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신사동 가로수길로 모니터링을 다녀온 후 가지가 두절되어 도장지가 뻗친 은행나무들의 모습을 전해드렸었습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늦겨울~초봄 사이 은행나무들의 모습이 휑했다지만 봄을 맞이한 지금도 그럴지, 신사동 가로수길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가로수길의 모습입니다. 수고(나무의 높이)에 비해 뭔가 앙상한 나무들이 도로에 나란히 줄지어져 있습니다. 봄이 오니 새 잎이 돋아나고 두절되어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던 가로수들의 절단 부위가 가려졌네요. 두절된 부위가 가려졌다지만 어딘가 앙상한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지난번 모니터링 때는 가로수에 뜨개질로 뜬 것 같은 옷들이 잎혀 져 있었는데, 이런 흉터들을 가리기 위함이었나 싶습니다. 아마도 평절(가지치기의 방식 중 하나)을 하고 난 흔적인 것 같네요.
가로수를 덮어주고 있던 옷 아래로 생각보다 많은 상처들을 발견했습니다.
꽤나 최근에 생긴 것처럼 보이는 상처들입니다.
117번 나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뭔가 이상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진을 한 번 잘 보세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무식하게 나무의 뿌리 부분까지 아스팔트로 덮어버렸습니다.
길을 따라 횡단보도까지 아스팔트로 쭉 포장해놨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16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진 거리에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로수길로 자리 잡았습니다. 분명 이곳 외에도 우리나라에 유명한 가로수 길들은 꽤 있지만, 가로수길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떠올리는 곳은 바로 이곳 신사동 가로수길일 겁니다.
그러나 이런 가로수길의 가로수들은 썩 안전하지 못합니다. 매 시즌마다 반복되는 무분별한 가지치기의 위협과 더불어 보행환경개선 공사나 민원 등을 이유로 언제 베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지난 3월 17일부터 가로수길에도 보행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더군요.
남들과 다르고 크다는 이유만으로 베어질 위기에 처했던 성균관로의 플라타너스처럼, 가로수길의 은행나무도 보도블록을 튀어나오게 하고 보행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언제 베어질지 모르는 처지입니다. 나무가 온전히 뿌리를 내리기 힘들어하면 흙을 더 높게 쌓아줄 수도 있을 테고, 온전히 자리를 잡기까지 더 넓은 공간을 나무에 할애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 매달 한 번씩 신사동 가로수길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11월까지 이어지는 보행환경개선 사업, 그 외에도 진행 예정이라는 지중화 사업 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관찰하고 차곡차곡 기록해 놓고자 합니다. 가로수길이라는 상권에서 가로수가 잊히지 않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울환경연합의 가로수 지키기 활동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