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심준형 공인노무사(노노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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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준형 공인노무사(노노모 회원)

직장에서 사장이 직원을 불러 업무와 관련해 감정적으로 일하지 말라며 다그친다.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직원에게 계속 그렇게 할 거면 다른 단체에 가라고까지 말한다. 이런 행동이 반복됐지만 사장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직원은 계속 일에 매진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수위가 높아진다. 지시한 대로 업무를 수행했지만 사장은 검토한 뒤 하나씩 뜯어고친다. 그중에는 종전에 자신이 지시했던 것과 정반대로 고쳐지는 것도 있다. 검토를 마친 뒤 사장은 직원에게 “이럴 거면 같이 일 못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이번엔 직원도 사장의 의도를 눈치챘다. 하지만 직원은 사장이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설득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 더 열심히 일에 몰두했다.

건강이 훼손될 정도로 열심히 일하며 조직에 헌신했던 직원은 사장과의 임금협상 결과 지급받던 임금이 약 10% 삭감됐다. 거기에는 직원이 국가사업에 지원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명분이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사장은 더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냈지만 예상과 달리 직원은 이를 수용한다. 그러자 사장은 다급해졌는지 “원래 너 같은 직원은 뽑지 않으려고 했었다. 다른 형태의 직원을 뽑으려고 했었다”며 쐐기를 박고는 말미에 “집에 가서 울지 말고 불만이 있으면 여기서 이야기하라”는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참고로 일주일 뒤 사장은 직원에게 국가사업에 지원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기까지 했으나, 안타깝게 직원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사회초년생으로 처음 몸을 담은 작은 조직에 열정과 애정으로 헌신해 왔던 직원은 그날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장의 급여가 줄어들었다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던 직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내쫓겼다는 점에 자존감과 인격이 무너졌던 것이다. 결국 고민 끝에 사장에게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사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장이 어떤 의도로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우리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문제는 이 사건 사장이 지역 내에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떨치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해 힘쓴다고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고, 올해 최저임금이 기대보다 낮은 인상률에 그친 것을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은 직원의 급여를 삭감했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미래를 위해 유보해 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비판하고 노동자의 임금인상으로 사회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노동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한다면서 정작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을 모욕하고 직장에서 내쫓으며 직원의 노동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가 젊은 시절 그렸던 자신의 미래에 대한 초상화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과 삶의 무게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겠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잘못은 매우 크다. 우리도 늘 주의하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입만 살아 있는 자가 되지 않도록. ‘꼰대’가 되지 않도록….

심준형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