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위헌적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1.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사실상 미국의 대 이란 군사조치에 합세하는 모양의 군사행동으로서 이란과 외교·군사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정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헌법적 절차인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위헌적인 결정이다. 따라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2.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미국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요청해 온 가운데 나왔다. 국방부도 이번 발표에서 청해부대가 필요한 경우 국제해양안보구상 ‘IMSC’과 협력할 예정이며, 정보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국제해양안보구상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번 파병 결정이 있자 미국 국방부는 즉각적으로 “국제해양안보구상 ‘IMSC’를 지원함으로써 중동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을 돕는 동맹국 한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의 파병 요청, 우리 국방부의 발표 내용, 미국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청해부대 파병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만으로 볼 수 없고 미국의 대 이란 군사조치에 합세하는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에 한국의 결정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미국은 드론 공격으로 이란군 지휘자를 살해하고, 이란은 탄도미사일로 미군 주둔지를 공격하는 등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으며, 이란은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 편에 서서 이란을 공격하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이번 파병 결정으로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이 높아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교전이 발생해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크며, 우리 국민의 안전은 더욱 불안해 질 것이다.

3.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파병 결정으로 군대의 해외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를 규정한 헌법을 위반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병하는 연장안에 대한 동의가 있었고, 그 동의 내용에 이번 결정도 포함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러는 이는 위헌적인 발상이다.

호르무즈해협 일대를 파견지역에 추가하는 이번 결정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파견지역을 한정한 지난해 말 국회 동의를 벗어난 것이 명백하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청해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유사시 우리국민 보호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으로 명기되어 있다. 이렇게 소말리아 아덴만으로 한정했던 이유는 2008년에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해적 및 해상강도 퇴치를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해군함정 및 군용 항공기들이 국제법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조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결의안이 소말리아의 상황에만 적용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S1373/S1838/S1846/S1851). 이번 결정으로 파견구역이 종전 국회 동의안 보다 현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파견구역이 종전 파견구역인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 1,130km에, 이란과 오만, UAE,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위치한 오만만과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 2,800km가 추가된다고 한다. 이렇게 파견구역이 종전 구역보다 2.5배 이상 추가되는데도 이번 파병 결정이 종전 국회 동의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유엔헌장에 근거하여 자위권의 행사로서 군사력은 행사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긴급하고 명백한 위협이 존재해야 한다. 같은 이치로 “유사시”라 함은 국민이 피랍을 당하거나 공격을 당하는 등 즉각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 당일부터 그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파병 결정 당일까지 우리 국민이 그 해역에서 피랍을 당했거나 선박이 구체적인 위협을 당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시”라고 할 수 없다. 이전에 청해부대가 아덴만 해역 이외에서 작전을 펼친 리비아 재외국민 철수작전 등은 모두 이미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상태였다. “유사시”를 이번 결정과 같이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면 정부는 국회 동의 없이 임의의 시기에 전세계 어느 해역에나 국군을 파견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는 말인데, 매우 위험하고 위헌적 해석일 뿐만 아니라, 국제법에도 부합하지 않는 발상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은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에 포함될 수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에 국군을 파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별도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4. 정부가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나름 고심 속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가담할 경우 보복을 경고하고 있고, 우리 국민과 선박이 공격을 받거나 구체적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성급했고 위험하다. 더 나아가, 이번 결정은 원치 않는 그리고 참여해서도 안 되는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자, 헌법이 명시한 국회 동의 절차마저 무시한 위헌적 결정이므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박진석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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