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윤일병 5주기, 고 윤승주 일병을 추모하며
- 당시 축소•은폐 가담자들은 처벌받지 않아

오늘은 육군 28사단의 고 윤승주 일병이 선임병과 간부의 구타, 가혹행위로 세상을 떠난지 5년 째 되는 날입니다. 군인권센터 사무국 활동가들은 5주기를 맞이해 지난 5일, 윤 일병이 잠들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을 찾았습니다.

2014년 4월 7일 사망 이후 군당국은 집단 구타, 가혹행위로 인한 살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윤 일병이 냉동 만두를 먹다 기도가 폐쇄되어 사망했다며 유가족과 국민을 기만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같은 해 7월 31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여 윤 일병 사망의 진실을 세상에 폭로했고 병영의 끔찍한 실태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가해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으나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고자 한 간부들은 하나도 처벌 받지 않았습니다. 실제 당시 28사단장이었던 이순광 소장은 보직 해임 되었지만 사건이 잦아든 뒤 다시 새로운 자리에 보임되어 군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은폐에 관계된 실무자들도 모두 제 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 해에는 윤 일병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습니다. 윤 일병이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그 동안 윤 일병 유족들은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해 온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국가는 항소까지 해가며 국가유공자로 등록 할 수 없다고 우겼습니다. 때려 죽이고 감춘 것으로도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유공자로 등록되었지만 국가가 유족들의 마음에 남긴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윤 일병의 사망 이후 우리 군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많이 줄어 들었고, 병영 혁신의 일환으로 지난 4월 1일부터는 병사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선임들에게 가혹하게 폭행 당하고도 고통스럽다는 말 한마디 호소할 수 없었던 윤 일병에게 핸드폰이 있었다면 윤 일병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꿈 많은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뀌어 가는 군과 돌아오지 않는 윤 일병을 떠올릴 때면 매 년 마음이 착잡해 집니다.

군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무언가 바뀌어야 하는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여야 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윤승주 일병을 기억하며 국군 징병의 인권 보장을 위해 물러섬 없이 전진하겠습니다.

2019년 4월 7일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