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 추모사 전문

우리는 오늘 한국 여성운동의 큰 산, 이희호 한국여성재단 명예고문님을 떠나보냅니다.

 

이희호 명예고문님께서는 대학시절부터 여성 지도자 양성과 여성권익 신장에 힘써 오셨으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습니다. 지난 1998년 여성운동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던 우리 여성계는 여성운동가이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님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새천년을 앞두고 새로운 질서, 새로운 시작, 새로운 힘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여성의 잠재성이 우리 사회 원동력으로 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딸들이 21세기 한국을 떠받드는 기둥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뜻을 모아 이희호 명예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국여성기금을 발족하였습니다.

 

한국여성기금은 각계를 대표하는 53명의 공동기금위원장과 124개 여성단체, 기업, 관광사업체, 미용업계, 백화점, 은행, 학교, 방송, 언론사 등 실로 다양한 분야,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이루어졌습니다. 1,000억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만하면 큰일을 해냈다고 생각할 무렵 챙겨본 모금액은 1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70여억원이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큰 간극을 확인하고 실망한 우리를 그 때 당신은 ‘머뭇거리지 말고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라는 말씀으로 격려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을 위한 민간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신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여성들을 찾아가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주라 하셨습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고자 활동하는 여성단체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라 하셨습니다. 지난 20년간 한국여성재단은 아시아의 유래가 없는 여성운동의 버팀목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당신의 당부와 격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작년 미투 운동의 상황에서 당신은 여성들에게 더욱 용기 있게, 단호하고 당당하게 나가라고 격려하셨습니다.

 

2019년 6월 우리는 전해진 유언과 임종의 모습에서 바로 당신을 만납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지켜내고자 했던 인간의 존엄과 품위, 그 아름다움을 봅니다.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힘쓰라.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여 행복한 삶을 살라.’

 

당신의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우리는 더 화합하고 행복하겠습니다. 그리고 민족의 통일을 이루어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찾아가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주겠습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여성들과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당신을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은 대한민국과 우리 여성들에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故 이희호 명예고문님의 명복을 빕니다.

평안히 영면하소서!

 

  1. 6. 13.

한국여성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