연상될 정도로 시종일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 반대여론이 높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2011도청 사건KBS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KBS는 지금이나 그 때나 변한 것이 전혀 없다.

 

오는 65일은 KBS 이사회가 길환영 전 KBS사장을 해임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은 지난 해 4, 5KBS에서 드러난 일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 사장은 청와대의 꼭두각시였다. 청와대의 지시사항을 보도국장에게 전달하고, 뉴스에 개입해 박비어천가’, ‘땡박뉴스를 만드는 것이 KBS 사장의 임무였다. 길환영 사태는 사실상 공영방송 파산선고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고작 1년이 지났다. 양심이란 게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할 때이다. 그런데 조대현 사장은 쫓겨난 길환영 전 사장이 만들어놓은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켜 달라며 20156월의 첫날을 열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35년에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조대현 사장은 35년 실패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201562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