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낙태죄’를 전면 삭제하고,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할 권리 보장해야

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낙태죄’ 관련 형법개정안과 관련하여 임신중지는 처벌받아야 할 범죄가 아니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로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라며 임신중지의 전면 비범죄화를 촉구했다.

법무부는 이날 임신 14주 이내 임신부의 요청에 따라 임신중지를 가능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낙태죄는 형법에 유지되나 허용 요건을 확대해 24주 이내 사회‧경제적 사유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임신중지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는 지난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며 현행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밝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으며, 지난 8월 법무부 산하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권고한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전면 삭제와도 배치된다.

국제인권법 및 기준에 따라,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임신 여부와 시기를 비롯해 성과 재생산에 관련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임신중지를 처벌함으로써 여성과 소녀를 비롯한 임신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함은 물론,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로 신체적 위협에 노출된 채 사회적 낙인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것은 임신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의 생명권과 건강권, 자기결정권, 사생활권, 폭력‧차별‧고문 및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국가의 역할은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에 내몰리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침해된 권리를 회복하고 보장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임신중지를 선택한 사람과, 임신중지를 제공·보조한 이에 대한 형법상의 처벌을 없애는 것과, 임신부가 제3자로부터 계속 임신을 강요받거나 혹은 임신중지를 강요받지 않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포함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은 “전세계적으로 법적으로 허용되든, 허용되지 않든 사람들은 임신중지를 선택하고 있다. ‘낙태의 죄’가 형법에서 계속 남아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낙인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격”이라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전면 삭제하고, 현 개정안을 재검토하여 임신한 사람의 인권과 존엄을 최우선으로 두어 인권보장의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끝.

 

배경 정보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는 현행 형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형법은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2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낙태’를 도운 의료 종사자는 유죄가 선고될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지난 8월 21일,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낙태죄’ 개정안과 대책에 대해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를 권고한 바 있다.

정책위는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사정이 각각 다르고, 임신 경과 기간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정한 임신 주 수를 정해 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며 낙태죄를 전면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