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현상과 정체성,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필자가 1994년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목포대학에 오기 전까지 주요 연구 주제는 농촌경관과 식생,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것이 주류였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농촌마을의 경관생태에 대하여 연구를 해오다 보니 2005년 목포대학에 오기 전까지 주요 논문은 주로 육지생태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caption id="attachment_197955" align="aligncenter" width="640"] 일본 야쿠시마 국립공원(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모초무다케 등산로 입구 (2013.11.14일 홍선기 촬영)[/caption]

그러나 일본에서도 세토내해 섬의 생태계, 산불, 문화경관 등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였기에 서남해 다도해를 접해도 전혀 생소함은 없었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조개나 망둑어를 잡으며 놀면서 성장한 곳이 인천 바닷가였고 갯벌이었기 때문에 세토내해나 다도해를 바라보는 관점은 비교적 객관적이었다고 본다. 특히 고교가 항구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늘 등하교 때에는 뱃고동 소리를 들었다.

[caption id="attachment_197952" align="aligncenter" width="640"] 제주 마라도(2012WCC, 세계자연보전총회를 마치고. 2012.9.11.일 홍선기 촬영)[/caption]

광역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면 섬 생태계는 육지생태계와 구조와 기능이 다르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매우 차이가 난다. 육지생태계는 1차적으로 인접하는 육지의 다른 생태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섬 생태계의 경우 1차적인 영향은 바다라는 수체(water body)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섬 내부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경관요소들을 살펴보면, 해양생태계(연안을 포함하여)는 물론이고 농촌, 산림, 습지를 비롯하여 나아가서는 도시생태계적인 특성이 혼재하고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섬이야말로 기존 육상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생태계를 해역과 네트워크화 하여 확장시킬 수 있는 적지이다.

특히 섬은 서해와 서남해, 남해와 동해 등 지리적 공간에 따라서 섬의 형상과 연안의 생태계 구조가 상이하게 맞물려 나타나고 동시에 해역의 특성에 따라서 인간 활동의 직간접적 영향이 다르게 작동하고 있어서 생태적 과정(ecological process) 뿐 아니라 문화 정체성을 관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7953" align="aligncenter" width="640"] 독도(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마치고. 2011.8.6일 홍선기 촬영)[/caption]

필자는 현재까지 섬 연구를 하면서 몇 가지 관점을 가지고 진행해 왔다.

첫째는 ‘다양성(Diversity)’이다. 대한민국의 섬을 비롯하여 아시아, 유럽 등 국가들의 섬을 돌아보면서 자연, 문화, 역사, 그리고 경제적으로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섬이 있음을 배웠다. 특히, 생물진화론을 비롯하여, 현대생태학 이론의 근간이 되는 많은 학술연구들이 섬에서 이뤄졌음은 생태학자로서 익히 인지해왔던 바이다.

두 번째는 ‘복잡성(Complexity)’이다. 다양하기 때문에 복잡할 수 있다고 본다. 섬 생태계에는 육상생태계 뿐 아니라 연안, 갯벌생태계를 비롯하여 바다와 연계된 다양한 전이지역이 존재한다. 인간의 활동은 육상 뿐 아니라 전이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수륙 양면의 인간 활동은 섬 생태계를 복잡계로 만들어 놓고 있다.

세 번째는 ‘정체성(Identity)’이다. 오랫동안 잘 보전된 육상생태계는 매우 안정적이고 그곳에는 고유한 생물상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극상(climax)이라고 한다. 섬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고립되어 생태계가 잘 보전되었을 경우 매우 독특한 생물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섬 생물다양성은 그 섬의 기후, 지질, 수질에 의하여 고유성이 결정된다. 섬 주민들은 처음 입도(入島)를 한 후 섬에 있는 다양한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살아왔다. 토양의 특성을 파악, 경작을 하게 되었고 바다의 특성에 따라서 어업도 하였다. 섬과 주변 바다환경의 특성은 섬의 문화다양성 발달에도 매우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하였다. 필자가 2012년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제출, 결의안으로 채택시킨 “아시아-태평양 섬 생물문화다양성 보전” 아젠다(IUCN Resolution 5.115)는 ‘섬성(islandness)’에 대하여 그만큼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97954" align="aligncenter" width="640"] 스페인 메노르카 생물권보전지역(국립공원) Platja des Grau (2010.8.22일 홍선기 촬영)[/caption]

끝으로, 필자의 관심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있다. 제한된 면적에서 제한된 자원과 환경을 이용하여 살아가야하는 섬 주민의 생활과 자연보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섬에 살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고, 자원의 고갈은 섬의 정주환경기능을 쇠퇴시킨다. 따라서 섬은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고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섬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곳이다. 새로운 청정에너지, 신산업, 패시브하우스 같은 새로운 주거환경 등 첨단기술을 접목할 것이 많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뤄진다. 글로벌 지구환경변화 시대에 우리나라 섬도 변해야 하고, 또한 미래 발전 과정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본 내용의 일부는 출판사 <민속원>에서 2018년 출간된 졸저 『섬 생태계』의 서문에서 발췌,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