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전면 파업도 불사할 계획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 사측이 노동관계법을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다 결국, 법원의 가처분 신청 대상이 되었다. 서울대병원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 박경득)는 지난 2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단체협약해지통고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대병원은 작년 말(2014.12.30.) 갑자기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고 노동조합에 통고했다. 지난 27년간 유지해 온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는 초유의 통보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조합과 병원측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이미 협약 만료 전에 일방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자동연장된다는 규정에 따라 2년간 효력이 연장된 상태였다. 노동법에 따르면 단체협약이 이렇게 연장되었을 경우, 노사 일방이 해지하는 통보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단체협약 해지통고는 노사간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협약이 이미 연장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무효라는 것이 노동관련 법조계의 판단이다.
* 서울대병원 단체협약 관련 조항 : “병원과 조합 중 일방이 본 협약을 갱신하고자 할 때는 유효기간 만료 30일 전에 갱신안을 제출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요구가 없을 때는 본 협약은 자동 갱신된 것으로 본다.” |
그런데, 지난해 말까지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시행을 요구하자, 서울대병원은 이를 노동조합에 압박하기 위해 법 위반을 감수하고 뒤늦게 ‘단체협약 해지’를 일방 통고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사용자들은 정부 지침을 핑계로 파업 장기화를 유도(경북대병원)하거나, 취업규칙 일방개정을 위한 강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불법행위를 광범위하게 벌여온 바 있다.
이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등 노동법률단체는 지난 1월, 서울대병원 등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대를 우회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단체협약 해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노동법률단체는 계약 연장을 무기로 동의 협박, 퇴근도 못하게 붙잡고 괴롭히는 사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묻지마’ 서명 강요 등 ‘사용자의 간섭과 개입’ 사례를 다수 공개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여는’의 우지연 변호사는 “단체협약은 채권자노조나 채무자 어느 누구도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 30일전까지 이 사건 단체협약의 갱신안을 제출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갱신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단체협약은 한 국가로 치면 헌법, 각종 핵심 법률을 담고 있는 법규범의 전체와 같다는 점에서, “27년간 서울대병원 노사간의 규범으로 작동되어오던 단체협약의 효력이 부인된다면 이후 노사관계는 심각한 파행을 겪게 될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서울대병원노조는 병원 사측의 지속적인 단체협약과 노동관계법 위반에 항의하며 올해 전면파업을 불사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악 반대’를 내걸고 파업을 집중하는 시기에 주요 국립대병원의 파업이 전개될 경우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이와 관련된 사건의 판례를 볼 때, 법원이 노동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서울대병원 초유의 단체협약 일방해지로 불거진 노사관계 악화에 전환점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