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로는 인왕산을 찾은 이들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도로입니다. 인왕산을 등산하기 위해서는 인왕산로 곳곳에 놓인 건널목을 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보행자들이 이용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인왕산로는 차량 중심으로 운영되며 비판받아왔습니다. 자동차가 일으키는 배기가스와 먼지는 인왕산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의 건강을 해쳐왔으며. 횡단보도 앞에서도 속도를 줄이거나 서지 않는 차량과 이륜차(모터바이크)로 인해 안전사고의 위험도 다분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서울시에 차 없는 인왕산로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 위해 6월 1일(화) 오전 11시, 모두문화예술원,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장동서가 등의 서촌 지역 주민단체와 차 없는 인왕산로 만들기 활동에 참여해온 시민들과 함께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인왕산로 차량 제한 시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과 서촌의 3개 주민단체들은 지난 3월 27일(토)부터 4월 24일(토)까지 5차례 걸쳐 인왕산로에서 주말 차량 통행 제한을 제안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1273명의 시민이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보행자 중심 도로로 전환하자는 데 동의하였습니다.
이날 사회와 활동 경과보고를 맡은 최영 활동가는 서명운동에 동참한 “1273명을 대표해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라며 기자회견의 서두를 열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3월 22일에도 서울시에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과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각을 다투는 국방 수행과 관련된 보안·긴급 상황 등의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주말 차량 통제가 어렵다 답변해왔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5월 13일, 국방부 시설기획과에 인왕산로의 주말 차량 통행 제한에 관한 건을 제안한 결과, “특정 경비지구의 경계 작전을 위하여 군 차량 통행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된다면 국방부도 이 제안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데 서울시의 결정만이 주요하게 남게 된 상황인 겁니다..
이날 지역주민으로서 마이크를 잡은 장민수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공동대표는 인왕산로에 자리했던 대부분의 경비부대들이 철수한 상황이고, 청와대 앞을 지나는 것에도 큰 제한을 받지 않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인왕산로의 이용이 제한되고 폭 1.5m의 도로에 많은 사람들이 옹색하게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왕산로의 조속한 보행자 중심 도로화를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방문객이 급증하는 주말이면, 인왕산로의 좁은 보행로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넓은 차도에는 차량이 많지 않아 쌩쌩 달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연출되어 왔습니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지친 시민들이 쉼을 찾아 자연공원에 왔음에도 좁은 도로의 벽으로 인해 불합리에 노출되어 온 것입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신민재 장동서가 공동대표도 인왕산로의 조속한 차량 통행 제한을 요구했습니다. 신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인왕산로를 산책하다 보면 차도 바로 옆에서 애사슴벌레나 하늘소, 도롱뇽, 가재 같은 다양한 야생생물을 발견하곤 한다며, 미래세대가 도심 속에서 생태적으로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에도 서울시에서 일부 사람들의 편의만을 위해 인왕산로를 현재와 같이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신 대표의 발언과 같이 인왕산 자락 곳곳에는 도롱뇽이나 개구리, 가재와 같이 도심에서 보기 드문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서식하는 서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 목적을 갖고 인왕산의 수계와 생태계를 단절하며 들어선 인왕산로로 인해 인왕산 생태계의 연결성은 단절된 상태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는 개구리와 같은 소생물들이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단절된 인왕산의 생태계를 오가는 생물들에게 로드킬의 위험또한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주민들의 발언이 끝나고 임현경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걸음을 돌려 인왕산로 차량 제한 제안서를 접수하기 위해 열린 민원실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시청 1층 열린 민원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앞으로 “인왕산로의 차량 통행 제한과 보행자 중심 도로 제안”을 접수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다가오는 6월 15일(화)까지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에서 수송부문 배출량이 19.2%에 달한다는 것을 상기할 때 차량 중심 도로를 보행자 중심 도로로 전환해 나가는 것은 앞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 도로가 존재만으로도 그린인프라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문제가 되고, 지역의 자연 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차 없는 인왕산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 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서울환경연합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