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회원님. 사무국장 혜만입니다. 

저는 2019년 8월로 여세연 사무국장직을 사임하고 새로운 역할과 운동에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이에 사무국장으로 있는 동안 많은 격려와 따스한 마음을 보내주셨던 회원 분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새롭게 도전하게 된 일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세연이라는 단체를 통해 여성정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정치 영역 역시 남성화된 공간이기에 여성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에서 의회 정치에서의 젠더적 개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나눌 이들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세연이라는 단체와 이를 통해 만난 분들은 앞서 제 문제의식과 운동의 필요성에 힘을 보태어주셨습니다. 1인 상근활동가라는 쉽지 않은 조건과 상황이 힘들기도 했고, 그만큼 부족한 제 모습이 더 드러나는 만큼 고민이 많았지만 페미니즘 리부트, 미투운동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기점에 여성운동에 함께 하는 시간들이 따스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타난 박근혜 탄핵, 정당의 공천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아재 지도', 안희정 성폭력사건 등을 겪으며 많이 분노했고, 울었고,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바뀌지 않는 것만 같은 현실에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성차별적인 정치 지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바꿔내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에 당적을 두고 있던 정당에 보다 열심히 당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였을 것입니다. 여세연의 상근활동가로 오기 전부터 참여해왔던 성소수자위원회에 계속 함께 하였고, 여성정책연구모임, 여러 청년당원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는 여세연에서의 활동 경험이 바탕이 되기도 했고, 당에서의 경험 역시 여세연의 회원모임, 토론회 등을 준비하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세연의 상근활동가로 함께 한 지 3년의 시간이 지나 4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청년젠더활동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세연에 온, 황연주라는 활동가를 만나 그렇게 2인 상근활동가 체제가 된 여세연은 대표단 선생님들과 함께 비전을 그려가며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하던 중 정당으로부터 한 역할을 제안받게 되었습니다. 당의 여러 방향과 더불어 당 안팎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 정책 등을 고민하는 역할입니다.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비전논의가 있기에 여러 고민이 들었지만 그간의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29세 여성청년인 제게 온 기회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답한 현실이 저 한 명의 선택으로 바뀔 순 없겠지만 다양한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판을 만들어내고자 한 여세연의 운동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세연 대표단 선생님들, 연주 활동가와도 논의해 함께 결정했습니다. 또한 이 선택이 제 인생의 첫 정당으로 선택한 정당을 보다 애정할 수 있는, 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고-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가 제게 "정치할 생각이 있어?"라고 물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대변할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고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여성정치운동단체에서 활동해왔지만 저 조차도 스스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말의 가능성조차도 인정해주지 못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과정에서의 큰 장벽은 그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 먹을 수 있었던 건 수없이 주저했던 날들에 그럼에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는 더 많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필요하고 그들 중 한 명으로 저를 상상할 수 있게끔 힘을 주었던- 여세연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여세연이라는 공간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정치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들 사이에 껴서 제 이름을 언급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지만 그럼에도 '전 여세연 사무국장'이라는 소속을 새기고, 여세연 회원분들에 부끄럽지 않게 저의 새로운 공간에서 한국 사회의 필요한 운동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통해 여세연 회원 분들에게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감사함을 전하며, 사무국장은 사임하나 여세연의 든든한 회원으로서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을, 그리고 지금처럼 저와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혜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