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정신질환자에 대한 교원 자격시험 응시를 제한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지난 4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성범죄자와 정신질환자의 교원 자격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였다개정안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밝혀지고 있고재발 방지를 위하여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므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원의 자격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밝히면서「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전문의가 교원자격 소지자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제외)와 성범죄로 인한 처벌을 받은 사람은 교원의 자격검정에 응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우리 위원회는 개정안이 근거없는 편견에 기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임을 지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우선개정안은 정신질환자는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법률상 정신질환자는 예비성범죄자와 연관이 없고통계적으로도 성범죄를 저지를 위험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상 정신질환자의 정의는 망상환각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 으로서 법의 정의 어디에도 정신질환자와 성범죄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또한 경찰청의 2012년 범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강력범죄자 비율은 정신질환자 33.7(0.03%), 비정신질환자 68.2(0.06%)으로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절반 수준이다즉 개정안은 합리적 이유 없이 정신질환자를 예비성범죄자로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교원의 자격은 교원임용 뿐만 아니라 교원 자격을 이용한 관련 분야 취업에 전제요건이 된다는 점에서 그 자격검정 응시의 자격을 제한하는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헌법 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이와 관련하여 개정안은 정신질환자 중 전문의가 교원자격 소지자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한하여 교원 자격검정 응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고이러한 예외의 허용을 통해 위와 같은 제한을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교원의 자질에 대한 심사는 「교원자격검정령」제27조가 구술고사를 통해 교사로서의 인성적성자질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이미 현행 교원 자격검정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현행 법령상 심사를 통해서도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의 교원자격 검정 시험 응시를 전면 배제하고전문의의 판단을 통해 예외만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신질환자의 교원 임용뿐만 아니라 교원 자격을 이용한 관련 분야 취업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따라서 개정안이 전면적 응시 제한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하더라도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미 개정안과 같은 자격제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1) 

 

국제인권규범 또한 정신질환자가 다른 사람과 같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주체임을 인정하며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유엔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2) 의 제1원칙은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무력화하는 구별배제 등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2), 정신질환자가 국제인권조약 상 모든 권리를 차별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주체임을 규정하고 있다(5). 정신질환을 이유로 특정 직업의 자격취득을 박탈하는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무력화하는 차별이라는 점에서 위 국제인권규범에도 저촉된다.

 

안타깝게도 개정안과 같이 정신질환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차별하는 법률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예컨대 정신질환 차별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미 의료인요양보호사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여러 직종에서 정신질환자는 법에 따라 자격을 제한받고 있다이러한 제한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사회복귀를 가로막고 있다정신질환 자체가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하면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은 진단 자체를 꺼리게 되고 치료를 미루게 된다정신의학계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기능에 어려움을 가져오는 시기는 급성기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으며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받고지속해서 치료를 유지하며생활기능을 회복한다면 향후 재발 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의 강화는 정신질환에 노출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치료를 미루게 할 수 있고 결국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게 더욱 큰 정신보건의 부담을 발생시킨다.

 

20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사실상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서영교조승래백혜련우원식한정애김두관남인순김병기신창현김영주임종성 의원은 지금이라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개정안 발의를 철회하여야 할 것이다우리 위원회는 제21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정안과 같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반영한 법률이 제·개정되는지를 감시할 것이다아울러 인권단체들과 함께 현행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광범위한 자격 제한의 불합리함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다.

 

1) 국가인권위원회「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 개선 권고」, 2018.

2) Principles for the Persons with Mental Illness and Improvement of Mental Health Care

 

2020년 5월 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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