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곱씹어도 이것은 아니다. 지난 5일 국정원 출신 김재혁 씨가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허태정 시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물경제와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가 풍족하고, 중앙정부나 기업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역 경제가 어려우니 시장 입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인선이라고 강조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이번 정무부시장 내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먼저 허태정 시장의 민선7기 1년에 내려진 냉혹한 평가를 외면 한 결정이다.
‘시민참여 행정’을 모토로 내건 허태정 시정은 1년 내내 시정 철학과 비전이 무엇인지 의심 받아왔다. 시장의 정책적 가치와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정무부시장 내정 역시 시장의 시정 철학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선거 공신으로 내세웠던 전임 박영순 정무부시장 인선에 이어 국정원 출신 정무부시장 인선이 허태정 시장의 시정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구현 할지 상상조차 못하겠다. 정무부시장의 주요 역할이 소통과 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 지역경제 활성화의 적임자로 설명하지만 이마저도 억지춘향에 가깝다.
국정원의 본래 임무가 국가 안보를 위한 정보 수집을 주 업무로 하는 기관이다. 최근 국정원에 대한 국내 정치개입 및 불법적 민간인 사찰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조직 혁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정원 경제단장 역시 산업스파이 등을 통해 유출 되는 불법 기술유출을 막는 산업보안에 중점을 둔 정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산업보안 전문성은 인정되나 경제 전문가, 특히 지역경제 전문가로 인정하기에는 괴리가 크다. 정보기관 출신 정무부시장 내정에 지역경제 활성화 적임자라는 설명은 너무도 궁색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말이다. 행정기관의 수장으로서 허태정 시장의 인사권한의 행사는 단순히 사람 하나 자리에 앉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고위직 인사의 경우 시장의 시정 철학과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과 같다. 지역사회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시민참여시정을 표방한 민선7기 허태정 시정에 대한 지속적인 물음표를 남겨서는 올바른 시정을 끌고 가기 어렵다.

허태정 시장이 고심 끝에 국정원 출신 김재혁 씨를 정무부시장에 내정 했지만,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내정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 시민의 공감대도, 지역사회의 동의도 얻지 못하는 인사는 실패한 인사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사청문회를 통한 인사 검증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정무부시장 인사는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허태정 시장 스스로 거두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현재 민선7기 허태정 시정은 지난 1년의 평가에서 나타났듯이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른 한편에서는 기대의 시선이 존재한다. 허태정 시정에 대한 우려가 아닌 기대와 열망을 받는 정부무시장 인선이 되어야 한다.

2019년 8월 8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YMCA/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전문화연대/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대전환경운동연합/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전충남생명의숲/대전흥사단/대전참교육학부모회/ 참관단체:(사)공공/시민참여연구센터/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샛별단 총 15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