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 아카데미를 마치며..

닷새, 이십여 시간, 백여 명의 시민들.. 2019 민주시민 아카데미는 네 번의 강의 그리고 한 번의 현장 탐방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우리는 민주시민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출발한 올해 민주시민 아카데미에 대한 답을 이제는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우선, 저의 답은 수강생 백여 분의 생각을 모두 담지 못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간 이 말을 제법 비겁한 말이라 여겨왔습니다. 교묘히 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말로써 답을 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한 그루 나무 아래 모여 살고 있는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나무 높은 곳에 열린 열매가 색은 어떤 색인지, 모양은 어떤 모양인지 맛은 어떤지에 대해 침을 튀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틀렸어!”라고 외치며 등을 돌렸습니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틀렸다며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옹기종기 모였던 사람들도 “틀렸어!”라고 외치며 다른 길로 멀어져갔습니다. 이내 해는 서산을 넘고 사람들은 나무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걸어온 길을 향해 뒤돌아섰습니다.

길도 모르고 멀어져 온 그곳을 향해 가야 할 이 사람들에게 주어진 손전등이 하나씩 있습니다. 문제는 모두 밝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아주 밝은 손전등을 가진 사람은 아주 작은 돌부리도 피해서 갈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 뒤통수에 코를 박기 일쑤였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밝은 손전등을 가진 사람들 주위로 모여 들었습니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부딪치지 않고 길을 갈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어두운 손전등을 들었던 사람들은 이내 싸움이 일었습니다. 어두운 손전등을 탓하며, 내 앞길에 있었던 것을 탓하며, 나무에서 멀어져 온 것을 탓하며 싸움이 일었습니다. 이 손전등의 이름은 ‘배려’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나무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도착한 사람들과 멀리서 나무를 비추는 불빛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나무 아래로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에겐 아직 앙금이 쌓여 있었습니다. 빨간 열매더러 파랗다고 한 작자들과 단맛을 두고 신맛이라고 한 무식쟁이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 몇몇 사람이 먼 길에 지친 사람들에게 물 한 잔 씩 권하며 이런 말을 건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이들은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다독였습니다. 나무에서 떠날 때에는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웅성대며 반대로 멀어졌던 사람들에 귀를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물 주던 사람들을 ‘반기는 자’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틀렸다고 소리치는 사람입니까? 우리 손에 들린 손전등을 얼마나 밝습니까? 우리는 물을 떠다주는 사람입니까? 민주시민으로서 정부가 우리로부터 넘겨받은 권력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기업이 우리를 하나 시민으로서 인정하지 않은 채 우리의 권리를 무시하는지 감시해야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 옆에 있는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우리가 더 큰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찾은 답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답을 찾으셨나요?

-충북NGO센터 민범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