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분히 고마운 사람, 한연숙 회원을 만나다

더 똘똘해지고 싶어 물자리 카페 아이디가초롱이라는 한연숙 회원은 이미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습지를 기록하고, 국시모의 크고 작은 일에 늘 조용히 빛이 되어준다. 이번 서울역에 설악산케이블카 백지화를 위한 농성장에 틈틈이 찾아와 여러 활동가들에게 힘을 주곤 했다. SNS를 통해 궁금한 생물들의 동종을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깨알같이 본인의 의견을 보태기도 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돌보며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하지만 결코 단순하고 지루하게 삶을 바라보지 않는 한연숙 회원을 만났다.

보경] 국시모, 특히 물자리와의 인연을 들려주세요.
초롱] 남편의 소개로 알게 된 길동자연생태공원에서 1999년부터 2년 정도 생태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생태교육을 받았어요. 그 때 윤주옥, 지성희 선생님을 만났죠.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에 생태교육의 혜택을 받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미아리에서 공부방 아이들을 대상으로 1년쯤 생태교육을 했어요.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한 동안은 그런 생활과 단절되어 지냈죠. 세정이가 걸어 다니기 시작하고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물자리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게 2006년이었는데 물자리가 만들어지고 1년 지나서였네요. 그 때 자연스레 국시모의 회원도 되었고요.지금도 함께 하는 박은경, 신원임, 오수경, 김유성 선생님들이 모두 1기 멤버들이었고 다른 많은 분들이 함께 했지만 일자리가 필요하거나 사회진출을 원했기에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가셨어요. 당시 김지석 박사가 코디 역할을 했고, 서울시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했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은평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것인데 확실히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긴장도 되고 활동에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 물자리는 나에게 삶의 일부에요
. 예전보다는 느슨한 마음이지만 그만큼 편안하게 활동하고 나름 지킴이로서의 의미와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 중이에요.

보경] 이번에 무시로 농성장을 찾아오시는 선생님을 보며 활동가들은 감동했어요. 이번에 케이블카 반대를 위한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셨는데, 어떤 마음이셨나요?
초롱주워들은 것이 있다 보니.. 4년을 끈 사업도 이번이 막바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설악산이 뚫리면 다른 국립공원에도 개발바람이 불거란 생각이 들어 저지하는 것이 맞다 생각하고 국시모 회원으로서 국립공원을 위해 행동했어요.
농성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은 참 즐거웠어요. 집이 가까워 가능한 일이기도 했고요.
주도적인 역할은 할 수 없을지라도 시원한 물, 달콤한 과일로나마 지지해주고 잠시 곁에 앉아있는 것이 힘을 보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보경] 케이블카 사업도 그렇고 평소 세상사에 늘 관심을 가지시던데, 사회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남진 않으신지요?
초롱대학시절에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교를 더 많이 돌아다닐 정도로 활달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어요. 당시 노동자와 연대하는 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러면서 남편도 만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삶 자체가 사회 분위기에 관심을 갖게 해요. 남편이 개성공단에서 북한사람들과 협력관계를 가지며 그곳의 법률정비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남북정세에 늘 민감하고 정치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라는 얘기가 와 닿아요.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는 사회생활을 이어갈 상황이 아니었죠
. 바쁜 남편을 대신해 육아와 가정일은 전적으로 저의 일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고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이젠 아이도 성인이 되어가니 내가 하고픈 일을 천천히 준비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의견을 내는 등의 활동을 통해 채우기도 해요.

보경] SNS를 통한 소통, 그 매력이 뭔가요? 일상에서는 어떤 것을 즐기세요?
초롱당장에 가장 좋은 점은 생태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작업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는 거예요. 또 다양한 정보가 다른 어느 매체보다 신속해요.
앞서 말했듯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것이 하나의 사회활동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다양한 시선과 의견의 여론이 모여 무언가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멋있었어요.
다만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경향이 있고 확실히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게 되네요.
그래도 취미는 미국 동화책을 모으는 거네요. 벌써 천여 권에 육박하는 것 같아요.
남편 일 때문에 가족이 1년 정도 미국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미국 동화책을 세정이에게 읽어주다가 내가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 세정이 영어교육에 대해 고민하면서 단순한 문제풀이 보다는 영어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언어를 접하길 바라며 헌책방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세정이는 질색하지만 아이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것 중 하나에요. 하하 

보경] 가족의 생활이 선생님의 삶을 이끈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에서 어느 정도 졸업하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초롱] 남편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를 보조하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랬기에 조금은 나보다 가족의 삶을 지지하며 생활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취적으로 살지 못했단 아쉬움은 있어요. 그렇지만 세정이라는 보물을 얻었으니 후회는 없죠.
세정이가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며 어려운 이들과도 나누며 살았으면 해요. 이제 성인이 되니 나도 조금씩 내 꿈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 요리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조그마한 분식집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찾아와 배도 채우고 공부도 하고 쉬어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요. 특히 요즘은 젊은이들이 참 힘들게 사는 거 같은데 그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어요.

보경] 10년 넘는 오랜 회원으로 국시모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초롱다소 디테일한 이야기인데, 요즘 노인복지 측면을 강조하며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들었어요. 단순히 의식주 문제해결 위주가 아닌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려 한다고 해요.
국시모에서도 자연치유적 측면을 고려한 노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 때에 청소년들도 함께 해 자원활동 등을 진행한다면 세대 간의 격차도 줄이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전부터 국시모는 미래세대에 초점을 맞추어왔죠. 물론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국립공원 보전은 중요하지만 점점 고령화 되어가는 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관심도 잊지 말아야할 것 같아요.
우리 모두 노인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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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북한산초등학교 생태체험교실(오른쪽이 한연숙회원과 딸 세정이)

국시모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어 늘 고마운 마음이라는 그녀는 큰 힘은 못되어도 단체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서슴없이 자신을 부르라고 당부하신다.
국시모 활동가들에게 이미 충분히 고마운 한연숙 회원이시다. 그녀가 변함없이 사회와 소통하고 국시모와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빼곡한 책장이 있는 소박한 분식집에서 사람들과 유쾌하게 이야기 나누는 한연숙 회원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