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사는길-6수돗물

한국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국민의 비율은 약 1%다. 연간 15조원을 쏟아부어 만든 수돗물을 국민의 99%가 불신하고 마시지 않는다. 이는 OECD 국가들의 음용률 약 50%와 비교할 때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환경부는 지난 10일 ‘한과공장 등을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허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산업집적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수원 상류 일정지역(취수장에서 7㎞ 이내)에 모든 제조업소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데,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커피가공업, 떡·빵류 제조업 등 4개 업종에는 입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원 내 지역 주민 생계형(500㎡ 미만) 제조업소 육성’ 발상은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수원 상류지역에 한과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법을 고쳐 내년에 허용하겠다”고 답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요?”라고 질책하며 회자됐던 내용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환경부는 한과공장 전면 허가 정책을 한 달 만에 만들어 낸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수원보호구역의 규제완화를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걸로 규제완화 절차를 대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후유증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상수원 보호 수질 정책인 ‘상수원 내 오염원 유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입지 규제 방식’을 뿌리째 뒤흔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입지규제를 하게 된 것은 ‘강이 짧고 인구가 많아서 오염원-상수원-소비처가 연접해 있고, 하천수를 직접 취수해 수돗물의 원수로 사용하고, 단일 상수원에 천문학적인 인구가 의존하고 있어서 사고가 나면 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이유다. 게다가 후진적인 한국 정부의 수질 관리 수준으로는 다양한 사고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상수원보호지역에 거주하는 한 명의 민원인에 의해 수질정책의 근본이 무너진다면, 형평성을 주장하는 다른 업종들, 규모가 좀 더 큰 공장들의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동일 업종들의 연담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환경부는 이들 업종의 영향에 대해 이미 연구를 했다고 하지만, 이런 연구는 알려진 바도 없고, 보도 과정에서도 기본적인 내용조차 소개되지 않았다. 지금도 팔당호 변엔 카페촌, 식당촌, 모텔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서 수질오염의 군락으로 발전해 있는데, 이번 즉흥적인 정책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토록 수질정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결정임에도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환경부 장관은 상수원보호지역 주민들에게 하류 주민들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도요금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상수원 주민 지원 목적의 물이용부담금(한강권 170원)으로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상수원 주민 지원 비율을 줄이고, 효율이 거의 없는 총인처리시설을 4대강 사업의 일부로 추진한 환경부에 있다. 또한 수질 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통합적 물관리 등을 외면한 채 부처간 영역 다툼에 몰두하고, 수질 측정 기준으로 구태의연하게 BOD를 고집하는 등 신기술 도입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환경부다.

이번 사태는 수질 관리 현황을 이해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욕과 자신의 본분을 잊은 환경부의 무기력이 낳은 해프닝이다. 절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되며, 이런 아마추어식 행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글: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