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에서 맞은 회원 천명 시대
- 박미혜(경남지부)
5월의 푸르름이 한창일 때에 맞추어 열리는 민변의 정기총회… 게다가 이번엔 경주에서 열려, 집에서 가깝고 가족 동반으로도 좋은 일정이라 용기를 내어 17개월 둘째도 데리고 나섰다. 멀미가 심하셔서 차를 잘 못타시는 시부모님도 해운대에서 기차를 타고 합류하신 덕에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가장 많은 가족을 동반한 회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 때문에 일찌감치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한번 쓰윽 둘러보니 정말 오래된 숙박시설인 것을 금방 알겠다. 방문 열고 들어서서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등받이에서 우지직 소리가 나며 모서리가 툭 떨어진다. 그래도 예전에 참석했던 총회 장소들과 비교하면 숙소가 나날이 럭셔리해지는구나 라며 실실거렸다.
점심 후 대릉원과 천마총, 첨성대를 돌아보는 일정에 합류했다. 학교 다닐 때 왔던 곳들을 아이들과 함께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때마침 비가 시작되어 우산을 쓰고 해설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좀….힘들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업이 길어지면 학생들의 영혼은 떠나는 법. 등에 업힌 아이가 보챈다는 핑계로 대열에서 살짝 빠져나와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과 인사하고 때로는 그들을 꼭 닮은 2세들과도 인사를 나누다 보니 정말 경주에 온 이유…. 총회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경남지부에서는 나와 김형일 변호사, 신입회원 김태형, 유태영 변호사가 참석했다. 조촐한 참석 인원이지만 신입 회원이 무려 두명이나(!) 되고, 김형일 변호사의 스티브 잡스 스타일 지부보고로 인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라고 자평한다). 최근 민변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기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잘 알지 못했는데, 이 날 총회를 통해 논의의 대략적인 틀은 알 수 있었다.
민변 소속 변호사님들과 간사님들을 1년에 한번 만나는 자리인 정기총회는 지부 회원인 나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보고 싶은 얼굴, 때로는 언론에서 소식을 듣던 얼굴들을 직접 만나 반가운 자리이고, 회원으로써 소속감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또한 자극을 받아가는 자리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고 배워서 온다.
회원 천명의 시대를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맞이한 이번 총회!
회원 수가 늘어나고 역사가 또 한해 더해진 만큼 사회적 역할, 책임감,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지는 듯 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님들의 회원 가입이 늘고 또 그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시면서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느낌도 있었다. 패기 왕성한 청년 변호사님들을 보며 든든하다는 생각과 함께 선배들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잘했으면 하는 기대도 걸어보는 나를 보며, 나도 이제 좀 노쇠한(?) 꼰대(?)가 되었나라는 생각이 경주 밤바람과 함께 확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