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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보다 환경법이 더 잘 준수되고 있을까? 실상 어느 나라의 법·제도에도 허점이 있으며 정부에 따라 환경정책의 부침이 있다는 점에서 환경법의 준수 및 집행 여부도 정부마다 차이가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후변화를 포함하여 많은 환경정책이 후퇴하였다. 환경청 예산이 2017년에만 2016년 대비 31%가 줄어들었으며 3,100여 명의 환경 관련 공무원이 해고되었다는 점에서 환경법 집행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예상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우려는 환경단체에 대한 기부금 증가를 가져왔다. 대표적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부금이 증가하였다고 밝혔는데, 많은 시민들이 정부의 반 환경정책을 견제하고 느슨한 법 집행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환경단체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시민단체가 정부의 느슨한 법 집행과 이에 편승하는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시민소송제도(citizen suit)다. 미국 연방법상 시민소송제도는 기업 등 환경법 수범자가 환경법을 위반하고 있는 경우 개인 또는 단체 등 누구나 해당 법 위반행위를 증거자료와 함께 관할 행정청이나 법 위반자에게 알리고 법 위반행위의 중단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60일 동안 아무런 조치가 취하여지지 않을 경우, 직접 법 위반자를 상대로 법 위반에 따른 민사벌금의 납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법 위반자가 납부한 벌금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며 전액 국고로 들어가고 시민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변호사 비용 등 소송을 진행하는데 사용한 비용을 법 위반자로부터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시민소송제도는 물, 대기 그리고 화학물질 등 3대 핵심법률 외에도 미국 주요 연방환경법에 규정되어 있어 환경단체들에게는 환경법 위반행위를 제지할 주요 수단이며 트럼프 정부에서 시민소송은 급증하고 있다.     


시민소송제도에 대해 미국에서도 모든 국민을 검찰총장으로 만드는 제도라는 찬사와 비아냥거림이 동시에 존재한다. 미국 사법부는 시민소송제도가 도입된 1970년대와는 달리 1980년대에는 원고적격의 문제 및 삼권분립의 문제까지 거론하며 시민소송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민소송제도가 환경보호뿐 아니라 환경법의 발전에도 이바지하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미국 환경 단체 중에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NRDC)도 있어 이러한 단체들은 시민소송제도를 활용하여 환경법의 여러 쟁점을 법원에서 제기하여 환경법 발전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들이나 정부에서는 시민소송 제도에 대해서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이며 심지어 시민소송에 대응하는 매뉴얼도 존재한다. 


시민소송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환경법 위반에 따른 벌금이 효율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미국 환경법에 벌금제도는 형사벌금, 행정벌금(과태료)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민사벌금도 존재하며 벌금 액수도 높을 뿐 아니라 위반행위 건수별로 벌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위반일수에 따라 일별로 벌금이 일률적으로 부과되어 장기간 지속적으로 환경법을 위반한 경우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이러한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이 공무원에게 전속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정부와 기업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은 환경법을 고의로 위반하는 자들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많은 기업투자를 유치하여야 하는 주정부나 실질적으로 법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시 또는 군의 경우 공공기관과 기업 등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이 공공연하기 때문에 엄정한 법 집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에 환경단체들이 시민소송이라는 무기를 들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은 자연 환경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그동안 우리나라 환경법에도 많은 발전이 있어 OECD 국가들이 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환경법제가 구비되어 있으며 환경법을 위반하는 경우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는 제재수단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일지라도 꿰어야 보배일 터인데 환경법 전문가인 필자에게도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이중배수로를 만들거나 고의적으로 오염배출자동측정기(TMS)를 오작동시키는 등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환경법 위반자에게 검찰이나 법원이 징역형 등으로 일발백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필자가 수년 전 20여 년간 환경사범에 대한 사례를 분석해보니 단속되어 기소된 건수 중 3/4이 약식기소이며 실형보다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으며 벌금액수도 95%가 200만 원 이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환경법 위반자들이 환경법 위반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 및 환경법 위반에서 발생한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보다 지나치게 적은 액수이다. 오죽하면 환경법 위반자들에게서 환경법은 지킬 필요가 없고 설령 재수없이 걸릴 경우에도 200만원 벌금을 내는 것이 났다는 말을 할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득권은 환경오염 및 훼손은 개발에 따르는 불가피한 부산물이라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 위반을 소추하고 판결하는 검찰 그리고 법원의 환경의식이 제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또한 환경법 위반행위 단속권은 지방분권화의 흐름에 따라 대부분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에게 이양되었는데 지역경제성장이 민선 시·도지사의 핵심 과제인 현 상황에서 엄격한 환경법 집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선거철을 즈음하여 지자체장이 관할 내 산업단지의 대대적인 환경법 위반행위를 단속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단속건수가 환경부 환경청에서 운영하는 환경기동단속반의 단속건수와 비교할 때 35%도 안 되는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점은 이를 반영한다.


간혹 뉴스에서 환경오염을 전하면서 관할 행정청 관계자의 인터뷰를 하는 경우 백이면 백, 반복되는 멘트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여 환경법 위반행위를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 행정이 아닌 서류 행정이 우리나라 행정의 주라는 점에서 환경법 위반에 대한 감시와 단속에 활용될 인력과 예산이 태부족이라는 점은 이해 가능하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면 민간 영역의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가 사회 주요 인프라조차 예산이 없는 경우 민간투자의 형식으로 민간 영역의 협조를 구하지 않는가? 만일 환경법 위반 단속에 쓸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이에 관심 있는 시민사회의 협조를 통해 환경법 위반을 처벌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도 포상금제도 등 민간의 협조를 구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 환경법 위반의 전반적 현황을 고려할 때 보다 시민소송과 같은 혁신적인 법제도 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환경법의 준수에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존재하는 이상 미국의 환경법은 강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제도라고 무조건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일 필요도 없지만 시민소송의 제도 취지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환경법 위반행위를 제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인 이상 시민 참여라는 취지는 살리되 우리나라에 법제도 및 법 감정에 부합하는 시민소송제도를 고안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쩌면 시민소송제도는 그 취지상 참여정부 2기가 도입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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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소병천(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