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건 이후로도 단속 강화하더니 또 부상자 발생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즉각 중단하라
정부의 단속을 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큰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심지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까지 드러났다.
지난 7월 23일 부산출입국·외국인청 광역단속팀이 울산의 한 플라스틱 공장을 기습해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5세의 태국 여성이주노동자가 3~4m 높이의 콘크리트 담벼락 아래로 뛰어내려 옆 공장으로 도망치려다가 양쪽 발목뼈가 부러졌다. 부상 정도는 심각하다. 보행이 가능하려면 수술 후 최소 2~3개월이 소요되며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는 공장 식당에 숨었으나 단속반은 여기까지 쫓아와서 기어코 단속을 했다. 그런데 단속이 벌어진 공장의 사업주 진술에 따르면, 단속반은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하기는커녕 자신에게 떠넘기고 갔다고 한다. ‘단속 중에 다친 것이 알려지면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되고 시끄러우니 불법체류자 고용에 대한 벌금 대신 치료해주라’면서 말이다.
게다가 부산출입국은 부상당한 이주노동자에게 30일 기한의 출국명령서를 발부했다. 이런 압박 속에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는 사건 발생 후 약 보름만인 8월 10일 퇴원해 바로 태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부산출입국이 부상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인지한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울산이주민센터 활동가들이 급히 상황을 파악하고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직접 만나 면담을 했다. 그리고 부산출입국에 항의해 퇴원을 막았다.
해당 공장은 산을 깎아 만든 경사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단속이 시작되면 뻔히 사고가 예상되는 지형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안전조치도 없이 단속이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부산출입국은 단속 과정에서 다친 것이 아니라 단속 후 뒷정리 과정에서 옆 공장에 숨어있는 부상자를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단속이 다 끝난 후에 발견했으니 단속 과정에서 다친 게 아니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었다. 지난해 8월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단속으로 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단속을 강화해왔다. 올해 3월 발표한 법무부의 ‘2019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안)’에는 “연 2회 실시하던 정부합동단속을 연 6회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최근 3년 평균 실적치 기준으로 10% 상향‘한 구체적인 단속 목표치를 설정하기도 했다. 실적을 채우기 위한 마구잡이 단속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딴저테이 씨 사망에 대해서 대책위가 꾸려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단속 중단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고, 국가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올해 2월 법무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권고를 대부분 ‘불수용’했다. 각 부처의 인권위 권고 사항에 대한 수용률을 높이겠다던(2017.5.25.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브리핑)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거짓말로 단속을 정당화하고 고용악화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그러나 체류자격을 떠나서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을 통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곳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뿌리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은 이들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2017년 이민정책연구원은 이주노동자가 2016년에 생산과 소비를 합쳐 총 74조1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여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가 억울하게 죽고 다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부산출입국이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던 정황으로 미뤄봤을 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국에서 단속으로 부상당한 사건은 더 많을 것이다. 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
2019년 8월 16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