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김종술 기자(이하 김기자)와 만나 금강 답사를 진행했다. 오전에 공주보의 하류에 떠내려온 대규모 쓰레기를 만났다. 김기자는 대전에서 버린 쓰레기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대전을 대표(?)해 대신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금강은 갈색의 탁수를 빠르게 하류로 흘려 보내고 있었다.

▲ 공주보 하류에 떠내려온 쓰레기들 . ⓒ 이경호

공주보 상류에 제초가되지 않은 곰나루 선착장을 방문했다. 가는 길이 풀이 자라고 있고, 시설물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서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가지 말라는 심보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가지 말아야 할 시설을 만든 것이 4대강에는 어디 이뿐이랴!

▲ 곰나루터에서 본 연미산 . ⓒ 이경호

부여에서는 강변에 캠핑을 하다 철수하지 못한 텐트를 만났다. 물이 많아서 잠겨있는 모습이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느꼈다.

보통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부여쯤에서 다시 대전으로 온다. 금강 하구까지 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기자는 오늘 같은날 하구를 찾아가는게 좋겠다며 차머리를 돌렸다.

강변을 따라 이동하다 하구에 다다랐을 때쯤 놀라운 광경을 만났다. 강 한복판에 대규모 모래 톱을 확인한 것이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보니 금강의 수위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서 썰물 때 하구둑을 열어 물을 많이 빼 놓은 모양이다. 얼핏 보기에도 한 2m정도 수위가 내려간 것으로 보였다.

▲ 웅포대교 하류에 드러난 모래톱 . ⓒ 이경호

실제 자료를 확인해 보았다. 금강하구둑은 평상시 EL 1.2~1.8m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24 현장에 도착했을 2시 경에는 약 EL –0.8m를 유지하고 있었다. 최고 수위에 비해서는 약 2.5m내외의 수위가 내려가 있었던 시점에 확인한 모습인 것이다.

▲ 당일 수문자료 . ⓒ 이경호

비가오는 날씨지만 많이 오지 않기에 김기자를 졸라 드론을 띄워 사진을 찍게 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모습이기 때문이다. 못이기는 척하며 드론을 띄운 김기자는 신나게 모래톱을 찍었다. 김기자는 흐린 하늘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래톱을 담기 어렵다며 아쉬워 했다. 웅포대교 하류 3km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구둑에도 이런 섬이 만들어 져 있을 것이라며 다시 속도를 내었다. 놀랍게도 하구에도 여러곳에 모래톱과 하중도가 만들어져 있었다. 김기자는 다시 드론을 꺼냈다. 비가 거세게 오기에 잠시만 기다리자는 말에도 개이치 않았다. 내가 아는 것만 벌써 3대째인데, 오늘 한번 더 잃어버리는 것을 목도하게 될까 만류했지만 쓸데없는 일이었다.

▲ 모래톱 뒷편에 멀리 하구둑이 보인다 . ⓒ 이경호

다시 띄운 드론은 멀리 하구둑과 함께 모래 톱을 카메라에 담았다. 역시 맑은 날이 아니라 고운 모습은 아니였다. 이렇게 모래톱을 드론에 담고 하구둑에 이르렀을 때 또다시 놀라운 모습을 만났다.

하구둑 바로 위편에 만들어진 모래톱에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림잡아도 약 130마리 정도 되보이는 갈매기와 민물가마우지 왜가리와 백로가 보였다. 하구둑 수위 고작 2m에도 새들은 다시 모래톱을 찾아온 것이다. 생명이 돌아오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 하구둑 위에 생긴 모래톱에 휴식중인 새들 . ⓒ 이경호

고작 2m만 내려도 새들과 생명들은 알아채는 것이다. 하구둑이 없었다면 하루 두 번씩 드러났을 이 모래톱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다시 비가 많이 와서 수위를 내리지 않는다면 없을 일인 것이다.

하구둑 아래에서 굳게 닫힌 수문을 다시 만났다. 94년 완공된 하구둑은 굳게 닫혔있었다. 거의 30년이 된 하구둑은 강과 생명이 보기에는 너무 폭력적인 모습처럼 느껴졌다. 밀물이 되어 수문을 닫은 금강하구둑이 열린다면 오늘 만난 모습을 매일 볼 수 있게 된다. 생명이 돌아오는 금강이 되기 위해서 이제 하구둑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 신념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